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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멧이 고민하는 소녀 모드로 들어간 건 그것대로 흐뭇한 광경이니 그대로 둬도 되겠지.

나란히 꽂혀 있는 스틱형 과자를 발견하고 초코 분수에 푹 찍어서 먹는 행복감을 만끽하면서 리제는 느긋하게 성의 중앙 - 초코 여왕의 방을 향했어.


뭘 만들지 정한 시점에서 당당하게(?) 굴 수 있기도 하겠다, 괜히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했더니 사령관이 보고 싶기도 하겠다 뭐 그런 이유였지.

한편으로는 한창 초콜릿 제작에 몰두하고 있을 캐노니어가 신경쓰이기도 했고.


'아우로라의 초콜릿 교실'은 소속 부대보다는 희망하는 초콜릿의 종류에 따라 나뉘었지만, 거기서 유일한 예외가 캐노니어였어.

성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우선권을 얻기도 했고, 애초에 개개인의 희망 사항이 아니라 에밀리를 메인으로 내세운 '캐노니어의 초콜릿'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던 덕분이었지.


다소 얼렁뚱땅인 부분이야 안 변했어도 굳이 사령관을 방에 가둬버리는 폭거까지 저지르지는 않겠거니.

교사로 각성(※ 강제)한 아우로라가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게 고삐를 잡아주면 더 좋고.


대강 그 정도 생각을 하며 낮게 날던 리제를 붙든 건, 낯선 듯 익숙한 목소리였음.


- 실례하지. 사령관이 이 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맞나?

- 네, 그런데… 요?


날고 있는 자기랑 시선이 거의 똑같이 맞는 장신에, 당당한 체구를 한층 더 크게 보이게 만드는 망토.

어렴풋이 기억하는 성격에 비하면 놀라울 만큼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


캐노니어의 지휘관인 로열 아스널이었음.


*   *   *


- 이런, 부관이었나. 이거 실례했군.

- 아뇨. 오히려 복원 시점에 바로 찾아가지 못해서….


사령관이나 리제가 아스널에게만 소홀했던 건 아니고, (크리스마스에 캐노니어가 모아둔 물자를 포함해서) 플로팅 아머리를 비롯한 각종 중장비의 점검을 위해 오르카 호가 아니라 육지 쪽 시설에서 공정을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참. 2D가 아니라 실제로 보니까 정말로 청순함이 뚝뚝 떨어지는 미인이란 말이지.

정말로 속알맹이가 노빠꾸 상여자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 이 곳에 도착하기 전에 대략적인 편제에 대해서는 정보를 받았다.

 그게 틀리지 않았다면, 그대가 사령관의 서약자겠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 그런, 데요.

- 여러 의미로 고생이 많다고 들었는데, 혈색은 좋아 보이니 다행이군.

 

만큼….


-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으니까요…….

- 음. 본인이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할 테니, 중요한 일이지.


그래. 상상이야 못해도 이런 성격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

어질어질한 기분에 날개를 멈추고 땅에 내려선 - 덕분에 머리 하나는 다른 신장 차이가 더 뚜렷이 드러났어 - 리제가 살짝 비틀거리는 것을 솜씨 좋게 부축하고 아스널은 시원하게 웃었음.


- 이런 이야기는 불편한 타입인가? 그렇다면 미안하게 되었어.


그런 표정으로 말씀하시면 추궁할 생각도 안 드는데요.

허탈하게 괜찮다고 대답한 리제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늦춰주고, 아스널은 크게 주변을 돌아봤음.


- 정말로 동화 같은 곳이로군.

 농으로라도 포병에게는 어울린다고 할 수 없겠어.

 압도적인 적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벌이는 무리에게 어울리는 곳은 더더욱 아니지.


반박하지 않은 것은, 아스널의 성격상 - 아니, 성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조 자체부터 부정적인 발언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


- 부관. 나는 직접 보기 전에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모르는 포병은 단순한 파괴자일 뿐이니까.


대충 무슨 이야기일지 짐작했을까.

물끄러미 마주해온 리제의 시선에는 방금 전까지 아른거리던 당혹감이나 부담감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 하지만 구태여 그대에게 묻지.

 사령관에겐, 나와 내 자매들이 목숨을 바칠 최후의 인간에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 만 번이라도.


아스널은 그것이 - 또렷한 대답까지 포함해서 - 마음에 들었지.


- 그를 사랑하는군?

- 누구보다도요.

- 음. 좋은 대답이야.


사령관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최종적인 판정은 보류해야겠지만.

아무래도 되살아난 자신이 설 곳에는 이미 신이 함께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아스널은 겁 없이 미소 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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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짧다고 생각했는데 완성하고 보니 안 짧았스빈다.

섹무새 이미지가 강하긴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아스널은 솔직하게 전력을 다해서 사랑할 뿐이므로 사령관이 대답할 생각이 없는 현재로서는 어느 의미 가장 안전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빈다.


그나저나 아스널 첫등장 편인데 투표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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