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26480792?p=1


티타니아랑 앨리스가 없으니까는 그 둘이 대사를 그럴싸하게 만드는게 ㅈㄴ 어렵네...닥터도 그렇고...

이번 편은 너무 찍산 느낌이다...미안하다...


전편내용: 사령관은 바이오로이드들과의 집단난교를 하고, 아침이 되자 비밀에 방에 쳐들어온 리제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듣고 큰 상실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레아가 사령관이 틀어박혀있던 휴게실에 쳐들어와서 리제를 만나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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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면 오히려 리제가 더 화내지 않을까?"


사령관은 갑작스러운 레아의 부탁에 당황했다. 또한 애초에 자신이 리제가 서럽게 울어버리게 만든 원흉인데, 이제와서 사과를 한다는 건 염치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제대로 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레아는 레아 나름대로 이러한 부탁을 꺼낸 이유가 있었다.


"주인님이 본의아니게 저희 리제를 상처입히시고, 리제를 울게 만드신 건 맞아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미안하다고 리제를 앞으로도 피해 다니신다면 아마 리제가 사령관님을 용서하고, 또 사령관님도 리제를 받아들이는 게 더욱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여왕도 레아는 싫어하지만...이 말은 맞아. 도망치는건, 아무것도 고치지 못해."


티타니아마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하자, 사령관은 더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같이 휴게실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앨리스와 샬럿도 레아와 티타니아의 조언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 듯 사령관의 용기를 더욱 복돋아주려고 했다.


"그래요 주인님, 이렇게 리제 양을 피해다니는 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폐하, 폐하의 마음은 매우 따듯한 태양과도 같은 것, 상처입은 리제 양의 마음을 복돋아 줄 수 있는 사람은 폐하밖에 없답니다."


사령관은 더더욱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에 빠져가고 있었다. 쉴 새 없이 그래도 내가 염치없이...아무리 그래도...라며 고민하는 사령관을, 답답해하는 앨리스와 샬럿이 한 마디 훈계라도 하려다가 포기했다. 레아와 티타니아는 죄책감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사령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그렇다면 주인님?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고민해보시고 저희 숙소로 와주세요. 이렇게 계속 리제만 피해다니실 수 없다는거는 잘 알고 계시잖아요..."

"맞아. 너가 마음을 열어야 해..."


레아와 티타니아가 나가고, 이윽고 불편함을 참지 못해 사령관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낸 앨리스와 샬럿이 잽싸게 휴게실을 나가자, 그 방 안에 혼자 남은 사령관은 그저 한숨만 푹푹 쉴 뿐이었다. 그러던 중 휴게실의 문이 열리더니, 어른의 몸으로 성장한 닥터가 의외로 정갈한 실험용 가운을 입고 고글을 쓴 채 휴게실 안에 들어왔다.


"언니들 말이 백번 맞지, 뭘 고민이고 자시고 하고 앉아있어, 개쌉변태사령관 오빠."

" 아, 닥터야..."


닥터는 여전히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휴게실의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마셨다. 커피를 마시고는 진정된 듯 한숨을 내쉰 닥터는 사령관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리제 언니를 동침에 안 부른건 오빠 실수가 맞잖아. 그러니까 가서 그냥 미안하다 하면 될거를, 그 간단한 걸 왜 이렇게 여기서 한숨만 죽 내쉬면서 질질 끌고 있어? LRL이랑 알비스가 나한테도 찾아오더라, 우리 멋진 오빠 어디갔냐고."

"그래도 내가 원인제공자에 냉정하게 봐서 리제만 빼놓은 거는 명백한 내 실책이잖아..."

"허 참, 그러면 계속 이렇게 휴게실에서 죽을상으로 앉아서 다른 애들 쉬는거 불편하게 만들려고? 아까 앨리스 언니랑 샬럿 언니 나가는 거 봤어? 오빠가 얼마나 우울해 보이는지 앨리스 언니는 샬럿 언니보고 왕가슴이라고도 안부르고 정중하게 샬럿 양이라고 부르더라. 내가 무슨 함정 스위치라도 잘못 건드렸나 놀랐었어."


