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추천 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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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니아가 막 복원되었을 당시, 사령관은 티타니아의 복원을 기념하는 쫑파티를 열었다.


그저 아주 간단한 환영식 같은 것이다.

인원도 같은 페어리 시리즈들의 멤버들로만 채워 적당히 냉동식품을 뜨겁게 데운 것으로 회식하는 느낌이다.


"..."

"티타니아, 복원된 걸 축하해.


이는 '복원되기 싫었다'고 말한 티타니아를 위한 일이었다.


그녀의 멸망 이후 새로운 생일인 셈이다.


이 생일잔치의 주인공인 티타니아는 그저 사령관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레아를 비롯한 다른 페어리 시리즈 자매들도 평소의 성격들을 숨기려고 했다.


왜냐하면 여왕의 심기를 거스르고 얼어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아만이 사령관 앞에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님 덕분에 자매들과 모여 가벼운 축하 파티를 하다니... 그 배려심에 정말 감사드려요."

"뭘 이정도 가지고... 하하."

"..."


티타니아는 평소와 다름 없는 찌뿌등한 표정이지만 누가 해달라했나? 라는 메시지를 못 알아 볼 사람은 없었다.


"그럼 오르카 호에서 복원된 티타니아의 생일을 위하여!"


티타니아를 빼고 다 같이 종이컵으로 건배! 를 외쳤다.

그리고 사령관이 냉동에 손을 대자 그제야 다들 한 입씩 먹기 시작했다.


티타니아 빼고 말이다.


"저... 주인님..."

"왜 리제?"


리제의 표정에서 기대감이 느껴졌다.


"저도... 생일... 축하해주실수 있나요...? 그... 제조된지 2년... 하고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사령관은 음, 어쩔수 없군. 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래? 하긴 티타니아만 생일을 챙겨주는 건 불공평 하겠지? 앞으로 달마다 생일인 인원들을 모아서 생일 파티라도 해야겠는 걸?"

"정말 좋은 아이디어세요 주인님."

"아쿠아도 좋아!"

"기념일이 점점 많아지네요 주인님."

"생일...에 생일선물도... 후훗... 주시나요?"


잘 나가다 드리아드의 말에 사령관은 심각해졌다.

동침 일정등을 조정하면 되겠지만 그럼 기존 동침 인원들과도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 레아가 말했다.


"그래요! 생일 잔치에는 선물이 있어야죠! 저도 한 2달 뒤에 제가 제조된 날짜와 가까워지는 데... 받은 선물을 방에 장식해둘 생각을 하니 어쩜..."

"아..."

"그래 맞아, 뭔가 필요한 물건도 좋고, 귀여운 물건도 좋겠지? 크리스마스때가 생각나는 걸?"


레아는 사령관을 배려해주듯이 '선물'을 '물건'으로 확정지었다.

드리아드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뒤에 리제도 섹스냐 선물이냐로 드리아드에게 분노해야하나 레아에게 분노해야하나로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했다.


"내가 손수 준비한 선물도 저번 크리스마스때 받았으니까... 티타니아는 뭘 가지고 싶어?"

"아무것도."


티타니아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화기애애하고 행복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식혀질 사령관이 아니었다.


"뭐든지 오르카호가 감당할만한 선에서..."

"너의 손가락을 줘, 잘라서."

"..."


티타니아의 말 한 마디에 정적이 흘렀다.

리제는 다른 모양이었지만, 옆에서 다프네가 리제의 손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매들의 생각을 대변하기 위해 레아가 직접 말했다.


"티타니아? 아무리 그래도 주인님에게 그런 무례한 말은..."

"그만, 레아, 아무래도 그건 무리일 것 같아 티타니아, 왜냐하면 내가 다치면 슬퍼할 대원들이 많거든, 혹시 다른 거 있을까?"


티타니아는 순간 내 말을 못알아 듣는 건가? 싶었지만 사령관의 고요한 미소를 보고 그것이 아님을 알았다.


"없어."

"작은 거라도 하나 있을까?"


티타니아는 생각해보니 자신에게는 선택권이 없음을 알았다.

바이오로이드는 주인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네가 여왕에게 주고 싶은 걸 줘."

"알았어, 티타니아 그럼 기대해줘, 그럼 마저 먹고 끝낼까?"

