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물을 본 대장들을 다루는법(둠 브링어)


"ㅅㅂ ㅅㅂ ㅅㅂ"

콘솔의 알림음을 애써 무시하며 나이트앤젤은 둠 브링어의 숙소를 향해 달려갔다.


3일전 오르카라이브에 후회물이라는 글이 올라오고부터 나이트앤젤을 비롯한 둠 브링어 인원들은 대장인 메이가 그 글을 모르게 하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후회물 글 자체도 오르카라이브도 문제였다.

아직 사령관과 제대로 된 진도도 못나간 메이를 위해 지금껏 오르카라이브(최다조회, 최다추천 모두 사령관과 바이오로이드들의 동침 후기인 그곳)에 대해 숨겨온 것이 걸린 걸까?

숙소를 향해 달려가는 나이트앤젤은 제발 최악의 사태는 피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였다.


나이튼앤젤을 인식한 둠 브링어의 숙소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다이카부터 벤시까지 각 잡힌 차렷 자세로 서있는 대원들과

메이의 지휘콘솔?


'퍽'

소리와 함께 나이트앤젤의 이마에 부딪친 지휘콘솔을 느끼며 나이트앤젤은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빨리빨리 안 와?"

평소 같으면 한마디 쏘아 붙여줄 나이트앤젤이였으나 지은 죄가 있는지라 이마에 흐르는 피를 애써 무시하고 얌전히 지휘콘솔을 메이에게 돌려주고 다이카옆에서 차렷자세로 대기했다.


"난 대령을 믿었는데 이게 뭐야!"

메이는 아직도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이번엔 서류 뭉치를 던졌다. 

"죄송합니다."

서류 뭉치를 얼굴에 맞아가면서도 나이트앤젤은 사과했다.


"나 빼고 모든 지휘관들이 다 알더라! 둠 브링어도 마찬가지고! 근데 왜 나만 모르는건데! 심지어 브라우니들도 아는걸!"

"죄송합니다." 나이트앤젤은 거듭 사과했다.

"꺼져! 꼴도 보기 싫어! 다 나가라고!"

다시 한번 날아온 지휘콘솔은 들어올 때 맞은 곳에 정확히 명중했다. 흠칫거리는 대원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주며 나이트앤젤은 그들과 함께 방을 나왔다.


"괜찮으신가요?"

피범벅이 된 상처부위를 닦아주며 다이카가 물었다.

"예상보다 많이 참아주시더군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일단 소독이라도..."

밴시가 어디선가 구급상자를 꺼내왔다. 

"부탁하죠. 그보다 다이카, 조사한 건 어떻게 됬죠?"

"다른 부대들도 똑같아요. 지휘관분들과는 별도로 범인을 찾고 있는 눈치지만 큰 성과는 없나 봐요..."

"일단 자리를 옮기죠."


다른 부대의 부관들이나 동기인 피닉스에게도 확인했지만 상황은 다들 비슷했다.

'후회물'이라는 폭탄을 던지고 홀연히 사라진 '범인'의 정체는 다들 모르는 것 같다.


밴시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범인'에 대한 사소한 단서라도 확보된 것이 있는지 한참 토의 중

나이트앤젤의 단말기가 울렸다.

'잠깐 와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밴시, 지혈은 된 것 같으니 거즈 좀 치워주세요."

"대령님 저도 함께 갈까요?"

"아니요. 따로 저에게만 메시지가 왔잖아요. 다이카는 '그' 건에 대해 좀 더 신경 써주세요."


메이의 개인실 앞. 나이트앤젤은 한번 더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대장님. 나이트앤젤입니다."

"...들어와."


앞에선 나이트앤젤을 뚱한 표정으로 보던 메이가 말했다.

"...스텔스 기종이면 그런건 좀 피해."

조금은 침울해 보이지만 평소와 같이 틱틱거리는 메이의 말을 듣고 나이트앤젤은 긴장을 풀었다.

"스텔스는 탐지가 안되는 기능이지 회피 능력을 상승 시켜주는 능력이 아닙니다, 대장."

메이의 앞에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나이트앤젤은 말을 이었다.

"며칠 있으면 알아서 회복되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걱정한 적 없거든?!"

"속인 건 미안합니다, 대장."

"됬어! 괘씸하지만 대령이 뭔가 생각이 있었겠지."

