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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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쿵-! 쿵-!

 

 사방의 벽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루어진 공방의 내부는 언제나 그렇듯, 거대한 생산 기계들이 저마다의 소음을 일으키며 연신 제 자리에서 각양각색의 물건을 찍어내고 있었다.

 어떤 기계는 각 부대의 특기에 따른 특수탄을 제조하고 어떤 기계는 일반 사병들이 사용할 일반 탄환을 제조, 이쁘게 펴진 구리판을 기계에 넣고 화약가루 여분을 확인해두면 이후의 일은 이 기계들이 내부에서 틀에 맞게 총알들을 찍어내었다. 

 

기-이이잉!

 

 다 만들어진 총알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컨베이어 벨트 위로 흩뿌려진다. 그리고 빈틈 하나 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검색대를 지나 불량 제조품은 작은 로봇 손에 의해 걸러지고 나머지는 그 벨트 위를 타고 쭉 이동한다. 그렇게 3차례에 걸친 정밀검색을 끝마친 총알들은 끝에 있는 플라스틱 박스 위로 주르륵 쏟아져 내린다.

 

촤-아아악!

 

짤-그락! 짤-그락!

 

 플라스틱 박스 위로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던 총알들은 서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또 그 위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일정 높이 이상 총알들이 적재될 시엔 설치해둔 센서가 자동으로 다 쌓인 플라스틱 박스를 앞으로 밀어내고 새로운 박스로 그 자리를 채웠다.

 

기-이잉!

 

 플라스틱 박스 안에 수북하게 담긴 총알들은 곧 포장기계로 들어선다. 그리고 박스 크기에 맞춰 틀이 맞춰진 프레스 위로 이동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뚫려 있던 위가 막힌다. 물론 개방하기 쉽도록 총알이 삐져나오지 못 할만큼의 작은 구멍들을 숭숭 뚫어놓는 것은 기계를 만든 포츈의 센스였다.

 

기-잉! 기-잉!

 

 그렇게 완벽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상자 위에 오르카 저항군의 로고가 새겨지고 나면 탄약 한 상자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상자는 공장 밖으로 이어지는 컨베이어 벨트로 넘어가 제각기 다른 부대의 로고가 그려진 컨테이너로 들어가 그 안에 대기하고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이 그것을 받아 컨테이너 안쪽부터 차곡차곡 탄약 상자를 적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컨테이너들 중 스틸라인의 철벽 마크가 그려진 컨테이너의 안, 그 안에서 국방티를 입은 여성 둘 중 비교적 덩치가 훨씬 큰 여성이 손에 들린 탄약 상자를 또 한층 쌓아 올리며 컨베이어 벨트 건너편에 있는 작달막한 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언니. 저희 진짜 저분에게 말 안 걸어도 될까요?”

 

“...시꺼. 얼른 상자나 쌓아. 노움.”

 

“그..그래도 저분이 그분이잖아요. 방금 방송으로 나왔던..”

 

“너 진짜 왜 이래? 군대 짬 70년 넘게 먹은 녀석이.”

 

 언니라 불린 작달막한 체구의 분홍 머리 소녀, 이프리트는 노동으로 흘린 땀인지 아니면 저 건너편에서 머리만 빼꼼히 내민 채 자신들을 바라보는 인간 탓에 흘리는 식은땀인지 모를 땀방울을 닦고 있는 노움을 째릿 노려보았다.

 

“야. 일이나 해. 장교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어딨어.”

 

“으응..그래도 저분 계급이..”

 

“대장. 대장이라잖아. 우리 사령관님 바로 밑. 우리 전 상관인 불굴의 마리 4호 소장님 위위.”

 

“그..그러니까 더..”

 

“...”

 

쿵-!

 

 계속해서 제 말에 토를 다는 노움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까, 이프리트는 자기 개체들의 특징인 노곤한 얼굴도 목소리도 치운 채 땀을 뻘뻘 흘리는 노움에게 한껏 눈매를 치켜세운 채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로 반박했다.

 

“지금 너랑 나만 저 대장님의 뇌파를 감지하고 있는 줄 알아?”

 

“...”

 

“자기 뇌파가 우리한테 닿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저렇게 공장 문턱에서 머리만 빼꼼히 내민 채 가만히 서 있기를 2분째야. 건들지 마. 괜히 우리가 먼저 나서면 눈도장밖에 더 찍혀?”

 

“...언니 말이 맞네요. 제가 좀 정신이 나갔나 봐요.”

 

“..알면 됐어. 얼른 작업 마무리하자.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이는 노움의 모습을 확인하곤 내던졌던 탄약 상자를 다시 들어 올려 제 가슴팍까지 오는 높이까지만 쌓기 시작했다. 노움은 그런 이프리트에게 안쓰러운 시선을 한번 보내곤 그녀가 쌓아둔 상자 층계 위에 제 손에 들린 상자를 올려두는 걸 반복했다.

 그러길 1분 채 지나지 않아 노움은 다시 한번 입술을 달싹이며 아직 눈썹이 내려가지 않은 제 선임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래도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던 지휘관님이신데.”

 

“...맞지. 응. 기다렸지.”

 

“...저분이라면 여길 예전처럼 돌려 놓으..”

 

“내가 기다리던 지휘관님은 우리 전 대장님이랑 동형기 아니면 하다못해 타 부대 지휘관들이었지.”

 

 노움이 뒷말을 살짝 흘리는 사이, 이프리트는 그녀의 말을 가로채곤 제 말을 이어갔다.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지만 어딘가 살짝 서럽다는 듯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노움을 입을 다물었다.

 

“불굴의 마리 대장님처럼 카리스마 있고, 군사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지휘관님이 부임하시길 원했지. 저런 계급따리만 높은 띨빵한 인간님을 원한 게 아니라고.”

 

“...”

 

쿵!

 

“여기 작업은 거의 끝났으니까 옆 컨테이너 애들이나 도우러 가자. 우리끼리라도 도우며 살아야지.”

 

“..네. 언니.”

 

 장갑에 묻은 먼지 하나 없을 터인데 손을 터는 시늉을 하며 컨테이너 밖으로 나서는 자기 이전 선임의 작은 등을 바라보던 노움은 긴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따라 옆으로 이동했다.

 

‘그 밝던 언니가 어쩌다..후우.’

 

34)

 

“...워메 이게 뭐시당가.”

