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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173년... 7월... X일... 탐사는 난조를 겪고 있다...

늘 활기차던 L 대원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S대원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


- 어... 저기... 심해의 탐사자여, 무엇을 적고 있는 것이냐?


 - 일기... 인가요?


- 아...아하하, 사실 그게 말이지, 200여년 전에 남극을 탐험했던 인간이 쓴 일기를 봤거든.

그 사람은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쪽 탐사대도 5명이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설원을 탐험하고 있었지.


- 그래서 그래서? 누가 첫번째로 비극의 대상이 되는 건데?

어디... 


 

- 우왓, 뺏을 필요까진 없는데!


 

- 흐음흐음...

우리의 등불과도 다름없던 쾌활한 L대원은 크레바스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서 그만...


 

- 어... 혹시 그 L대원이라는 게 짐을 말하는 것이냐...?

짐이... 첫번째?


 

- ...며칠이 지났을까, 

S대원은 발에 입었던 상처에 동상을 입고... 어느날 밤 탐사대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고 스스로...


 

- 어째서 우리 탐사대가 비극으로 향하는 건가요!

그보다 글라시아스의 수색을 시작한 지 아직 6시간도 지나지 않았어요!


 

- 어...E대원과 A대원과 함께 찻잎까지 씹어먹으면서 버텼지만...

그치만 우리, 찻잎 없잖아? 탐사대장... 이거 그냥 남극일기잖아!


 

- 아하하... 엠프리스 앞에서 남극 얘기를 하는 건 역시...


 

- 애초에 보급에서 이 때와 격이 다르다구!

탐사속도는... 으... 홀로그램의 방해 때문에 더 느릴 꺼 같아서 열받아...


- 탐사대. 홀로그램이 진행 경로의 스캔을 방해하고 있다.

기계 반응은 우리의 위치를 기준으로 3방향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는 6시 방향에서 접근하였고 기계 반응은 12시, 2시, 3시다.


 

- 세 군데를 다 들르기엔 탐사대가 버티지 못할꺼야.

성공이건 실패건 한 군데를 더 탐사하고 본부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 논리적으로 고를 순 없는거지?

그럼 아무데나 찍어서 가면 되는게 아닐까?


 

-하지만 홀로그램 생성기를 떠나 기계반응을 따라갔지만...

다음 홀로그램 생성기 좌표에 도달했을 뿐이었어요.

지도에서 우리가 움직인 좌표를 봤을때도...


 

- 섬의 동쪽에 상륙하여, 남쪽으로, 그리고 다시 북쪽으로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 어... 그런데 그 기계반응을 꼭 따라가야 하는 것이냐?


 

- 탐사대원 시민 리마여, 글라시아스는 AGS이며, 비활성화되었더라도 미량의 기계반응은 있을 터.

그렇기 때문에 기계반응을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 그치만... 이런 식으로 환술을 부렸다는 건 뭔가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니냐?

그럼 그 기계반응...인가 하는 것도 감출 수 있는게 아니냐?


 

- 레이더 재밍의 가능성에 대비하여 광자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다.

구 블랙리버 & PECS의 전력을 상정할 때, 현재 우리의 레이더를 재밍할 수 있는 가능성은 1%다.


 

- 히잉... 그치만... 점점 피곤해지고...

경비 AGS를 상대하는 것도 점점...


 

- 음... 기계반응이 없는 곳 중에 탐사가 가능한 곳이 있을까?


 

- 탐사대장-탱고, 한 군데가 있다. 그 쪽으로 경로를 정하겠는가?


 

- 그래. 당장 시간에 쫓기는 상황은 아니니까.

그리고 탐험이라는 게, 항상 레일 위를 달리는 일이라는 게 아니잖아?

공주님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봐.


 

- 그런 것이 '탐험'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오스카는 이런 비합리적인 상황을 기대한 걸지도 모르겠군.

알았다. 경로를 설정해 다오, 탐사대장.


 

- 그럼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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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쳐 오브 네이쳐의 설립자님께서는 삼안 산업의 오리진더스트와 생체 전기를 이용한 초능력 연구의 총 책임자였습니다.

 블랙리버로부터 기술을 빼돌려 시작된 이 연구는, 모델 '아우로라 '로 시작해 각종 제품의 설계 기반이 되었고, 본 개체 또한 그 혜택을 받았습니다.


[프로젝트 일렉트라...]


