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식스, 진입한다.


선두에 선 레프리콘이 조용히 속삼임과 동시에,양 옆으로 넷의 그림자가 스쳤다.


정면에 우뚝 서 있는 큼지막한 문. 그리고 그 문을 감싼 싸구려 목재 격자. 어딜 봐도 특별할 거 없어보이는 산 기슭 목재 창고이건만 스틸라인 특무조의 기동은 극도로 어떤 것을 다루듯 빠르고 기민했다. 특무조의 임무를 대하는 자세가 늘상 그런 것이긴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특무조가 투입되었다는 게 다소 어색한 것도 사실이었다.


조용히 벽을 따라 움직이던 브라우니 중 하나가 작은 센서를 꺼내 창틀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창문으로 흐르는 빛의 파장이 스며들듯 퍼져 내부를 빛의 윤곽으로 그려냈다.


-자료 전송됨. 신호에 따라 집행하겠음.

-수신함. 집행 1분 전. 집행 1분 전.

-집행 1분 전 양호. 


조용히 무전을 수신한 레프리콘이 손짓하자, 브라우니들이 문을 향해 모여들었다. 선두에 선 브라우니의 손에는, 손잡이가 달린 길고 굵은 쇳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엄호 중에 있던 브라우니들도 잰걸음으로 문에서 대각선 방향을 향해 전진했다. 


-집행! 집행!


무전소리와 동시에 레프리콘의 수신호가 빠르게 전해졌다.


쿵!

쇳덩어리가 양 문 정중앙을 묵직하게 타격한 순간, 브라우니들이 급속도로 돌입했다. 갑작스런 물리량에 나무문이 속절없이 허물어지며 쏟아낸 파편들이 안쪽으로 쇄도했지만 브라우니들의 동작은 이보다 더 빨랐다. 


“클리어!”

“클리어!”


방이랄 게 없는 휑한 공간이었으니 수색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지야 자욱한 게 맞다 쳐도, 근처에 널브러진 짚풀들이 관리가 안 된 사이 썩어문드러져 지독한 냄새로 바뀐 건 나름 정예인 특무조에게도 곤욕인 듯 투시경 아래 인중이 심히 일그러졌다.


“찾았습니다.”


수색이 끝난 공간으로 팀장 레프리콘이 들어서며 무전을 보냈다. 

바깥에서 약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레프리콘이 절도있게 뒤로 돌아 경례를 했다. 바깥, 정확히는 위에서 내려 온 소리의 정체는 사람 상반신만한 크기의 드론이었다. 


“각하. 특무 2팀이 경예를 표합니다.”

‘다들 고생많았어.’


드론에 장착된 스피커가 사령관의 목소리를 송출함과 동시에, 정면에 장착된 카메라가 위잉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비밀 실험실은 원산에 있는 걸로 충분했는데 말이야.’


사령관이 한숨을 쉬었다.


오두막 한 가운데, 브라우니들이 모여있었다. 누군가는 문을 잡고 있었고, 누군가는 총을 겨누고 있었다. 문은 바닥과 연결되어 여닫이 할 수 있는 구조를 한 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슬쩍 감춰놓은 채였다. 


“돌입할까요?”

‘음...마리, 지원병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사령관이 마리를 부르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었다. 그들이 모르는 사이 총지휘관도 합석한 모양이었다. 


‘입구가 좁아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무조에게 조금 더 맡겨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대화를 듣던 레프리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입구 주변에 모여있는 브라우니를 향해 명령을 전했다.


“찰리 투. 돌입 준비.”


브라우니들이 흩어진 후 제 위치를 잡는 사이, 레프리콘도 개인화기를 정비하며 그들의 사이로 들어가려 걸음을 뗐다.


그 순간,


“누구야?”


낯선 소리.


뒤였다. 후방에 대한 경계심이 본능적으로 터져나온 특무조 전투원들의 몸이 동시에 돌아 총구를 집중했다. 

방금 자신들이 뚫고 들어온 문으로, 달빛을 받은 실루엣 하나가 서 있었다. 약간 긴 머리, 여성스러운 곡선이 드러났다. 철충이 아님은 거의 확실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아군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총구를 겨눈 레프리콘이 소리쳤지만, 실루엣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아무런 긴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특무조의 경계가 커지면 커질수록 실루엣의 몸짓은 더더욱 가벼워졌다.


“어어? 레프리콘? 브라우니? 돌아온거야? 다른 사람들도?”

“움직이지마!”


레프리콘이 재차 외쳤지만 실루엣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꼼짝하지 말라는 손은 오히려 반가움에 감싸여 사방으로 내저었고, 다리는 이미 뛰쳐나갈 준비를 마쳤다.


“젠장!”

‘안돼! 쏘지마!’

탕!


이를 악무는 레프리콘, 소리치는 사령관, 그리고 격발음. 

한번에 쏟아진 상황 속에서 실루엣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쓰러졌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육체가 퍼뜨린 흙먼지가 아른하게 날렸다. 


“젠장!”

‘생사를 확인해라.’


마리 총대장의 명령에, 레프리콘이 입술을 깨물며 경계를 유지한 채 빠르게 앞으로 나섰다. 분명 극도로 날카로워진 브라우니 하나의 우발적 격발.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생사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확인사살이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확인사살의 필요는 없었다. 확인이라는 것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명확히 모를 때 쓰는 것이었으니까.


그 몸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마치 주말 늦잠에서 자다 깬 듯 느릿하고 진득한 움직이었다. 

갸름한 얼굴 한 가운데를 총탄이 정확히 관통했음에도, 눈 앞의 생명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몸짓을 보이고 있었다. 


‘뭐야...저게…’


드론을 통해 사령관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전달되었고, 피격대상을 향한 특무조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마침 달빛이 바뀌며 그 피격 대상의 디테일이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누더기를 입은 더벅더벅한 긴 머리를 가진 바이오로이드. 바로 전 총탄에 관통 당한 얼굴은 피투성이었지만, 피격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지 않게 ‘되고’ 있었다. 


‘재생..?’

‘그런 것 같습니다.’


수복되고 있었다. 총탄에게 일부를 뺏긴 살덩이들이 꾸물꾸물대며 서로를 향해 응집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는 고통도 뭣도 없는 듯, 바이오로이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돌아와….줬구나…모두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아무도 그 마음에 화답해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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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 배설함

다음편은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