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모음용 링크

소재 추천 문학입니다.

전쟁 끝나고 생긴 아들 딸 오리지널 캐 주의

----------------------------



스즈키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일랑이에게 실망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스즈키는 일랑이와 다시 대면하고나서야 아직 말이나 간신히 텄을 애기 때 만났기 때문에 기억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몰라...!? 스즈키 형이야! 너 애기일 때 업어주고 막 그랬잖아!"

"나 아저씨는 기억 안 나는데."


'네가 어렸을 적에 널 얼마나 돌봐줬는데!'라는 스즈키의 마음속 외침은 배신당했다.

진심으로 당황하는 스즈키를 확인한 준은 작업용 태블릿에 무언가 적고 있었다.


"음..."


미호의 집,

준은 소파에 앉아 '특이사항에 대한 사실관계의 명확한 개제'에 대한 조항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있었다.

사실상 이 일은 일랑이가 딱히 스즈키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더더욱 맡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때가 되서야 스즈키는 땀을 삐질 흘리며 준을 바라보았지만 준도 그냥 눈 돌릴 뿐이다.


왜냐하면 준은  첫 의뢰이니 만큼 스즈키가 어떻게 이 일을 하나 지켜보는 것에 중점을 둘것이기 때문이다.

스즈키가 일랑이에게 자신이 미호의 집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 지 설파하며 서로간의 유대감에 대해 설파하고 있을 동안, 준은 거실 내에 있는 소파 위에 길쭉한 다리를 꼬고 앉아 회사 내에서 해야하는 업무등을 처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일이 없어도 철남충 정부에 보낼 보고서라던가, 회사지원금을 받기 위한 '눈물나는 노력과 성과=별로 없음'을 적는 '아름다운 소설로 적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자신의 감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던 준 옆에 갑자기 왠 꼬맹이가 찾아왔다.


"언니 머해?"


미호의 집에서 같이 돌봐주게 된 타카하시가 정장 입은 준을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보았다.

준은 업무를 멈추지 않고 스즈키의 동생에게 말했다. 



"스즈키의 동생이니?"


준은 바로 알아 맞췄다.

그리고 타카하시는 눈 앞에 매력적인 인물에게 칭찬하기 바빴다.


"어떻게 알았어 언니!?"

"머리 색이 똑같으니까."

"우와 탐정같애!"


타카하시는 눈 앞에 있는 준의 분위기를 보고 지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잘 차려 입은 정장, 훤칠한 키, 도도한 눈매, 그 어떤 타협도 불허 한다는 불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언니 내 조수 될 생각 업서? 난 엄마를 뛰어넘는 탐정이 될거야!"


준은 '그러고보니 스즈키의 어머니는 [자비로운 리앤]이었나?' 라는 생각에 잠기며 태블릿을 잠시 자신의 옆에 두고 타카하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미안하지만 내 직업에 충실한 삶을 느끼고 있다보니 스카우트는 거절하겠어, 그리고 스카우트를 제안하려면 명함 정도는 준비해야지, 안그래?"


준은 자신의 정장 안 주머니에 있는 명함 케이스에서 회사 명함이 아닌, 개인용 명함 한 장을 꺼내 타카하시에게 주었다.

타카하시는 한방 먹었다는 듯이 입을 쩍벌리고 등교용 자신의 책가방에서 빈 공책을 꺼냈다.


그리고 한장을 거칠게 뜯어내 예쁘게 접은 다음, 자신의 이름과 꿈을 적은 종이를 건네주었다.


'세계 제일의 명탐정이 될 타카하시.'

라고 나이 대에 맞지 않은 바른 글씨로 적혀 있었다.


"자! 나도 방금 명함 만들어써!"

"흠... 마음에 드네."


준은 타카하시에게 받은 종이를 자신의 명함 케이스의 빈 공간 안에 넣어두었다.

명함 케이스가 닫히는 찰칵 소리와 함께 타카하시는 자신의 머릿속에 엄마 오면 사달라고 할 목록에 저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너희 오빠 좀 도와줄래? 네 조수로 일한다는 스카우트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볼 것 같은데."

