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온지도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철충이란 존재들과의 전투는 괴이하고 적응하기 힘든 일과지만, 이제는 참고 견딜만한

일상이 되었지만, 이런 나에겐 좀처럼 적응할 수 없는 일이 한가지 있다.


탐색 및 전투 도중 우연치않게 발견되는 생존자들 중 오랜 세월을 고통속에서 버티던 이들, 즉 죽지 못해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리진더스트의 농도가 옅어지며 마치 인간의 피부가 아닌 고목껍질과 같이 바스라진 외형과 그런 몸에 기생해 사는 수많은 균류들 또는 미생물들은

그녀를 양분 삼아 하나의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 고통을 느낄 순 없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목슴을 끊지도 못해 수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며,

언젠가 끝날 자신의 생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인간으로써 해선 안되지만, 해야만하는 일을 손수 집행한다.


"21xx년 7월 17일, 전투 중 발견된 브라우니 10312번은 하반신 절단 및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 한 것으로 판단.

 사령관 예하 지휘관급 및 입회인의 동의하에 정중히 예를 갖춘 후 존엄사를 집행합니다. 상기 브라우니는 철충들의 직접적인 침공이 시작된

제1차 침공에서 희생한 것으로 유추하며, 20XX년부터 현재까지 홀로 끝내지 못한 전쟁속에서 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현대의 기술력 및

생명공학 윤리 상 복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립니다.


존엄사 집행은 생사여탈권을 지닌 사령관령으로 직접 진행하며, 존엄사 이후 그녀의 유골은 화장하여 보석으로 가공 후 요안나섬에 마련된 

명예의 전당에 안치할 예정이며, 마지막으로 예하 지휘관 및 입회인 전원 동의하에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이의가 있으신 분은 마지막으로

거수하시기 바랍니다"


준비해 온 집행문을 읽자 그녀들은 아무말 없이 눈을 감았다. 이 곳에 있는 이들 중 누가 이런 일에 동의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참혹했기에 그걸 알고 있는 이들은 동의할 수 없지만 동의를 뜻한다는 의미로 눈을 감은 것이다.


"전원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입회인께선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내 요청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마리아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가 나왔다는건 이 식의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순간이다.

준비해 온 마이크를 들고 마리아는 조심스럽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녀를 기리는 노래를 시작했다.


 Ave Maria
Gratia plena
Maria, Gratia plena
Maria, Gratia plena
Ave, ave dominus
Dominus, tecum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Benedictus frutus ventris tui
Jesus
Ave Maria 


그녀의 마지막 순간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마리아는 진심을 담아 노래했고, 그녀의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내 직무를 수행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닥터에게 건내받은 오리진더스트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액체가 담긴 주사, 바이오로이드에겐 잠에 빠지듯 생명활동을 끝나게 해주는 이 주사를

그녀에게 놓아줌으로써 이 의식은 끝이 나는 것이다.


"다음 생이 있거든, 그 곳에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길 바라며,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사령관 독단으로 진행한 일이니 부디 그들을 가여이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나로썬 최선이라 생각하는 마지막 변명을 그녀 앞에 늘어놓은 뒤, 이끼 투성이인 그녀의 팔에 주사를 찔러넣었다. 살이 전부 빠진 탓에 나뭇가지에

주사바늘을 찔러넣는 느낌이었지만, 주사기에 들어있는 용액은 확실하게 그녀의 혈관을 타고 주입되는게 느껴졌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전부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나는 시간을 확인하였고, 약 효과가 들기 시작하는 5분쯤이 지나자 방금전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던

브라우니 10312번의 반만 남은 눈이 감기는 것을 확인했다.


나를 포함한 지휘관 객체 및 입회인까지 그녀의 심장박동이 꺼진 것을 확인한 후에 최종 사망시간을 모두에게 공표한다.


"21XX년 7월 17일, 현재시간 22시 32분을 기점으로, 누군가의 친구이자 후배, 그리고 연인이었을지도 모를 브라우니 10312번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녀의 영혼이 좋은 곳에 도착하길 바라며, 이상으로 식을 마치겠습니다"


모든 절차가 끝난 뒤, 준비된 들것과 모포로 그녀의 몸을 조심스럽게 감싼다. 식은 종료되었지만, 마지막 작업은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사령관, 여기서부턴 우리가 할게"


그녀 나름의 배려인건지. 레오나는 등을 토닥여주며 손수 들것을 들어올린 뒤 보트에 몸을 실었다. 호위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전원 보트에

탑승하자 곧장 요안나아일랜드를 향해 출발했고, 그녀들이 가는 모습을 배웅해주며 오늘의 호위를 맡은 마리에게 물었다.


"마리는 천국이 있다고 믿어?"


"음, 있다고 믿지만, 없다고 생각하네"


"그게 무슨 뜻이야?"


"인간들이 갈 수 있는 천국은 있다고 들었네만, 아직까지 바이오로이드들이 갈 수 있는 천국은 듣지 못했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꽤나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마리를 보자, 머리 뒷쪽이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생명체가 갈 수 있는 곳은 정녕 없는 것일까?


만약에 신이 존재한다면, 부디 그녀들을 가여이 여겨 인간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길 기원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