   

- 관리자님도 프로젝트 일렉트라에 대해 인지하고 계셨습니까.


[오르카 호에도 그 프로젝트에 고통받은 아이들이 있거든...]


와쳐 오브 네이쳐는 그저 환경보호단체인줄 알았었다.

물론 엠프리스와 세띠를 넘어 엘라와 합류했을 때,

그들의 기술력도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뒤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 설립자께서 한 일에 혐오감을 느끼시는 겁니까.


[...그래.]


 

- 설립자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습니다.


[...뭐? 그렇지만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 아니었어?]


 

- 설립자께서는 블랙 리버가 시작한 일렉트라 프로젝트, 이 초능력 연구가 인류를 한 발짝 더 진보시킬 수 있다고 믿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핵분열을 발견한 인간님께서 핵미사일의 위력을 직접 보시고 절망하셨듯,

이 초능력 연구가 삼안에서조차 그저 인류를 위한 병기로 사용하기 위한 프로젝트임을 알게 된 설립자께서는

이 프로젝트를 내려놓고 삼안을 퇴사하셨습니다.


[총책임자였는데도, 그걸 막을 수 없었단 거야?]


 

- 그렇습니다. 삼안의 관심을 끌게 되어 블랙 리버에서 산업 스파이까지 사용하여 탈취한 프로젝트를

개인의 힘 하나로 중단시킬 힘은 없었습니다.


[결국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모든 걸 움직였던 건가...]


므네모시네는 초탈한 것인지, 아니면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이 모든 것을 건조한 얼굴, 건조한 목소리로 설명하였다.



- 여기는 트리아이나! 사령관, 지금 통신 가능해?


갑자기 트리아이나가 통신을 걸어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보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어? 트리아이나, 무슨 일이야?]


 

- 바쁘지 않다면 지휘를 부탁해도 될까? 탐사를 하다가 돌무더기를 발견해서 그걸 철거했는데 갑자기 AGS들이 잔뜩 나타났어!


[알았어, 상황을 전송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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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많은 AGS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야?]


 

- 그게... 기계 반응이 없는 곳으로 갔는데 암석으로 막혀 있는 곳을 뚫으니까 갑자기 반응이 없던 곳에서 AGS가 나타났어.


- 저들은 레이더에도 탐지되지 않았다. 철거한 암석들이 스위치 역할을 하여 AGS를 작동시킨 모양이다.


[... 어쩌면 여기가 글라시아스에게로 가는 길이 아닐까?]


 

- 돌들 너머... 비밀의 동굴...

핫! 그... 그렇다! 저 동굴 너머에!


 

- ...그 노래 왠지 묘하게 맞는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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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안에 있던 AGS를 모두 해치웠어요!


 

- 아! 저기 한 놈이!


엠프리스가 저지하려고 했지만, AGS 한 기가 하늘 높이 경보 신호기를 발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다섯이서 상대하기엔 갑자기 튀어나온 AGS의 숫자가 너무 많았으리라.


[이런... 신호가...]


 

- 저들이 어떤 세력에게 신호를 보냈는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저들은 금새 접근해 올 것이다.

제1목표인 글라시아스를 확보해야 한다면 최대한 섬 내부에서 농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라비아타, 지휘관 회의를 준비해 줘. 10분 안에 소집할 수 있도록.]


- 알겠습니다, 주인님.


미지의 존재...라고 해도 아마 이 곳이라면 PECS의 레모네이드 세력이 아닐까 예상된다.

다만 그것이 어떤 레모네이드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겠지...


 

- 사령관! 뭔가 발견했어!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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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이, 이것은...


 

- 이, 이것이... 빙룡이구나...


트리아이나가 보여주는 화면에는 거대한 용의 형상을 한 AGS가 얼음 속에 가두어져 있었다.

트리아이나의 발견 보고로 싱크 탱크도 소집되어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 흐음~ 분명 어딘가에 글라시아스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을꺼야.


 

- 그렇습니다. 글라시아스는 극저온 방사기로 섬의 철충들을 모두 날려버린 후, 다음 공세가 오기 전 수복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 일부는 저에게 맡겼습니다.


[과정 중 일부라면?]


 

- 홀로그램 생성기의 활성화, 그리고 거기에 전투에 사용했던 감정 모듈을 봉인하는 일, 마지막으로 글라시아스를 깨우는 '열쇠'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열쇠라고?]