"알았어! 진지하게 생각해줘!"


타카하시가 쫄쫄쫄 주방으로 달려가는 것을 확인하자 준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레모네이드 알파를 감동시켜야하는 눈물나는 지원금 관련 보고서가 아니라 다른 일이었다.


"하아... 이제 어떻게하지...?"





다름 아닌, 1인 창업에 관련된 일을 찾고 있었다.



/



준은 사령관인 철남충과 함께 싸운 '멸망의 메이'의 딸이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아버지의 러브스토리에 관심이 많았지만 메이는 결코 말해주지 않았다.


이에 어릴적 준이 토라지자 메이는 한가지 조건을 걸었다.


'준이 훌륭한 어른이 된다면 엄마랑 아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려줄게.'


그렇게 엄마가 말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준의 원래 목적이었던 '엄마와 아빠의 러브스토리를 알아낸다' 에서 본말전도 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아버지와 '멸망의 메이' 개체의 활약 등이 적힌 기록을 수 십 번이나 정독했고 어머니처럼, 동시에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 거울 앞에서 카리스마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루 2시간씩 꼬박꼬박 했다.


스즈키나 앙고라에 대해 처음엔 별 생각 없었다.


하지만 학교 졸업 몇 달 전에 꼭 같이 창업을 해달라는 스즈키의 부탁과, 그 내용을 듣고 스즈키에게서 아버지가 이뤘던 업적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수락했었다.



/



"..."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신도 아버지의 위대함에 한 발자국 다가선다는 영적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선택으로 스즈키와 함께 창업한 지 1년 째, 아버지의 위대함은 레드오션의 심해보다 깊고 드넓었고 지금의 자신으로는 아버지에게 한 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스즈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준은 자랑스러운 어머니와 위대한 아버지에 걸 맞는 훌륭한 딸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즈키와 앙고라를 버릴 수 밖에 없다.


준의 원래 성격대로라면 가차 없이 이들을 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곳에서 자신의 어머니의 성격이 나오기 때문일까, 준은 1달 째 정보만 알아보고 시행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고민하길 3시간 째, 이미 해는 저물었다.


스즈키는 크게 하품을 하며 2층에 있는 일랑이의 방에서 내려왔다.

준은 서둘러 자신의 계획이 담긴 태블릿을 덮었다.


"휴... 숙제 도와주는 거 끝났어... 자기 게임 할거니까 방에서 나가래... 일랑이... 말 제대로 못할 때는 귀여웠는데... 말할 줄 알니까 생각보다 까칠해졌어..."

"...수고 했어, 조금 쉬어 저녁은 내가 차릴 게, 나도 요리 정도는 할 줄..."


소파에 몸을 완전히 기대고 있던 스즈키는 준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아... 그럼 장은 내가 보고 올게... 미호 아줌마가 일랑이가 좋아하는 요리 레시피랑 사야 할 거 적어 놓으셨어... 그럼 다녀올 게... 하아아암... "

"그래, 잘 다녀와."


그렇게 나가려던 스즈키는 갑자기 생각난 질문을 하기 위해 자신을 배웅해주는 준을 향해 돌아보았다.


"아 맞다, 준, 혹시 타카하시 한테 뭐라 했어?"

"응?"

"타카하시가 너 보고 자기 조수라고 하던데."

"별거 아니야."

"하긴... 그럴리가 없지, 그럼 어서 다녀올게."

"잘 다녀와."



준은 다시 태블릿을 켜려 했다.

하지만 피곤하기 때문일까, 준은 스즈키가 올떄까지 잠시 쉬기로 했다.


/





저녁 식사가 끝난, 미호와 리앤.


리앤이 생각하길, 미호와의 여행은 생각보다 무 계획적이었다.


미호가 먹자 골목을 찾기 위해 '저기에 가자!' 라고 할 때마다, 이미 지리에 너무나도 능통한 리앤이 '저기에는 먹자 골목이 없어.' 라고 말하고 리앤 조차 같은 시티가드 동료들과 함께 회식 등으로 안 가본 곳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게 새로운 미호와 달리 모든 게 질렸다.