"저희 자매의 생일 잔치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레아는 마지막까지 주인에 대한 예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티타니아를 제외한 다른 페어리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




"오르카호 댄스배틀 대회를 개최한다!"

"..."


별거 없었다.

그냥 사령관과 춤추기 뿐이다.


"티타니아, 꼭 참가해줘."

"싫다면?"

"너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게 있어, 선물 받기로 했지?"

"..."


물론 참여하고자 하는 대원이 너무 많아 각 부대당 대표로 인원을 추려냈다.


지휘관이 뚜렷한 부대는 대부분 지휘관 개체가 입후보 했지만, 퍼블릭 서번트나 애니웨어 시리즈 내에서는 거의 박빙의 승부...가 있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라의 양보로 소완과 이터니티로 추려졌으며 간발의 차로 이터니티가 애니웨어 대표로, 그리고 퍼블릭 서번트 내에서는 LRL이 추천받았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LRL이 자긴 관심없다며 꾹 참으면서 흑흑거리는 모습에 너도나도 양보했기 때문이다.


물론 페어리 시리즈 내에서는 모두의 눈치와 양보로 티타니아가 출전했다.


"다... 바보같아..."


스마트엔조이의 타치를 시작으로 마리, 레오나, LRL, 칸, 닥터 등등... 계속 이어져갔다.


춤이 아니라 거의 서커스에 가까운 부대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령관과의 춤 속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티타니아의 차례, 사령관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티타니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왕에게... 쓸데 없는 짓 하지마..."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을 위해서야."


스프리건의 '뮤직 큐!' 와 함께 사령관은 티타니아와 춤췄다.

마지막임에도 크게 임팩트는 없었다.


티타니아도 그저 사령관의 리드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스텝을 하나 하나 내리칠때마다 티타니아는 사령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춤이 끝났다.

그녀의 능력만큼이나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하지만 차분한 박수와 함께 댄스배틀 대회는 막을 내렸다.


/


우승자는 '슈퍼 하이테크 리드 강화외골격'으로 로보틱스 듀오 춤을 춘 닥터다.

구체적인 우승사유는 '강화 외골격 듀오 댄스는 못 참는다'는 브라우니들의 몰표 덕분이다.


티타니아와 사령관의 춤은 순위권에도 가지 못했다.


우승자인 닥터와 한 번 더 춤추고 '잘했다 잘했어 비행기'까지 태워주고나서 사령관은 티타니아에게 찾아갔다.


티타니아는 페어리 시리즈 내무반 바로 옆에 마련된 창고를 개수해 만든 독방에 있었다.


사령관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티타니아는 저항의 무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연 사령관은 침대에 걸터 앉은 티타니아의 곁에 앉았다.


"다 같이 댄스배틀 대회한 건 어땠어?"

"여왕의 새로운 쓸모없음을 알게됐어."

"분한거야?"

"그럴리가."


티타니아의 표정은 전혀 좋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기분 나쁨'만이 표시되었다.


"혹시 티타니아가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냥... 한 소리야."

"영문 모를 소리는 하지마."


티타니아는 한기를 내뿜었다.

사령관은 순간 발이 시려워 움찔했다.


분명 나가라는 뜻일거다.

하지만 사령관은 나가지 않았다.


"티타니아는 꿈이 있어?"

"꿈...? 갑자기?"

"응, 갑자기."

"죽지못해 살아가는 고통속에서 꿈따위 생각해본적도 없어..."

"정말로?"

"어."

"그렇구나..."


'여왕이 꿈을 가졌으면 하는 거야...?' 간신히 참아낸 티타니아는 말을 아꼈다.


'기회'는 희망고문이기 때문이었다.

말했다면 분명 '응'이라 말할테고 또 어떤 바보같은 짓을 할지 모른다.


티타니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이제 가볼께, 하고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지 사령관 실로 와줘."

"..."


무시하는 척.

티타니아는 분명히 들었다, 하지만 애써 그것에 답하지 않음으로써 무시했다.



"아 맞다, 혼자있으니까 심심하지 않아?"

"아니... 아무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게 더..."

"그럼 귀마개랑 안대는 어때?"

"응...?"

