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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 드라큐리나. 인류가 멸망하기전에 대단한 공연을 했던 굉장한 스타야. 내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너희들은 가늠하지 못할걸? 

   

 얼마전에 오르카호에서 스카이나이츠가 아이돌이 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어. 내가 그때 보컬트레이닝을 해주며 실력을 키워줬지. 이 몸이 나서준 결과, 스카이나이츠는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쳤어. 근데 아쉬운점이 하나 있어. 다들 스카이나이츠에게 열광하는데, 내가 그 녀석들을 트레이닝해준건 아무도 모르더라? 내 역할이 얼마나 컸는데 아무도 몰라주다니 너무해. 그리고 나같은 위대한 스타가 공연을 할 기회도 안주고 그냥 무대가 끝나버렸어. 정말 아쉬워... 

   

그래서 하나 생각했어. 나만을 위한 공연을 직접 여는거야! 저번에 프로젝트 오르카 공연 준비를 하면서 보수로 많은 참치를 받았거든. 그걸로 공연할 장소도 준비하고, 홍보도 해서 많은 관객을 모으는거야. 근데 부탁할 바이오로이드가 없어서 내가 다 준비해야겠네?

   

휴... 힘들었다. 나 혼자서 공연준비를 마쳤어. 스틸라인이 사용하던 강당도 빌리고, 내가 공연 한다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오르카호 곳곳에 붙였어. 나 혼자 뛰어다니느라고 엄청 힘들었어.... 열심히 노력했으니 많이 내 공연을 보러오겠지? 내 노래실력은 굉장하니까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아!

   

드디어 내가 공연하는 날이야! 분명 수백명이 보러왔겠지? ....겨우 4명밖에 없잖아. 이게 뭐야. 기껏 비싼 참치 써가며 강당도 빌리고 홍보도 열심히 했는데... 그래도 와준게 어디야. 열심히 해보자.

   

안녕! 반가워! 드라큐리나님이야. 다들 내 공연을 보러와줘서 고마워. 그럼 시작한다! 일단 엠알부터 틀고...

   

역시 나야. 순식간에 분위기를 휘어잡았어. 관객들 반응을 보니까 괜찮은거같네. 다들 내 노래실력을 보라고. 이제 고음파트야!

   

아, 실수했다. 음이탈이 나버렸어. 관객들 표정이 어떻지? ....다들 표정들이 안 좋네. 하긴 드라큐리나님의 완벽한 무대를 원했을텐데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그러겠지... 다시는 실수 안해!

   

난 실수 안해... 난 실수 안해... 난 실수 안해... 난 실수 안해... 앗! 이번엔 박자를 놓쳤어! 관객들 표정은? 아... 더 안좋네... 큰일이다....

   

실수를 했더니 계속 실수를 하게 되네... 내 실력이 이렇게 형편없지 않았는데...

   

관객이 한명 나갔어. 괜찮아! 아직 3명이 더 남아있어! 

   

아야! 이번엔 춤추다가 넘어졌네... 괜찮아! 빨리 일어서자... 아파서 그런가 빨리 일어나지지가 않네.... 어라? 왜 한명만 남은거야? .......

   

그래. 한명을 위한 노래를 불러줄게. 잘 들어줘! ....가사를 까먹었다. 가사가 뭐였지? ...남은 한명도 나가고 있어. 잠깐! 기다려!

   

   

......엠알이나 끄자.

   

   

뚝 뚝....

   

   

왜 눈물이 나는거야? 난 잘못한게 하나도 없어! 나는 최고의 스타인데... 그냥 실수만 조금 하고... 훌쩍... 실수정도는 조금 할 수 있잖아.... 우애애애애앵.....

   

왜 이렇게 된거지? 나도 스카이나이츠처럼 빛나는 스타가 되고싶었는데... 나는 멸망전에 굉장한 스타였다고... 훌쩍. 생각해보니 멸망전에 위대한 스타가 되었던건 내가 아니야. 나랑 똑같은 모습을 한 다른 드라큐리나일 뿐이지. 나는 그 위대한 스타랑 같지 않아. 나는 노래도 못 부르고 춤도 못 추고 관객도 모두 보내버리는 실력 없는 드라큐리나일뿐이야. 스타라고 생각했던건 나 혼자뿐. 난 그냥 평범한 바이오로이드에 불과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아니. 이런 실력으로 다시 섰다간 모두가 날 비웃을거야. 이 비참한 무대를 보고 또 나가버릴거야. 그래. 이런 날 다들 비웃겠지. 먼 옛날의 드라큐리나에 비하면 나는 너무 초라하고 형편없으니까. 난 스카이나이츠처럼 재능이 없나봐. 애초에 재능도 실력도 없으니까 실수하는거겠지. 다시는 무대에 서지말자.  그래.  나 같은건...  훌쩍훌쩍...

   

   

내가 우는거 아무도 못겠봤지? 얼른 내방으로 돌아가자. 여기 더 있기 싫어....

  

   

   

강당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모두가 날 쳐다보는데? 왜 날 보는거야?

   

   

그냥 천천히 걸어가자... 아무도 뭐라고 안 할거야...