리앤이 처음에 요리를 하고자 하는 이유도 지나친 외식에 질려서다.


그래서 결국 미호와 함께 재료를 직접 사서 숙소에서 같이 조리하는 것으로 외식 아닌 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놀러와서 요리를 시키게 될 줄은 몰랐네... 하하..."

"미호 너도 같이 했잖아."

"그렇기는 해도... 그런데 요리 실력이 엄청 좋아졌네? 설거지도 못하던 때 랑은 다른 것 같아, 스즈키 이후로도 계속 타카하시 밥 만들어주느라 그런거지? 나는 일랑이가 외식이 더 좋다고 뭐라 할 때부터 요리를 거의 안하게 되었거든."

"아니, 그냥 물조절이나 불조절이 익숙해졌을 뿐이야, 타카하시도 외식이 더 좋다고 하다보니 요리는 이제 가끔 해."

"내일은 어디 갈까? '철남충 놀이공원'에 갈까?"


철남충 놀이공원, 테마파크의 일종이며 키르케가 관리하는 곳이다.

멸망 전과는 달리, 순수하게 바이오로이드와 철남충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음... 그러자."


리앤은 놀이공원과 연이 없었다.

하지만 미호의 선의에 대해 거절할 생각은 없다.


"오늘은 내가 놀자고 말해놓고 리앤만 힘들게 했지만 철남충 놀이공원은 나도 저번에 가본 적이 있어서 오늘과는 달리 내가 리드할거야, 내가 놀자고 해놓고 리앤만 힘들게 할 수 는 없지."

"그래."


리앤은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



다음 날, 준은 미호의 안방에서 취침했고 타카하시는 스즈키와 함께 거실에서 잤었다.

이른 시간에 깨어난 스즈키는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켰다.


"..."


모든 게 익숙했다.

비록 자신의 방처럼 쓰이던 곳이 아닌 거실이었지만,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이른 아침의 옅은 햇빛은 언제나 보던 풍경이다.


분명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미호의 집에서 나가고 자신의 엄마에게 길러졌을 텐데.

스즈키에게 있어 아직도 미호의 집은 자신의 고향과도 같았다.

정확히는 집보다도 익숙하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제 남은 반찬도 있고, 밥만 지으면 아침먹이고 일랑이와 타카하시 모두 학교로 보낼 수 있다 생각한 스즈키는 주방으로 향했다.


"그냥 밖에서 사오자고 하려했는데... 일어난 김에 밥이라도 앉혀 놔야겠네."

"오빠 어디가...?"


스즈키가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차려 입을 무렵, 타카하시가 일어났다.

타카하시는 크게 하품하며 스즈키의 옷깃을 붙잡았다.


"오빠 밥하려고."

"오빠가 밥도 할 줄 알았었어?"

"너도 내 밥 먹어봤잖아."

"지금까지 다 엄마가 해준 줄 알았는데."

"아니야 오빠도 해준 적 있어."

"하아암... 기억 안나... 맞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오빠는 엄마 싫어해?"

"... 갑자기?"


스즈키는 쌀을 씻던 손을 멈추었다.

자신의 동생이 너무 갑작스런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하아암... 오빠 조아하던데..."

"싫어하지는 않아... 그냥 사정이 있어서 잠시 떨어져 지내는..."

"하아아암..."


타카하시는 계속 꾸벅꾸벅 졸다보니 스즈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스즈키는 어차피 이런 이야기 해봤자 알아먹기라도 할까라는 생각에 타카하시를 주방에서 내쫒기로 한다.


"졸리면 가서 더 자."

"알아써... 하아아암..."


그렇게 타카하시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쌀을 씻는 것에 집중하는 스즈키. 

스즈키는 자신이 미호 이모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집안일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이미지하기 전에 스즈키의 회상은 깨지고 만다.


"하암... 잘잤어?"

"어..."

"일찍 일어나서 밥까지 하는 거야? 아침은 밖에서 사오자고 말하려 했는데."


미호의 안방에서 나온 준은 잠옷 차림으로 크게 하품했다.

