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흐흥 흐흐흐흥~"


오르카호의 복도에 세이렌의 귀여운 콧노래가 울려퍼졌어. 평소라면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봐 복도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일은 없었지만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누가 듣는것도 신경쓰지 않았어.


'아우로라씨가 좋은 차를 구해주셔서 다행이에요.'


무적의 용 합류후 넓어진 작전 지역때문에 정신이 없이 보내다 받은 모처럼의 휴일인 것도 있지만, 사령관이 모처럼의 쉬는날이니 자기 숙소에 와준다고 했거든. 더군다나 같은 방을 쓰는 네리는 오늘 트리와 함께 정박지 주변을 탐사 하러 간다고 아침 일찍부터 나가버렸다는 점도 그녀의 마음을 더 들뜨게 했지.


'어... 어쩌면 오늘... 그,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떠오른 상상에 얼굴을 살짝붉힌 세이렌은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향했어.


"세이렌? 어디갔다오니?"
"아, 사령관님! 헤헷... 오늘 아우로라씨가 좋은차를 나눠주신다고해서 받아왔어요."


숙소로 가는길에 사령관을 마주친 세이렌은 구해온 찻잎을 보여주며 말했어. 실로 몇달만에 보는 사령관의 모습에 목소리가 반톤정도 올라갔지만 그녀는 몰랐지.


"숙소에 가는거지? 마침 가는길이었는데 갈까?"
"아, 네!"


그런 세이렌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준 사령관은 세이렌과 같이 숙소로 향했어. 


"요즘 차 끓이는 법을 연습하고있거든요. 오늘은 잘 됐으면 좋겠.... 어라? 네리씨?"


사령관과 아무래도 좋을 대화를 나누며 문을 연 세이렌은 숙소에 있는 네레이드와 트리를 발견했어. 


"오늘은 탐사하신다고 나가셨잖아요, 벌써 끝난건가요?"
"그게에~ 공병팀이 주변에 공사해야한다고 탐사는 안된다고 하는거야. 모처럼의 쉬는 날인데 네리네리 실망~."

"크으~ 탐험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다는건 알지만 시작도 전에 좌초할줄이야. 아, 세이렌 얘기도 없이 와서 미안해."

"괜찮아요. 사령관님도 앉아 계세요. 곧 준비할께요."


풀이 죽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네리와 트리를보면서 모처럼의 둘만이 시간이 사라져버린걸 깨달은 세이렌은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웃는얼굴로 차를 끓이기 시작했어.  그런데


두다다다다


"부, 부함장님! 오늘 사령관님이 여기오신다는게 진짜에요?"


문밖에서부터 들릴정도로 요란한 소리로 뛰어오더니 문을 연 주인공은 테티스였어. 그리고 그뒤에는 '정말 죄송해요, 말리질 못했어요'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쫓아온 운디네가 있었지.


"아, 네... 지금 와계세요. 두분 다 들어오세요. 마침 차를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늘어난 인원에 실망감이 쌓인 세이렌은 어떻게든 표정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실망한 표정을 감추질 못했어.  그런 세이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테티스는 신나는 마음을 숨길생각도 없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갔고, 그런 테티스를 살짝 노려본 운디네는 세이렌에게 미안하다는듯 연신 고개만 꾸벅이면서 조용히 들어갔어.


"어라? 테티스랑 운디네도 왔네. 호라이즌은 다 쉬는날이라고 했던가?"

"히히 그-럼녀! 그러는 사령관님도 이시간부터 와계신거보면 쉬시는 날이신가보네요?"
"해야할일은 많지만 안쉬고 무리하면 지난번처럼 된다고 아르망이 하도 시끄러워서 말이지."


차를 끓이는 와중에 들리는 잡담을 들으며 세이렌은 크게 한숨을 쉬었어. 물론 자신이 사령관의 연인이라던가 그런것도 아니고 모두가 사령관을 좋아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모처럼 기대했던 시간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니 우울해질수밖에 없었지.


'그래도 모처럼 사령관님과의 시간이니까요. 그리고 저혼자선 분명 재대로 대화를 재대로 못했을거고요. 응. 분명 잘된거에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낸 세이렌은 인원수만큼 차를 타고는 웃는 얼굴로 들어갔어.