   

   

바보같아.

   

   

누가 말한거야! 더 빨리 걸었다.

   

   

넌 실력없어

   

   

무시하자... 그냥 빨리 걸어가자... 

   

   

그런 실력가지고 무대에 서겠다고 한거야?

   

   

뛰자! 그러면 나를 욕하는걸 못들을거야!

   

   

니 무대가 창피한걸 몰라?

   

   

재능도 없으면서 스카이나이츠만큼 인기를 얻으려고 해?

   

   

다시는 무대에 오르지마

   

   

그만 말해! 잘못했어! 으악!

   

   

넘어져버렸다. 아파... 힘들게 고개를 들었더니, 다들 날 향해 걸어오는고있어. 도와주려는건가?

   

   

아냐!!! 다들 나를 비난하며 때리려고 하고있어! 하지마... 내가 다 잘못했다고... 다시는 공연 안할게... 도망가야겠어!

   

   

허억... 허억... 간신히 내 방에 숨었어. 근데 밖에서 화난 바이오로이드들이 날 오르카밖으로 쫓아내려고 방으로 들어올거 같아. 문을 잠그고 얼른 이불속에 숨자.  무서워... 밖에 나가면 모두가 날 비난하고 욕하겠지?

   

 


   

   

   

   

   

   

   

   

   

   

   

   

   

   

   

   

“드라큐리나. 나 사령관이야. 벌써 6일째 방 밖으로 안 나왔잖아. 지금 괜찮은거야?”

   

“...”

   

“왜 말을 안해? 너가 너무 걱정돼. 문좀 열어봐.”

   

“... 너 말고 아무도 없지?”

   

“어. 여기 나뿐이야. 제발 나와봐.”

   

문을 열었다. 으악! 바깥에 빛이 너무 밝아! 내 피부가 불타는거같아...

   

“드라큐리나. 너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 먹은거야?”

   

“...어.”

   

“화장실은?”

   

“......몰라.”

   

“뭐라도 먹어. 여기 빵이랑 토마토쥬스 가져왔어.”

   

빵이다! 냠, 냠...

   

“대체 왜 그래?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며칠전에 개인적으로 공연을 열었다면서. 그때 무슨 일 있었던거야?”

   

“...(훌쩍)”

   

“다 말해봐. 내가 다 들어줄게.”

   

   

사령관한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말했다. 내가 스스로 공연을 했는데 바보같은 실력 때문에 관객이 전부 나간 일, 방으로 돌아올 때 그런 나를 모두가 비웃고 욕했던 일.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져서 방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것까지...

   

“드라큐리나. 너한테 욕한 바이오로이드는 한명도 없어.”

   

“그럼 내가 그때 들은건 뭐야!”

   

“큰 충격을 받고 자신감이 낮아져서 잘못 들은거일거야.”

   

“내가 환청같은걸 들을 리가 없잖아! 정신병 걸린것도 아니고...”

   

“...그래. 힘들었겠구나. 걱정마. 내가 아무도 너한테 욕하지 않도록 명령해놓을게.”

   

“명령하면 뭐해. 나를 실력없는 멍청한놈으로 보는건 여전한데...”

   

“일단 방 상태가 너무 안좋으니까 청소좀 하자. 메이드들을 부를게. 그동안 넌 내방에서 씻고 있어라.”

   

“!! 방 밖으로 나간다고!!! 싫어! 무서워!”

   

“지금 어짜피 새벽이라 복도에 아무도 없어. 걱정마.”

   

.....아, 새벽이었구나.

   

사령관을 따라서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이렇게 어두웠는데 맨 처음엔 왜 그렇게 밝았던거지?

   

   

사령관의 방 샤워실에서 처음으로 거울을 봤다. 악! 내 꼴이 이게 뭐야! 빨리 씻어야지... 이런 모습을 지금까지 사령관한테 보여줬다니...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사령관은 나를 침대에 눕히고 자기는 소파에 누웠다.

   

“오늘은 일단 내방에서 자.”

   

“야. 너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거야?”

   

“사실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았는데, 너가 이렇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오르카호 사령관이 그냥 놔둘수가 없어서 이렇게 데려온거야.”

   

“뭘 부탁하려고 했는데?”

   

“오르카호 유치원 교사 부탁하려고 했어. 스카이나이츠 보컬트레이닝 하는거 보고 잘 할거 같았거든. 근데 지금 상태를 보니까 안될거 같다.”

   

“유치원? 그게 뭐하는건데? 힘든거야?”

   

“뭐... 힘들다면 힘들고 안 힘들다면 안 힘든건데...”

   

“...해볼게.”

   

“어?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계속 방에만 있다간 죽어버릴거같아. 뭐라도 해야겠어.”

   

“...그래. 알겠어. 그럼 내일 당장 유치원에 가보자.”

   

   


“드라큐리나. 일어나.”

   

“나 안자고 있었어.”

   

“그래? 그럼 지금 나가자.”

   

사령관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복도를 지나는 많은 바이오로이드가....

   

“드라큐리나! 화장실에 왜 숨는거야!”

