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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스프레스 언니가 말해준 장소에 거의 다 와가는 것 같은데...

그런데 이상하네? 가면 갈수록 날씨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아까는 가랑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함박눈이 되었어!

어라?


-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한 은폐장 기능 상실.

최우선 목표, 홀로그램 생성기 탐색 강행 중...


 

- 음... 피해 가자!

레아 언니와 합류하면 모르지만, 아쿠아는 저 로봇들에게 혼자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아!


 

- 소음 감지, 주변에 미식별 바이오로이드 개체 발견.

포세이돈 사의 입력된 명령 지침에 의거, 적으로 규정.


- 아, 야단났다! 아쿠아가 도망갈 수 있을까?


- 귀염둥이들아, 저것들의 움직임을 멈추렴!


  

- 센서와 기동 장치, 치명적 오류 발생...

적대 개체의 위치 놓침.


 

- 키르케 언니? 왜 여기까지 와줬어?


 

- 어휴, 점술사 폐업을 너무 오래해서 그런지, 점을 잘못 봤지 뭐에요... 하하...

그래서 부랴부랴 쫓아왔는데 도중에 아쿠아씨를 놓쳐버려서 지금에야 찾았다구요.


 

- 어? 아닌데?

언니가 말한대로 워울프 언니한테 갔더니, 익스프레스 언니가 레아 언니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줬어!


 

- 어머? 점과는 전혀 상관없었지만... 어떻게든 레아씨가 있는 곳은 알아낸 모양이네요. 다행이에요!

... 그런데 이 눈보라 속에 있단 말이에요?


 

- 응! 티타니아 언니도 같이 갔다고 익스프레스 언니가 그랬으니까,

아마 티타니아 언니가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아! 그러네! 티타니아 언니가 위험한 상황일지도 몰라! 어서 가자!


 

- 어...음... 아쿠아씨?


  

- 응? 왜? 키르케 언니?


 

- 만약 저기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아셨죠?


 

- ...갑자기 왜? 아무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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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이 이겼어. 포기해.


- 티타니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 아니... 그럴 때야. 늦었다고 생각할 땐 정말 늦은 거야.

여왕은... 지금 널 정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할 꺼야.

애초에... 여왕을 따라온 네 잘못이야. 


 

- 여긴... 전장...이야... 그런데... 산보를 하러 나간다니... 제정신이야...?


 

- 여왕은... 재생성될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어...

아파... 미워... 만들어질때부터 이랬어... 특히... 너를 볼땐 더더욱.

처음 네가 따라왔을땐... 그냥 넘겨버릴까 싶었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 레아의 몸이 얼음으로 뒤덮여 간다. 하반신은 이미 모두 얼음으로 뒤덮였다.


 

- 다른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볼 땐 아프지만 그래도 괜찮아...

처음 눈을 떴을 때, 그 아이들은 여왕을 필요로 한다고 했어...

그러니 너만 없어지면 돼... 네 자리...

이제 여왕에게 돌려줄 때야...


 

- 내가... 없어진다고... 네가...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러니 네가 그걸 볼 수 있게... 동사시키진 않을꺼야.

완전히 얼려서... 여왕이 자리를 되찾는 모습을 볼수 있게... 여왕의 옆에 둘꺼야...


 

- 우와, 눈보라가 점점 심해지네요...!  


 

-아쿠아 너무 추워! 어, 언니들!

어? 레아 언니? 왜 얼음투성이가 됐어? 티타니아 언니?


 

- 도망...쳐... 아쿠아......


 

- ...아쿠아. 돌아가.

이건 레아와 여왕 사이의 문제야...


 

- 아냐! 레아 언니는 페어리의 가족이야!

가족의 일은 아쿠아의 일이기도 해!

티타니아 언니, 레아 언니를 놔 줘!


 

- ... 레아, 레아, 다들 레아 얘기 뿐이야...

후, 후후...하하... 너도 마찬가지구나...

그래... 좋아. 여왕의 손에서 레아를 구할 수 있으면 구해 봐.


- 아쿠아가 어쩌질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는 동안 티타니아가 서서히 부유해 다가온다.

티타니아의 손이 아쿠아에게 뻗치려는 찰나,


[탕!]


총알 한 발이 아쿠아와 티타니아의 손 사이를 지나갔다. 티타니아가 손을 거둔 사이,

리리스가 아쿠아를 잡고 티타니아에게서 멀어졌다.


 

- ...너도 여왕을 방해하러 온 거야?


- 그래요. 정확히는 주인님께서 저 꼬마 아가씨를 보호하라고 했지요.

리리스는 주인님의 선견지명에 다시 한번 감탄했어요.


 

- 리리스 언니? 그때부터 계속 아쿠아를 따라온 거야?


 

- 그래요. 평소랑은 다르게 조금 은밀하게 쫓아왔지만 말이에요.


 

- 상관없어... 그 정도로 여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전부... 사라져!