 

 나는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기가 막힌 내부 설비에 입을 떡하니 벌린 채 쿵쿵-거리는 소음으로 가득한 공장의 내부를 대충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외관은 무슨 외딴곳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일반 공장같이 회색 콘크리트에 푸른색 페인트를 바른 철골 천장이지만, 그 안은 내 상상을 아득히 넘은 초 미래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음! 여기가 탄약제조공장일세. 어떤가? 작전관.”

 

“아니. 저 기계들은 전부 뭔데?”

 

 등 뒤에서 말을 걸어오는 요안나에게 나는 저것 좀 보라는 시늉으로 공장의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은 거대한 기계들을 가리켰다.

 외관은 흰 페인트로 발라져 있으나 내부는 언뜻 보기에도 한없이 복잡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저 기계의 끄트머리에는 수없이 많은 탄약 상자들이 대열을 이루며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요안나를 빤히 바라보니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싱긋이 웃기 시작했다.

 

“저건 포츈양과 닥터양이 직접 설계한 제조 설비일세. 하긴, 작전관은 기억이 없다 했나. 저런 걸 보는 건 처음이겠구먼.”

 

“..이야. 이 공장 하나에서 얼마나 많은 총알이 나오는 거야?”

 

 한눈에 봐도 적지 않다. 이미 몇몇 컨테이너들을 꽉 찼는지 안에서 눈에 익은 바이오로이드들이 2명씩 걸어 나와 컨베이어 벨트를 빼내곤 컨테이너의 문을 잠그고 있었다.

 

‘어, 재들은 노움이랑 이프리트잖아. 이야. 국방티 입은 거봐라. 마음에 드..노움은 미드가 늘어나다 못해 터지려 하네. 보기에는 좋긴 한데 좀 민망하다야.’

 

 그녀들이 컨테이너 문을 잠그고 그 위를 두드리니 쿵쿵-소리와 함께 토미워커로 보이는 샛노란 AGS가 거대한 집게발을 이용해 그걸 들고 이번에는 대형 트럭 위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나는 그저 감탄사만 연신 내뱉을 뿐, 다른 생각을 하기도 어려웠다.

 

‘이러면 애들 손을 타는 건 진짜 몇 없는데..이야...’

 

“폐하? 이제 그만 다른 곳도 둘러보러 가시겠습니까?”

 

“응? 다른 공장들은?”

 

“후훗. 저기 있는 공장은 포탄제조공장이네. 여기와 달리 바이오로이드들이 직접 적재하진 않고 설비를 기동해 적재하지. 그리고 저기 있는 건 의류가공공장일세. 가면 더치걸들과 오드리양이 직접 기계로 제복을 수선하거나 제조하고 있네. 어디 하나씩 다 확인할 텐가?”

 

“...전부 자동 기계야?”

 

“물론. 여기서 생산되는 상품들은 모두 각지의 부대에 납품되네. 그러니 하루 정해진 최소물량은 고사하고 비축 물량까지 고려해 움직인다네.”

 

“...”

 

 어우. 다 돌아보려면 빡세겠다. 응. 오늘은 첫날인데 뭐, 대충 숨어서 둘러만 보고 가야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문턱에서 머리를 떼고 그녀들에게 돌아서니 그녀들은 무엇이 그리 웃긴지 나를 보고 킥킥-웃고 있었다.

 

“? 왜?”

 

“후훗. 아무것도 아닐세. 작전관.”

 

“..후후. 폐하의 깊은 배려에 그녀들도 좋아할 것입니다. 혹 앞으로도 숨어서 보실 건가요?”

 

“응? 어어. 아무렴. 내가 눈치가 있지. 갓 부임한 대장이 동네방네 소문 다니면서 다닐 일 있어?”

 

“암. 내 주군과 같이 배려심이 깊은 남자네. 작전관은.”

 

“후후. 역시 폐하십니다.”

 

 애들 왜 이런데? 자기들끼리만 뭐 재밌는 걸 봤나?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미소를 짓는 그녀들의 모습에 나는 묘한 불쾌감을 느껴 빠르게 자리를 옮기려 들었다.

 

“요안나. 여기가 그럼 부품 공장이고. 전력이랑 영양 공장은 어딨어?”

 

뚜벅-뚜벅-

 

“전력 공장은 산 정상 부근에 있는 풍력 발전소와 태양열 발전소. 그리고 백사장으로 쓸 수 없는 북부 해안가 쪽에 수력발전소가 작게나마 있다네.”

 

“오. 나름 친환경 에너지? 뭐, 그런 거야?”

 

“폐하. 여기서 하루 생산되는 전력의 양은 생각보다 많답니다. 후훗.”

 

“나중에 아르망 추기경이 직접 자료를 정리해 보고할걸세. 턱이나 빠지지 않게 조심하게나!”

 

“호오. 호오. 그것참 기대가 되네.”

 

‘뭐야. 나름 인프라 구성이 제대로 되어 있는 섬이었잖아?’

 

 들으면 들을수록, 보면 볼수록 괜찮은 섬 같다. 3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게 이쁘게 가꾸어진 항만 설비들, 거기에 공장 내부에 있는 다양한 자동화 생산 기계들.

 이 정도면 적은 노동력으로도 다량의 자원 생산이 가능할 터. 뭐야? 나 할 거 없을 거 같은데. 애들은 제법 많아 보이지만 딱히 내가 뭐라 지시할 필요도 없이 제각기 자리를 잡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내가 괜히 참견하고 나섰다가는 일만 더 복잡해질 것 같았다.

 

‘음. 자고로 장교란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게 최선이야. 응.’

 

“자! 작전관! 그럼 어디로 가보겠나? 골라보시게나!”

 

“-영양! 영양 자원 생산시설로 가자!”

 

철컥!

 

 다시 한번 지프차에 몸을 실곤 나는 운전석에 앉은 요안나를 재촉하듯 목청을 세웠다. 이야, 사령관 이 자식. 날 아주 꿀빨러로 만들려고. 생각보다 편한 군 생활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하자 내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좋아! 까짓것 대장 노릇 좀 해보지 뭐. 남들은 못 해서 안달인 자린데!’

 

“좋네! 가보세!”

 

“오우!”

 

“...후훗.”

 

부-릉! 부-우우웅!

 

 그래. 여기까지는 좋았지. 응. 여기까지는..

 

35)

 

“하아...”

