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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들은 허무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기운... 차리십시오, 대장. 사령관님도 진심은 아니었을 겁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아스널이었다. 누구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지만, 그 사령관 앞에선 그 언행이 결국 비수가 되어 자신의 가슴에 꽂혔다.

 

 “사령관이, 그런 뉘앙스로 말할 거라곤 생각했는데...”

 

 그녀는, 밤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누구보다 사령관을 위한다고, 사령관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건 그 한 명의 바이오로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똑같은 심정이었다. 사령관에게 사랑받고 싶은 그 마음. 그런 마음에 결국 그 하나의 ‘사랑받는’ 바이오로이드를 따돌렸고,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이 참혹하게 다가왔다. 아르망이 어떻게든 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모두를 무시하고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바이오로이드를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모두를 추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사령관은, 우리를 추호도 사랑하지 않는구나.’

 

 슬프다. 너무 슬프다. 세상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감정이 그녀들을 감쌌다. 그 후에 뒤늦게 몰려온 건 후회. 그 바이오로이드에게 조금만 더 잘해줬었더라면. 정말 우리가 그 바이오로이드를 여신처럼 대했었다면. 사령관은, 우리를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줬을까.

 

 죽을까. 사랑받지 못하는 삶보다는 죽음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녀들의 자존감은 0에 가깝게 내려갔다.

 

 아스널은 자신을 철충만도 못한 욕구 덩어리라고,

 

 마리는 자신을 겉멋만 든 한심한 지휘관이라고,

 

 레오나는 자신을 잘한 것과 못한 것도 구분 못하는 머저리라고,

 

 메이는 자신을 무능하고 바보같은 멍청이라고,

 

 용은 자신을 인간의 감정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무능력자라고,

 

 나머지는... 뭐,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 일이 있고 1주일이 지난 뒤. 사령관은 자신과 그 바이오로이드만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버렸다. 아무도 그 공간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날 밤, 지휘관들은 입을 모아서 그 둘을 제외한 모든 오르카의 인원들이 참가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 장소마저도 정박해 있던 육지.

 

 그 회의는 그 이후로 매일 밤 일어났다. 어떻게 하면 그의 신뢰와 사랑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그 간단한 주제 하나를 가지고 무려 사흘을 고심했다.

 

 그리고 그녀들이 만장일치로 낸 결론은 단 하나.

 

 모든 걸 그녀에게 맞춰주자. 오르카에서 가장 높은 바이오로이드는 그녀라고 합의하기로 했다. 그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바이오로이드는 없다. 그녀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없다. 그녀를 향해서 폭력의 손을 휘두를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없다. 그녀를 질책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없다. 오르카의 모든 일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규칙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들은 많은 것을 포기했다. 용과 메이는 명령거부권을, 마리와 레오나는 자신의 권력을, 사생활을, 자유 결정권을, 기존의 위계질서를,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녀를 왕좌에 군림하게 하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그녀는 사실상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바이오로이드의 뇌파를 내뿜는 인간.

 

 그녀들은 불만을 표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소멸해버린 사령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사령관을, 그 바이오로이드를 중심으로 모든 의사가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T-2 브라우니 2021. 사령관에게 선택받은 그녀만이, 자신들의 살길이었다.

 

 

 

 

 “주인님, 일어나셨어요?”

 

 그날 일어난 그녀가 맨 처음 들은 목소리다.

 

 사령관과의 합의를 통해 전속 메이드들이 브라우니 옆에 대동되었고, 소완은 그녀만을 위한 특식을 만들었다.

 

 “오, 콘스탄챠 씨 아님까! 이런 아침부터 보는 건 처음이지 말임다. 근데 왜 오셨슴까?”

 

 “전 오늘부터 브라우니님의 전속 메이드가 되었어요. 잘 부탁드려요, 새 주인님.”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흘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그녀가, 이젠 자신의 메이드이다. 그래, 상상이 가는 전개는 아니다.

 

 그런데 상대는 브라우니. 언제나 쾌활한 그녀. 그녀의 그 태도가 사령관을 반하게 만든 데에도 한몫했다. 또다시 뭔가를 의심하느니, 그냥 받아들이자, 하고 생각했다.

 

 “오, 이런 태도는 처음이지 말임다! 친구들은 지금 뭐 하고 있슴까?”

 

 “아, 스틸라인은 오늘 출격이 있어요. 아마도 오늘은 못 만나실 것 같네요.”

 

 그녀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 근데 왜 저는 안 나감까?”

 

 “브라우니 2021님은 스틸라인에서 빠지셨어요.”

 

 “스틸라인에서.... 빠졌다고요? 제가 말임까?”

 

 “네. 저번에 크게 한 번 다치신 적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령관님께서, 주인님이 더 다치는 걸 보시고 싶지 않다는 의견으로 더 이상은 주인님을 출격에 나가게 하지 않기로 하셨어요.”

 

 자신의 ‘주인’과 ‘사령관’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태도.

 

 “그리고, 저한테 존댓말은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 알겠슴다. 아니, 알겠.... 어.”

 

 한 번도 누군가에게 반말을 써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느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사령관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따돌림은 받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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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원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