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이드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후, 사회는 소위 말하는 '인권론자'들에 의해 매우 소란스러웠다. 물론 종교단체들도 시끄럽긴 매한가지였지만 인권론자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여성의 신체를 성적 노리개로만 보는 김지석과 삼안은 재기하라!"

 "인간을 창조하는건 오직 신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저 인형들은 신의 뜻을 거역하는 존재들입니다!"

 "저것들 때문에 일자리를 못 구해!"

  그러나 김지석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삼안 본사와 청와대 앞마당에서 시위하는 인권론자들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사업가로서 시민들을 자기 편으로 포섭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며칠 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를 물어뜯기 위해 모인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그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희 나라를 지키기 위해 1년 6개월, 혹은 그 이상으로 노력해주신 군 장병 여러분들을 위해 무료로 바이오로이드를 지급해드리려 합니다. 전역증과 군번줄, 신분증을 가지고 저희 회사 본사에 찾아오시는 분들께는 포티아 기종 혹은 바닐라 A1 기종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아, 한 가구당 하나만 지급할 예정이니 아버지와 아드님께서 같이 오진 말아주십시오."

  김지석 회장은 말을 끝내고 바로 단상에서 내려갔다. 질문을 받기 싫기도 했지만 이 말도 안되는 특종을 앞에 두고 질문을 할 여유를 가진 기자가 없어서기도 했다. 김지석의 충격적인 발언은 군필자가 대부분인 한국 남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지석 회장 그는 신인가?"

 "정부보다 군필자를 잘 챙겨주는 기업 삼안 사업."

  김지석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당장의 단물을 던져주면 그들은 단물을 빨아먹느라 알아서 와해된다. 인권이니뭐니 부르짖던 남성들은 지금 포티아와 바닐라에 눈이 먼 상태이다. 심지어 종교단체에 속해있던 남자들마저 전역증을 들고 줄을 서 있다. 이렇게 남자들을 회유시키자 남은 건 여성단체인데, 이들을 제압하는 일은 그에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 이미 202x년에 여성들은 그녀들 스스로 누리던 혜택을 모두 벗어던졌다. 여론마저 삼안의 편을 들어주는 지금, 김지석이 그들의 '불법' 시위를 진압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검찰에 전화해 '불법' 시위대를 단숨에 진압하고 언론사들을 통제했다. 삼안의 돈과 기술력 맛을 본 언론이 인권 단체들의 편을 들어줄 리는 없었다. 

  귀찮은 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아픈 출혈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김지석은 인간의 욕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장 하급 바이오로이드를 무료로 풀었고, 고객들을 만족시킬 엄청난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들었다. 포티아와 바닐라는 분명 매력적인 개체들이었지만 더 매력적인 바이오로이드들은 많았다. 부자들은 무료로 받아온 장난감보다 급이 서너단계는 높은 고급 개체들을 원했고, 주제를 모르는 서민들도 허세를 부리고 싶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안은 바이오로이드 무료 지급으로 인한 손해를 모두 메꿨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 바이오로이드가 들어왔다. 매일 가던 커피숍에는 피곤에 찌든 알바생 대신 아우로라가 들어왔고, 미용실에는 매일 정치 얘기만 하던 아줌마 대신 보련이 들어왔다. 어느새 그것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서서히 채워가고 있었다.



갑자기 생각나서 쓴 거라 길게 안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