 

 그렇게 영양을 담당한다는 공장지대로 향하려던 나는 중간에 갑자기 도로 앞을 막고 나타난 이들에게 붙잡혀 이곳, 비축창고로 억지로 끌려왔고.

 

“폐하. 새로운 청바지입니다.”

 

“...응.”

 

 부스럭-

 

 날 막아선 이곳 안드바리의 조그마한 손에 이끌려 산 아래 위치한 거대한 비축창고로 발을 들이니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실키들의 손에 입은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청바지를 날려 먹었다.

 

부스럭-부스럭-

 

‘내 신세가 말이 아니다. 진짜.’

 

 어제는 철충에 총에 맞아 죽을 뻔하더니, 작전 회의실에서 블랙 리버 6대 장교와 알파, 거기에 사령관 녀석한테 시달리고.

 

‘여기가 천국이냐. 지옥이냐. 씨발. 하나만 하자. 제발.’

 

찌-익!

 

 쉴 새도 없이 요안나 아일랜드로 차출되어서 이제 좀 행복해지나 싶더니 뜬금없이 대장직을 선물 받게 되고.

 

찰칵!

 

“다 입었다...”

 

 생각보다 제대로 된 생산 설비들에 감탄했더니 이제 또 새로운 문제가 눈앞에서 터져 나온다. 씨발. 군 생활도 이렇게 다이나믹하지는 않았는데.

 

뚜벅-뚜벅-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데?”

 

 비축창고의 으슥한 곳에 숨어 갈아 입은 새로운 청바지의 빳빳한 감촉을 느끼며 다시 그녀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또다시 실키들이 나한테 달려들려고 내 앞으로 뛰어오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도-다다다다!

 

“대장니이임!”

 

“흐아아아앙!”

 

“아! 오지마! 오지마아아!”

 

 저저! 달려오는 폼 봐라! 벌써 내 새 바짓가랑이를 잡으려고 또 양팔을 쭉 벌리고 달려오네! 비축창고 안에 울려 퍼지는 군홧발 소리에 내 귓바퀴가 또 한 번 씰룩대기 시작하자 나는 좌우로 달려오는 실키들을 피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대자앙니이임!”

 

 도대체 저 소리를 오늘 하루 동안 얼마나 들은 걸까, 하루라 할 것도 없이 이 잠깐 사이에 저 소녀들로부터 저 탄원을 받은 게 몇 번인가.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뺨에서 눈물이 메마를 새도 없이 또 새로운 물줄기를 그려내는 그녀들의 그렁그렁한 눈망울보다 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더 심각하다.


"대..대화로!"


 나는 하다못해 대화로 해결하려 들려고 도망을 칠지, 아니면 정면돌파를 할지 잠깐 고민했으나 저저 바이오로이드라고 달려오는 속도가 오토바이급이다.

 

“왜 이러는 건데! 아르망한테서 설명이라도 듣고 좀! 나도 알아야 뭘 하지!”

 

두-두두두두!

 

“흐-아아앙!”

 

 내 당황스러운 목소리에도 그녀들은 눈물만 허공에 흩뿌릴 뿐, 도저히 감속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포탄처럼 달려드는 그녀들과 부딪혔다간 내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

 나는 저 상관살해를 노리는 그녀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을 감행했다.

 

휙-!

 

“읏-쌰!”

 

-콩!

 

“-아얏!”

 

“-흐앙!”

 

 뛰어오는 실키 한 명의 팔을 낚아채고는 그녀를 빙글 반 바퀴 돌려 또 다른 실키의 앞에 밀어 넣자 둘은 감속할 여유도 없이 서로의 이마를 맞부딪히곤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후, 이번에는 바지를 지켜냈다. 

 

“푸훗!”

 

“하하하! 몸놀림이 제법이군. 작전관.”

 

 웃겨? 이게 지금 웃기는 상황이니?! 비축창고 한쪽에서 이 기막힌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졌으나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기만 할 뿐, 대체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연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시발. 이게 대체 뭔..’

 

 또 한 번 이 돌대가리를 굴리고 있자니 내 앞에 주저앉아 있던 실키들이 이제는 아예 땅바닥에 대고 엉엉 울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흐에에엥.”

 

“흐아아아앙..”

 

‘..좆됐다.’

 

“어? 야, 왜..왜 울어? 아니. 스킨쉽이 너무 과격하니까..”

 

 자세히 보니 서로 부딪힌 자리에 커다란 혹이 하나씩 나 있지 않나. 나는 대가리를 굴리는 것을 멈추곤 재빨리 그녀들을 달래려 들었으나 그녀들의 어깨에 손을 얹을 엄두도 안 날만큼 그녀들은 서럽게 울어대었다.

 

“나..나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 아니야! 애..애들아? 응? 그만 울면 안 될까?”

 

“흐에에에엥!”

 

“흐아아아앙!”

 

 머리를 부딪히더니 유아퇴행을 했나. 무슨 아기가 천장에 대고 우는 것처럼 엉엉 울어재끼는 실키들 탓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갈 때쯤, 누군가 내 티셔츠 자락을 쭉쭉 당겨대는 감각에 고개를 그쪽으로 휙-돌렸다.

 

“-쿨쩍.”

 

“...안드바리? 너..너는 또 왜?”

 

 여기까지 날 끌고 온 장본인, 오르카 1호의 그 안드바리가 아닌 이 섬의 보급 총괄을 맡고 있는 안드바리가 콧물을 훌쩍ㅇ..아니. 애도 우네. 와 씨. 미쳐버리겠네.

 

“응? 왜 울까, 우리 안드바리가? 응?”

 

 한 손으로는 내 티셔츠 자락을 꼭 쥔 채 다른 손으로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닦아내는 꼬마 소녀의 모습에 식은땀이 멈출 줄을 모르고 내 뺨 위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오늘 처음보는 그녀들은 벌써 날 이 자리에서 끌어 내리기 충분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씨발. 부임 첫날부터 오르카 1호로 끌려가기 딱 좋은 상황이 터지네. 아니. 진짜 무슨 일이야! 이게!’

 

“자자, 안드바리? 그만 뚝. 응? 대장님이 잘못 했으니까. 응?”

 

 뭔지는 몰라도 내가 잘못했다. 진짜. 응? 그러니까 그만 울자. 제발! 왼쪽에는 서럽게 울어대는 실키들, 오른쪽에는 눈물을 닦으며 날 놓아주지 않는 안드바리. 떨어진 곳에는 입을 가린 채 끅끅대는 익스프레스와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요안나. 그리고 책을 펼친 채 들어올 타이밍만 노리는 아르망.


