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라붕이는 잠을 자다가 이상한 바람에 눈을 떴어.

분명 자신은 수면런을 돌리고 자취방의 침대에서 자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상하게도 폐가에서 눈을 뜨게 된거지.

납치를 당했다기엔 두손발이 자유로웠어.

결국 영문을 모른채로 폐가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데 폐가는 짚과 흙으로 만든 집이고 바닥에는 낙엽이 수북했지.

다른 집들과 동떨어진 곳인지 주위에는 아무런 집이나 인기척이 없었고 산 중턱 즈음에 위치한 것 같았어.

그때 비명 소리가 들려 황급히 고개를 돌아보니 왠 한복을 입은 처자가 자신을 보고 엉덩방아를 찧는거야.

"인...인간? 남자?"

생김새를 보아하니 이상하게 자기가 수면런을 돌리고 있던 게임 라스트오리진의 그리폰을 똑같이 닮은 것 같아.

그리폰은 얼굴이 새햐얘진채로 뒤로 엉거주춤 물러나더니 그대로 도망쳐버렸어.

머리에 이고있던 떡이 든 소쿠리를 그대로 놓아둔채 말이야.

라붕이는 그렇게 얼굴이 새햐얘질 정도로 자기가 충격적이게 생겼나 좌절감에 빠지겠지.

그것도 잠시, 결국 마음약한 라붕이는 소쿠리를 돌려주기 위해 그리폰이 갔던 방향으로 향했어.


산에서 내려와본 곳은 왠 한국민속촌인지 한옥마을인지, 그렇다고 보기엔 한복입은 여자들만 바글바글했어.

게다가 자세히 보니 전부 라스트오리진의 캐릭터들처럼 생겼지.

우리 눈치없는 라붕이는 요즘 k-문화 때문에 한복도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행인가 싶었지.

그런데 라붕이가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어.

다들 라붕이의 모습을 쳐다보기 시작한거야.

그 수십수백의 시선이 라붕이에게 쏠리자 라붕이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어.

"인간...인간이야..."

"어떡하지? 포졸들에게 알려야하는거 아냐??"

이런 소리가 군데군데 들려오기 시작하고 라붕이는 자신이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나 곱씹기도 하고 도망쳐야하나 걱정되기도 했어.


그때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이끄는 것이 느껴져 아래를 내려다보니 왠 안대를 쓴 소녀가 있었어.

"짐을 따라오거라!"

'좌우좌?'

다시 둘러보니 이미 포졸 복장을 한 켈베로스들이 인파를 물리고 있었어.

여기서 라붕이는 이 좌우좌는 꽤 높은 지위에 있는 녀석이 아닐까, 그리고 자신은 다른 곳이로 납치,이동한게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생겼지.

인적 드문 곳으로 이동한 좌우좌는 다시 한번 라붕이의 손을 잡았어.

"부디 짐의 권속이 되어다오! 부탁이다!"

"..엥?"


이후 그녀로부터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지.

"이곳에서는 인간은 권속과 다른 1명뿐이니라!"


그녀는 왕이었어. 그녀의 할머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라고 불리는 대왕 콘스탄차였어. 

처음 이나라를 세운 왕은 '태조' 라비아타. 그녀는 기존의 왕이었던 인간 '철남충'을 대검으로 가르고 새로운 왕조 오르카를 세웠어.

그러나 인간을 베었던 것 때문에 많은 반발세력들이 일어났고 이를 억누르느라 모든 힘을 써버렸지.

그녀의 뒤를 이은 것은 '태종' 앨리스였어. 인간 남자가 없었기에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결국 왕조의 모두가 50년마다 번갈아가며 왕위를 이어받는 것으로 맹세했지. 라비아타는 전투모듈을 분리하고 신안나 섬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러 떠났고 뒤를 이어받은 앨리스는 철권통치를 내세웠어.

그 다음이 바로 콘스탄챠였어. '철남충'이 쓰러지고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인간이 없는 시대에 필사적으로 지금의 문화와 제도를 만들고 국력을 강화해나갔어.

이후 콘스탄챠가 전투모듈을 분리하고 영원한 안식에 들고 몸이 약했던 드리아드가 왕위를 물려받았을 무렵 사건이 터졌지.

옆나라 펙스에서 본인을 금태양이라 칭하는 인간남자가 나타난거야.

이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인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바이오로이드들의 특성상 그를 따르는 바이오로이드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

금태양은 자신을 태양대군이라 칭하고 야만족 '철충'을 물리치고 주변 지역을 정복해나갔어.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가혹적인 통치는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상처를 남겼지.

이제 태양대군은 오르카를 노리기 시작했어.

첫 전투에서 드리아드는 인간의 절대명령에 대한 저항으로 모두에게 귀마개를 씌웠으나 인간이 있는 군대와 인간이 없는 군대의 차이는 컸어. 

그의 곁에는 그를 따르는 경험많은 북쪽 지역 '부우우욱바아아앙'의 레오나와 서쪽 '스틸라인'의 마리 장군이 있었기에 피해가  압도적이었지.

결국 계속 패배하고 패배하여 오르카는 10분의 1로 줄고 드리아드는 사망, 이제 좌우좌는 다 크기도 전에 왕위를 물려받아야 했어.


***

"그러나 이젠 다르다! 권속이 왔으니 이제 반격의 때가 온 것이다!!"

라붕이의 손을 붕붕 흔들며 기뻐하는 좌우좌를 보고서도 라붕이의  마음은 착잡했지.

본인은 전쟁은 겪어보지도 않았고, 갖고 있는 군 관련 지식도 군대에서 배운 것 밖엔 없었지.

무엇보다 다치고 죽고싶지 않았어.

그래, 솔직히 인정해서 무서웠어.

펙스를 제외하고 이 나라에서 단 한명의 인간이라는 중압감. 전쟁에서 본인의 잘못된 지시로 죽게될 많은 바이오로이드들.

라붕이는 좌우좌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어.

"지금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은 밤이 깊었으니 왕궁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도록 하자!"

'그래. 내일 대답해야지'


그날 밤은 유난스런 소나기가 많이 오고 천둥이 많이 치는 날이었어.

부득부득 우겨 라붕이의 옆에서 동화책을 읽다 자게 된 좌우좌는 천둥이 칠 때마다 라붕이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어.

"으으...무서운 것이다..."

귀를 막으며 품에 들어온 좌우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라붕이의 생각은 바뀌었어.

'이런 어린애한테까지 전쟁의 참혹함을 배우게 하다니..'

라붕이는 결심했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우선 바이오로이드들을 모아 국력을 키우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 금태양에게 들어가선 역풍을 맞을 뿐이니 최대한 존재를 숨길 것.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소쿠리를 그리폰에게 돌려줄 것.




앗 적고보니 조선시대랑 겹치는게 별로 없기도 하고 통발도 꽉 찼네.

누가 이런 컨셉으로 대신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