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아아아아ㅡ"

 

풀썩-

 

방안을 가득 메우는 한 남성의 한숨소리-

 

"역시- 아무리 해도해도 잘 적응이 안된단 말이지-"

 

의자에 눕다시피하여 기댄 후 두 다리를 책상위에 올리고는 한손을 쭈욱 뻗어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기를 잠시. 곧 시선을 방안에 작게 나있는 창쪽으로 옮겼다.

어느때와 다름없는 바깥풍경이었다.

시계의 초침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간혹가다가 들리는 한숨소리와 숨소리도 방안을 채우는데에 한몫 했지만.

 

[정신이 드시나요?]

 

정신을 차리고나서 그가 처음 들었던 한마디.

그 이후로 오르카호에 승선하여 사령관이라는 직책을 맡게되었다


"거 사령관이란 것도 해먹기 힘든 자리구만"


오르카호에 승선하여 사령관의 지위를 가진지 3개월이 지나가던 찰나였다.

오르카호에서의 적응은 그에게 있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콘스탄챠가 그를 잘 안내해주었고, 임무에 있어서도 그녀가 옆에서 잘 서포트를 해줬기 때문이리라.

잠깐 옛 회상도 잠시


꼬르륵-


그의 몸은 지금 격렬하게 영양을 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저녁당번이 세라피아스 앨리스였기 때문에 점심때 먹은 간소한 식사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 배고프네.. 지금 몇시지?"


곧바로 그는 벽에 걸린 시계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9시 56분.. 식당이 10시에 닫는다고 했던가"


그의 집무실에서 식당까지 가는데에 걸리는시간은 대략적으로 5분. 뛰어간다해도 아슬아슬한 시간이라 거의 그는 거의 체념하듯 푸념을 늘어놓았다


"하 그냥 오늘 저녁은 굶고 내일 아침이나 먹어야겠구만"

 

그런던 그때, 


똑똑-

 

"응?"


그의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늦은시간대에 그의 집무실로 찾아오는것은 동침 순번표에 적힌 바이오로이드 뿐이었지만

오늘의 동침순번표는 공란이었다.

즉, 아무도 오지 않을 터였던 집무실에 누군가가 찾아왔다는것이었다.

 

"누구?"


"소첩이옵니다"


"아- 부관이야? 들어와~"


벌컥-


문이 열렸고,

백발의 바이오로이드가 그의 집무실로 조용히 들어오고는 다시 열린 문을 닫았다

그녀의 손에는 접시가 들려있었고, 방금 막 요리를 한듯, 접시위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있었다.


"야밤에 어쩐일이야? 부관? 오늘 동침계획에는 아무도 없던데~"


그가 장난치듯 말하였고,


"어머, 소첩은 단순히 주인과의 동침만을 바라고 집무실까지 찾아온것이 아니옵니다."


그를 능숙하게 받아내는 소완이었다.

그리고는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저녁을 들지 못했다고 브라우니에게서 들었사옵니다. 해서 소첩이 주인을 위해 야참을 만들어 왔사온데.. 주제넘은 생각이었는지요?"


사령관에게 있어서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지금 그의 위장은 어서 빨리 먹을것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있었으니 말이다.


"흐-음? 부관이 야참을 가지고 온건 이번이 처음인데, 뭔가 수상한 꿍꿍이가 있는건 아니지?"


"어머.. 그렇게 말씀하시면 소첩, 상처받사옵니다"


그녀는 그렇게말하며 책상으로 다가와 자신이 들고 있던 접시를 올려놓았다


"하하 당연 농담이지, 고마워 잘먹을게"


접시위에는 잘 구워진 식빵 두쪽과 달걀프라이, 그리고 소시지 두개가 보기좋게 놓여있었다

서류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어 접시가 살짝 기울어져 있던 탓인지, 계란의 노른자가 한쪽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이내 터져서 천천히 흰자위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식빵위에 노른자가 터진 계란을 얹고 반으로 접은뒤,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바삭-


배가 고팠던 탓일까, 그는 그녀에게 어디 앉으라는 말 한마디 없이 접시위의 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녀도 이를 당연하다 생각했는지 그저 그가 접시를 비우는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달칵-


접시가 깨끗이 비워졌고


"후- 잘먹었다"


만족스럽다는듯이 웃으며 그가 말하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앞에 계속해서 서있는 여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앗, 미안 어디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었네"


그제서야 그녀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권유하였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그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착석하고 나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역시 부관밖에 없어~"


침묵을 가장 먼저 깬 것은 사령관이었다


"그렇사옵니까? 부관이라면 당연히 주인의 용태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는게 기본이라 생각하였사옵니다"


"역시 메이드형 바이오로이드라 그런가? 생각하는게 남다르네"


"후훗 그렇사옵니까"


어색했던 침묵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라지고, 그의 집무실은 금새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소완이 여기 승선한지 얼마나 됐지?"


"대략 1개월정도 되었사옵니다"


"생각보다 얼마 되지는 않았네"


"그렇다 하여도 소첩과의 유대감은 이렇게 깊지 않사옵니까?"


"그렇지..."


하지만 활기도 잠시.

집무실은 다시 침묵에 휩싸이고 말았다.

