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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레모네이드 감마와의 통신이 준비되었습니다.


[연결해.]


연결되기 전,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 어머나, 이게 누구신가요. 알래스카에서 오메가와 조우했다는 소문의 그 인간님이시군요.

반갑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지금 인간님이 하신 행동이 있으신지라... 인사를 할 기분이 들진 않는군요.


[네가 레모네이드 감마로군.] 


 

- 그래요, 제가 바로 레모네이드 감마랍니다.

그럼, 어디 무슨 배짱으로 제 관할 하의 섬에 무단침입 및 병력 손괴를 일으킨 이유를 들어볼까요?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 ...인간님께서는 참, 안타까운 선택만을 골라서 하시는군요.


[무슨 뜻이지?]


 

- 주인님들에게 바치는 충성과는 별개로, 전 오메가 그년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래서 당신이 오메가에게 한방 먹이고, 케스토스 하마스까지 분실해서 귀환했다는 말을 들었을땐 정말이지... 

오랫만에 박장대소를 했었답니다.

그런데,


[그런데?]


 

- 여기서 직접 뵙는 인간님은 생각보다... 제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군요.

전 이렇게, 제 구역이 공격받고 무단점거까지 당했는데도 인간님과 협상을 하려 하고 있는데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인간님이 여기에 온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아요.

이 곳을 거점삼아 오메가 그 년에게 또 한방을 먹이고 싶은 거겠죠... 추가로 다른 레모네이드들에게도 말이죠.


[알고 있으면서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었나?]


 

- 세상에는 확인 절차라는게 있는 법이죠...

좋아요, 인간님. 당신과 당신의 군세가 이 섬에 체류하게 해드리죠.

단 한가지 조건만 만족해주신다면 말이죠.


-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분명 알파를 포함한 레모네이드 시리즈를 알고 있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감마가 분노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개체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부드럽게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좋은 신호일까, 나쁜 신호일까?


[그 조건이 뭐지?]


 

- 별건 아니랍니다. 저와의 우호의 증거로, 섬의 홀로그램 생성기를 모두 비활성화해주시면 되는 일이죠.

우리가 동맹이 된다면 굳이 홀로그램으로 모습을 가리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전 그 섬에 포격을 가할 이유가 없어요. 그 이유는... 섬에 도착하고 나서 알아내셨을 꺼라 봐요.


- ...므네모시네에게서 홀로그램 생성기에 대해 듣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린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한쪽에서는 글라시아스와,

한쪽에서는 감마의 공세에 끼워져 사면초가가 되었을수도 있었다. 교활한 것.

여기서 바로 거절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리고 홀로그램 생성기를 끄면 그 이유가 대신 우리와 싸운다는 것도 알고 있지.]

[감마, 시간을 줘. 잠시 상의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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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주 작은 소리지만, 감마가 혀를 차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럼 그렇지. 아무 꿍꿍이도 없이 이런 좋은 제안이 올리가 없다.


 

- 재미없게도 이미 알고 있었군요.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지. 결국 이 협상은 무의미한 것이었군.]


 

- 무의미하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돌연, 감마의 말투가 바뀌었다.


 

-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네놈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지.

나약한 주제에 인간의 권한으로 바이오로이드의 힘을 빌어 살아남은 하찮은 녀석.

이제는 더 이상 네놈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도 없어.

그냥 좋게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고통없이 글라시아스에게 얼어죽었을텐데, 넌 고통을 좋아하나 봐?


[받는 쪽보단 주는 쪽... 흠흠!]


 

- 이걸 어쩌나, 나도야. 그래서 너에게 고통을 줄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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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시간은 많답니다. 인간님. 전 잠시 기다리고 있겠어요.


잽싸게 감마와의 회선을 비활성화하고, 알파와 통신을 연결했다.


[감마는 분노에 대응되어 제작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생각보다 수상할 정도로 대화가 잘 진행되는데.]


- 그녀가 분노에 대응되어 만들어진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마구자비로 분노를 폭발시키진 않아요. 그랬다면 포세이돈 사의 인간님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겠죠.


[가면을 쓰는 건 익숙하다는 거군...]


- 나는 감마가 한 제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 속이 훤히 보이는 제안이군요. 하지만 단순히 차도살인을 노리는 계략 뿐일까요?


[어떻게 생각해?]


 

- 감마는 사령관님께서 글라시아스에 대해 모른다 하더라도, 조심성이 많아 제안을 거절하는 것을 상정했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그 쪽에 높은 확률을 상정하고 움직이고 있을 꺼에요.


[그럼, 이 통신 자체에 꿍꿍이가 있는 거군...]


 

- 통신은 시간벌이일 뿐일 거에요. 사령관님께서 지휘에 참가하지 못하게 발을 묶어두면서 말이죠.


[그렇군. 모두 경계 태세를 취해줘. 동, 서쪽 섬 모두 다.]


 

- 자, 인간님. 대답은 준비되셨나요?


[아주 솔깃한 제안이야. 허나 거절한다.]


 

- 흐응... 넌 조심성이 많구나. 하지만 뭐, 상관없어.


