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르카호엔 댄스 붐이 일어났다.

오랜 시간을 잠수정에서 생활한 탓에 사소한 마찰만으로도 큰 싸움이 번지는 경우가 잦았던 탓에 선원들의 심신을 달래주고자 일과가 끝나고 멸망전 영화들의 상영회를 주기적으로 열어준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영화들 중 하나가 선원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모양이다.

"방금 제 어깨 치고 가셨지 말임다?"

"일개 이병 주제에 나한테 시비를 건단말이오?? 따라오시오"

좁은 복도를 지나던 중 서로의 어깨를 스친 무적의 용과 브라우니는 당연하다는 듯이 오르카호 최하층에 위치한 C구역 예비창고로 향했고 텅 비어있던 공간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각종 음향기기들과 조명, 그리고 무대가 갖추어진 공간으로 바뀌어있었다.

"지금이라도 사과한다면 봐주도록 하겠소"

"호라이즌은 겁쟁이만 모였슴까? 무대로 올라오시지말임다"

브라우니와 무적의 용이 무대에 오르자 조명이 작동되기 시작하고 DJ박스에 있던 다이카의 디제잉이 시작되었다.

"선공은 무적의 용, R U READ~~~Y"

시작을 알리는 다이카의 멘트와 함께 음악이 시작되고 무적의 용은 하이힐을 신은 상태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큰 동작을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이는 복장으로 마치 보란 듯이 브라우니 앞에서 화려한 스텝을 선보이던 무적의 용은 그녀의 앞에서 몸을 거꾸로 뒤집어 한손으로 지탱한 뒤 보란 듯이 다리를 벌려 나이키를 선보이묘 사령관을 위해 입은 레이스 무늬 팬티를 브라우니에게 보여주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춤을 끝낸 무적의 용은 의기양양하게 자리로 돌아가 팔짱을 낀 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브라우니를 도발했고, 흥분한 브라우니는 바로 무대 위로 올라와 관절을 꺾기 시작했다.

다이카의 디제잉에 맞춰 꺾여나가는 관절들은 꽤나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진짜는 아직 시작도 하지않았다.

관절을 꺾으며 무적의 용에게 다가간 브라우니는 씨익 웃으며 무적의 용과 마찬가지로 몸을 거꾸로 세웠지만 무적의 용이 선보였던 것과는 뭔가 다른 것이었다.

그대로 머리를 지면에 고정시킨 뒤, 양팔을 이용해 추진력을 넣은 다음 어느정도 회전이 될때 즈음, 양팔로 수평을 잡으며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별다른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이런 위험한 퍼포먼스를 펼친 브라우니를 본 무적의 용은 그녀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사소한 다툼으로 일어난 댄스배틀은 서로를 인정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스트릿댄스의 유행은 생각보다 금방 사그라들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아닌 사령관 때문이었다.

C구역에 놀기 좋은 곳이 생겼단 소식에 홍련을 비롯해, 알파, 레아, 라비아타 등 성숙하기로 소문난 선원들과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뽕짝이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장소로 변질되며 자연스럽게 스트릿댄스 열풍은 사그라들게 된 것이다.

"아싸, 좋다! 홋홋홋"

추잡한 엉덩이를 덩실거리는 그녀들과 뭐가 그리도 좋은지 덩달아 신이 난 사령관의 추태에 이렇게 또 유행 하나가 사라지고 말았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