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무너짐) : https://arca.live/b/lastorigin/29813696?target=all&keyword=%EB%AC%B4%EB%84%88%EC%A7%90&p=1



 사령관과 앨리스의 성교를 오르카호의 구석에 위치한 빈 숙소에서 실시간으로 관람중인 이들이 있었다.

 "....둘 다 괜찮은 건가?"

 그 중 한명인 워 울프는 몇시간이고 지속된 성교를 보고서 아연실색 하고 있었다.

 그녀는 관람 몇 분까지는 두 남녀의 열정을 즐기고 있었지만,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성교를 하고 있는 둘을 보면서 '둘 다 생물이 맞나?' 라는 의문마저 가지게 되었다.

 "하악, 하악, 하악, 하악...."

 그리고 이 관람의 주관자인 탈론 페더는 같이있는 워 울프는 개의치도 않는지 아애 속옷까지 벗어 던진 채 두 남녀를 반찬삼아, 소리죽여 자신의 성기와 가슴을 위로하고 있었다.

 찰박이는 물소리가 바닥을 적신지도 몇 시간이 되어갔다.

 "나는 자러간다."

 흥이 식은 워울프는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는 탈론 페더에게 한마디 하며 숙소를 빠져나갔다.

 "햐아아아-"

 혼자 남은 탈론페더는 워울프가 나가자마자 그간 참아왔던 절정들을 내뱉었다.

 "...."

 그리고 찾아온 현자타임.

 '사령관님과 동침하는 사람이 칸 대장님이었으면 좋을텐데...'

 탈론 페더는 자신의 모든 뇌용량을 동원해 칸과 사령관님의 성교를 상상하며, 방금보다 더욱 거칠게 자신의 성기를 위로했다.

 몇 번이고 조수를 내뿜던 탈론 페더는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며 그 자리에 혼절해 쓰러졌다.


 "....."

 눈을 뜨자 보이는 낯익은 천장이 탈론 페더를 반겼고.

 "괜찮으세요?"

 옆을 지키고 있던 다프네가 방금 눈을 뜬 탈론 페더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

 갑작스런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탈론 페더는 잠시간 멍하니 있더니, 문뜩 무언가 뇌리를 스쳤다.

 정신이 있을 때만 해도 야밤에, 자신은 빈 숙소에서 사령관과 앨리스의 성교를 관람하며 골든 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의 암전 후 자신은 수복실에서 눈을 떴고, 밖은 해가 떠있으며, 어느샌가 링거까지 맞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당직 사관은 자신이 존경하다 못해 뒤틀렸지만, 행복을 바라는 칸 대장이었다.

 "...저 오늘 당직사관님이 누구시죠?"

 탈론 페더의 표정은 심각했다.

 "칸 대장님이세요."

 탈론 페더의 상태를 살피던 다프네는 무슨 문제있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제가 쓰러진거, 알고 계신가요?"

 탈론 페더는 마음을 굳힌 듯 비장한 얼굴로 질문했다.

 "...네."

 다프네는 비장한 탈론 페더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탈론 페더는 공허한 눈으로 다프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간의 정적이 지나고, 탈론 페더는 겨우 입을 떼었다.

 "...혹시 쓰러진 이유도...."

 다프네의 표정은 슬픔에 젖었다.


 "으아아아아!!!! 이거 놔!!"

 수복실에서 내질러진 포효는 오르카호 전체를 울리는 듯 했다.

 그 포효는 탈론 페더가 미친듯 소리지르며 수복실을 벗어나려 내지른 포효였다.

 "제발, 진정하세요!"

 급하게 탈론 페더의 허리에 매달려 수복실을 벗어나려는 탈론 페더를 막고 있는 다프네의 모습을 남들이 봤다면, 누구라도 다프네를 도와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오르카호는 최소한의 인력을 뺀 모두가 오르카호를 벗어나 요안나 아일랜드의 일로 바빴다.

 그렇기에 지금 탈론 페더를 막을 사람은 애석하게도 다프네 혼자였다.

 수복실을 벗어 나려는 탈론 페더의 얼굴에 이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숨겨온 자신의 치부를 존경하는 우상에게 낱낱이 까발려졌다.

 누구나 자신의 부관이 자위하다 탈진해서 수복실 신세를 지게 됐다는 보고를 들으면 어이없어할것이다.

 ...변태로 보고 거리를 두려 할것이다.

 탈론 페더는 자신의 우상이자 대장인 칸 대장이 자신에게서 미묘하게 거리를 두려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런 상황이 두렵게만 느껴졌다.

 '다음의 나, 부탁할게'

 각오를 다진 탈론 페더가 자신을 간호하던 다프네의 눈을 피해 해체실로 뛰어가려했다.

 그리고, 뒤늦게 그걸 발견한 다프네가 탈론 페더를 붙잡으며 수복실은 혼란 그 자체인 지금에 이르렀다.

 "다프네, 무슨일인가?!"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수복실의 문이 열리며 그 혼돈을 끝내줄 누군가가 찾아왔다.

 탈론 페더의 영원한 우상 칸이었다.