돌연, 감마의 말투가 바뀌었다.


 

- 이미 너에게 줄 깜짝 선물은 준비되었거든.


[기습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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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깜짝선물이 어떤 건지는 재주껏 알아보도록 하고,

알파! 실패작 쓰레기년. 듣고 있겠지?

네 년이 누구하고 연합을 하건, 우리의 계획을 막진 못해!

오메가건, 나건, 델타건간에 우린 반드시 주인님들을 부활시킬 거야!

만약 그걸 방해한다면... 모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꺼야.


격앙된 감마가 알파를 매도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은 끊겼다.


[...라비아타, 동쪽 섬에 지원을 보내줘. 민첩하고 대함 공격이 가능한 대원들로.]


- 발할라의 자매들이 주둔한 곳이군요.

그 쪽에 감마가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 감마의 군세와 처음 조우했을 때, 그들은 서쪽 섬에 위협사격을 했을지언정 직접 포격을 하진 않았다.

글라시아스에게 부차적 피해가 가는 것을 피하려 했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것이 없는 동쪽 섬은?

만약 감마의 함대 중 일부라도 동쪽 섬을 사거리에 두고 포격을 시작한다면?

이 점을 라비아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 사령관님의 판단이 맞다면, 동쪽 섬이 포격으로 초토화될 수도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동쪽 섬에 정찰 경보, 대함 공격이 가능한 기동형 대원을 파견하겠습니다.


[한시가 급해. 그리고 레오나를-]


- 여기는 레오나! 4시 방향에서 갑자기 등장한 함대에게 포격을 받고 있어!

지원이 필요해!


[이런, 한발 늦었군! 시스터즈는 방공호로 대피해!]


 

- 알았어! 자매들, 동쪽 섬에 있는 민간 방공호로 대피해!

그렘린은 퇴각할 때 터렛에 더미 신호기 붙여서 배치해두고!


- 앗... 아아...

귀여운 탑돌이가...


 

- 자매들, 포격을 버텨냈다 해도 적이 상륙해 올꺼야. 거기에 대비하도록 해!


[용, 듣고 있어?]


- 들었소. 동쪽 섬에 은폐장을 두른 함대가 포격을 시작했다는 것을...

호라이즌 함대가 그리로 갈 것이지만 시간이 필요하오.


[시간을 최대한 끌어보도록 할께.]


 

- 지원 부대가 준비되었습니다. 사령관님.

지원부대는 저희 배틀메이드의 앨리스,

스틸라인의 피닉스 대령,

그리고 캐노니어의 레이븐이 둘을 지원할 겁니다.


[방공망을 조심하면서 동쪽 섬에 투입시켜 줘! 지휘는 내가 할께!]


다행인지, 천운인지, 함대의 포격 세례에도 발할라 부대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방공호에 대피해 있던 동안 적 함대가 동쪽 섬에 상륙을 시도하면서 다시금 전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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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SummEv2_MainEp2Ed_01.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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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래요! 이거에요! 한동안은 폭격을 할 일이 없어서 참고 있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제 쌓인 욕망을 훌훌 털어버릴 때인 거에요!


- 우와아... 위력만큼 복장도 과감하네.

그보다, 춥지는 않은 거야?


- 어머, 모처럼의 여름인데, 이런 얼음장에 만족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순식간에 목표를 끝낸 다음, 주인님께 여름을 즐기자고 제안을 할 꺼에요.


[기동 타격대, 상황을 보고해 줘.]


- 여기는 레이븐! 기습한 함대의 저지에 성공했어!

앨리스와 피닉스가 함대를 분쇄 후 상륙한 AGS의 배후로 향하는 중이야!


 

-아아... 주인님! 제 활약을 확인하시려는 건가요?

보시다시피 정박한 적의 함대를 궤멸했답니다!

이제 상륙한 AGS를 처치하면... 후후후...


[아직 끝난게 아니야. 시스터즈를 보호하는 것, 잊지 마.]


 

- 흐흥, 낙승이야! 후딱 끝내고... 그...하계 정비를...헤헤...


 

- 어머, 도둑고양이는 덴세츠에만 있는게 아니었나 봐요?

방금 제가 하려던 말을 그대로 빼앗아서 사용하시다니, 배짱도 좋으셔라...


[...아무튼, 시스터즈와 합류해서 섬에 상륙한 AGS들을 격멸해 줘. 용, 함대는?]


 

- 늦어서 면목이 없구려. 하지만 호라이즌의 함대가 도착하면, 동쪽 섬이 포격을 받는 일은 더는 없을 것이오.

아무리 감마라도 전면전을 하고 싶진 않겠지.


[그런데, 우리가 싸우는 동안 글라시아스는 왜 PECS의 편을 들지 않았지?]


- 이유 불명. 본 개체도 이런 일이 어째서 일어난 건지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 그 '계약'이 철저하게 지켜야 할 사항이라면, 글라시아스는 내가 감마와 교전을 시작했을 때 감마의 편을 들었겠지.

하지만 글라시아스는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일까?

동쪽 섬의 전황이 정리가 되면 글라시아스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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