--차림표--





눈이 수북히 쌓인 어느 벌판.


날은 흐리다. 곧 눈이 다시 쏟아져내릴것이다.


"...&&#₩_&₩&5__#**'?..."


나는 포복자세로 쌍안경을 꺼내 저 불그스름하고 기분나쁜 자들을 관찰했다.


눈에 보이는 기생체의 수는 약 15체.


...램파트 기생체 다섯에, 폴른 기생체 여섯...셀주크 기생체 넷..인가.


"......."


....오늘은 좀 많다.


우선 장거리 교전이 가능한 셀주크 기생체부터 처리해야겠군.


숫적으로는 열세이지만, 이길 가능성이 보인다.


눈으로 덮힌 언덕 위에, 하얀 방한복으로 은폐 및 저격중이고, 바람도 내 편을 들어주고있다.


...부디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


연합전쟁 당시의 데이터베이스 기록에 따르면, 셀주크는 포신을 지탱하는 허리의 구동부가 약점이었지.


....철충이 기생되고 나서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나는 노리쇠를 후퇴시킨 뒤, 장전된 탄을 빼고, 탄창을 교체했다.


일반탄으로는 저놈들을 뚫어버릴수가 없다.


장갑을 녹이는 장거리용 부식탄이나, 열화우라늄 관통탄이 아니면 상대하는건 힘들다.


지금 가져온 탄종은 열화우라늄 관통탄.


이거면...램파트의 방패도 뚫을 수 있다.


나는 조심스레 탄창을 갈아끼우고 노리쇠를 전진시킨 뒤 조준한다.


"........."


저 흉물들을 인간으로 인식하게될때마다, 나는 대장이 내린 명령을 떠올린다.


'너희에게...마지막...명령을...내리겠다....누구도...너흴 해칠 수 없도록....너희의 목숨은...스스로...지켜라.....그것이...설령....인간이라고...해도....'


...감사합니다, 대장.


당신께서 발할라로 떠나시기 전,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 덕분에, 저와 딸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제 눈에 인식되는 저들은 모두 인간이나,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총과 포를 지닌 채로, 우리가 사는 벙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제거하겠습니다.


명령대로.


".........."


열화우라늄 관통탄 장전.


안전장치 해제.


바람은 북서풍.


목표까지의 거리, 대략 1Km.


"....스읍-...."


모두 적중시킨다.


"...후-..."


탕!


.....캉!


명중. 셀주크 기생체 허리 관통.


다리 구동부가 주저앉았군. 전투불능 확정이다. 다음.


찰캉- 철컥!


"스읍-...."


"₩"*##)_@@/_! @@₩/&+__"??"


혼란에 빠졌군. 아직 내 위치는 들키지 않았어.


그럼 한발 더.


탕-!


.....파캉!


명중. 포신이 주저앉았다.


찰캉-! 철컥!


완파됐군. 좋아.


나머지 장거리 공격개체는 둘.


관측가능한 기생체가 없으니 나를 못찾는 모양이군.


오늘은 운이 좋구나.


"...스읍-..."


무사히...살아남을수 있겠어.


"...후-..."


타앙-!!


****


"..........."


셀주크 기생체를 모두 처치하니, 나머지 기생체가 도주를 시도했다.


그래봤자, 무사히 퇴각하는건 불가능하지.


바람만 따라준다면, 나는 4Km 이상의 적도 사살가능하니까.


마지막으로 남은 폴른 기생체를 처리한 나는 쌍안경을 꺼내 주변을 확인했다.


적 전멸. 추가병력 없음.


나는 한숨을 내쉬며 탄피들을 줍고 가방에 넣는다.


....탄피에서 나는 매캐한 화약냄새 탓인지, 닫혀있는 오른눈이 욱씬거린다.


사격을 너무 많이 했다.


화약냄새때문에 속이 울렁이고있다.


빨리 돌아가야겠어.


나는 노리쇠를 후퇴고정 시킨 뒤, 약실을 확인했다.


...이상 무.


노리쇠 전진 후 안전.


상황 종료.


교전 결과는 추후 일지에 작성해야겠다.


벙커로 복귀하자.


"......"


나는 엎어졌던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눈을 털었다.


***


"엄마아!"


벙커 문을 열고 내가 들어오자, 딸이 내게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겨들었다.


