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리진 단편 소설 모음집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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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즐거우셨나요, 주인님?

드리아드,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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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인님께서 결단을 내리셨군요.

주인님의 안목은 틀리신 법이 없으시니까요.

리제 언니는 좋은 반려가 되어 드릴거에요.

남들에 대한 질투심이 매우 강하시고 

약간... 이상한 면모도 없잖아 있으시지만

한 번 사랑에 빠진 여인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않고 그 사람을 향해 

무구한 애정을 쏟으시니...

분명... 좋은 선택일 거에요.

...

혹시...

혹시 기억하시려나요?

주인님께 처음으로 드린 그 선물을?

주인님께선 잊어버리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언제 한 번 페어리 시리즈 자매들이 모여 

가장 먼저 주인님께 드릴 꽃다발을 완성하고자

선의의 경쟁을 벌인 적이 있었죠.

당연히 리제 언니가 가장 의욕적이었고

아쿠아가 가장 실수가 많았죠.

레아 언니가 욕심껏 한아름 꽃을 따자

다프네 언니가 말리는 모습 등

다들 하나같이 불태우고있는 와중에

저 혼자 우물쭈물 서있었어요.

꽃에 대해선 잘 모르고

주인님께서 어떤 꽃을 좋아하실지도 모르니

어떻게 해야 주인님께서 좋아하실지

어떻게 해야 주인님께 선택 받을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뭐에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말았어요.

주인님께서 좋아하실까

혹여라도 화를 내시는건 아니실까

속으로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제 실력과 지식만으론 자매들을 

재치고 넘어갈 수 없었으니.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꽃다발을 만들어

주인님께 보여드렸었죠?

레아 언니의 이 꽃 저 꽃 한 가득에

리제 언니의 붉은 장미 수십 송이,

다프네 언니의 수선화 다발,

아쿠아의 국화 꽃 세 송이 까지.

자매기들의 아름다운 꽃다발에

주인님도 웃음꽃을 절로 피셨었죠.

후후... 참으로 귀중한 미소셨어요.

어쨌든, 그 다음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주인님께서 당황해하신 모습이

아직도 선히 보이곤 해요.

해바라기 한 송이를 꺾어

제 얼굴 근처에 갖다 대며 말씀 드렸죠.


“꼬... 꽃을 두 송이 밖에 꺾지 못했습니다아...”


주인님의 표정을 보고 그만...

속으로 내가 미쳤구나 하고 

엄청나게 후회했었는데

주인님께서 바로 말씀해주셨죠?


“이거 아까운 꽃을 꺾어왔구나.

정말 아름답다, 드리아드.”


전... 전 그 말을 듣고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혼날 줄 알았는데...

제대로... 제대로 꺾어오지도 못했는데...

주... 주인님께서 절...

...

저도 알아요.

주인님께서 제게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 

그런 말씀을, 과분한 말씀을 하신게 아니란것을.

주인님의 성품은 매우 곱디 고우셔서

아무리 흔하고 계급도 낮은 

바이오로이드라 할지언정

그 싱그러운 미소를 아끼지 않으시며 

모두에게 친절을 배푸시는 분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제게 해주신 말씀도

지나가버린 한 순간의 

친절에 불과하다는 거겠죠...

...

하지만...

감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감히 이런 감정을 품어도 되는 걸까요?

제가... 제가 감히...

감히 주인님을 사랑해도 되는 걸까요?

주인님의 그 지나가는 친절한 말씀 하나에도

저는 감당조차 못할 감정을 느끼게 되었어요.

주인님을 생각할 때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써 심호흡을 해야 할 정도에요.


주인님,

제가 감히 주인님의 선택에 이의를 

제시하려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주인님의 선택은 언제나 옳지요.

옳으시지만...

...

단 한 순간이라도

단 한 번만 이라도

주인님의 선택으로 인해 아주 약간의,

티끌 만큼의 아픔이라도 생기시게 된다면

제게로 오세요...

날 보러 와요.

주인님의 아픔,

비애, 슬픔, 비통, 설움.

무엇이든 품어드릴 수 있어요.

주인님을 끌어안고

언제든지 같이 슬퍼해주실 수 있어요.

주인님을 끌어안고

언제든지 사랑한다 외쳐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주인님,

언제라도, 어느 때라도 좋으니

날 보러 와요...

부디, 내게로 와요...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