다들 원래 자기 집이 아니라서 제대로 잠을 못 잔 것 같았다.


지금 이 집에서 개운한 사람은 스즈키와 아직 자고 있는 일랑이 뿐일 것이다.


"점심은 외식하는 거 어때? 어차피 타카하시랑 일랑이는 학교 가야 하잖아? 그리고 앙고라도 불러야겠어, 나 없다고 일 안하고 놀고 있으면 곤란하니까."

"그럴...까?"

"앙고라가 제대로 일하나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외식은 무조건이야, 애들 집에 언제와?"

"음... 서로 다를 거야, 일랑이가 먼저 오고 그 다음에 타카하시가 와."

"그러니까 몇시?"

"1시에 일랑이가 오고 그 다음에는 3시쯤에 타카하시?"

"그럼 점심은 11시에 먹자, 그리고 돌아오면서 저녁 찬거리 사오고, 오늘만 넘기면 대금 청구 받고 끝나니까."

"그러네."

"그리고 또 할 말이 있는데..."

"응?"


준은 평소와 달리 머뭇거렸다.

스즈키는 '졸려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평소 보여주는 냉철함을 생각하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당장 할 말은 아니야, 밤에 애들 잘 때 들어주겠어?"

"그래...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그럼 난 반찬이라도 꺼낼까?"

"아니, 내가 할게, 넌 씻어."

"그래? 그럼 나 먼저 씻을게."

"응..."




스즈키는 준이 욕실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듯이 숨을 깊게 내뱉었다.

그리고 이따가 밤에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워졌다.


스즈키도 내심 지금 하는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아버지의 사랑은 깨달았지만 그 아버지가 너무 위대하다는 이유로 자식들은 '인간'이라는 이점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다.


차라리 준처럼 거의 바이오로이드와 대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냉철하고 리더쉽 있으면 모를까.

자신에게 그런 면은 없다.


자신이 하자고 한 일임에도 먼저 그만하자고 말하면 배신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스즈키도 그만하고 싶어도 자신의 부탁에 따라 불타는 눈으로 돕는 준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결국 최선을 다할 뿐이다.


"준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앙고라도 안고 가는 준을 생각하면 자신을 버릴 리 없다고 생각 들기는 한다.

하지만 스즈키는 오늘 밤 준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



인간 대여 회사.

혼자 있는 앙고라는 준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미 무조건 반사적으로 자신의 업무는 물론 본래 스즈키의 업무까지 끝내 놓았다.


준이 선사하는 인간 이하의 취급과 어머니의 닦달이 앙고라를 조금 바꾸기는 했다.

애초에 10번 쳐서 안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아하는 의지가 어떻게든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어머니의 의지를 이길 수 있을리 없다.


그렇게 앙고라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있었다.


"하아... 다끝냈다... 그런데 일감도 없는데 왜 이렇게 일이 많은 거지? 맨날 이거 작성해라 저거 작성해라 하는데...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거지?"


그리고 어느세 자신도 모르게 합리적 추론까지 이어졌다.


"설마 우리 회사 망하는 거 아니야...?"


앙고라는 실존적 위기에 대해 고뇌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고민하게 된 앙고라는 준과 스즈키가 부르는 식당으로 가기로 한다.








/



시간은 밤 12시.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 준은 아침에 한 말 때문에 샤워 직후에도 취침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스즈키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고민하며 이제막 씻고 미호의 방으로 찾아갔다.


타카하시와 일랑이는 각각, 자기방, 그리고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


그리고 준은 속옷만 입고 있었다.


"으앗!"


스즈키는 서둘러 눈을 가렸지만 준은 태연했다.

오히려 왜 그러냐고 준이 물을 정도다.


"왜그래?"

"옷... 옷좀... 입어..."

"그 이야기는 됐어, 아침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 먼저 해야겠어."

"아니... 네가 그렇게 입고 있으면 집중이 안된다고..."

"그런가?"


준은 자신의 가슴이 크다는 자각이 없다.