"그 건에 관한건데..."

순간 메이가 움찔했다.

"스카디양 말로는 우리 둠 브링어에는 용의자가 없다는군요."

"당연하지. 우리가 어떤 부대인데."

"스카디양이 현재 모든 단말기들을 점검 중인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합니다.

 스카디양과는 별개로 080기관과 시티가드도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우리도 레이스가 정보를 모으고 있긴 한데 전문분야가 아니라 장담하긴 힘들구요."

"결과 나오면 알려줘."

메이는 벽을 응시하며 말했다.


'어휴 저 화상... 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나 보다.'

어쩌겠는가 자신, 나이트앤젤이나 되니 메이의 태도만 봐도 각을 잡지...

"사령관님은 그런 글 봐도 이상한 생각 안하실테니 걱정마십쇼."

"내가 그런 걱정을 왜 해!"

"뭐 사령관님께서 막 부임 하셨을 때야 하극상 그 자체셨지만 요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 아마 괜찮을겁니다."

"왜 갑자기 아마가 붙는데?"

"사령관님이 평범한 분이시라면 정말 기분 나쁠 일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사령관님은 마음이 넓은 분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야이씨... 야!"


'좀 심하게 놀렸나'라고 나이트앤젤이 잠깐 고민하던 도중 메이가 말했다.

"사령관이 그 글 봤을까?"

"직접 보셨을지는 모르지만 오르카호가 발칵 뒤집힌 일이라 어느 정도는 아실껍니다."

"나앤... 그 글에서 내가 좀 그랬잖아... 사령관도 거기까진 모르지 않을까?"


좀 그랬다라... 그 후회물에서 메이는 사령관에 대한 도 넘은 무례는 물론이고, 새로운 인간에 홀딱 빠져 사령관을 내쫓기 위해 갖은 모략을 펼쳤는데 좀 그랬다라...


"아뇨. 아실겁니다."

"어느 정도 알꺼라며!"

"네. 어느 정도요."


다시금 침묵. 흔들리는 눈동자,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 삐질거리는 땀...

뻔하다. 분명 사령관에게 미움 받을까봐 저러는거겠지.

'분명 멸망 전 기록 속 메이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였는데,

 우리 대장은 왜 이럴까... 왜 사령관이랑 엮이면 부끄럼 많은 사춘기 소녀가 되나요 대장...'


"그러닌까 평소에 잘 하셨어야죠. 말도 좀 이쁘게 하고, 사령관이 오면 못 이기는 척 좀 안기면서!

 ??? 뭔 생각을 하시길래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는 겁니까? 좀 전까지 미움 받을까 전전긍긍 하시더니 안긴다는 말 듣자마자 부끄러운겁니까? 하나만 하십쇼 대장..."

"아, 아니거든?!"

슬슬 머리에 피가 쏠리는게 느껴진다. 이거 상처 터지진 않겠지?

"어찌되었건 사령관님 앞에선 이상한거 하지마십쇼. 아무리 사령관님이라도 그런 글 보고나면 기분이 안 좋으실 겁니다.

 맘에 안 드는 일 있더라도 좀 참으세요. 괜찮다 싶으면 맞장구도 쳐주시고."


한참 동안 메이를 달래고 어르며, 덤으로 사령관님께 제발 잘 좀 보이게 뭐라도 해보라고 신신당부한 나이트앤젤이 돌아가려는 찰라 메이가 나이트앤젤을 다시 불러 세웠다.

"그리고 나앤."

"네. 적당히 떨어진 조용한 섬 하나 봐둔곳이 있습니다. 범인 잡아서 조지기 딱 좋은 곳이죠. 어떻게 조질지 의논중인데 함께 가십니까?

"당연하지."


원래 대인 집단 린치는 둠 브링어의 특기도 아니고, 부대 컨셉에 맞지도 않는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적당히 가공해서 신께 보내면 알아서 판단 하시리라.


---------------------------------------------------------------------------------------------------------------------------------------


예상보다 추천 많이 받아서 한편 더 올림.

원래 발할라 다음은 스틸라인으로 가닥 잡았는데, 다시 보니 이상해서 수정중...


느낀점 : 하루에 작품 하나씩 꼬박꼬박 올리는 놈들은 무슨 괴수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