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창고에서 쵸코바 훔쳐먹고 싶은데 안드바리가 단단히 지키고있네...”

“이봐, 알비스. 쵸코바 먹고싶어?”

“응! 먹고싶어!”

“내가 창고에 잠입할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함께 참치캔과 초코바를 훔쳐보는거 어때!”

“좋아!”

“자, 알비스. 지금 화재경보기를 눌러!”

“알았어!”

(화재경보기 꾸욱)

“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

“불이야! 불이났어!!!”

“뭐야, 불? 큰일났잖아!” (후다닥)

“됐다! 얼른 잠입하자.”

“그래!”

“방금 불이 났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니야. 경보가 오작동한거야. 확인해보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어.”

“그래요? 일단 창고로 돌아가야지.”

“큰일이다! 바리바리가 예상보다 빨리 돌아오고있어! 얼른 나가자!”

“초코바를 아직 못 꺼냈는데?”

“시간이 없어! 다음에 또 하자! 난 참치캔 챙겼어!”

“어라? 알비스 언니랑 LRL양? 지금 참치캔 훔치는거에요?”

“걸렸다! 튀어!”

“거기서세요!”

“후... 간신히 따돌렸군.”

“여긴 어디야?”

“합성수지 제작실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지. 후후훗... 정말 많은 참치를 얻었어! 이제 당분간 참치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쵸코바를 못 구했는데, 다시 창고로 안갈거야?”

“안가. 이번일로 경비가 더 삼엄해질게 뻔한데, 내가 왜 거길 가?”

“뭐? 쵸코바 주기로 약속했잖아!”

“난 초코바 주기로 약속한 적 없어. 창고에 잠입할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을 뿐. 애초에 초코바를 못 가져온 니 잘못이야.”

“이익... 친구끼리 이러기야?”

“친구?”

(스윽)

“아니, LRL... 대체 왜...”

“이 바닥에 영원한 친구는 없어.”

“너 이자식!”

탕!

“이봐 절도범. 정신이 드나?”

“여긴...”

“수복실이야. 하마터면 죽을 뻔 했는데 치료팀이 간신히 살려냈지.”

“언제 여기로... 으앗! 손에 수갑이 채워져있잖아...”

“도주의 우려가 있어서 수갑을 채웠다.”

“내가 기절하고나서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지나가던 켈베로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듣고 합성수지 제작실로 들어갔더니, 혼수상태에 빠진 너를 발견했어.”

“LRL은?”

“나도 궁금하다. 그녀석은 지금 오르카호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어.”

“뭐? 사라졌다니...”

“말 그대로다. 수색을 해도, CCTV를 아무리 뒤져도 녀석을 찾을 수 없었다. 환풍구도 뒤져봤지만 마찬가지고.”

“LRL... 그 자식!”

“대체 LRL과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쵸코바 훔치는걸 도와주겠다고 해놓고는 날 도와주지 않았다. 약속을 어기는거냐고 따졌더니, 그대로 나한테 총을 쏴버렸어.”

“음, 이용만 하고 배신을 한거였군. 정말 악질적인 녀석이야. 그 쥐새끼같은 LRL을 어떻게 잡아야하지?”

“간단해.”

“앗, 안드바리님 오셨군요.”

“LRL에게 만약 자수하고 참치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알비스를 ‘사형’시켜버리겠다고 엄포하는거야.”

“!!! 그건 너무하잖아!”

“LRL 그 녀석은 범죄자이긴 해도,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녀석이다. 분명 알비스가 죽는걸 원하지 않아서 제발로 나타나 체포당할거야. 만약 겁쟁이처럼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악질 범죄자 알비스를 처단할 수 있지. 녀석이 나타나든, 안 나타나든 오르카의 사회는 더욱 안전해진다.”

“그런... 잔인한...”

“뭐, 불만있어? 있으면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해보던가?”

“아닙니다! 가장 좋은 방법인거 같습니다!”

“당장 선포해! LRL 그자식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알비스 녀석을 사형 시켜버릴거라고.”

“하핫. 이거 재밌군. 난 원하던 초코바도 얻지 못했고, 가장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사형이라니. 정말 기분 최악인 날이야.”

알비스의 사형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봐! 도망자 LRL! 너가 나타나지 않으면 너의 동료 알비스는 사형당할 것이다. 그 꼴을 보고싶지 않으면 훔쳐간 참치를 모두 가져온 다음 자수해라. 참치가 하나라도 모자라면 바로 사형 시켜버릴테니 빼돌리지 말도록.’

안드바리의 엄포에도 LRL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알비스의 사형은 점점 다가왔다.

<알비스의 독방> 

사형까지 앞으로 20분

“하... 난 LRL 그자식이 나에게 총구를 겨눴을 때 이미 다 체념했어. 함께한 시간이 대체 뭔 의미냐...”

“이봐, 사형수. 시간이 됐다.”

“시간 참 빠르군. 벌써 갈때인가?”

“참 얕은 우정이로군. 끝내 나타나지 않다니.”

“그래, 나도 실망했어. 오랜 친구 가는길에 마지막 얼굴도 안 비쳐주다니.”

“내 죽음을 참 많은 바이오로이드가 지켜보는구만. 이렇게나 주목 받는건 처음인걸.”

“이봐. 범죄자.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할말이 어딨어? 그냥 가는거지. 참으로 재미난 인생이었다.”

“그래. 그럼.... 잘가라!”

“잠깐!”

“갑자기 뭐야? 으악!”

“후훗... 나를 오래 기다렸지?”

“LRL!”

“으윽... 겁쟁이처럼 숨어있다가 왜 이제야 나온거지?”

“난 숨어있던게 아니야. 기다린거지. 나는 다 알고있었거든.”

“사형집행을 하는 이 순간 안드바리 너에 대한 경호가 가장 허술해진다는 것을!”

"안돼!!!"

탕!

“!!!”

(보고있던 군중을 향해) “이봐, 너희들! 내가 왜 참치를 훔쳤는지 알아? 안드바리의 독재 속에서 너희들에게 참치를 나눠주기 위해서야! 자, 다들 받아!” (참치를 던진다)

“와!!! LRL! LRL! LRL!”

“LRL 너 이자식... 전부 계획되있던 거였냐?”

“그래 맞아. 너무 오래기다렸지?”

“진심으로 실망할뻔했다 이자식아. 그래도 이러니 LRL답네.”

“미안하게 됐다. 그래도 합성수지제작실에서 구조되도록 도와줬으니 좀 봐줘.”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합성수지제작실에는 너한테 총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진 나밖에 없었는데, 켈베로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었지. 일부러 너가 소리를 내서 날 발견하게 한거였냐?”

“맞아. 이제 풀어줄테니 일어나.”

“그래. 고맙다 친구여. 아니 이건 초코바?”

“그래 맞아. 심지어 감귤초코맛이야.”

“(냠) 음! 초코바를 먹으니 힘이 나는군. 그래서 넌 이제 뭘하거냐?”

“뭘하긴? 새로워진 나라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야지!”

“그래! 나도 동참해도 괜찮지?”

“물론이다! 같이가자 친구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사령관님? 이 새끼 웃고 있는데요?”

“웃든 말든 그냥 냅둬. 에휴... 알비스랑 좌우좌 녀석. 화재경보기를 누르면 복도에 스프링클러가 작동 하는게 당연하잖아. 그것도 모르고 뛰어다니다가 미끄러져서 기절이나 하고. 깨어나면 교육을 단단히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