- 티타니아가 왼손을 서서히 들어올리자, 안 그래도 심하던 눈보라가 더더욱 심해졌다.

내리는 눈은 어느새 우박, 아니 날카로운 고드름이 되어 아쿠아와 리리스, 키르케를 찢어발길 듯한 기세로 내리기 시작했다.


 

- 후... 후후... 예상하고는 있었어요...

저 혼자였다면... 당장 당신을 제압할 수 있겠지만...

이 꼬마 아가씨가 있어서 그렇게 할 수가 없네요...


 

- ...알면서도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거야?

왜?......뭐 됐어.

이제 끝이야.


 

- 후후, 아직... 끝이 아니에요...

지원군을 불렀으니까요... 지금 쯤이면...


- 그 말대로, 이제 강림했습니다. 모두 빛의 날개가 지켜주시길.


- 먹구름과 고드름의 한파를 뚫고 커다란 빛기둥이 내려와 아쿠아 일행을 감쌌다.

빛기둥의 중심에는 날개를 활짝 편 아자젤이 있었다.


 

- 여러분들 한 분 한 분이 모두 반ㄹ... 크흠, 구원자의 귀한 어린양이니 어찌 목자가 지키지 않겠습니까.

거기 있는 당신도 그저 길 잃은 어린양일 뿐이니 이 또한 어찌 목자가 인도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어린양이 다른 어린양을 해하려 한다면 일단은 서로를 말려야겠지요.


 

- 하... 그래. 이게 너희들의 대답이구나. 좋아.

...너희들이 여왕을 미워하듯, 여왕도 너희들을 미워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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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SummEv2_SideEp4Ed_01.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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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는 아쿠아 일행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 했다.

티타니아가 힘을 써서 누군가를 얼리려 하면 리리스가 견제사격으로 티타니아의 행동을 방해하고,

빈틈을 보인 티타니아의 공격을 아자젤이 빛의 장막으로 차단하여 피해를 중화시켰다.

두 강력한 바이오로이드와의 전투에 열중한 나머지, 티타니아는 잠시 키르케와 아쿠아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 아쿠아, 빗자루에 타요! 한번에 레아씨한테 가는 거에요!


 

- 준비됐어, 키르케 언니!


 

- 빗자루 씨, 출력 최대로 가요! 으아아!


 

- 너...!


 

- 제 앞에서 고개를 돌리다니, 그럴 여유가 있을 정도로 대단하긴 한가 봐요?


- 빗자루를 과부하시킨 키르케와 아쿠아는 순식간에 레아의 앞까지 도착했다.

티타니아의 시선이 키르케에게 쏠렸지만, 리리스의 사격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가자 다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너... 끈질겨... 방해야...


 

- 황공한 칭찬이네요, 여왕 폐하.

그 꼬마 아가씨에겐 손 못 대.


 

- 리리스여, 하지만 어째서 티타니아를 제압하지 않는 것입니까?


 

- ...시끄럽네요.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거에요...!

할 수 있었으면 진작에 손이라도 쏴서 제압했을 꺼에요!


 

- 더 이상은 못참아. 너희 모두 얼어버려.


- 티타니아가 양손을 모두 들어올리는 것을 본 리리스가 이번에도 견제사격을 했지만,

티타니아는 이번엔 그 총알을 피하지 않았고, 총에 맞아 손에서 피가 나는 와중에도 주변에 강력한 서리폭풍을 만들어냈다.


 

- 아차, 이렇게 되면... 아자젤!


 

- 폭풍이... 강력합니다! 지금은... 버티는 것 정도가 최선입니다!


 

- 아파... 하지만 진작 이랬어야 했어...


- 서리폭풍을 버텨내는 둘을 뒤로 하고, 티타니아는 아쿠아와 키르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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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아쿠아씨? 이제 당신한테 달렸어요! 으와... 어지러워...


- 둘이 도착했을 땐, 레아는 이미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 레아 언니, 지금 도와줄께!

어, 어디보자... 뭘로 언니를 녹여야 하는 거지?

따뜻한거... 따뜻한거... 그래, 온수!


- 아쿠아는 레아에게 온수를 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얼음은 온수가 나오는 물뿌리개쪽으로 서서히 얼어가기 시작했다.


 

- 포기해... 여왕은 널 해치고 싶지 않아...


 

- 싫어! 아쿠아는 언니들을 반드시 구할꺼야!

녹아라... 녹아라... 아, 물뿌리개가...


- 물뿌리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아쿠아는 온몸을 찰싹 붙이고 얼음을 녹이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아쿠아마저 점점 얼어가기 시작했다.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너 하나가 달라붙는다고... 그 얼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너... 얼어죽어... 레아는 구하지도 못하고...


 

- 그래도... 아쿠아는 할꺼야...!

레아 언니를... 구하고... 모두 함께...가지 않으면......


 

- ......


- 티타니아는 눈을 감고, 손사래를 쳤다.

고드름은 우박이 되고, 눈송이가 되고, 이윽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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