초침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두명의 호흡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소완은 뭔가 바라는 일이라던가, 그런건 없어?"


갑작스런 사령관의 질문에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음... 소첩은 아직 잘 모르겠사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한번 바꿔볼까?"


"?"


"소완은 만일, 저 위의 철충들이 모두 정리가 되고, 수복이 된다면, 그 뒤에는 어떻게 할거야?"


"음..."


사령관의 질문에 소완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주인은 어떻게 하고 싶사옵니까?"


오히려 사령관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음? 내가 먼저 질문을 하지 않았어? 치사하게"


그런 사령관의 태도에 소완은 드물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후후... 그랬던가요?"


그러고는 곧바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소첩은 주인을 모시는 바이오로이드이옵니다. 아마 위쪽의 상황이 모두 정리가 되어도, 소첩은 계속해서 주인을 보필하고 있을것이라 생각되옵니다"


"그런가ㅡ 하긴.. 내가 마지막 사람이라고 하는것 같으니까.."


"주인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온지 여쭤도 되겠사옵니까?"


"음?"


그녀의 역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아, 그렇네"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뭐.. 어차피 위로 올라가도 나랑 같이 지낼만한 사람들이라거나 그런게 없으니.. 아마 지금이랑 같은 상황이 될거라고 생각을 해"


"그렇사옵니까"


"뭐 그렇지? 그냥 생활반경이 오르카호가 아닌, 육지로 바뀌는것 말고는 없을거같은데?"


"..."


"뭐 솔직히 위쪽에 철충들을 제압하는거라면 길이길이 남을 공적이긴 한데"


"그렇사옵니다"


"근데 그걸 기록하고 남겨줄만한 사람들이 없잖아? 나혼자만 한게 아니기도 하고"


"그래도 보수정도는 요구해도 되지 않사옵니까?"


보수라는 단어에 그는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보수?? 보수라..."


"그렇사옵니다. 주인은 그런것을 충분히 요구할 자격이 있으시다고 판단되옵니다만.."


고민을 이어가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음.. 그렇네. 한가지"


"어떤것을 원하시옵니까?"


"음.. 정말 모든게 해결이 되고, 위쪽의 상황이 모두 정리가 되었을때엔.. 그때 부관이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


"음.. 뭐 솔직히 말하면 부관과의 첫인상은 상당히 좋지는 않았지만.."


"... 그것은 잊어주시옵소서.."


"뭐.. 처음부터 부관이 나쁜뜻을 가지고 그렇게 하지 않았던것을 알았으니까~"


"부끄럽사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지금의 부관이 내 곁에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 굉장히 난 좋을것 같아. 부관이 말한 보수란건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그렇사옵니까.."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미동도 하지않았다

그는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리액션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내 곧 다시 평소와 다르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그녀의 귀가 새빨개져 있는것을 그도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렇지~ 모두와 살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아마 말라 비틀어져 죽어버릴것 같거든.. 오르카호에서의 생활이라는 제어기가 있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아마 난 복상사로 이미 죽어 없어졌거야.."


"..."


그의 말을 끝으로 다시 이어지는 침묵.

숨소리와 시계초침소리만 들리던 그 때,

그 침묵을 가장 먼저 깬것은 다름아닌 소완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빈 접시와 식기를 챙기며 말했다.


"밤이 늦었사옵니다. 소첩은 이만 물러나보겠사옵니다"


"어? 응 야식 고마웠어 부관~"


아직까지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 알아차리지 못한것일까

사령관은 웃으며 그녀를 배웅해주었고,

그녀는 미소지으며 꾸벅 인사를 하고는 사령관의 집무실을 나섰다


또각- 또각-


듬성듬성 불이 들어와있는 복도.

그리고 그곳을 걸어가는 한 여인이 있었다

한손에는 빈 접시가 들려있었고

표정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마음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어질대로 붉어져있었고,

입가는 계속해서 미소를 지을듯 말듯, 계속해서 씰룩거리고 있었다


"주인께서... 소첩을.."


[지금의 부관이 내 곁에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 굉장히 난 좋을것 같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사령관이 한 말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주인도... 소첩을 원하시고 계셨던 것이옵니까.."


털썩-


식당까지는 아직 거리가 조금 남아있었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벽에 기대어 섰다

그녀의 뇌리를 스쳐가는 기억들

부끄러운 기억들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령관이 그녀를 원한다는것.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것이었기 때문이리라.


"소첩도.. 주인을 원하옵니다.. 마음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그녀는 최대한 거칠어지려는 자신의 숨소리를 억누르고는

다시 식당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빨라진것은 그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으리라.


"..아직은 주인께서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셨기에 그것을 아직 주시지 않은 것이라고 소첩은 생각하겠사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흘끗 쳐다보고는 복도 저편으로 멀어져갔다.


그 시각,


사령관은 자신의 서랍장에서 뭔가를 꺼내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손에 들어올만한 크기의 작은 상자였다.

상자의 덮개는 열려있었고,

상자안에서는 은백색의 물체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덮개를 닫고 주머니에 넣은후,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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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랑 노잼이면 노잼인갑다혀


근데 이게 일상인가


여기 라붕이들은 고백하고 받는게 일상이니까 일상이라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