 대체 무슨 개판이야. 비축창고로 불리는 이곳의 상황에 정신이 대략 멍해질 때쯤, 콧물까지 킁-!하고 푸는 안드바리의 모습에 이유도 모르는 나조차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안드바리는 아직 서러움이 덜 가신 목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대장님은 잘못 하신 게 없어요. 흑.”

 

“으응. 아니다. 아냐. 안드바리가 이렇게 울 정도면 내가 잘못 했지.”

 

“대자앙니이임..”

 

“야! 실키야! 제발, 내 바지는 그만 당기면 안 돼?!”

 

 어느새 흐느적거리며 내 발치까지 올라온 실키들이 또다시 내 바짓가랑이를 쭉쭉 잡아당기기 시작하자 이제는 정말 사람이 미쳐버릴 것 같다는 게 어떤 건지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 내 옷깃을 잡아당기던 안드바리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다 저 때문이에요. 흐윽!”

 

“...? 응?”

 

“다..제가 언니들한테..폐를 끼쳐서! 흐-”

 

 어어! 야! 또! 울지마! 아니! 울지 말라고! 제발! 부탁이다. 소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의 홍채색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하자 내 뇌막도 점차 옅어지는 것 같다. 아, 모르겠다. 생각하는 걸 포기한다. 아, 몰라!

 

“-아아아앙!”

 

“흐아아앙!”

 

“..허허..허허허허!”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다. 미친 인간처럼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래. 누가 내 뚝배기 좀 내려쳐 줘. 나는 서럽게 울어 재끼는 두 여성과 한 소녀의 사이에서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며 힘 풀린 눈으로 비축창고의 천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체 이 후방에서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36)

 

“...처음에는 초코바 몇 개였어요.”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눈가가 퉁퉁 부은 안드바리는 손가락을 꼬물대며 바닥을 응시한 채 라붕이 작전관 앞에서 힘없이 이곳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라붕이는 식은땀이 흠뻑 묻은 티셔츠의 목깃을 쭉쭉 잡아당기며 말없이 그것을 경청했다.

 

“저희는 매일 다량의 생산물자들을 생산하고..또 그걸 이곳 비축창고에 잉여 생산물들을 보관하는 작업 중이었어요.”

 

“...음. 이게 전부 잉여생산품이라..”

 

 라붕이 작전관은 안드바리의 훌쩍대는 말에 고개를 들어 비축창고 구석에 비치된 거대한 컨테이너들을 둘러보았다. 언뜻 보기에도 넓디넓은 창고 내부와 달리 컨테이너들의 개수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 내부를 훑어본 라붕이 작전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드바리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안나 아일랜드는 후방이니까, 아무래도 이곳에 배치되는 언니들은 전투 모듈이 불필요해서 모두 오르카 1호에 전투 모듈을 남기고 와요.”

 

“..후방이라고 전투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곤 생각이 안 드는데.”

 

“당시 저희의 주적은 철충이었는데, 철충들은 이곳까지 못 올 거라 생각을 했어요.”

 

“...”

 

“그리고 저희의 전투 모듈은 분해 후 고급모듈로 전환되어 다른 전투형 바이오로이드 언니들의 생산에 쓰이니, 이게 제일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휘관님들이나 사령관님은.”

 

“..음. 그래. 계속 이야기해보렴.”

 

 우물 쭈물대는 안드바리의 설명에 라붕이 작전관은 턱을 짚는 시늉을 하며 무언가 곰곰이 떠올리는 듯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실키들과 익스프레스의 퉁퉁 누운 눈들 사이로 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라붕이 작전관이 그런 모양새를 취하니 안드바리는 뒷말을 더 잇기보다는 그의 눈치를 살피듯 바닥을 한번, 라붕이 작전관을 한번, 이렇게 그를 흘겨보기 바빠했다. 그런 그녀를 대신해 여태껏 입을 다물고 있던 요안나가 그녀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요안나 아일랜드는 처음에 오르카 1호의 병력의 도움으로 성장했네.”

 

“...오르카 1호?”

 

“음. 아무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잖나. 그렇기에 주군의 지원을 통해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네.”

 

“...”

 

“전역 예정자인 이들과 다양한 생산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인력들. 그리고 앞서 안드바리양이 말한 전투 모듈을 제거한 이들까지. 우리는 이 땅에 안착해 조금씩이지만 땅을 고르고, 그 위에 건물을 지었네.”

 

 마치 일대기를 읊는 듯 정숙하게 말하는 요안나의 말에 라붕이 작전관의 귀가 쫑긋-쫑긋-거렸다. 그런 그의 곁에 있던 아르망은 펼쳐둔 책 위로 홀로그램 영상기를 띄워 그의 앞에 가져다 대었다.

 

“폐하. 이것이 이 섬의 구역 분할도입니다.”

 

“...반 정도가 생산공장이네.”

 

“음. 그렇네. 아무래도 섬이 크고 넓다 보니, 암초가 적은 지역을 부둣가로 지정하고. 그 주변을 중심으로 도로를 건설, 차근차근 공장을 짓고 설비를 늘려갔네.”

 

“..꽤 긴 작업이었을 텐데.”

 

“음. 맞네. 그렇기에 처음에는 인부들의 부족으로 인해 오르카 1호의 인원들을 비롯해 무적의 용 중장의 호라이즌 함대원들까지 종종 우리를 도우러 왔었네.”

 

“..호라이즌까지?”

 

“그녀들은 이곳에 원자재들을 옮기고 또 생산되는 자원을 또 다른 곳으로 수송해야 했으니. 아예 연이 없다고는 말 못 하네.”

 

“흐-으음.”

 

 이야기를 듣던 라붕이 작전관은 까칠까칠한 턱을 매만지던 손을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가져가 팔짱을 끼었다. 요안나는 그런 그의 행동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섬 전체의 40%가 생산공장으로 만들어지자 우리는 제깍 전투 모듈이 제거된 이들로 자원 생산에 들어갔네. 물론 그 인원수가 점차 늘긴 하나 우리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네.”

 

“...뭔데?”

 

“우리가 설비를 가동하는 동안의 섬 개척일세. 그리고 한 가지 더, 적의 기습을 대비할 보초병들일세.”

 

“...”

