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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물건을 몇 가지 고르긴 했지만, 그걸로 발할라와 보내는 시간이 마무리된 건 아니었음.

방문 시각이 늦은 만큼 낮에 방문한 호드보다는 좀 오래 머무르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게 되어 있었으니까.

구체적으로는 다음 낮에 둠 브링어 쪽으로 향하기 전까지가 발할라에게 주어진 시간이었지.

 

해서 뭘 하며 보내게 되었느냐면- 당구였음.


쇼핑몰 내에서 놀만한 시설이 별로 없기도 했고, - 그렘린 중에는 끝까지 게임 센터를 목놓아 주장하다가 끌려나간 개체도 있긴 했지만 - 다소 느긋한 템포로 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


사실 처음에는 적당히 VIP용 라운지에서 찾아온 대원들이랑 이야기라도 나눌까 했는데, 호드 쪽에서는 사격으로 내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묘하게 레오나를 자극했는지 이쪽도 뭔가 해보자고 강하게 주장했거든.


- 사격이면 모를까, 당구 같은 건 정말로 해 본 적이 없는데….

- 호드 쪽처럼 무리한 내기를 걸 생각은 없으니 부담 가지지 마.

 시간은 많고, 기본적인 건 가르쳐 줄 테니까.


라는 것으로 사령관에 레오나, 발키리나 드물게 의욕을 낸 샌드걸이 몇 명씩에 참가는 사양했지만 구경은 하고 싶다는 베라나 님프 등등이 더해져서 밤중에 당구 시합(혹은 교실)이 열리게 되었지.


*   *   *


대충 두어 시간 정도가 지난 후,


- 놀랐어, 사령관.


레오나는 정말로 순수하게 감탄했음.


- 이렇게까지 괴멸적일 줄은.

- ……조,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될 거야?

- 확언하지 않는 자기 평가는 높이 사 줄게.


사령관은 당구를 정말로, 정말로 못 쳤거든.

얼마나 못 하냐면 구경만 하려고 왔다는 님프가 사령관이 하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어서 도전한 결과 사이좋은 맞수가 될 정도로.

건너편 테이블에서 트릭 샷으로 진기명기를 찍고 있는 부관 발키리랑 샌드걸은 가져다 댈 수조차 없는 건 당연하고.

감각적인 부분을 포함한 신체능력이야 당연히 최상이고, 기초적인 궤도 예측도 하지 못할 만큼 이해가 느린 것도 아닌데 이런 참사라니.


- 사격은 곧잘 했다면서?


호드에 대한 정보 대부분은 모듈을 통해 전달 받은 정도지만, 라이벌이라는 의식은 있어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쪽의 실력은 객관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던 레오나였으니 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


- …그야 평소부터 연습했으니까.


뭐, 그것도 당구대에 기댄 체 꺼낸 사령관의 대답에서 묻어 나온 분함을 알아챈 순간 (귀엽다는 생각에) 별로 중요하지 않아졌지만.


- 앞으로는 이쪽도 연습해 봐. 물론 내킨다면.

- 어울리는 사람이 되란 이야기?

- 아니. 사령관도 전쟁 이외의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단 이야기야.


우리에게 준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그것 만큼은 진심이었기에 숨김 없이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주변 전체에 정적이 감돌아서 되려 레오나 쪽이 동요했음.

아닌 게 아니라, 사령관 뿐 아니라 부대원들까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거든.


- 레오나가 웃는 건 처음 본 것 같아.

- 그렇, 네요.


그리고 그 원인은 레오나의 냉철한 이성으로도 예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고.

살짝 입을 벌렸다가 황급히 닫고, 레오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홱 틀었음.


- ……잠깐, 마실 걸 가져와야겠어.

 샌드걸. 내가 돌아올 때까지 사령관의 실력을 봐 줄만한 정도로는 끌어올리도록 해.

- 어려울 것 같지만, 노력은 해 보죠.


레오나가 북풍 같은 기세로 젖히고 나간 문을 잠깐 바라보다가, 사령관은 남은 대원들을 둘러보면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지.


- 이 당구장에 드링크 바도 있지 않았어?

- 짓궂은 질문을 하시는군요, 각하.


부관 발키리는 그렇게 에둘러 표현했지만, 다른 대원들은 - 샌드걸들은 씩 웃으면서, 베라랑 님프는 난감해하면서 - 찰랑거리는 잔을 들어올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지.


- 어쩌면 좀 더 귀한 선물을 찾으러 가신 걸지도 모르겠군요.

- 그러면, 레오나의 탐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빌면서 건배라도 할까?


너나 할 것 없이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구호를 외치고, 사령관과 발할라의 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음.

물론 방문을 나선 후에는 느릿하게 움직이던 레오나의 귀에도 똑똑히 들릴 만큼 쾌할하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소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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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할라 편도 이걸로 마무리이빈다

발할라 자체가 전체적으로 도시적인 분위기라 그런가 요런 쪽에 어울리는 것도 같스빈다

복장은 (스킨 없는 대원 포함해서) 도시 암살자 시리즈에 가깝지 않을까 하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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