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오르카 호 팔씨름 대회를 개최한다!"


"주인님 씨발 좀 적당히 하세요."


사령관이 말하기가 무섭게 옆에 서 있던 콘스탄챠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회의실에 있던 어느 누구도 그녀를 욕하지 않았다.


오르카 호는 어제 막 아이돌 프로젝트를 끝낸 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에도 사령관의 막말로 바이오로이드들이 진땀을 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요리 대회를, 또 어느 날은 보물찾기를, 어느 날은 스틸라인 훈련에 이병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뒷처리는 여러 부관들과 지휘관들이 도맡아서 했다.


특히 콘스탄챠는 수석 비서관으로 거의 대부분의 서류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사령관이 하루 일을 쉴


때 마다 업무량이 밤을 새야 할 정도로 늘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령관은 외압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사나이.


"조용히 해! 남자라면 누구나 강한 사람을 가리고 싶어하는 법이야. 진행시켜."


그리고 부하를 사랑할 줄 아는 부드러운 남자였다.


"콘스탄챠의 업무는 내가 시간 날 때마다 처리할게. 이러면 괜찮지?"


"하...괜찮진 않지만 알겠어요. 까라면 까야지 씨발."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령관배 제 1회 오르카 호 팔씨름 대회가 개최되었다.


전원 참여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았기에 브라우니같이 수량이 많은 기종은


미리 예선전을 통해 기종별 대표를 하나씩 정해서 출전하기로 했다.


상품은 1, 2, 3등 순으로 각각 소원권 5매, 3매, 1매와 각종 부식류로 정했다.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각 부대별, 기종별로 대표 선수가 정해졌다.


"그리고 지금, 이곳 오르카 호 대강당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입니다!!"


"사회는 저 스프리건이, 해설은 라비아타 님과 탈론페더 님이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페더님은 칸 대장 촬영에 빠져서 안 들리시는 모양이네요...어쨌든, 라비아타 님은 이번 대회가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보시나요?"


"네. 이번 대회는 체육 계열 대회로는 최대 규모인데요, 규모가 큰 만큼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 저도 예측하기 어렵네요."


"앗!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장 안으로 브라우니들의 대표, 브라우니 093이 등장합니다!!"


브라우니들 중 대표로 뽑힌 브라우니 093은 유일한 원사 브라우니였다.


멸망 전부터 생존한 기종으로 그야말로 브라우니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딱히 예선을 


거치지 않고도 만장일치로 브라우니 대표로 선발되었다.


정작 본인은 그다지 대회에 관심이 없는 듯 했지만 말이다.


그 뒤를 이어 노움, 이프리트를 비롯한 고유 기종이 아닌 바이오로이드들이 이어서 입장했고


레아, 칸, 아스널 등의 고유 기종들이 입장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첫 경기의 선수들이자 하이라이트, 라비아타 통령과 사령관님 입니다!!!"


사령관이 대강당으로 걸어들어왔고 라비아타는 중계석에서 강당을 향해 뛰어내렸다.


육중한 착지음과 함께 강당 바닥에 약간 균열이 간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첫 경기네, 라비아타. 봐주면 안 된다?"


"네. 알겠어요, 주인님."


두 사람은 강당 가운데 설치된 초고강도 합금 탁자에 자리잡았다.


주변으로는 대형 모니터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탈론페더의 카메라가 설치되 있었는데


천장에 설치해도 흐르는 보짓물 한 방울까지 잡아낼 수 있는 카메라였기에 


경기의 흐름을 놓칠 걱정은 없었다.


이윽고 라비아타와 사령관이 오른손을 맞잡았다.


동시에 합금 탁자 아래에 설치된 감압판의 센서가 352kg을 표시했다.


"아!! 손을 맞잡는 것만으로 350kg을 넘었는데요, 역시 무시무시합니다."


심판을 맡은 콘스탄챠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승패가 결정났다.


"라비아타, 승!!"


얼얼한 손목과 손등을 문지르며 사령관이 말했다.


"역시 오리진더스트로 강화한 몸이라도 너만큼의 성능이 나오지는 않네."


"그래도 트롤스버드보다는 훨씬 무거웠다구요?"


첫 경기는 사실 순위와 관계없는 일종의 이벤트 매치였다.


라비아타가 참가한다면 우승은 사실상 확정이나 다름없었기에 개막식 행사를 대신해 준비한 경기였던 것이다.


라비아타와 사령관이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고 대진표가 공개되었다.


"대진표가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데요, 다음 경기는...아, 운명의 장난인가요!"


스프리건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음 경기의 선수이름을 소리높여 외쳤다.


"어제의 가족이 오늘의 적, 블랙 리리스와 하치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