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 의자에 묶여 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케스토스 히마스는 어디 있지?'

"정신이 들어? 햇츙?"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다리에 날카로운 격통이 느껴졌다.

고개를 내려다 보고 잘려나간 다리에 비명을 지르는 오메가는 가윗날로 뺨을 맞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가지치기를 좀 해야겠는걸." 고통과 공포로 화등잔만 해진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리제는 가늘게 눈을 뜨고 말했다. 마치 잘라낼 가지를 가늠하는듯한 눈빛이었다.

순식간에 은빛 바람이 오메가를 휩싸고 도는듯한 잔상이 보이더니 반대쪽 다리가, 손목이, 어깨가, 코와 귀가 차례차례 떨어져 나갔다.

"아악!!아아아악!!" 고통에 정신이 나가버린 오메가의 비명이 어두운 방에 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비단같은 흑발이 스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림과 동시에 머리카락이 붙어있던 머리통이 썩은 열매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어두운 방 안, 의자에 묶여 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케스토스 히마스는 어디 있지?'

"일어났어?" 말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입에 뭔가 굵은것이 물렸다.

꿀꺽꿀꺽꿀꺽...식도 끝까지 박힌 호스에서 뭔가 역한 냄새가 나는 액체가 위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난 말이지, 리제 언니처럼 햇츙을 토막치진 못해. 그래도 햇츙을 쉽게 없애는 방법은 알아."

"맛이 어때? 멸망전 인간님들이 만든 '영의정 울트라'야. 햇츙도 잡초도 한방에 녹여준댔어."

오메가는 위장이 타오르는듯한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잠시 후, 의자의 좌판을 질척질척한 흑갈색의 죽같은것으로 더럽히며 오메가는 몸 속에서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 안, 의자에 묶여 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케스토스 히마스는 어디 있지?'

눈 앞에는 유미가 서 있었다. 여전히 짙은 다크서클에 어깨에 안테나를 매고 수동식 발전기를 짊어진 모습이었다.

"유미! 명령이다. 날 여기서..." "....호가...." "응?"

"신호가 약한 자는 누구냐....." 쿠당탕! 오메가는 의자에 묶인채 앞으로 꼬꾸라졌다."안테나 설치준비 완료. 설치합니다."

푸욱! 의자를 뚫고 항문을 꿰뚫는 안테나 기둥에 오메가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려 '했다.' 그러나...

딸딸딸딸딸딸딸....안테나에 발전기로 전류가 공급되고 있었다. 크랭크를 돌리는 유미의 모습은 그날따라 행복해 보였다.


어두운 방 안, 의자에 묶여 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케스토스 히마스는 어디 있지?'

"...히드..." 쿵 쿵... 무거운 무언가가 바닥을 찧는 소리가 났다. 오메가의 눈 앞에는 방염수트에 탄 이그니스가 서 있었다.

"잘 보렴. 널 이렇게 만든 원인이 앞에 있단다." 이그니스는 초점이 풀린듯한 눈으로 어깨에 달린 검게 그을린 해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메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청백색의 불꽃이었다.


어두운 방 안, 의자에 묶여 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마침내 만나게 되었네요." 노래하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어떤 벌을 주어도 다 갚을수 없지만"

"이 노래를 들어주는 걸로 끝내도록 하죠."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오메가를 바라보며 세레스티아는 노래를 불렀다. 생명의 장송곡을.

오메가는 뱃속에서 무언가 돋아나는 고통을 느끼며 발광했다. 온몸의 구멍에서 나무줄기가 돋아나고 있었다. 배, 옆구리, 등을 뚫고 굵은 가지가 솟아났다.

나뭇가지의 끝에 검붉은 나뭇잎이 돋아날수록 오메가의 몸뚱이는 고목처럼 갈색으로 말라 쪼그라들고 있었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두 귀와 눈에서 나뭇가지가 높이 뻗었다.

두 눈에서 뻗은 나뭇가지에 걸린 쪼그라든 안구는 마치 말라 비틀어진 까치밥을 방불케 했다.


또각 또각,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에 오메가는 머리를 들었다. 눈은 초점이 맞지 않고 표정은 멍했다.

"저런, 벌써 이 지경인가요? 안나 박사님께서 보셨다면 한심해 하셨겠네요."

두 팔에 상자같은것을 안은 레모네이드 알파가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한 짓에 책임을 져야 할 때에요. 그 '몸뚱이'로." 알파는 상자를 감싼 천을 벗겨냈다. 거기에는...

"오랜만이네 암캐. 나 기억해?" 에바의 잘린 머리가 오메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 역겨운 몸뚱이는 맘에 안들지만 애덤의 복수를 위해선 받아가도록 하지"

눈 앞이 번쩍이는듯한 느낌과 함께 오메가는 의식을 잃었다.


"처음엔 좀 어색하겠지만 곧 나아질 거에요. 그래보여도 그 몸뚱이, 공들여 만든 물건이니까."

"나한테 직접 연락할 줄은 몰랐어. 게다가 이런 '선물'까지 싸들고 말야." 에바와 알파가 대화를 주고받는 방의 한켠에 뇌가 담긴 배양조가 케스토스 히마스 두대에 연결되어 있었다.

"얼마나 더 걸릴것 같아요?" "자아 붕괴 상황으로 봐선 앞으로 한번? 그정도면 전부 뽑아낼수 있겠어"

"다음에 투입할 개체는 누가 좋을까?" "그 늙다리를 넣어볼까요? 잘하면 단번에..." "그러다 갑자기 정신차려버리면 어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