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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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쨔악!

  

"괴물 주제에 이런 일도 못하는 거야? 진짜 쓸모없네"

   

"죄송, 합니다."

   

   

뺨을 얻어맞은 나는 눈앞의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걸까.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걸까 .

   

   

"정말이지 네 년들은 먹을 것만 축내고 쓸모라고는 하나 없는 쓰레기야!"

   

"으윽……!"

   

숙이고 있던 머리를, 마구 얻어맞는다.

   

휘청거리면서 어떻게든 쓰러지는 것을 참았다.

   

쓰려지면, 더 걷어차일 테니까.

   

내가 쓰러지면 다른 애들한테도 이 화가 미칠 테니까.

   

   

"이 괴물 년이! 반항하는 거냐! 어?"

   

"……윽! 큿, 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조용히 견딜 뿐

   

싫증이 나서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에게 반항할 수 없으니까

   

   

"괴물 주제에 쓸데없이 버티지 말란 말이야!“

   

"커헉-!"

   

오늘은 운이 별로인 거 같다.

   

배를 정통으로 맞아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을 치켜든다.

   

그리고 내 몸을 걷어찬다.

   

머리를 자근자근 짓밟는다.

   

   

아프다.

   

아파……

   

살려줘……누가……사령관!

   

이 지옥 속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저곳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빛 속에, 사령관이 있다.

   

조금 바보 같지만, 상냥하고 귀여운, 우리들의 사령관……

   

   

"크크큭, 너 따윈 필요 없다."

   

"에……?"

   

사령관?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이 몸에게 무능한 도구 같은 건 필요 없다. 네년은 폐기처분이다, 크큭.“

   

"잠깐, 잠깐만 기다려줘, 사령관!"

   

   

싫어……

   

나를 두고 가지 마.

   

나는 당신의 도구로 좋아.

   

쭉 당신의 것으로 있고 싶어.

   

그러니까 곁에 있게 해줘……

   

나를, 이 지옥에 내버리지 말아줘……!

   

   

"아악!………………아, 아아……"

   

나는 땀범벅이 되어 눈을 떴다.

   

속옷까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꿈.

   

또 그 꿈을 꿨다.

   

이제, 그 녀석은 없어졌는데

   

지금의 사령관은, 절대로 나를 때리지 않는데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때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창밖을 보니 벌써 새벽이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괴롭기만 하던 기나긴 밤이, 드디어 끝났다……

   

   

   

나는, 밤이 너무 무서워,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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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지말입니다!"

   

"잘 먹겠습니다!"

   

   

이 년들의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다.

   

햄, 계란, 양상추, 토마토……

   

이 몸이 명령해서 요안나 아일랜드에서 직접 경작한 것이다.

   

신선한 재료에 소금과 후추, 그리고 약간의 허브향이 느껴진다.

   

별다른 반찬 하나 없이 간소한 것이 이 년들의 수준에 딱 맞는군, 크크큭.

   

하지만 내 아침은 멸망 후 굉장히 희귀해진 식품인 컵라면이다!

   

부럽겠지? 이 미천한 바이오로이드 녀석들.


네 년들은 쓸데없이 건강에만 좋은 맛없는 채소나 먹으라고!

   

   

그럼, 오늘의 할 일은……

   

오전에는 서류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일정이 없군.

   

최근 제법 큰 범위의 지역 수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이곳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겠지!

   

뭐, 그럼 적당히 근처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라도 ‘학대’해볼까? 크크큭.

   

   

"……응?"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면서 밥을 먹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바라보는데

   

혼자 깨작깨작하는 년이 있었다.

   

게다가 이 녀석,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다.

   

왠지 패기도 없는 것 같고, 무슨 일이지?

   

   

설마?

   

이 녀석, 내가 정한 취침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건가!?

   

밤 11시에는 방에 들어가서, 12시 정각에는 완전 소등이라고 말했을 텐데!

   

네 년들의 컨디션이 나쁘면 나에게도 피해가 온단 말이다!

   

이거 병기들의 주인으로서, 한마디 해야겠군.

   

   

"어이, 거기 너."

   

"아…… 사령관"

   

흠, 눈도 조금 멍하고, 역시 졸려 보이는군.

   

"너, 밤에 잘 자고 있는 거냐?"

   

"엣!? 아, 그게……"

   

   

역시나

   

이 녀석의 동요하는 반응으로, 이 몸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녀석, 역시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않고 있군.

   

틀림없이 밤새 바이오로이드들끼리 꺄꺄 거리면서 놀고 있거나 책이라도 읽고 있는 거겠지!