닥터의 불평섞인 말에 사령관은 아무래도 리제를 보러 가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죄책감이 사령관을 붙잡고 있었다. 결국 사령관은 예전의 메이가 말하던 것 마냥 닥터에게 같잖은 변명이나마 하려고 시도했지만, 닥터는 그 변명마저 칼같이 막아세웠다.


"그치만..."

"킹치만은 뭐가 킹치만이야 오빠, 오빠가 지금 이렇게 있는다고 마음에 상처 입은 리제 언니가 다시 예전의 그모습으로 돌아와? 오빠가 먼저 쿨하게 리제 언니한테 들이밀어야 리제 언니도 마음의 문을 열지...그리고 아까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줬던거, 어젯밤에 그 모습의 반만큼도 출력을 못내더라? 왠지는 알겠지? 지금 오빠가 해야하는거는 마음을 짓누르는 문제 도피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야. 그러니까 지금 리제 언니한테 다녀와."


닥터가 등을 떠밀듯 사령관을 휴게실 밖으로 내보냈고, 사령관은 한숨을 쉰 채 리제를 보러 잠수정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인간의 정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크게보면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육체로, 쉽게 말하여 육체가 얼마나 성교에 단련되어 있는가, 남근의 크기와 성교를 버티는 내구도는 충분한가이다. 두번째는 마음으로, 얼마나 오래, 자주 성교를 하더라도 최대한 열정적으로 관계에 임할 수 있는가, 내 상대를 최대한 기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충만한가이다. 사령관은 첫번째 조건은 이미 쉽게 달성하였다. 멸망 전 기술의 결정체인 사령관의 강화 신체는 정력의 수준이 웬만한 야생 짐승들 이상을 웃돌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오르카 함정에 포진해있는 수많은 전문가들, 육체단련의 마이티 R이나 성교 실습강사인 아스널, 수많은 기술을 가진 닥터 등의 도움을 받고, 매 끼니를 건강하고 정력에 좋은 식단으로 먹는다면, 혹은 닥터의 기술의 도움을 받아 현재 의체 그 이상의 정력을 가진 의체를 제작한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달성 가능했다. 하지만 두번째 조건, 마음과 의지야말로 사령관이 오르카 모두를 떡실신시키는 정력왕으로 탄생하는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사령관은 오르카의 모두가 자신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령관은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 모두를 반드시 자신의 몸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사령관은 자신의 오리진 더스트 강화 육체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탈론페더가 하루동안을 오르카 바이오로이드 성욕해소에 써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인것도, 새벽이 될 때 까지 쉴 새 없이 브라우니부터 마리까지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쾌락을 안겨준 것도, 피곤하다며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동안에까지도 자신의 그것으로 바이오로이드들을 기쁘게 해줬던 것도...전부 사령관의 의지와 일종의 봉사 정신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리제가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이, 사령관에게도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랬기에 닥터를 달래주려고 관계를 맺었을 때에조차, 사령관은 심리적 죄책감과 죄악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제대로 된 출력을 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죽일 놈이지...내가 죽일 놈이야...'


자신에게 인사하는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경호해주는 리리스에게 힘 없이 인사한 사령관은 이윽고 리제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걱정하는 레아와 페어리 자매들의 앞에서 ,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한 사령관은 리제의 방 문을 두들겼다.


"리제야, 나야, 사령관...들어가도 될까?"

"...흥, 들어오던가 말던가..."


