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화

2화

3화








"와~ 진짜 요정 마을이네."


소년 사령관 일행이 입을 떡 벌리면서 중얼거렸다. 

판타지 만화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고목들의 밑동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지어져 있는것을 보니

진짜로 이세계로 전이된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와! 인간이다! 이거 봐 샐러맨더!! 인간이야!!"


하이에나가 신기하다는 듯이 가까이 다가와 소년 사령관을 쳐다보자

샐러맨더 역시 실눈을 크게 뜨고 그의 이곳 저곳을 살펴봤다. 


"샐러맨더, 하이에나. 귀하신 분이 난처해하십니다. 

그리고 지도자께서 시급히 그분을 뵙고자하니, 이만 비켜주시지요."


블랙웜의 말에 하이에나와 샐러맨더가 얼른 길을 비켰다. 


"저희 마을의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옛 호드 소속 전투원이라 성정이 다른 이들과 달리 급합니다.

저들의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아니에요 아니에요. 호드 대원들은 많이 봐서 익숙한걸요.

근데 그 귀걸이는 마을의 상징인가요?"


소년 사령관이 블랙웜의 귀에 걸린 귀걸이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그는 그녀뿐만 아니라 하이에나, 샐러맨더를 포함한 마을 내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똑같은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던걸 눈치챘던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블랙 웜의 감정없는 얼굴이 살짝 뒤틀렸다. 


"사령관. 저기 봐봐! 저게 뭐지?"


엘븐이 그에게 저 높은 나무 위에 걸린 새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 새장 안에는 새하얀 바이오로이드가 들어있었다. 

일행이 새장 가까이 다가오자 소년 사령관을 본 스노우 페더는 깜짝 놀랐지만

블랙웜이 그가 그 이상 가까이 가는걸 제지하자 그녀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저 자매는 악에 홀려 마을에 커다란 죄를 지어 부득이하게 격리조치 되었습니다..."


블랙웜이 평소와 다르게 말꼬리를 약간 흐리면서 말했다. 


"악? 죄? 격리조치?"


일행은 블랙웜의 의미를 알수 없는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희 리더가 모든 것을 설명할겁니다."








"저희 마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고귀하신 분..."


마을에서 가장 큰 집안에서 세레스티아가 나긋나긋하게 인사를 하며 일행을 환영했다. 

세레스티아를 본 소년 사령관이 침을 꿀꺽 삼키곤 시선을 밑으로 돌렸다. 

오르카호 에서 살면서 저런 폭발적인 몸매엔 이미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저건 어나더 레벨이었다. 


'아니 대체 복장이 저게 뭐야... 어른들은 대체...'


소년 사령관이 아랫도리의 존슨을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엘븐 자매들은 엘븐들끼리 통하는 아우라를 느끼면셔 역시 리더는 다르다고 감탄했다. 

소년 사령관은 세레스티아와 블랙웜에게 그에 대해 짧게 통설명을 했다.

그가 군대를 이끌고 왔다는 말을 들은 세레스티아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하늘이 드디어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셨군요!

저희 마을을 위협하는 마왕을 퇴치할 용사분을 저희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용사라는 말에 소년 사령관이 좋아서 헤헤거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무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 마왕이란 존재는 대체 뭐죠?

이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는게 대체 뭡니까?"


소년 사령관의 질문에 얼굴이 어두워진 세레스티아는 그에게 옛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매들을 데리고 오랜 세월을 떠돌던 세레스티아는 우연히 이 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물자도 풍부하고 기후도 좋은 이곳은 섬을 지키는 수호신 덕분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녀와 자매들은 섬에 정착해 요정 마을을 일구고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수호신의 정체는 무엇이죠?"


소년 사령관이 물었다. 


"...그건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이 섬을 철충들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고마운 존재였기에

저희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세레스티아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마왕은 신전의 수호신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그들을 방해했다는 것,

그리고 몇몇 자매들은 아예 납치되어 아직까지 생사가 불분명한데다

마왕에게 현혹되어 마을을 배신하는 배신자들까지 나오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마을의 존속마저 위험하다는 이야기였다. 