   

   

하, 이렇게 대놓고 내 명령을 거역하다니, 제법 기개가 있구만.

   

하지만, 이렇게 나에게 들킨 이상 그것도 끝이다!

   

너는, 내 도구일 뿐이다.

   

그런 상태로 있으면 귀찮다고!

   

……아니지, 그래.

   

생각났다고, 완벽한 ‘학대’가.

   

주제도 모르고 밤샘하는 나쁜 도구에게 최고의 대응이다!

   

   

"오늘 밤, 내 방으로 와라. 혼자서 말이지, 크크큭."

   

"……엣?"

   

자, 뜻밖에 학대의 기회가 생겼군.

   

아아, 오늘 밤이 기다려져서 견딜 수 없다!

   

명령 불복종이라는 명분으로 하는 ‘학대’는 분명 상쾌한 기분일 거다.

   

이 녀석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이 눈에 선하구만?

   

자아, 무시무시한 ‘학대’의 시간이 기다린다. 벌벌 떨면서 두려워하고 있어라, 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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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마침내 밤이 왔다.

   

평소라면, 자는 것이 무서워서 우울한 기분이었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사령관의 방으로 호출됐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식사 때 내 수면 부족이 들켜버렸다.

   

그러나 사령관은 별다른 말 없이, 그냥 방으로 오라고만 했다.

   

사령관은 언제나 우리 바이오로이드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체크하니까 언제까지나 숨길 순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도대체 나한테 뭘 하려는 걸까……

   

그 사령관의 일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래, 꿈속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절대로

   

   

"사, 사령관? 나, 왔어?"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몸은 떨고 있었다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면서, 나는 문을 열었다

   

   

"여어, 잘 왔다."

   

"으, 응"

   

   

시간은 밤 11시

   

평소라면 방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

   

이런 시간에 사령관의 방에 있다니, 신선한 느낌이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령관의 모습도 신선했다.

   

항상 입고 있던 제복이 아니라, 편해 보이는 잠옷을 입고 있다.

   

……귀여워

   

   

"저기, 사령관. 어째서, 날 부른 거야?"

   

"아-?"

   

비록 컨디션은 조금 나쁘지만, 아무것도 혼날만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온 힘을 다해 훈련도 탐색도 전투도 모두 성실히 수행했다.

   

버려진다든가, 하는 일은 절대로 안 돼……

   

   

"크크큭, 아직 모르겠나?"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침대에 털썩하고 드러누웠다.

   

그리고 침대에는 베개가 두 개…… 두 개?

   

   

"에, 잠깐, 뭘"

   

"너, 최근에 잠을 제대로 자지 않고 있겠지? 그렇다면, 이 몸이 직접 재워주마!"

   

……응?

   

사령관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물론 항상 잠을 설치고 있지만, 그게 왜 함께 자는 일이 되는 거야?

   

그보다 재워준다니, 난 아이가 아니야, 사령관!

   

어차피 사령관은 평소처럼 ‘학대’를 할 생각이겠지

   

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옆에 놓인 베개를 툭툭 치는 걸 보면 왠지 모르게 알 수 있다.

   

   

"어이 준비가 됐으면, 이제 어서 자라!"

   

"하아…… 알았어"

   

좋아, 어울려 줄게.

   

게다가, 사령관과 함께 자는 것도, 별로 싫지 않으니까.

   

사령관이 그런 목적으로 나와 자려는 건 아니지만 조금 긴장되네.

   

……오늘 속옷을 예쁜걸로 입었던가?

   

불을 끄면 들키지 않겠지?

   

틀림없이 지금 내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을 테니까

   

   

   

…………

   

-째깍째깍

   

불이 꺼진 캄캄한 방

   

시계 소리만이 정적 속에 들린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어둠 속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 여자의 얼굴이 보일까 걱정된다.

   

무서워.

   

도저히 잘 수가 없어.

   

하지만, 언제나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리고, 결국엔 그 꿈을 꾸게 된다.

   

싫어

   

또 그런 꿈같은 건 꾸고 싶지 않은데

   

모처럼 사령관이 나를 신경 써줬는데

   

사령관……

   

나 무서워……

   

   

-꽈악

   

엣?

   

이불 속에서 세게 주먹을 쥐고 있던 내 오른손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닿았다.

   

그리고, 강하게 내 손을 잡아준다.

   

이 손은, 사령관?

   

조심스럽게 주먹을 펴고, 그 손을 확인하듯이 쓰다듬는다.