 

“점차 수는 늘어났으나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또 나갈 자원들을 모아서 쌓아두고, 그걸 함선에 적재하는 것에는 꽤 많은 인원이 달라붙네. 그리고 펙스와 별의 아이라는 미증유의 적들을 두고 이곳도 절대 안전한 곳이 아님을 직감했네.”

 

“..그래서 파견 인원들이 그렇게 많이 와 있었던 거구만.”

 

“음. 그녀들은 제각기 다른 부대에서 차출된 이곳의 방위병들이네. 전투 모듈이 없는 이들로 구성된 이 섬의 인원들과 달리 전투 모듈이 탑재된 병사들이지.”

 

“파견이라는 소리는 또 순번제로 돌아가며 오냐?”

 

“그렇네. 한번 파견을 오면 1달 정도 이곳에서 머물다 또 제 부대로 복귀하는 형식이네.”

 

 라붕이 작전관과 요안나는 그렇게 스무고개를 하듯 서로의 질문과 대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사이, 실키들과 익스프레스는 이제는 메마른 눈가를 벅벅 긁어대는 안드바리의 곁에 모여 그녀를 토닥이며 안쓰러운 눈치로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파견 인원들은 그러면..아니. 잠깐. 요안나.”

 

 눈앞에서 안쓰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이들을 바라보던 라붕이 작전관은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혀를 끌끌 차는 요안나를 휙 돌아보았다.

 

“여기 오는 동안 나 파견 인원들을 못 본 거 같은데?”

 

“..폐하. 그녀들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초소에서 근무하고 있을 겁니다.”

 

“그 많은 인원이 죄다 거기 있다고?”

 

“...그 이외에도 음..백사장에도 있을 겁니다.”

 

 라붕이 작전관을 환영하던 인원들은 족히 수백은 되어 보였다. 그렇기에 라붕이 작전관은 아무리 넓다 한들 대다수 인원이 이 섬 중앙에 자리를 잡은 산의 중턱과 백사장에 있다는 것에 눈썹을 씰룩대었다.

 그리고 그 백사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그는 무언가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이야기 대목을 벗어나 이번에는 자신이 요안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요안나. 내 몇 가지만 물어보자.”

 

“좋네. 무엇이든.”

 

“우리가 지나오면서 봤던 백사장에 있는 그 리조트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했었지?”

 

“..음. 그랬네.”

 

“..그거 파견 인원들이 공사하던 거였어?”

 

“..음. 원래는.”

 

“설마 산 중턱에만 비포장도로, 그것도 네 말대로라면 걔들이 공사하는 거지?”

 

“...눈치를 어느 정도 채었는가. 작전관.”

 

“...그거 전부 가라친다는 거잖아! 이거!”

 

 ‘가라’, 흔히 가라친다.라는 군대 은어는 제 할 일을 안 하고 다른 사람에게 제 일을 떠넘기거나 나 몰라라 한다는 뜻으로 통한다.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라붕이 작전관의 입에서 군대 은어가 튀어나오자 요안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하하. 내 군대 은어는 잘 모르네만, 아마 느낌상 그 소리가 맞을 걸세.”

 

“아니. 그 많은 인원이 전부 가라부대라고? 그게 말이나..”

 

 자고로 가라를 치는 인간들은 대부분 윗사람이다. 병장이 제 할 일을 새로 들어온 신병들한테 조금 맡긴다거나, 당직사관이 당직사병에게 잠깐 일을 맡기고 눈이나 붙이는 그 정도.

 그런데 그 많은 인원이, 족히 200은 넘어 보이는 이들 전체가 가라를 친다니, 라붕이 작전관의 얼굴이 찡그려지다 못해 일그러지자 여태껏 입을 다물고 있던 안드바리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다.

 

“제..제 탓이에요! 대장님! 제가..제가 그만..”

 

“..? 무슨 소리야, 그게.”

 

“..이 이야기를 하자면 좀 더 길어지네만.”

 

“..우선 더 이야기해..”

 

부-르릉! 부우웅!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되었다는 걸 눈치챈 라붕이 작전관이 입을 여는 사이, 비축창고 바깥쪽에서 거친 차소리가 그의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차 소리에 라붕이 작전관과 보급대대 인원들이 거대한 철문으로 눈을 돌리자 뒤에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 한 대가 그들이 있는 비축창고 내부로 들어왔다.

 

부-릉!

 

“...뭐야? 이건.”

 

탁-! 타닥-!

 

 제 앞에서 멈춘 거대한 트럭에 라붕이 작전관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기다렸다는 듯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갈색을 베이스로 한 레오타드 군복을 입은 똑같은 얼굴의 여성들이 문을 열어 재끼며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들의 얼굴을 확인한 라붕이 작전관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희는.”

 

“앗! 라붕이 대장님 아니심까! 반갑슴다!”

 

“이야! 뇌파 반응이 이곳에서 느껴지시길래 설마 설마 했슴다!”

 

“...브라우니인가.”

 

“저흴 아심까!? 이야! 영광임다!”

 

 어깨춤에 제식 소총을 걸친 브라우니 둘은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라붕이 작전관의 앞으로 걸어와 높은 톤의 목소리로 떠들어대었다. 그런 그녀들의 행동에 라붕이 작전관의 미간 위로 주름이 잡혔다.

 

“..상관에게 경례도 안 하나? 여기 병사들은?”

 

“예? 잘못 들었슴다.”

 

“아, 경례라 하셨슴까? 아! 충성!”

 

“아하! 죄송함다! 충성!”

 

“...”

 

 라붕이 작전관의 요구에 마치 잊고 있었다는 듯 허술한 경례를 선보이는 브라우니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라붕이 작전관의 얼굴이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어느 부대 소속이냐?”

 

“오르카 1호 스틸라인 소속임다!”

 

“저도임다!”

 

“...여기서는 충성이 아니라 필승이라 하도록. 다시.”

 

“예?”

 

“잘못 들었슴다?”

 

“필승, 필승이라는 경례구호를 쓰라고 했다. 어서!”

 

 분위기 파악이라는 것을 전혀 하지 못하는 브라우니들의 작태에 라붕이 작전관의 목소리에 노기가 섞여 나오자 그제야 그녀들은 허겁지겁 다시 그에게 경례를 올렸다.

 

“-피..필승!”

 

“필승!”

 

“...그래. 필승.”