나이트앤젤이 들으면 극대노하겠지만 적어도 메이와 함께 지내던 시간이 많은 준은 다른 둠브링어 대원들과 비교해 평균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진중한 대화에 앞서 티셔츠 한장을 입기로 한다.


"그럼 앞에 앉아봐, 아침에 하려 했던 이야기좀 하게."

"응..."



...


스즈키도 준과 진중한 대화를 위해 진정하고 준이 하는 말을 하나하나 새겨들었다.


"스즈키, 이 사업은 가망이 없어, 이번 의뢰를 성공적으로 마쳐도... 아마도 곧...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거야."


아이 돌보기 2일 차 밤, 준의 말은 스즈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스즈키 본인도 뼈저리게 알고 있지만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인 준이 그렇게 말하니 현실을 머리끄댕이 잡고 직시하게 만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마침 잘됐다.

자신도 이 사업에 대해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행위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럼 어쩔 수 없네..."


스즈키의 안심 섞인 말을 들은 준은 갑자기 정색하며 스즈키를 바라보았다.


"넌... 분하지도 않아?"

"뭐...?"

"우리를 필요로 하는 바이오로이드가 한 명도 없다잖아."

"...!"

"자기자신이 위대하신 아버지의 '생체 기념물'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넌 분하지도 않은거야!? "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 대여 회사를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명령이 필요하다면 전화기 들고 사령관에게 전화해서 명령 해달라고 말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굳이 미숙한 아들, 딸 뻘 되는 인간들이 필요하지는 않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 그건..."


순간 자기가 화를 참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황한 준은 스즈키의 반응을 보고 망을 이어가지 않고 한 호흡정도 쉰 다음에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는 쓸모가 없어, 인정해, 그 어떤 바이로오이드도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아, 아버지가 너무 위대해서 말이야."


"그런데 넌 우리도 아버지에게 뭔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방금 그 반응은... 좀 실망적이었어... 물론 너도 체념해서 그렇게 말한 걸지도 모르지만..."


"나도 사실 이 일에 대해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불길한 예상은 언제나 귀신같이 맞아버리네... 끔찍하게도 말이야."


준이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강철로 만들어진 입에서 강철을 쏘아내는 것만큼 무거웠다.

위축되던 스즈키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러면... 우리가 쓸모없다는 걸 증명할 뿐 밖에 안되는 이 일을 왜... 받아들인 거야...? 준... 넌 똑똑하잖아... 너 정도 되는 애는 이미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을 거 어니야... 그런데... 왜... 이런 의미 없는 일을 같이 해준거야...? 너만큼 똑똑하다면 진작에 이 일은 실패할거라고 말 할 수 있잖아... 그런데 왜...?"




준은 스즈키의 말에 대답하기 전에 깊게 심호흡을 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정이 발끝에서 머리 끝자락까지 퍼진다.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입을 떨어뜨리기 힘들었다.

그리고 스즈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준은 최선을 다해 말했다.


"네가... 날 필요로 했으니까."

"뭐...?"

"네가 날 '필요'로 했다고!!"

"..."


준의 양쪽 볼은 부끄러워하는 소녀처럼 붉어졌다.


"필요...?"


그리고 미호의 침대에 걸터앉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 있지, 내가 쓸모없다는 걸 깨달은 게 중학생이 될 무렵이었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맨날 놀기만 하는 너랑 앙고라와는 달리 난 죽기 살기로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공부했었거든."


"그리고 공부하면 할 수록 느껴지던 의문인데, 분명 오리진더스트의 영향 덕분에 바이오로이드와 현 시대의 인간은 신체적으로도 지적인 면으로도 서로 큰 차이가 없을 텐데 왜 어떤 바이오로이드도 아버지 이외의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걸까, 왜 그런지 고민을 해봤거든?"


"우리가 아가씨고, 도련님이라 그래."


"우리는 생체 기념물이야,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의 결실 말이야."