"혼자있는 시간이 더 조용하고 고요하면 일과 끝나고 휴식하기 쉬울거야. 이건 지금까지 페어리 자매들의 말과 달리 제대로 따라줘서 고마워서 주는 내 선물이야, 깜빡하고 그냥 갈뻔했어."

"선물...? 이런 건... 아니야 받을게."


이것도 싫다고 했다가는 어떤 걸 준비할지 알 수 없었던 티타니아는 사령관이 준 안대와 귀마개를 받았다.


여왕의 거절은 사령관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미 지난지 한참이지만... 생일 축하해 티타니아, 그럼."


사령관은 그제야 밖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티타니아는 밖에서 주인님을 기다리는 리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사령관과 다른 페어리 자매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꺼져도... 꺼진게 아니야... 제기랄."


그리고 자신의 손에 있는 안대와 귀마개를 보았다.


"..."



[주섬주섬]




착용했다.

그리고 누웠다.



/








'레아를 죽여...'


'넌 그 말 밖에 못하는 거야?'


'증명하지마... 굳이... 현실과 마주하고 싶은 거야?'


'레아라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텐데...'


'그 년은 패배해본적이 없을테니까...'


'넌 패배하기만했으니까 계속 가만히 있는 거구나?'


'죽여...'


'넌 그말 말고 다른 말은...'


'그 인간을... 죽여...'


'왜...?'


'너에게 또 패배를 경험시켜줄테니까.'



/



"으아악....! 하아... 하아... 안보여... 안보여... 아... 안대..."


티타니아의 뺨에는 성에가 끼었다.

사실 얼굴뿐만 아니라 팔, 다리, 배까지 전부 끼어있었다.


악몽에서 깨는 순간 티타니아가 쓴 능력으로 인해 몸 전체에 성에가 낀것이다.


"..."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저 하얗게 낀 냉장고 안에 성에가 아니라 겨울 밤 창가의 창문 한켠에 그려진 서리로 만들어진 결정만큼 아름다웠다.


그것이 아름다운 신체에 수놓아져있다면 그건 분명 아름다움이다.


"..."


티타니아는 손톱으로 그것들을 떼어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그리고 거울 앞으로 몸을 옮기기 위해 이미 떨어져나간 조각도 있었다.


그리고 먹먹한 귀에 달라붙은 귀마개까지 떼어냈다.

그러자 잠수함 내부에서 들려오는 기계음들이 평소보다 선명하게 들려왔다.


"..."


티타니아는 오늘의 일과인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갔다.


/


"표정이 좋지 않네 티타니아?"

"..."


식당에서 사령관을 만났다.

그리고 티타니아는 어떻게 자신의 표정만 보고 생각을 알아채는 거냐고 속으로 욕했다.


"귀마개랑 안대는 어땠어?"

"쓸... 아니 푹잤어."

"다행이야."

"그래..."


티타니아의 모른척과 무시는 이미 도를 닦는 영역에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령관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티타니아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럼 잠깐 이야기좀 할까?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티타니아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러시던지."


사령관은 먼저 식사를 재빨리 마치고 태블릿PC를 들고 간단한 업무를 하며 티타니아를 기다렸다.


일부러 느리게 먹어 사령관을 회의장으로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사령관은 '다음에 만나자'며 약속을 잡아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끝내버리는 게 낫다.

티타니아는 고순조를 뒤적거리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잔반통 안에 부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사령관을 바라보자 사령관은 어느세 일어나 있었다.



/


오르카 호, 지휘관 회의장 근처 복도.

사령관은 티타니아를 끼고 걸어가다, 이쯤이 좋겠다고 말하며 티타니아를 멈춰세웠다.


"내 필요에 의해 복원되는 게 싫었다고 한 티타니아를 복원해서 미안해."

"갑자기?"


사령관은 사과했다.


"응, 갑자기."

"너는 왜 그렇게 계속 갑자기 말하는 거야?"

"원래는 좀 뜸들이다 말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래, 또 만나자고 하면 티타니아가 힘들테니까."


티타니아는 찔린듯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사령관의 태도를 보자 들킨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래서 그걸 여왕이 알게 되면 뭐 어떻게 생각해달라는 건데...? 여왕이 용서해줬으면 하는 거야?"

"아니."

