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추천 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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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토모다.

정확히는 '그냥' 토모다.


바이오로이드는 제품이다.

제품은 규격화 되어있다.


토모는 바이오로이드다.

토모는 규격화 되어 있다.


인간은 개성을 지닌다.

바이오로이드도 개성을 지닌다.

그리고 규격화 되어있다.


바이오로이드는 규격화된 개성을 지닌다.

토모도 규격화된 개성을 지닌다.


인간은 스스로 개성을 지닌다.

리앤은 스스로 개성을 지녔다.


리앤은 인간 인가?







아니다.

리앤도 규격화되었다.


리앤은 스스로 지닌 개성이 규격화되었다.

고로 바이오로이드다.


허나, '토모'로서는 규격화 되지 못했다.

리앤을 토모로 본다면 리앤은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다.


인간이다.



/


"있지~ 리앤은 인간이 아닐까?"


토모가 사령관에게 말했다.

갑자기 나온 말에 사령관은 당황했다.


사령관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도중 다짜고짜 토모가 와서 한 말이다.


"응? 갑자기 왜? 리앤은 바이오로이드잖아."

"리앤이 되기 전에 리앤 말이야."


사령관은 토모의 말에 갸우뚱하다 불현듯 '즐거운 토모'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즐거운 토모 = 자비로운 리앤이라 봐야하는 그 토모다.


"갑자기?"

"응, 나는 머리가 나쁜데 리앤이 되기 전 리앤은 똑똑하잖아, 그리고 토모였으면서 토모답지 않고, 가슴도 크고, 토모라는 한계를 극복했잖아."


토모는 숨을 한번 내쉬고 이어서 말했다.


"그럼 인간이 아닐까... 앗."


하지만 이내 단어 사용을 수정하는 것으로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리앤은 비이오로이드지만...인간... 이다? 음? '인간답다'?"

"방금 '토모답지 읺다'고 말했으면서 까먹은거야?"

"'토모답다'와 '인간답다'의 차이는 엄청나서 까먹을 수도 있는 거야."


토모는 뭘 당연한거 가지고 트집잡냐는 듯 사령관을 속좁은 사람으로 몰아갔다.

'암 사령관의 그릇이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하지'라고 대범하게 넘어가준 사령관은 작게 미소지었다.


"그래서 말 인데, 토모를 뛰어넘었다는 건 뭘까?"

"초토모인?"

"만화 이야기는 하지 말고."

"이런."


사령관은 자연스러운 주제 이동이 실패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토모는 전세계 각지에서 부잣집 아이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태어난 바이오로이드다.


그리고 동시에 각종 첩보 활동이나 각종 테러에 맞서 싸우는 것으로 곁에 있는 친구를 지킨다.


물론 '친구'에게서 정보를 빼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토모의 일은 친구를 사귀고...  지키고... 사귀는 건 이상 한 뜻이 아니야, 또... 속이고... 배신하는 것까지가 토모야... 다른 토모에 대한 기록들을 보니까 대충 그렇게 한 것 같더라고... 그래서 사령관에게 물어보는 건데..."


토모는 한숨 크게 들이쉬었다.


"토모와 리앤의 차이는 뭘까? 지능 말고 말이야."

"너무 어려운 질문 인것 같은데... 그럼 리앤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면 되지 않아?"

"리앤의 일?"

"리앤의 일이라 하면, 범죄자를 체포하고, 비밀을 밝혀내는 일이지."

"비밀을 밝혀내...? 나랑 완전 반대네."


토모는 무언가 깨달은 듯 말을 이어갔다.


"토모는 비밀을 지키는 바이오로이드고... 리앤은 비밀을 밝혀내는 바이오로이드야."


"비밀은 밝혀지면 끝장이지만, 밝혀내지 못해도 끝이 아니야...아, 갑자기 리앤이 엄청 부러워졌어."

"왜, 토모?"

"정해진 대로 있어야하는 나랑 달리, 리앤은 뭐든지 될 수 있어서... 나는 리앤처럼 될 수 있을까? 비밀을 버린다면... 말이야."


토모는 곁에 있는 친구를 속이기 위해 존재한다.

'하나의 임무'라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완수해내면... '존재하지 않는 자'가 된다.


대부분의 토모는 한시적인 존재나 마찬가지다.


"그건 몰라, 토모, 비밀은 그저 비밀이지만... 네가 끝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토모로서 존재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네 이름 그대로 진짜 '친구' 말이야."

"사령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버린다고 새로운 정체성이 생기는 건 아니야, 토모가 비밀을 버린다해도 토모는 토모일꺼야, 리앤이 비밀을 밝혀내는 것처럼 자신의 정체는 한가지 한가지 사실을 알아가며 변해가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령관의 말에, 토모는 잠시 고개 숙였다.


"그렇구나... 그럼 이제 이런 어려운 고민 안할래."


토모는 자신이 원한 답을 얻은 것처럼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친구들과 지내다보면...토모다우면서 내가 되고싶은 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이제부터 뭐할 거야?"

"브라우니한테 겜알못이라고 하면서 놀릴거야!"


토모는 그제야 리앤은 토모에서 뛰어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냥 토모에서 변한 것 뿐이니까.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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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