 

- 글라시아스의 각성 조건 제 1. 모든 홀로그램 생성기의 비활성화. 하지만 이 것은 오로지 전투를 위한 '분노'의 감정 모듈만을 가진 글라시아스입니다.


[그건 안돼. 적의 증원이 어떤 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글라시아스와 또 싸우는 건 너무 위험해.]


 

- 글라시아스의 각성 조건 제 2. 특정 시동어가 패스워드가 될 것이라 합니다. 올바른 시동어의 영창에 성공할 경우, 글라시아스는 깨어날 것입니다.


 

- 패스워드를 음성단어 인식으로 한거야? 의외로 구식이지만... 고풍스러운데?


- 뭐, 사령관님이 원하신다면 저걸 해킹할 수도 있겠지요.


- 물론 그렇겠지요. 제 케스토스 하마스를 사용해서 글라시아스의 봉인을 해제하는 것은 쉬울 꺼에요.


 

-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그것은... 진짜 글라시아스일까요?


나는 스노우페더가 한 말의 의미를 눈치챘다.

AGS에게도 자아가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알프레드와 로버트의 경우를 모두 본 스노우페더라면 이런 방식에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시동어를 찾는건 무리일까?]


 

- 문의 빗장을 부수는 것보다 열쇠구멍에 맞는 열쇠를 만들어서 여는 일이네.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시간은 조금 더 걸릴꺼야.


...그 동안 시동어로 쓸만한 것들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일어나라, 글라시아스!]

[명령이다, 글라시아스. 가동되어라!]

[다른 대원들에게 부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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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오빠, 그렇게 간단하진 않을꺼라 생각해. 적어도 통상적으로 쉽게 쓰이지 않기 때문에 패스워드라고 하는 거야.


[뭐... 그야 '열려라 참깨'와는 다르겠지...]


 

- 뭐, 비슷하지만서도 다르지. 알리바바의 동굴에는 금은보화가 있었지만, 저기엔 강력한 AGS가 있다는 점 정도?


(선택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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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으음... 시동어를 인식하는 장치가 인간의 뇌파까지 인식했다면 지금 것도 아마 정답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므네모쉬네의 말이 맞다면 그런 것 같지는 않네.


[크읏... 평소엔 명령 같은거 잘 쓰지도 않는데 왜 이럴 땐...]


 

- 아, 그리고 PECS의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아마 아무나 명령을 내리는 걸 막는 프로텍트 같은 것도 해놓지 않았을까?


[...그렇구나.]


(선택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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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무래도 내 생각만으로는 무리인 듯 싶다. 탐사대원들은 어떨까?


[닥터와 스카디, 알파가 시동어를 알아내는 동안 탐사대에서도 시동어를 생각해 볼래?]


 

- 네...? 어... 어떤 게 좋을까요... 음... 그러니까...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 흐으음...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의 비스마르크, 너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일어나라!

...같은걸로는 안되는구나.


 

- 펙스 콘소시엄의 이름으로, 인식명 글라시아스, 재기동하라!


[오, 엠프리스? 설마...]


 

-응, 실패야. 성공할 리 없잖아. 그래도 뭔가 있어 보였지? 헤헤.


[그래. 그렇네. 하하.]


 

- 흥!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에취! 활약하는 법!

진짜 있어보이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겠노라!

에취!


 

- 굳이 무리해서 시동어를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어. 이제 곧 시동어를 밝혀낼 수 있으니까.

시동어는... 어디보자...


 

- 흠흠. 깊이 잠든 빙룡이여, 이 용살자이자 진조의 프린세스가 부르노니, 눈을 뜨고 다시 한번 하늘로 날아오르라!

...어?


 

- 공동에 거대한 진동 포착. 탐사대를 보호한다!


[모두들, 괜찮아?]


  

- 네, 저희 모두 무사해요!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지진이?

앗... 설마...


 

- 지진이 아니야... 저거...


 

- 시동어는... 용살자...?

아하! 글라시아스는 원래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에서 환상극 제작을 목적으로 제조된 AGS였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런 시동어를 그대로 고수한 걸 봐선 자아가 강한 AGS였나 봐? 보통은 전쟁 병기로 바꿀때 저런 것도 바꿀텐데 말이야.

...어, 섬에 무슨 일 있어?...혹시 시동어, 맞춘거야?


 

- 아으... 어......


- ...... 묻겠다. 나를 깨운 자는, 누구지?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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