"꺄하핫. 그럼 사령관님은 이런 쉬는 날에 할일이 없으신거네요? 그러엄~ 특.별.히. 제가 사령관님이랑 놀아드릴까요?"

"아하하하..."

"야이 바보야. 떨어져. 넌 진짜 눈치도 없냐"

"어 뭐야뭐야? 같이 노는거야? 네리네리도 같이할래"


어떻게든 표정 관리를 하며 차를 내온 세이렌 눈앞에 펼쳐진건 사령관 팔에 앵겨붙어서 딴에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달라붙는 테티스와 그런 테티스를 보며 곤란하다는듯이 웃는 사령관

그리고 그런테티스한테 차마 큰소리는 말못하고 사령관이 못듣길 바라는듯 속삭이듯 말하며 테티스는 때어내려는 운디네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어. 거기에 왠지 신난 네리네리와 그걸 웃으며 바라보는 트리아이나까지.



세이렌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끊어졌어.


탁! 탁! 탁!


"정말 사령관님은 항상 인.기.가. 많으신거 같아요. 다른 분들도 사령관님이랑 있으면 즐.거.워. 보이고요."


평소라면 조용히 내려놨을 찻잔을 깨지지 않을까 걱정될정도로 탁탁 내려놓는 세이렌은 웃으며 말했어.

하지만 그자리에 있는 모두다 세이렌의 웃는 표정을 보며 무언가 알수 없는 압박을 받았어.


"그러고보니 아우로라씨한테 받은 과자도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부, 부함장님? 그거 어디있는지 나도아니까 내가 가져올께요."

"아뇨. 괜찮아요. 높은데 있는것도 아니니까 금방 가져올께요."


세이렌의 말에 더 말을 못꺼낸 운디네는 네에... 라는 힘없는 대답과 함께 다시 주저앉았어.


"저, 저기 세이렌? 세이렌?"


그렇게  과자를 가지러간 세이렌을 보고는 당황해서는 쫓아간 사령관. 그렇게 나머지 넷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어.


"야, 야. 부함장님 혹시 화난거야?"
"으이구 빨리도 깨닿는다 바보야! 지난번에도 사령관님이 우리 면담한다고 했을때 부함장님이 자기 차례도 미뤄가면서 우리 먼저 하게 해주신거잊었어?"

"그...그치만 그것도 벌써 세달도 더된 일이잖아......."


세달만에 볼수있는데 어떻해 라는 말에 운디네도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어. 그저 


'제발, 부탁해 사령관!'


사령관이 세이렌의 마음을 풀어주길 기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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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이렌, 그... 미안."


탕비실까지 따라온 사령관은 세이렌에게 사과했어. 사실 사령관이 사과할 일은 아니었지만 세이렌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거든.


"네? 아, 아뇨. 그... 사령관님이 사과하실일이 아니에요. 그... 죄송해요. 모처럼 쉬시는날인데 저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화를 냈기 때문일까 탕비실까지 쫓아온 사령관 때문일까 

화가 가라앉아 급격히 냉정해진 세이렌은 얼굴을 붉힌채로 고개를 푹 숙였어.


"으응. 내가 못챙겨둔거 때문이니까. 좀더 자주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아, 아니에요. 그... 사령관님은 바쁘시니까요."


수도없이 많은 대원들을 일일히 챙기는걸 힘들다. 그런 와중에서도 자기와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줬다는걸 알고있는 세이렌은 방금전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운지 더 움츠려 들었어.


그런 세이렌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답을 내지 못한 사령관은 그저 말없이 세이렌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 조금만."


조용히 사령관의 손길을 느끼던 세이렌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조금만... 어리광 부려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말한 세이렌은 고개를 들고는 눈을 감은채로 까치발을 들었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 사령관은 허리를 숙였지.


"고마워요. 사령관님. 헤헷..."


잠깐의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기분이 좋아진 세이렌은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어. 


"저... 오늘일은 비밀로 해주세요?"


그러면서 생글생글 웃는 세이렌은 평소와 같으면서도 조금은 요염해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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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이 저런 일로 화내는건 먼가 안어울리긴하지만 

무용 합류후에는 무용이 직접연락할테니 세이렌은 그때 이후로 사령관이랑 화상으로도 못봤다는 느낌으로 씀. 


거의 1년만에 보는건데 화낼수도있지않을까


안힌가 안힘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