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7757505

2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7798642

3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7821531

4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7828814

ㅡㅡㅡㅡㅡ

 “어쩔 거에요 이거.”

 나이트 앤젤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메이에게 서류를 들이밀었다. 아이들을 제외하곤 꼭 제출하라고 당부가 떨어진 설문지. 성관계 만족도 향상이니 뭐니, 처녀 딱지를 떼고 나서야 의미가 있는 일 아닌가.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푹 내쉬는 나앤의 앞에서 메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이 없었다.

 “일단 제가 콘스탄챠 시종장한테 말은 해 놓을게요.”

 여전히 묵묵부답인 메이를 한참 바라보던 나앤은 결국 서류를 챙겨 나가려 했다. 그때 메이가 손을 뻗어 나앤의 팔을 붙잡았다. 한층 더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앤의 시선에 잠깐 움츠러든 그녀였지만 용기를 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 나 했어.”

 “네?”

 “나… 나 했다구! 그 녀석이랑! 사령관이랑!”

 드디어 돌아버린 것일까? 나앤이 처음 가진 생각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치킨이라도 같이 드셨어요? 아니면 소주에 삽겹살?”

 “아니라니까! 사령관이랑 섹스했다고!”

 “치킨도 삼쏘도 아니면 도대체 뭘 했다는 거예요.”

 “섹스했다고! 사령관 자지 내 보지에 넣었다고!”

 책상을 내리치며 쥐어짜듯 소리친 메이의 얼굴은 이미 한계까지 달아올라 있었다. 그제야 나앤은 메이가 단순히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말이 되나? 이 대장이 사령관이랑 섹스를 했다고? 마키나의 음모가 아닐까? 대장이 꿈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나?

 순식간에 수많은 생각이 나앤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일단 그녀는 대장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메이의 손을 잡고 등을 쓸어내리며 그녀를 다독인 나앤은 잠시 메이가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준 뒤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언제요?”

 “…저번 주에.”

 “어쩌다가…?”

 “사령관이 같이 놀자고 불러서 갔는데 술 먹은 뒤에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나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자신의 간절한 읍소가 사령관의 마음을 움직였구나.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사령관의 배려는 오히려 메이에게 독이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메이 대장의 진심을 설명하면서 사령관을 설득했던 나앤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빨리 말씀을 해주셔야죠!”

 태양처럼 밝은 미소를 짓는 나앤. 머리를 쓰다듬는 나앤의 손에 메이는 짜증이 나기도 하면서, 한 편으론 부끄럽고 기분이 좋기도 한 복잡한 심정이었다.

 “어쨌든 둠 브링어에서는 대장 밖에 설문지를 작성할 사람이 없으니 콘스탄챠 시종장에게는 제가 보고하긴 해야겠네요.”

 성공한 자식을 보는 부모처럼 흐뭇한 눈빛으로 메이를 보던 나앤은 메이에게 설문지 한 장을 건네주고 바깥으로 나갔다. 진이 빠진 듯 의자에 기대어 쉬던 메이의 눈에 문 근처에 떨어져 있는 종이가 보였다.

 “이게 뭐지?”

체위 및 성관계에 대한

오르카호 대원들의 선호도 조사

1. 가장 선호하는 체위는 어떤 것입니까?

 후배위. 사령관님이 예쁘다고 칭찬해주신 하체가 제일 잘 보이는 자세잖아요? 그런데 삽입한 채로 엉덩이 쓰다듬어주시면서 귀를 핥으시는 건 너무 심하게 느껴버려서 조금 무서우니까 자제해주세요….

2. 체위 이외에 선호하는 행위가 있습니까?

 다리로 해드리는 걸 좋아하시죠. 제 발끝에서 움찔거리는 사령관님, 귀여워요. 에이미 양에게 더 배워올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그런데 제 반응이 귀엽다고 관계 도중에 계속 메이 대장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만둬 주세요. 정말로 대장에게 미안해지니까….

3. 성관계 시 가장 선호하는 사령관의 체형은 어떤 것입니까? (소년, 청년, 중년. 기타 희망 사항 작성 가능)

 청년. 탄탄한 몸으로 숨을 못 쉴 정도로 강하게 안아주시는 게 좋아요.

4. 귀하의 기본정보를 적어주세요

 ※이름 : ( B-11 나이트 앤잴 ). 

 ※소속 분대 : ( 둠 브링어 ). 

 ※관계 주기 : ( 월 5회 ) 

설문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야!! 나이트 앤잴!!”

 메이의 포효가 오르카호 복도에 울려 퍼졌다.

6:55에서 메이가 나와서 썼다. 이제 소재도 스트레스도 모두 고갈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