"사랑의 결실은 소중하겠지... 그래... 자기 뱃속에서 나온 사랑의 전리품이 바로 우리야, 나는 우리 엄마가 사랑하기 위해 한 노력의 결실일 뿐이야... 그저 안아주고 싶을 만큼 소중한 '전리품'..."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싶어도 역사 수업 때 배운 아버지의 업적은 평화로운 이 시대에서는 결코 따라갈 수 없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아버지만 필요로 하지, 그 자손인 우리들은 그저 보호 대상이야, 쓸모가 없다고, 어릴적에 내가 주도적으로 나이트앤젤이랑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엄마의 명령대로 친하게 지내는 거라는 걸 알았을 때는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


"그래서 너나 앙고라도 무시했고, 너희들끼리 노는 모습 보기 좋았는데 자신이 없어서 차마 끼질 못했어..."


"그 외에 그 누구도 나에게 부탁하지 않아, 나를 낳아준 어머니도 단 한 번도 나에게 부탁한 적 없어."


"오히려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뒤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라고 학교에 보냈지... 마리 씨나 레오나씨의 아들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준은 고개를 숙인체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스즈키는 준의 밑도 끝도 없는 진심에 소름끼쳤다.


"그런 와중에... 나 혼자서 나라는 인간의 쓸모를 찾기 위한 힘든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할 때.... 네가... 날 필요로 해줬다고... 그게 실패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도... 그걸 놓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네가 한 부탁인데..."


늘, 철두철미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사람을 부리는 데 거침이 없는 준의 마음을 들은 스즈키는, 고양된 감정으로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준과 달리 준과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늘 까칠하게 대하고... 너나 앙고라를 늘 하찮다는 듯이 대했는데도... 필요없는 인간인 나를... 네가 '필요'하다 해줬잖아... 그때부터 반했었다고... 너는 내 이해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이런 내 마음을 지탱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

"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말인데... 좋은 제안이 있는데... 들어 줄래?"

"뭔데...?"


준은 자신의 태블릿을 꺼내 스즈키가 일하는 동안, 그리고 어제 오늘 게속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계속 작성하던 문서를 보여준다.

사업계획서, 바이오로이드 직원을 굴려서 무기를 만드는 군수 산업이었다.


스즈키는 준이 만든 문서 양식을 자주 봐서 빠르게 구체적인 문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즈키는 보면 안되는 것을 본 것처럼 뒷 걸음질 쳤다.


'이런건 있어서는 안되는 계획이다.'


스즈키는 제발 이것이 농담이기를 바랬다.


"이게 뭐야...?"

"내가... 아니 머지 않아 우리가 '쓸모' 있게 되기 위한 계획서야."


스즈키는 등에 오싹한 기운이 식은땀을 타고 내려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두려움에 토할 것 같았다.


준이 만든 이 계획서는 광기로 물들어있다.

적어도 스즈키 같은 사람은 절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자손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무시무시한 계획이었다.


과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즈키는 준의 행동력을 알기에 점점 진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사업은 나 혼자서는 굴릴 수 없어,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아버지의 눈과 귀니까, 그래서 앙고라는 몰라도 딱 한명... 딱 한명... 네가 꼭 필요 해, 이 사업을 확실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해."

"나...? 내가 필요하다고?"

"어..."


평소와 달리 말 끝을 흐리는 준, 스즈키는 실제로 준의 계획서대로 실행이 가능한지 아닌지간에 자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인지부조화가 왔다.


"왜...? 내가 널 필요로 한 건 그냥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보니까 너처럼 똑똑하고 생각 많은 애가 필요하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나도 따지고 보면 너보다도 쓸모 없는 사람인데... 넌 내가 왜 필요하다는 거야...?"




준은 당장의 대답 대신 침대에서 일어나 스즈키에게 다가갔다.

스즈키는 벽에 등을 대고 계속해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준에게서 눈길을 피하려했다.


하지만 준은 스즈키의 턱과 어깨를 잡고 강제로 자신을 보게했다.

입 맞추기 직전까지 스즈키를 끌어당겼다.


스즈키는 끌어당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준이 스즈키의 숨결이 느껴지는 위치까지 직접 다가갔다.


"내가 널 필요하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널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나와 결혼해줘, 그리고 나와 함께 쓸모 있는 아들 딸들이 있는 세상을 만들자... 응? 안될까...? 네가 없으면 난 절대 못할 일이야... 응?"




