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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모음!!)



사령관의 지휘를 받으며 안과 밖에서 철충들을 섬멸하는 와중
날아오른 드래곤 철충이 얼마 남지 않은 몸으로 포격을 견디며
견고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사령관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은' 속도로 '자폭'을 위해서 사령관에게 돌진하는 드래곤 철충.
하지만 이 철충은 오른쪽(사령관 기준)에서 접근한 칸트리서의 마지막 외피에 거하게 치이게 되고
그대로 왼쪽으로 빠르게 추락해 땅과 충돌했다.
포격에 견뎠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무리한 몸은 땅에 곤두박질 치면서 이곳저곳에 금이 가게 되었다.
당연히 땅에 떨어진 녀석은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었고 곧 그 공격을 받게 될 상황이었다.

자폭을 각오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이 상황에서 철충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사령관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으하하하하!!!"


"!? 철충이 웃었어!?"


"....."


인간처럼 웃는 철충.


"아직 안 끝났다!!"


인간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철충.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유토피아의 제품들도 철충의 말은 못 듣는다.
이미 닥터가 확인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저 녀석의 명령을 어떻게 들었을까?
답은 간단했다. 녀석은 왜인지는 몰라도 인간의 말을 할 수 있으면서 벙어리인 척을 했다.
단지 그 뿐.

그런 녀석이 갑자기 왜...?

사령관이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사령관을 기준으로 왼쪽에 있던 철충들이 일제히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서 보이는 것은... 높은 언덕.


"....?"


모두가 상황파악을 못 하고 사고가 정지된 가운데
갑자기 사령관의 앞에 있던, 철의 성 방향에 있던 부대원들이
마치 철충들이 그랬던 것처럼 양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철의 성의 안에서 뭔가가 올라와서 빠른 속도로 사령관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익숙한 보라색과 흰색이 섞인 물체였다.
거의 사라져가는 검은 연기 몇줄기가 몸에 붙어서 따라오는 그 물체는
빠른 속도로 다가와서 사령관을 밀어서 본래 있던 자리에서 떨어뜨렸다.

그 직후였다.


"....."


".....아."


사령관과 모두가 상황을 인지했을 무렵에는
사령관이 아르티세로에게 밀쳐져서 블랙 리리스가 뒤로 밀려나는 사령관을 받아준 상태였고
아르티세로는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다만, 공중에 뜬 상태였어도 높이의 차이 때문에 총알이 두피를 스치고 지나간 듯 보였으나...


"주인...님, 저기..!"


조금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른손의 검지손가락으로 철충들 사이로 보이는 언덕 쪽을 가리키며...

뭔가를 눈치챈 사령관은 쓰러지는 아르티세로를 받아주는 동시에 큰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명령은 해당 언덕의 뒷편을 초토화시키라는 것이었다.

캐노니어, 아머드 메이든의 포가 그 쪽을 향했지만 철충들에게 막혔다.
하지만 곧 언덕의 뒤를 확인한 스카이 나이츠가 해당 지역에 폭격을 가하였다.

그것을 보고 있던 드래곤 철충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를 내밷고는 그 자리에서 자폭을 시도했다.


"후우... 네가 이겼다, 인간."


그렇게 시도한 자폭은 애초에 폭발력이 부족하여 그 거리에서는 사령관에게 피해를 줄 수가 없었지만
여기에 더해서 레오르 칼카나가 이미 몸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한 드래곤 철충과 다른 철충 몇마리를
미리 봐둔 가까운 평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스카이 나이츠의 일부가 곧장 그 곳으로 향했다.

이로써 아군을 보호하는 동시에 '철충이 자폭 후에도 살아서 도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에 이른다.


....


확인 결과, 드래곤 철충은 그게 마지막이었던 듯하다.
그것이 자폭한 자리에는 살아 있는 철충은 없었다는 보고다.

이후 사령관과 그가 이끄는 오르카의 부대원들은 남아 있는 철충들을 정리하고
결국엔 모두 무사하게 자신들의 집인 오르카호에 돌아오게 되었다.