 

 그녀들의 다급함이 묻은 경례에 라붕이 작전관은 낮게 깐 목소리를 유지하며 대충 손가락을 이마 위에 올리는 시늉으로 그 경례를 맞받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브라우니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다 그가 손을 내리자 자기들도 팔을 내리며 허리를 꼿꼿이 편 상태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그녀들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여기 온 목적은?”

 

“아, 그게. 영양 생산시설에서 잉여 자원이 쌓였다고 해서 가져왔슴다.”

 

“..뒤에 저거?”

 

“예! 그렇슴다!”

 

 어쩐지 오르카 1호의 상냥한 사령관보다는 무뚝뚝한 자신들의 대장을 닮은 듯한 작전관의 모습에 브라우니들은 그녀들의 대장 앞에 선 것처럼 목청을 세웠다. 그녀들이 그러든 말든 라붕이 작전관은 그녀들을 지나 터벅터벅 컨테이너 뒤로 돌아가 익숙하게 컨테이너 걸쇠를 풀곤 그 문을 번쩍 열었다.

 

덜-컹!

 

“...”

 

 그리고 그의 눈앞에 차곡차곡 쌓인 종이박스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듯, 라붕이 작전관은 안쪽을 둘러보다 컨테이너 문을 닫지 않은 채 다시 허리를 꼿꼿이 편 브라우니들에게 걸어갔다.

 

“병사. 내 물음에 거짓부렁 하나 씨부리지 말고 성실하게 답해라.”

 

“예!”

 

퉁-퉁-!

 

“난 분명 저 컨테이너 안에 가득 채울 동안 일하는 작업자들을 확인하고 왔다. 그런데 이 컨테이너, 못해도 2줄 정도는 없는데. 그 두 줄, 어디 갔나?”

 

“...그..그게 말임다.”

 

 라붕이 작전관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컨테이너 옆면을 두들기며 브라우니들의 뒷모습을 빤히 응시했다. 꽉 쥔 주먹 사이로 손가락을 꼬물대는 그녀들이 뒷말을 흐리자 재촉하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노기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똑바로 대답하라고 했다. 설마 본 작전관의 물음에 거짓말을 섞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게 초소에서 일하고 있는 저희 파견 부대 애들한테 부식을 좀..”

 

“...뭐?”

 

“초소 경계근무 중인 대원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조금 비었슴다!”

 

“...허!”

 

 잘못한 걸 알긴 아는지 우물 쭈물대는 브라우니들의 대답에 기가 막힌다는 듯, 라붕이 작전관의 입 밖으로 폐에서 우러나오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그런 그의 반응에 브라우니들의 어깨를 움찔거렸고, 반대로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이들의 눈물범벅으로 가득하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번졌다.

 라붕이 작전관은 입을 다물곤 째릿한 눈매로 컨테이너를 올려다본 채 꽉 쥔 주먹을 들어 그 위를 천천히-아주 천천히 두들겼다.

 

퉁-! 퉁-!

 

“....”

 

퉁-! 퉁-!

 

“...”

 

퉁-! 퉁-!

 

 제 뒤에서 라붕이 작전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컨테이너를 두들기는 소리가 비축창고 안에 가득 울려 퍼지자 브라우니들은 서로를 곁눈질하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앞에 있는 이들은 그런 그녀들을 보며 이죽거릴 뿐, 그를 제외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감히 군부대 비축 재고를..”

 

퉁-!

 

“제멋대로..”

 

퉁-!

 

“빼돌린다라...”

 

퉁-!

 

“...20분 주겠다. 너희들이 나눠주었던 박스, 전부 회수해서 여기로 다시 오도록. 한 자리라도 비었다가는..대충 말 안 해도 알 거라 믿겠다.”

 

“예! 알겠슴다!”

 

“예!”

 

“..알았으면 빨리 타! 이 자식들아!”

 

다-다다닥!

 

부-릉! 부우우웅!

 

 이제는 노기를 감출 생각이 없는 라붕이 작전관의 큰 소리에 브라우니들은 어깨에 매달린 총기들을 잡고선 허겁지겁 트럭 위에 올라타 들어왔던 입구를 통해 비축창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허! 씨발.”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지는 그 트럭을 바라보던 라붕이 작전관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는 동시에 뒤에서 대기하고 서 있던 실키들이 또 한 번 두두두두-!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를 향해 뛰어갔다.

 

“-대장니이이임!”

 

“후에에에엥!”

 

“...씨발. 씨발. 씨발.”

 

 이제는 그녀들을 말릴 생각도 없는 라붕이 작전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오로지 씨발이라는 욕설뿐. 그는 제 허리춤을 끌어안고 묵혀왔던 눈물을 또다시 쏟아내는 실키들의 갈색 머리카락 위를 쓰다듬어 줄 뿐, 허망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이게 무슨 군대야.”

 

37)

 

“하-아아아...”

 

 실키들의 눈물 폭풍이 또 한 번 울려 퍼지던 비축창고의 안, 라붕이 작전관은 힘없이 간이의자에 엉덩이를 얹히곤 허리를 숙인 채 양손으로 뜨거운 이마 위를 감싸 안았다.

 그런 그의 곁에 서 있던 아르망은 다시 한번 품에서 이제는 식어버린 수건을 꺼내어 그에게 들이밀었다.

 

“폐하. 수건..쓰시겠습니까?”

 

“..어. 아르망. 땡큐.”

 

“..후훗. 아닙니다. 폐하.”

 

 시원하지는 않지만 땀만 닦아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라붕이 작전관은 아르망에게서 받은 수건으로 땀이 흥건하게 묻어나온 양 손바닥을 그 위에 문질러대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또박-또박-소리를 내며 흰색의 제복을 입은 소녀, 안드바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왔다.

 

“...저게 전부 제 탓이에요. 대장님.”

 

“...우선 들어나 볼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일전의 브라우니들 앞에서 와는 전혀 다른 나긋나긋한 성인 남성의 목소리에 담긴 상냥함에 안드바리의 눈가에 또 눈물샘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라붕이 작전관은 손에 들린 수건으로 그 위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어이구.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던데, 우리 동네 안드바리는 엉덩이에 뿔 두어 개는 자라겠다.”

 

“..히히. 너무해요. 대장님.”

 

“응? 너무 한 건 쟤들이고. 그래. 웃으니까 이쁘네.”