준은 고백했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의 턱과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자신을 보게 만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준은 좋은 타이밍에 입을 맞추기 위해 손등에 핏발이 돋을 정도로 세게 스즈키를 옷깃을 끌어당겼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 준의 악력으로 인해 찢어지는 스즈키의 평상복.

마찬가지로 그녀의 셔츠를 잡고 밀어내느라 찢어지고 있던 준의 셔츠까지, 서로가 서로를 본의 아니게 한꺼풀씩 벗겨내고 있었다.



[찌지이이이이익...]

[찌지익...]


"하아..."


스즈키는 질끈 눈을 감았다.

준은 제발 저 질끈 감은 눈에서 확신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바뀌라고 간절하게 바랬다.


그런 마음에서 턱을 잡던 손을 자연스럽게 뒤통수로 옮겼다.

서로의 숨소리와 자신의 요동치는 심장 박동만이 들리는 준은 어서 빨리 나를 안아 달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만 밀고 당장 나를 안으라고', '평소에 내가 부탁하는 업무대로 처리해 달라고.', '말 잘 듣는 직원이었을 때 처럼 따박따박 들어달라고.','이 이상 고민하지 말고 당장 행동하라고.','네가 나 없으면 뭘 할건데?','내가 끌고 가지 않으면 넌 뭘 할 수 있는데?','여자가 이렇게 당기고 있잖아!','이딴 답답한 면도 내가 잘해주면 된다고...','이 정도로 답답해도 내가 사랑해주면 될...'







"미안해..."


스즈키는 질끈 감았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을 흘렸다.

그리고 준이 만드는 강압적인 분위기는 스즈키의 한마디에 한 순간에 사라졌다.


"뭐?"


입을 부르르 떠는 준은 어서 마저 대답하라며 스즈키의 어깨부위 정장을 더욱 강하게 잡아 뜯었다.


그리고 스즈키가 마저 대답하자, 준은 크게 실망했다.




"미안해... 준... 미안해... 난 너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하아... 모르겠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난... 그런 무시무시한 일... 생각해본 적도 없어... 네가 하면 안되는 짓을 하려고 하는데... 친구로서... 이건 절대로 같이 할 순... 없어... 미안해..."


처절한 이유로 스즈키를 도왔던 준과 달리, 스즈키는 자신의 존재의의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아버지의 뒷 모습을 쫓아갈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 그것에 대해 준만큼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스즈키에게 있어 준은 친구였다.

그것도 자신과 같은 또래 중에서 가장 똑똑한 '친구'.


자신의 억지 섞인 부탁을 들어줬던 소중한 친구다.

절대로 최악의 인간이 되도록 할 수는 없었다.





"친구로써? 아까 내말 제대로 안 들은거야...?"





준은 잡고 있던 스즈키의 뒷통수와 어깨를 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보여준 태블릿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최소한의 짐을 챙긴 준은 무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결국 흐느끼며 말했다.


"'사랑'이... '필요'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넌 내 이해자 인줄 알았는데... 정말로... 내 일방적인 생각이었나봐..."


준은 미호의 집 밖으로 나섰다.

다리 힘이 풀린 스즈키는 차마 준을 붙잡지 못했다.


"다신 만나지 말자... 또 오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사람... 잘못봤어."






그날, 준은 행방불명되었다.

----------------------------------------

다음화부터 아들딸들 비중 줄어들고 아빠 엄마들 비중 늘어날듯...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간략한 뒷설정

사령관의 자식들은 같은 부모가 아닌 이상, 전부다 서로를 친척이 아닌 '남남' 정도로 인식함, 스즈키와 미호 처럼 어릴적부터 알아온 관계라면 '이모', '조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현재는 매우 드뭄

자식 만들기에 경우는 어머니쪽 유전자를 강하게 발현시켜 서로 10촌 이상 차이나게 만드는 기술을 닥터가 개발했다는 설정이라 쌉가능

단 야스 없이, 임신 없이 완전한 시험관 아기로만 만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