"리더가 상대가 안될 정도로 강력한 적이야?"


엘븐이 걱정스럽게 묻자 세레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보다는 마왕을 따르는 검은 괴조가 문제입니다."


"괴조???"


"검은 괴조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벼락을 떨어뜨리는지라 저희들만으론 어쩌지 못해 결국 수호신님이 나설 정도였습니다.

수호신님이 괴조를 간신히 쫓아내긴 했지만 결국 커다란 부상을 입으시고 신전에서 다시 동면을 하고 계시죠."


'번개를 다루는 검은색 괴조... 친숙한 느낌이 드는데...'


하르페이아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그려졌지만 결국 그게 무엇인지 떠올리는데엔 실패했다.  


"그 괴조는 뭐죠? 철충? AGS?"


소년 사령관의 질문에 세레스티아가 고개를 저었다.  


"철충은 확실히 아니었고 그게 AGS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저도 그런건 처음 봤으니까요. 


소년 사령관은 세레스티아로부터 뭐라 콕 찝어 말할 수 없지만 어딘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이 수호신이란 존재는 대체 무엇이지?

소년 사령관이 다시 무언가를 물어보려 할 때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퍼지더니 마을에서 큰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왕이 다시 왔나보군요."


세레스티아가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 영혼까지 정화되는 기분이군요."


숲 속에서 바닐라가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행복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자연과 함께 되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그 인간도 없어서 오르카 호도 조용하고 간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군요."


소년 사령관과는 일상에서부터 시시콜콜 마찰을 일으킬 일이 없었기에 

전임 사령관이 사라지니 바닐라의 일상엔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다.

그래서 바닐라는 중년 사령관이 사라져서 발바닥에 박힌 가시가 빠진듯이 속이 아주 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사라지니까 마음 한 켠이 텅 비어버린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 분이 걱정되십니까?"


"그 인간이라면 어디서 잘먹고 잘살고 있을겁니다. 걱정될게 있습니까?"


중년 사령관이 한달동안 행방불명이 되도 아무도 별 걱정을 안한 이유였다.

거기에 로크까지 데려갔는데 걱정할게 뭐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내심 소식이 끊긴 그가 뭐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고 

바닐라는 비록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였다. 


바닐라와 금란이 소년 사령관을 찾으러 가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 그때였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


바닐라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감각이 날카로운 금란은 저 멀리서 둘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나오시죠."


금란이 나직하게 말하자 중절모를 쓴 고철로봇이 당혹스럽다는 이모티콘을 보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쿠... 제 기척을 눈치채다니 감이 좋으신 분이군요."


"당신은 누굽니까?"


바닐라가 총을 겨누고 위협하자 알프레드가 손사레를 쳤다. 


"여러분의 적은 아니니까 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무기 좀 치워주시지요.

저는 mr.알프레드, 브루스 웨인님의 충실한 집사입니다."


바닐라와 금란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요즘들어서 희한할 정도로 외지분들을 많이 뵙는군요...

특히 그 발랄한 아가씨와는 다른 이 고상함... 아아 참을수가 없군요.

부탁이니 당신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도록 허가를 해주시면 어이쿠!"


금란 주위를 음흉하게 돌아다니던 알프레드가 현란한 개나리 스탭을 밟으면서 바닐라의 총격을 피했다. 

바닐라다 입술을 깨물었다. 

저 사람 신경을 박박 긁는 저 오바스러움이 중년 사령관이 연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총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일이야??? 집사씨 괜찮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바닷바람 같은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바닐라와 금란이 멈칫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이 바스락 거리더니 목소리의 주인공이 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둘 모두 오랜만이네!! 근데 여긴 어떻게 찾아온거야??"







과연 마왕의 정체는 누구인가? 그건 다음 화에 밝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