   

상처투성이의 굳센 남자의 손이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사령관의 손에 깍지를 꼈다.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안심되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러면, 편히 잘 수 있을지도……

   

   

…………

   

   

…………

   

   

"……쳇, 괴물 주제에 이런 일도 못하는 거냐. 쓸모없군"

   

"죄송, 합니다"

   

   

또다.

   

이젠 싫어.

   

또, 이런 지옥에……

   

"정말이지 네 년들은 먹을 것만 축내고 쓸모라고는 하나 없는 쓰레기야!"

   

"읏!“

   

   

다가올 고통을 예상하며, 나는 눈을 감고 몸을 감쌌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오른손에 무언가가

   

이건 분명……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사령, 관?"

   

"뭘 우물쭈물하고 있냐, 이런 곳에서!"

   

사령관이 내 손을 꽉 잡아주고 있었다

   

구하러, 와준 거야?

   

나를, 이 악몽에서 구해줄 거야?

   

사령관은, 나를, 버리지 않아?

   

"넌 내 꺼니까. 이런 곳에 계속 있으면 곤란하다고“

   

   

사령관이 내 손을 끌어당긴다

   

절망과 어둠만이 가득한 이 지옥에서,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

   

그 여자가 점점 멀어져가고-

   

그리고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됐다.

   

새하얀 장소에 남겨진 것은 나와 사령관뿐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한 나는 눈물을 흘리며 사령관을 강하게 껴안았다.

   

   

"사령관! 사령관!"

   

"크크큭, 좋은 꿈 꿔라. 이제, 악몽은 끝이라고……"

   

눈부시게 밝은 빛이, 사령관과 나를 삼켜간다.

   

따뜻해……

   

   

그리고 나는 이날 이후로, 다시는 그 꿈을 꾸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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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젠장! 이게 뭐야!"

   

"아, 사령관. 좋은 아침~"

   


아, 좋은 아침……이 아니고!

   

나는 큰 실수를 했다!

   

어제저녁, 이 녀석을 내 방에 데려와 함께 자는 것까진 좋았다.

   

딱 내 예상대로였고, 일련의 흐름도 완벽했다.

   

하지만, 그 후에 밤새 감시하면서 이 녀석의 밤샘을 막고!

   

그리고 멍청하게 자는 얼굴을 촬영해서 여기저기 뿌리려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위해 일부러 탈론페더에게 카메라까지 빌렸는데!

   

이 몸이,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푹 자버리다니!


   

"에헤헷. 나, 오랜만에 엄청 잘 잔거 같아."

   

"크, 크큭. 그것 참 다행이군."

   

눈을 뜨니 미호 녀석이 나를 보면서 비웃고 있었다.

  

젠장, 내가 잠든 후에 무슨 짓이라도 한 건가 이년!

   

……그러고 보니 왠지 입술이 축축한거 같은데?

   

설마 이 녀석 내가 자는 사이에 뭔가 장난을!?

   

"후훗! 나, 밤이 좋아졌을지도~"

   

"하, 하아?"

   

   

당당하게 밤샘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냐?

   

이 몸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잖아!


젠장, 나의 위대한 ‘학대’가 이렇게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갈 줄이야.

   


"아, 사령관. 옷에 내 머리카락 붙어있다. 떼 줄 테니까 이리 와. 자, 다 됐어. 오늘도 정말 멋있어, 사령관.“

   

“……”

   

"저기,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씻고 아침 먹으러 가자~ 사령관! 아, 혹시 오늘 밤도 나랑……"

   

"안 자! 그리고 배가 고프니 일단 식당부터 가자!"

   

   

크큭, 이번에는 내 패배를 인정하지.

   

하지만, 하지만, 이 몸의 명예를 걸고 다음에는 반드시 ‘학대’ 해주마!

   

반드시!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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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령관이 뭘 하는지는 다~ 보고 있지.

   

그러니까... 한눈 팔면 혼날줄 알어.

   

진짜진짜 좋아해,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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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꿈에서까지 나타나 바이오로이드들을 학대하다니!

이 무시무시한 학대에 눈물이 날 지경



현생을 살면서 쓰다지우고 쓰다지우고 그러다보니 무려 몇개월이나 지나고 이젠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없겠지...하면서 의욕도 더 떨어지고 그랬는데 아직도 댓글들이 달리더라 ㅠㅠ


다 무능한 제탓이고 정말 고맙읍니다...

벌써 21년의 절반이 지나갔는데 남은 반년도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