 갑작스런 우상의 등장에 탈론 페더는 한동안 굳어있다가, 쓰러져 발작하기 시작했다.

 "페더?!"

 칸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하는 사이 탈론 페더를 뜯어말리던 다프네도 지쳤는지, 탈론 페더의 옆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

 다시 낯익은 천장이 보이고, 방금과는 다른 압박감이 탈론페더의 온몸을 짓눌렀다.

 다시 눈을 뜬 탈론 페더는 환자 고정 벨트로 수복실의 침대에 묶여있었고, 그 옆에는 진지한 얼굴로 탈론 페더를 바라보는 칸과 다프네가 있었다.

 "...탈론 페더."

 탈론 페더를 부르는 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차가웠고, 그 옆에 있던 다프네마저도 흠칫 놀랄 수 밖엔 없었다.

 칸은 오르카호 내에서도 인품 좋기로 평이난 바이오로이드 였고, 사고치는 호드를 이끌며 수 많은 사고를 수습하는, 그럼에도 크게 화낸 적이 없는 인품의 소유자였다.

 그런 칸이 차가운 목소리로 자신의 부대원을 압박하고 있다는건, 그만큼 화가 났다는 반증일 것이다.

 "...ㄴ..네.. 뎨..장"

 칸의 분위기에 압도된 탈론 페더는 발음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자네의 행동에 실망했네."

 칸의 발언에 탈론 페더는 혀를 깨물려했고, 칸 옆에 서있던 다프네가 낌새를 눈치채고 탈론 페더가 입을 벌린 틈을 타 개구기를 때려박았다.

 "...자살은 안된답니다?"

 조곤조곤 말하는 다프네의 모습에서 그녀의 자매인 리제 이상의 광기가 느껴진 탈론 페더는 자살할 생각을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후... 내가 너무 직설적이었나 보군, 미안하네 다프네양."

 칸은 그 상황을 보고서 칸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고, 다프네는 말없이 끄덕이기만했다.

 잠시간 생각을 정리한 칸이 말을 이어나갔다.

 "...탈론 페더, 자네는 다른 존재가 누군가를 대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칸의 목소리는 평소의 부드러움을 되찾았지만, 알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 무게감에 탈론 페더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고, 칸은 그런 상황이 썩 맘에 들었는지 말을 이어갔다.

 "뭐, 어떻게 생각하든 자유겠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칸은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바이오 로이드 이기에 우리가 하던일을 대신 진행할 존재는 만들어 내기만하면 된다네, 그런다고 해서 지난날의 기억과 추억이, 그 존재를 대신한 자로 바뀌는 일은 없지."

 칸의 말에 수복실에 있던 모두가 숙연해졌다.

 "뭐, 지금의 일도, 자네가 사라지고 다른 탈론 페더가 만들어져 자리를 대신한다 해도, 이 일이 그 탈론 페더의 일이 되진 않는다네."

 칸은 평소 볼수 없던 짖굳은 표정으로 일침을 날렸고, 탈론 페더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탈론 페더는 칸의 말에 숨겨진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생명은 중요한거지, 그 무엇도 그 존재를 완벽하게 대체 할 수는 없으니 말이야."

 칸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 지나간 시간들을 되뇌이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탈론 페더와 다프네였다.

 "...할 말은 여기까지라네. 탈론 페더, 일단 푹 쉬고 회복되면 보고하러 오도록. 그리고, 다프네양 미안하네. 수고 많았네."

 칸은 탈론 페더에게 한마디 한 뒤, 고생한 다프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수복실을 떠났다.

 탈론 페더는 칸에게 감명 받아 반짝이는 눈으로 떠나가는 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 헤하히..."

 ......


 탈론 페더로 인해 일어난 소동은 당직 사관 선에서 일단락 되었고, 그 후 칸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 날 관련되었던 인원들만 알고있는 일이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몇 일간 고민을 거듭한 탈론 페더는 자신에게 당당해지기로 했다.

 몸을 회복하고 칸에게 보고하러 간 그 날, 칸과의 대담을 통해 칸이 이미 자신을 다 파악하고 모른척하고 있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으우.... 다시 생각해도 부끄럽네.'

 그간 자신의 행적을 곱씹어본 탈론 페더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자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바꾸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비밀의 방 문앞에 섰다.

 '일단 내가 한 행동들을 수습해야겠지.'

 긴장감에 식은 땀이 흐르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변화를 위해, 몰래 설치한 카메라들을 치우고 그간 녹화한 영상들을 전부 재출한 뒤, 사령관님의 처분을 기다리려 생각한 그녀였다.

 "하앙~♡"

 "아앙~♥"

 그 순간, 문안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우상과 분홍머리 서큐버스의 흥분된 목소리.

 "오늘 수고한 앨리스랑 칸에게 보상을 해줘야 겠지?"

 그리고, 사령관의 평소와 다른 야성미 넘치는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말이다.

 "....오."



 더 써오라고 했습니까 휴먼? 여깁니다.

 사실 아무생각 없이 쓰는거라 나만 재밌는거 같긴한데, 부족한 작품들 봐줘서 고마워 너희들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