"원하는 게 있지 않아?"

"먼저 말하지 않으면 티타니아도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어. 혹시 하고 싶은 말 있어?"

"..."


타타니아는 입이 떨어질 듯 말 듯 했다.


"여왕... 사실 어젯 밤에 악몽을 꿨어."

"응... 이제 시간이네? 다음에 이야기 해줄래?"

"응..."


사령관은 아쉽게도 지휘관 회의에 참여해야했다.

티타니아의 아쉬운 듯한 실망감이 냉기가 되어 사령관의 등에 타고 흘렀다.


사령관이 티타니아의 마음을 잘 캐치한 건 기분따라 나오는 냉기 덕분이었다.

사령관 자신은 이따가 회의 끝나고나서라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티타니아는 그 사실을 몰랐다.


사령관이 방금 말한 '시간이 없다.'는 말만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



지휘관 회의가 끝나고 티타니아의 일과도 끝났을 무렵.

사령관은 티타니아의 방에 찾아갔다.


"티타니아, 악몽을 꾸었다고 했었지?"

"아니 잘못 말한거야. 여왕이 꿈을 꿀리 없잖아, 그이야기는 하지마."


티타니아는 싸늘하게 말했다.

사령관도 이건 괜히 물어봤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티타니아도 악몽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뒀고 그걸 굳이 또 자신 앞에서 할 필요는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티타니아는 매서운 눈으로 사령관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이만 가라는 식으로 사령관에게 말한다.


"여왕은... 바빠, 그러니 다른 건 생각도 못해 그러니까 그만 물어봐."

"평소에 아무것도 안한다며."


티타니아의 뺨이 붉어졌다.

하지만 표정은 그대로였다.


"이제 생겼어."

"뭔데?"

"꿈...에 대해 생각하는거."

"그게 어떤건데?"

"어제 안대와 귀마개를 하고 잤는데... 내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더라고."


티타니아는 사령관과 함께 앉아있는 침대 위에서 사령관 쪽으로 몸을 틀었다.


"꿈에서 들은 목소리가 여왕에게 레아를 죽이라고 했어...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이 우습더라고, 레아는 내 잔재주에 걸리지도 않을 뿐더러 늘 나에게 조심하고 있거든, 그리고 네가 여왕에게 레아나 자매들에게 조심해달라고 했잖아? 그래서 포기했어."

"그렇구나..."

"하지만... 여왕에게 새로운... 꿈... 아니 목표... 아니... 원하는 것... 아니... 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들어주겠어?"

"들어줄게."


사령관은 티타니아의 변화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사령관이 할 수 있는 건 그녀와 이따금 만나며 모래 한 알만큼 친해지는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실이 맺어졌다.

사령관 본인만 알아챌 수 있는 그녀의 미소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티타니아는 침대위에서 사령관의 허리와 뒷목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럼 말해줄... 읍..."


티타니아는 사령관과 입을 맞추었다.


"흡... 푸하... 넌 내꺼야... 그러니까 이제..."


입을 맞춘 티타니아는 이대로 사령관을 놓아주고싶지 않은 것처럼 끌어안았다.




"티타니아?"

"얼려져버려."





/






티타니아가 사령관과 함께 자신을 얼린지 일주일째.

당황한 사령관의 모습과 이를 사랑스러운 얼굴로 사령관을 껴안고 있는 티타니아는 영구적인 박제와도 같았다.


티타니아가 사령관을 얼려버린 뒤, 이를 먼저 발견한 탈론 페더 덕분에 초동 조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얼음이 안 깨져..."


허나 이미 닥터는 시료 채취용 작은 드릴부터 내부의 사령관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지니는 각종 바이오로이드들의 개인화기까지 전부 동원했다.


허나, 깨지지않는다.

오히려 아주 약간의 습기만 있어도 얼음이 더욱 견고해졌다.

밀폐된 방 안에 제습기와 뜨거운 열을 가하는 물리적인 방식으로 아주 서서히 녹이고 있지만 그래서 일주일이나 지났다.


생각보다 티타니아의 얼음이 너무나도 차가운것이다.


오르카 호 내에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이 얼음이 부서지는 날만 기다렸다.