 

 아빠와 딸처럼 만담을 나누는 그와 소녀의 모습에 그것을 바라보던 이들의 입꼬리가 살짝이 올라갔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된 안드바리는 자연스레 라붕이 작전관의 왼 허벅지 위에 앉아서는 하려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처음에 여길 왔을 때는 비축창고 안에 물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응응.”

 

“생산 설비를 돌릴 여력도 적었고, 만들어진 자원들은 다음 날이면 다 출고되었을 정도..”

 

 조금 나아진 듯한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침울해 보이는 안드바리의 안색에 라붕이 작전관의 안색도 굳어졌다. 그런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안드바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루는 오르카 1호의 알비스 언니들이 이곳을 찾았어요.”

 

“알비스?”

 

 라붕이 작전관의 물음에 안드바리는 고개를 끄덕대며 양 검지를 머리 옆으로 가져가 토끼 귀 형상을 만들었다.

 

“네. 이렇게 생긴 언니들이요. 저랑 같은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언니들이에요.”

 

“..후훗.”

 

 안드바리의 귀여운 설명에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라붕이 작전관 역시 마찬가지.

 

“그 언니들이 여길 찾았는데, 무슨 일이 생겼니?”

 

“..언니들은 비축창고에 한가득 쌓인 초코바 납품 상자를 보곤 침을 질질 흘렸어요.”

 

“응응.”

 

 여기까지 왔으면 반은 온 것 같다. 라붕이 작전관이 그렇게 생각할 무렵, 안드바리의 눈망울이 또다시 그렁그렁해지자 작전관의 왼손이 안드바리의 정수리로 올라갔다.

 그의 따스한 손길 덕분인지, 안드바리는 눈물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곤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언니들이 상자를 뜯어 그걸 몰래 들고 나가려던 걸 제가 봤는데..그냥 보내드렸어요.”

 

“? 왜?”

 

“..언니들은 자기들은 맨날 초코바 하나만 있으면 전장에서 잘 싸울 수 있는데..이게 너무 먹고 싶다고 해서..흑..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저는 총도 못 쏘는데..언니들은 매번 싸우러 나가니까..”

 

 말을 이어가던 안드바리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아예 제 품으로 들어와 끅끅-거리기만 하니 라붕이 작전관은 이 작은 소녀의 등을 문질러주며 째릿한 눈으로 요안나를 바라보았다.

 

“뚝뚝-그만 이야기해도 된다...요안나. 네가 설명해 봐. 이게 왜 문제가 된 거야?”

 

“..음. 그 알비스들이 초코바를 들고 같이 온 파견 인원들에게 달려갔다네. 그리고 자신들이 초코바를 이 아이에게서 받아왔다는 이야기가 파견 인원들에게 일파만파 퍼져나갔지.”

 

“...그게 언젠데?”

 

“불과 일 년 전이라네. 후우.”

 

 일년 만에 이렇게 전부 가라부대가 되었다고? 라붕이 작전관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설명 요구에 답한 것은 곁에서 안드바리의 머리를 매만지던 아르망이었다.

 

“..처음에는 초코바 몇 개, 초코파이 몇 개였습니다. 그렇게 많이 빼돌리려 들지도 않았고, 파견 인원들을 대하는 여기 작업 인원들 역시 그녀들에게 남는 잉여 물자를 조금 나누어주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폐하.”

 

“...그래서?”

 

“하지만 오르카 1호에 계신 레모네이드 알파님의 바이오로이드 부대가 합류하면서 저항군의 규모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졌습니다. 거기서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

 

“서로 알고 지내던 오르카 1호 대원들 사이로 처음 보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섞여 들어오며 알파님의 부대에 속해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오르카 대원들이 잉여 물자를 한 박스씩 나누어 가지는 것을 발견했었습니다.”

 

“...설마.”

 

“..네.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그대롭니다. 오르카 1호 부대원들처럼 그녀들 역시 이곳 잉여 물자를 탈취하는 데 참가한 것입니다.”

 

 아르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라붕이 작전관의 평탄한 얼굴을 일그러뜨리기 충분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안드바리 말마따나 초코바 몇 개, 초코파이 몇 개 정도였으나 현지 인부들의 묵언에 가까운 눈감아주기로 파견 나온 이들은 복귀할 때 분대원들 선물이랍시고 현지 잉여 생산품들을 한 박스씩 몰래 챙겨 이곳을 떠났었다.

 

 그리고 그걸 본 전 레모네이드 알파 부대원들 역시 자기들도 하나씩 챙겨가겠다며 현지 작업자들에게 대들었고 그걸 막을 수 있는 변명이 없으니 처음에는 수십이었던 인원들이 수백으로 늘어남에 따라..

 

“..미친.”

 

 라붕이 작전관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곤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의 한 마디 감상문에 속을 졸이던 안드바리의 눈물샘이 결국에는 터지고 말았다.

 

“전부 제 탓이에요. 흑. 제가..알비스 언니들한테..초코바만 허가 안 했으면..흐아아아앙! 여기에서 일하는 언니들한테! 으아아앙!”

 

“...뚝. 후회해봐야 늦은 일이란다. 뚝.”

 

“흐아아앙! 대장님!”

 

 이 중에서 가장 속 썩여왔을 안드바리의 울음소리에 창고 안의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라붕이 작전관은 딱딱해진 얼굴 위로 한껏 치켜세운 눈을 굴려 요안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요안나. 이런 일이 발생하는 동안 왜..”

 

“음. 오기 전에 이야기했듯이 내 임무는 이곳을 지키는 게 아니라네.”

 

“..변명이냐?”

 

“변명이..겠군. 그래. 맞네. 내가 요안나 아일래드와 같이 개척이 가능할 만한 섬을 찾아 태평양을 누비는 동안,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라네.”

 

“...”

 

“이곳에 돌아왔을 때, 나 역시 기겁했다네. 파견 대원들은 잉여 생산품들을 탈취해 가질 않나, 지휘관들이 없다고 해서 완전 손에서 일을 놓지 않나. 솔직히 화가 났다네.”

 

“보급품 쌔벼 가는 거랑 일 안 쳐하는 거랑, 왜 한데 묶여?”

 

 이제는 쌍욕도 숨기지도 않는 라붕이 작전관의 험한 혀놀림에도 요안나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보급품을 가져가는데 현지 인원들이 눈감아주었다고 했잖나. 그게 문제가 되었네.”

 

“뭐?”

 

“아무래도 우리에겐 계급이 없다네. 그 이유가 뭔지 그대는 짐작이 가는가?”