   

“방금 다 나를 쳐다봤어! 나한테 욕을 할거야! 사령관 너 나를 죽이려고 했구나!”

   

“아니야! 정말 아니야.”

   

“밖에 안 나갈거야! 나가면 다들 날 보고 죽으라고할거야...”

   

“그럼 이렇게 하자. 망토를 두르고 모자를 써. 그러면 아무도 너인지 모를거야.”

   

“...정말 그럴까?”

   

   

망토를 두르고 모자를 눌러쓴 뒤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사령관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온 몸을 가려서 그런지 누구도 나에게 욕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녀석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유치원이라는 곳에 왔다.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엄청 시끄러운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린애들밖에 없다. 뭐 하는곳이야 여기... 앗, 어떤 꼬마 녀석이 내 망토를 잡아당겼다! 안돼... 숨어야하는데... 근데 꼬마놈들이 날 붙잡고 구석구석을 살피고있어서 도망도 못간다. 난 여기서 죽는건가....

   

“사령관님. 이분은 누구에요? 어른같기는 한데, 저희보다 많이 크지는 않네요?”

   

“귀가 되게 특이하다! 안 아프세요?”

   

“저... 저 그게 말이지...”

   

“(킁킁) 이분 뭔가 이상한데? 몸에서 향긋한 냄새도 나면서 악취도 나고있어. 오랬동안 안씻다가 최근에 씻은건가?”

   

“...뭐야. 냄새만으로 어떻게 알아내는거야?”

   

“나왔다, 사령관! 어라? 쟤는 누구야?”

   

“이봐! 난 쟤가 아냐!”

   

“아, 이쪽은 드라큐리나 선생님. 너희한테 노래도 가르쳐 주고 많은걸 해줄거야.”

   

“아, 선생님이었구나~”

   

“노래요? 한곡 불러주세요!”

   

“그래. 드라큐리나, 시범으로 동요 하나만 불러줄래?”

   

“노래? 싫다고!!!!!!”

   

“그러면... 얘들아. 너희들이 대신 불러줘. 하나 둘 셋!”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으윽... 니들 왜 그렇게 못 부르는거야... 그렇게 하는거 아니야!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러...”

   

“오~ 잘하네! 진짜 선생님인가봐!”

   

“노래 많이 가르쳐주세요!”

   

뭐야... 여기 시끄럽고 불편해... 유치원이 이런 곳인줄은 몰랐는데. 괜히 온다고 말했다. 대체 이런 녀석들을 왜 나한테 맡긴거야... 이 꼬마녀석들아! 나좀 그만만져!

   

   

   

   

   

   

   

“드라큐리나 선생님!”

   

“왜 그러니, 아쿠아?”

   

“선생님을 그려왔어요! 예쁘죠?”

   

“너무 예뻐~ 고마워.”

   

“큐리쌤.”

   

“왜? 더치걸?”

   

“택배왔다는데요?”

   

“그래? 문열고 받..”

   

“안녕하세요! 익스프레스 택배입니다! 뭐야, 저분 왜 방에 급하게 들어가는거지?”

   

“제가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래요~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가세요~ .....큐리쌤! 나갔어요!”

   

“후우.... 나간거 맞지? 뭐가 온거야?”

   

택배상자를 열어봤더니 귀여운 옷들이 나왔다. 이 옷들은 우리 아이들이 곳 있을 음악회에 어린이 합창단으로 나가서 입을 옷들이다. 모두에게 입혀보니 너무 사랑스럽다.... 아, 저 귀여운 모습들을 많은 관중들이 봐주겠구나..... 많은 관중....

   

“큐리쌤. 왜 갑자기 몸을 떨어요?”

   

“어? 아무것도 아니야. 다들 마음에 들지?”

   

“네~ 저희가 음악회 나간다니, 너무 기대가 돼요!”

   

“드라큐리나 선생님. 저 하나만 부탁해도 돼요?”

   

“뭘 부탁하고 싶은데?”

   

“음악회에서 큐리쌤도 저희랑 같이 노래했으면 좋겠어요.”

   

“뭐?!! 난 왜!”

   

“멸망전의 자료 찾아봤는데, 이런 어린이 공연에서 선생님이 함께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선생님도 같이 부르면 더 좋을거같아요.”

   

“나도 선생님이 같이 했으면 좋겠어! 큐리쌤 진짜 노래 잘하잖아요!”

   

내가 무대를 다시? 아... 머리가 하얘진다. 갑자기 더치걸이 소리친다.

   

“야, 니들 그러지 마! 드라큐리나 선생님 그런거 엄청 무서워하시잖아!”

   

“그치만 선생님 노래 정말 잘하시잖아. 우리만 듣기는 너무 아쉬운걸? 다른분들도 큐리쌤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들려주고싶어.”

   

...정말로?

   

“알았어! 같이 부르자!”

   

“와! 좋아요!”

   

아! 내가 무슨말을... 다시 무대에 오른다니. 당장 취소하자... 근데 다들 너무 좋아한다. 무르면 실망하겠지? 

   

....근데 이상해. 엄청나게 무서운데, 약간 기대가 돼. 너희들과 함께라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