서럽지만서도 많이 화난 듯한 리제의 리제답지 않은 뾰루퉁한 말투에, 사령관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사령관은 혼자서 리제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리제의 방 안은 의외로 깔끔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사령관의 수많은 사진들이 꽃힌 사진첩이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정도는 얀데레에 가깝게 집착하는 리제의 성격에 비교하자면 놀라울 정도로 정상적인 축에 속했다. 수많은 식물들이 심어진 화분들이 벽과 인공일광형 창문을 따라 줄지어져 있었고, 그 방 구석의 침대에서, 리제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우울하게 훌쩍이고 있었다.


"리제야... 나야, 사령관. 미안해서 사과하려고 왔어...침대에 같이 앉아도 될까?"

"...흥."


잔뜩 토라져서 덮어쓴 이불을 걷지조차 않는 리제의 그 모습이 조금은 귀여웠지만, 그래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삐진 리제를 달래고자, 사령관은 리제의 옆자리에 앉았다. 리제는 그러자 이불을 걷고 사령관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침부터 잔뜩 울어서 퉁퉁 부은 눈과 평소의 죽은 눈이 아닌 눈물때문에 맑아진 새빨간 눈동자, 울음보가 터질 듯 삐죽해진 입, 잔뜩 부풀린 볼을 본 사령관이, 차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리제는 그런 사령관을 삐죽거리며 노려봤다.


"흥, 사과하러 왔다는 거 거짓말이죠? 햇츙들도 그렇고, 사령관님도 나빠..."

"아냐, 아냐 리제야! 진짜 미안해서 찾아온거야."


사령관이 당황하며 손사래까지 치며 말하자, 리제는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듯, 이불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물어봤다.


"...진짜로요?"

"응응, 진짜로."

"...힝, 알았어요 그럼. 용서해줄게요 주인님."


의외로 빠르게 리제가 사과를 받아주자, 당황한 사령관이 응? 하며 리제의 얼굴을 쳐다봤다. 리제는 사령관의 눈을 피하며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그...제가 문을 부숴버리고, 다른 햇츙들 놀라게 한 일도 있으니까....그러니까, 그게...저, 저도 죄송해요...주인님...그러니까..."


리제는 다시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역으로 자신의 잘못을 사령관에게 사과했다. 당황한 사령관의 얼굴을 쳐다보던 리제가, 이제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사령관에게 부탁했다.


"제발...저는 버리지 말아주세요 주인님...정말 죄송해요...오에엑..."


이제는 정말 울어버리려는 리제의 모습에 당황한 사령관은 곧바로 리제를 끌어안았다. 리제는 사령관이 자신을 끌어안았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해서 이전처럼 기절할 뻔 할 정도로 놀랐지만,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는 사령관의 모습에 리제는 포근함과, 왠지 모를 가슴 속의 아려옴을 느꼈다.


"내가 미안해...아직도 너를 아이마냥 생각해서 이런 잘못을 저질렀어...이런 말로 풀리지야 않겠지만...정말 미안하다 리제야..."

"...아니에요 주인님, 이렇게 와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해요."


자신을 안아준 사령관을, 리제는 다시 안아주며 똑같이 사령관의 등을 토닥여줬다. 리제는 처음 느껴보는 듯 한, 마음 속의 따스한 모정과 같은 사랑, 그리고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정말 다행이네요 주인님, 리제가 받아주다니."

"정말로, 거기에 리제가 직접 자기때문에 힘들어한 다른 아이들한테 사과하러 간다고까지 하니...성장한걸까?"

"후훗, 정말로 그런 거 같네요."


어느새 잠들어버린 채, 사령관의 허벅지를 배게 삼아 색색하는 가벼운 숨소리를 내며 누워 있는 리제를 사령관과 레아가 웃으면서 쳐다봤다. 한층 더 성장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사령관이 대견스러운 듯 빚어주는 것도 모른 채, 리제는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오르카의 트러블메이커이자 문제아였던 리제는, 이 날의 소동을 계기로 다시 조금 더 성장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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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은 처음부터 최대한 미루지 않고자 당일치기로 쓰다보니 되게 생각했던 것보다 묘사가 간략화되고 날림으로 전개가 진행된 거 같다...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