 

“...왜 없어?”

 

“바로 전공이 없어서일세.”

 

 요안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 창고 안의 인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억울한 얼굴, 슬픈 얼굴을 한껏 그리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항군의 계급은 전공을 세움으로서 올라간다네.”

 

“...”

 

“지휘관급 개체들처럼 처음부터 상위직을 맡지 않는 한, 각자 전투 경험치를 쌓아 코어 링크 자리가 해금될 시에 계급이 상승한다네. 하지만 여기 인원들은 애초부터 전투 모듈을 제거한 인원들. 그렇기에 코어 링크는 고사하고 계급조차 올라갈 수 없다네.”

 

“허어-!”

 

“과거 멸망 전부터 싸워 온 이들도 이곳에 있긴 하나, 그녀들 역시 계급장을 반납한 전역대상들이네.”

 

 요안나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사실에 라붕이 작전관은 오른손바닥으로 이마 위를 탁-내리쳤다.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더니, 이제야 모든 사실이 그의 눈앞에 드러나자 라붕이 작전관의 입에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계급도 없는, 전투도 못 하는 인부들이 제 아무리 탄원해봐야 그녀들은 무시로 일관했다네. 지휘관급 역시 없는 이 동네에, 그녀들의 독주를 막을 이는 없었다네. 모두가 파견이란 이름의 휴가를 즐기는 곳으로 이 요안나 아일랜드는 탈바꿈했다네.”

 

“..위에는. 사령관님에게 이야기를..”

 

“물론 몇 차례 실태에 대해 보고하려 했네만, 그럴 때마다 큰 전쟁이 있었네. 여기 일들은 작은 일로 치부될 정도로.”

 

“..어디? 어디서 뭔..”

 

“으음. 철의 탑이라 불리는 곳과 영원의 전장이라 불리는 곳일세. 두 곳 모두 대규모의 철충들과의 충돌이 잦은 곳이네. 영원의 전장이라는 곳은 특히나 희귀광물이 많기에 지휘부의 관심은 그쪽으로 향했다네.”

 

“...씨발.”

 

“하여튼 중간 관리직인 이들도 위의 두 곳에서 벌어지는 큰 전쟁에 후끈거리는 상부에 이런 일들을 보고했다간 더 골치를 썩인다 하여 숨기기 바빴네. 애초에 올린 당사자인 나 역시 그랬고.”

 

“그게 말이냐? 요안나.”

 

 이제는 입술 사이로 이빨을 드러내는 라붕이 작전관의 모습에 요안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네. 내 그대에게 너무 큰 짐을 맡기게 되었네.”

 

“...”

 

“이 일을 해결해보고자 주군께 부탁해 아르망 추기경과 같은 고급 개체와 지휘 개체를 부탁했었다네. 그리고 지휘 개체로 작전관, 그대가 온 거라네. 미안하네.”

 

“...사령관님은 이 동네 현황에 대해 알긴 하신가?”

 

“주군은 모를 걸세. 대부분 여기 이야기들은 병사들이 쉬쉬하는 터라..”

 

“..아이고 머리야.”

 

부-르으응!

 

 라붕이 작전관의 두 눈이 초점을 찾는 사이, 한번 떠났던 트럭이 다시 창고 내부로 들어서려는 소리가 들리자 라붕이 작전관은 제 품에 안겨 있던 안드바리를 허벅지에서 내리곤 그녀를 뒤로 숨겼다.

 

부-릉! 끼-이이익!

 

딸칵!

 

“추-..필..필승!”

 

“...필승!”

 

 익숙한 두 여성이 차에서 내리자 라붕이 작전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벼려진 눈으로 그녀들을 흘겨본 후, 뚜벅뚜벅-발소리를 내며 그녀들의 앞으로 걸어갔다.

 

“내 명령은 잘 이행했나?”

 

“..예! 작전관님!”

 

“완수했슴다! 그..근데 그게..”

 

“? 말은 똑바로. 보고는 확실하게.”

 

“그..몇몇 상자들은 이미 보초 대원들이 찢은 후라..상자들만 회수했슴다.”

 

“...”

 

 브라우니 하나의 말에, 라붕이 작전관의 움직임이 뚝-멈추었다. 말소리도, 숨소리도, 발소리도. 일순간 침묵에 빠져있던 그의 입에서, 웃음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하하!”

 

“...? 자..작전관님?”

 

“??”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

 

“하하하하하핫!”

 

“하하하! 하하하하!”

 

 왜 이 남자는 자기 앞에서 웃고 있나. 생긴 건 사령관님보다야 별로지만, 웃는 모습을 보니 함에 계신 사령관님처럼 친근해 보인다. 이제 괜찮은 걸까. 앞의 그 무서운 모습은 다 거짓이었구나. 장난치신 거구나.

 

 브라우니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라붕이 작전관의 환한 얼굴이 순식간에 도깨비와 같은 모습으로 일그러졌다.

 

“-뭘 쳐 웃고 있어! 이 새끼들아! 빨리 내 눈앞에서 꺼져!”

 

“-히이익!”

 

“-아..알겠슴다!”

 

 역시 무서운 인간님임다! 하고 브라우니들은 재빨리 트럭을 두고 후다닥-창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줄행랑을 치는 그녀들의 뒤태를 째려보던 라붕이 작전관은.

 

풀썩-!

 

-라붕이 작전관은 그만 뒷목을 부여잡곤 그 자리에서 졸도하고 말았다.

 

“대..대장님! 괜찮으세요?!”

 

“대장니이임! 정신 차리세요!”

 

“아..안드바리! 어서 구호 물품을! 저..저기 있을 거야!”

 

“대..히끅...대쟝니이임! 후에에에엥!”

 

‘씨..씨발. 개같은 사령..아. 씨발. 씨..’

 

 그렇게 이 세상에 떨어진 이후부터, 이곳으로 오는 동안에도, 온 후로도 잠 한숨 자지 않고 버티던 그는, 목 뒤에서 올라오는 혈압으로 인한 기절로 바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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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게 짧은 이유는 이번 편을 위해서였다!


아니 그리고 니들 전부 뒷내용 알고 있으면 어케. 이래서 대한민국에서 군대 배경 창작물 쓰면 안 되는데 씨잉.

아 몰라! 다음 편부터 미친 년들 나올 거니까 그렇게 알아! 니들 상상력이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