폭, 하고 몸을 묻힌 딸은 내 몸에 얼굴을 비비며 웃었다.


"헤헤헤..."


그러다, 내 몸에서 나는 화약냄새를 맡은 딸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오늘은 뭘 잡아온거야?"


"...오늘은 사냥 안했어."


나는 딸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럼?"


딸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격연습."


딸은 기생체를 두려워한다.


병적일 정도로 말이다.


분명, 부대가 전멸하던 날이 떠올라서 그런것이리라.


그렇기에, 나는 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입에 거짓을 담는다.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저기...엄마 추운데."


나는 화제를 바꿀 겸, 문을 닫으며 웃어보였다.


"아...미안해."


딸은 화들짝 놀라며 내 품에서 떨어졌다.


"괜찮아."


나는 어깨에 걸쳐둔 총을 빼어 공작실에 걸어두고, 웃옷을 벗었다.


"...엄마, 잠시 총좀 닦고있을테니까, 점심식사좀 준비해줄수 있니? 금방 갈게."


"아....응....알았어."


딸은 축 처진 상태로 힘없이 말했다.


나는 공작실에서 나와, 딸을 꼭 안아주었다.


"엄마 여기있어. 어디로도 안가. 울지마."


"......응...."


딸은 잠시 내게 안겨있다가,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나를 마주안아주었다.


내가 딸을 놓아주자, 여느때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띄우며, 딸은 말했다.


"빨리 끝내구 와야해?"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러버러버~ 저 하늘 너머 높이~..."


....참 이상한 노래다.


어디서 들은걸까.


요즘들어 자주 부르던데.


벙커에 남아있던 예전 기록에서 찾아낸거겠지.


나는 귀엽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딸을 잠시 지켜보다, 공작실로 들어가 총기를 분해했다.


***


"그게 정말이야?"


"네, 주인님. 철충 15기 전부, 한발로 처리했어요."


"....정말 놀랍군.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매머드와 센추리온을 단 한발로, 그것도 약화된 부위만 노려서 저격할줄이야."


"극지전에 특화된 우리 자매들 중에서도 특별한 성과를 내서 추가적인 시술까지 받았는걸. 이 정도는 당연한 결과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격예정지에서 피탄된 거리까지의 범위가 상당하군. ....역시 4868번이 맞는것 같아."


"어쩔거야, 사령관? 당연히 구하러 갈거지? 이 정도로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진 대원을 죽게 내버려둬선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흐음."


"...선택은 각하께서 하실 일입니다만, 이번엔 레오나 소장의 의견에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거긴 알래스카잖아요? 도주한 오메가의 수하일지도 모를 일인데, 숨어지내는 자매 한명을 위해서 무리하게 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경호실장의 의견은 저도 동의해요. 아무리 그 자매의 사격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오르카를 끌고 가서 구출해낼 만큼의 메리트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잠깐, 잠깐.. 다들 진정해."


"..........."


"너희의 생각은 다 충분히 알겠어. 확실히 거기엔 오메가의 수하가 있을 수도 있고, 철충들이 얌전히 있을거라고 생각되지도 않아."


"사령관...!"


"하지만 말야. 이 정도로 훌륭한 성과를 내보이는 친구를 내버리는건 좀 그런것같아. 거의 3 Km 밖에서 사격을 했는데, 단 한발로 철충을 제압하는 정도라면...앞으로의 임무에서 큰 힘을 발휘할거라 생각돼."


"........"


"아무래도..."


"결정된것같군."


"...반대의견을 낸 인원들의 생각은 잘 알겠지만...이번만큼은 나도 레오나랑 마리의 생각과 같아. 그러니..."


"다시 가자. 알래스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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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3 안드바리 - 9843번


4868번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멸망전쟁 생존개체.


4868번을 어머니처럼 따르고 있으며, 본인 또한 딸처럼 여겨지고 있다.


러시아 인근에 구축해놨던 방어선이 뚫리고 소속 부대원 및 인간 지휘관이 사망했을때, 철충에게 학살당하는 아군들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족처럼 따르고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눈앞에서 죽었을때 느낀 절망과 무력함 때문에, 결국 정신이 무너져 4868번을 엄마라고 부르게 된다.


총기를 만지는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철충과 관련된 말을 하면 거의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무서워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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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루 이벤트 끝나고 몇달 뒤의 외전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겟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