리리스처럼 티타니아를 죽이겠다고 벼르는 바이오로이드들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


결국 3일뒤, 사령관과 티타니아, 모두 오르카 호 내의 과학도들과 공학도들의 노력으로 얼음을 녹여버렸다.


사령관은 수복실로 가게되었고 구속당한 티타니아는 '심문'을 받게되었다.


"..."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모두가 자신이 심문하겠다 했지만 그나마 가장 사적인 감정을 베재하고 현 상황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대할 것 같은 이를 투표로 골랐다.


"어째서 각하를 살해하려 했나?"

"..."

"대답해라."


포로를 대우하듯 말하는 마리는 참고 있었다.

자기 감정과 사령관이 정해준 위계질서에 따른 명령의 간극에서 말이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든 명령 사이의 맹점을 찾아 그것을 근거로 구속 이외에 방법으로 티타니아를 고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령관이 원하는 지향점을 떠올리면 기껏 찾은 맹점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 이유로 리리스와 리제, 소완등은 사령관의 구두 명령이 있기까지 아예 따로 구속중이다.


서로가 서로를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여왕이 원하는 걸 하라고 했어."

"그럼 얼려버려도 좋다는 건가?"

"어린 소년... 좋아하지?"


마리는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말하려는 순간, 티타니아가 이어서 말했다.


"이해해, 그 사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너에게도 허락해줬을거야. 그리고... 여왕에게도 허락해준거야."

"그런 파멸적인 욕망까지 허락해주었다고 생각한다면... 아니다, 적어도 상식적인 한도를 넘어섰어, 심문은 여기서 마차지, 이 이상은 각하께서 해결할 문제이니..."


마리는 분노가 머리 끝까지 미치기전에 밖으로 나왔다.

티타니아는 그저 사령관을 기다릴 뿐이었다.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사령관이 티타니아에게 찾아왔다.


"티타니아, 네가 하고 싶었던 게 뭐였어?"


사령관은 링거를 꼽은체 들어왔다.

안 그래도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신체라 칼로리를 많이 소비하는데 티타니아가 만든 얼음안에 거의 10일 가까이 갇혀 있던 건 상당한 영양실조 상태였다.


원래라면 약 3일간은 안정을 취해야하지만 사령관은 다른 대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서 밥 한공기 뚝딱하고 링거까지 꼽고 심문실 내에 들어왔다.


그리고 티타니아는 둥글둥글한 얼음 수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처럼 사령관을 바라보며 살며시 턱을 괴고있었다.


"여왕에게도, 꿈이 생긴 것 같아, 아주 확실한 꿈."

"꿈?"


그전에 같은 같은 상황 같아도 지금 밖에 리리스를 제외한 컴페니언들과 라비아타를 제외한 배틀메이드들까지 포진해 있다.


또 사령관을 얼려버린다거나 하면 그때는 즉결처형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뭔데 티타니아?"

"여왕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너를 보며... 쭉 살아가고 싶어..."


[털-썩]


그 말과 동시에 티타니아는 쓰러졌다.

10일간의 영양실조는 티타니아에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티타니아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목소리에서 해방되었다.



이후로도 티타니아는 사령관에게 늘 삐딱한 관계가 계속 이어져왔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티타니아도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쉽게 바뀌지만 않을 뿐이다.


"여왕과 함께... 춤춰주겠어? 행복한... 기분이 되고 싶어."


사령관은 늦은 밤에 찾아온 티타니아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리고 한 20분 정도 서로 조화를 이루었을까, 티타니아는 한 번 더 말했다.


"여왕은... 네가 있어서 행복해. 아파도, 괴로워도, 너와 함께하고 싶은 걸 보면... 난... 여왕은 행복한 게 틀림 없어... 이건 분명 꿈 같은 일이야, 고마워."


사령관은 대답대신 안아주는 것으로 답했다.


"그때 얼렸던 거 미안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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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개그물로 레아를 주인공으로 삼은 가디언즈 오브 페어리즈가 사령관을 인질로 잡은 티타니아에게 댄스배틀로 사령관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구상했었는데


쓰다보니 그건 '하고 싶다~'글 쪽이 더 잘써질 것 같고 계속 늘어져서 아이디어도 안떠오르고 해서 그냥 썼습니다...


그럼 다음 소재 추천글은 빨리 쓰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