유일하게 쓰러지기까지 했던 아르티세로도 이번에는 빠르게 눈을 떴다.
그녀가 깨어나자 그녀의 주인은 조금이지만 그녀에게 화를 내기로 하였다.


"주인님...?"


"아르티세로."


"아하....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아르티세로, 왜 굳이 나 대신 총에 맞은 거지?"


"예?"


주인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 때까지 한번도 보인 적 없던 미소를 지은 아르티세로였지만,
사령관은 화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솔직히 사령관은 처음 보는 아르티세로의 미소에 아까움을 느끼고 있다.

하필...화를 내야 할 때에 이런 미소를...


"왜냐면... 주인님을 보호해야 했으니까요..."


"아니지. 그게 아니야!

너라면 나를 조종해서 스스로 피하게 할 수도 있었잖아!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한 거야!!"


사령관의 말을 들은 아르티세로는 입을 다물지 못 한 채로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마치, '이 이야기는 내용의 이해부터가 안 된다'라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주인님, 종에 불과한 제가 주인님을 조종하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아니, 앞으로는 너 자신도 아끼도록 해! 너가 다칠 바에는 차라리 날 조종해서 나도 지키고! 너도 지키라고!"


뇌파가 느껴진다. 이건 '명령'은 아니다.


"주인님, 저를 신경쓰시는 거라면 전 괜찮으니 저를 무시하셔도 됩니다."


"...뭐라고?"


이번엔 사령관이 조금 전의 아르티세로처럼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말이 없었다.


"저의 존재 자체를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주인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괜찮습니다.
제가 말을 걸어도 주인님께서는 제가 없는 것처럼 얼마든지 무시하셔도 됩니다.

...다만, 업무와 관련된 말이라면 어쩔 수 없이 신경을 써주셔야 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르티세로는 그렇게 말 하며 아직 움직일 수는 없는 몸을 최대한 사령관 쪽으로 돌려서 머리를 최대한 깊게 숙였다.
사령관은 그 상태로 곧바로 고개를 들지 않고 조금 긴 시간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르티세로를 보며
한가지, 결심을 한다.


"아르티세로, 명령이야."


"네, 주인님. 무엇이든..."


무엇이든...이라고 했겠다?


"아르티세로, 나에게 '무시하셔도 됩니다' 같은 말은 두번 다시 하지 마라!"


"! 주인님!?"


아르티세로의 '아르망'으로서의 능력 탓에 주인님의 다음 말을 알아버린다.


"좀 더 자신을 소중히 해! 너와 나, 둘 다 무사할 수만 있다면 잠시 정도는 내 정신을 조종하도록 해!
그리고 나의 애정을 원하면 참지 말고 그냥 말 하도록 하고!"


"...읏!"


주인님의 명령이지만 자신의 본성과 정반대되는 명령의 연속에 아르티세로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넌 예의를 지나치게 차려. '다'라고는 말 못 하겠고, 현 상태에서 흠...어디 보자... 20%? 20% 정도만 덜 차리도록 해!
그리고..."


"주...쥬인님!!"


"...응?"


예의를 20%를 깎으라는 명령의 영향으로 평소라면 주인님의 말을 절대 끊지 않을 아르티세로가 주인님의 말을 끊었다.
그런 명령이 있어서 끊을 수는 있었지만 혀가 꼬이고 말았다.

궁지에 몰린 아르티세로는 제안을 하나 한다.
'이대로 사령관이 말을 끝까지 했다면 못 하게 되었을 제안'이다.


"주인님... 마지막으로 말씀하신 명령만 거두어주십시오."


"엥? 싫어~. 크크"


화를 내던 사령관은 어느새 장난끼가 있는 말투가 되었다.
아마 잠에 들려는 강아지를 (귀엽다면서)손가락으로 콕콕 찔러서 2~3번 정도 못 자게 하는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장난끼'가 발동한 거겠지.


"마...마지막 명령을 취소하시고 그...대신이라기엔 뭣 하지만!
그, 그리폰 양 정도의 '무례한 행동'에는 신경을 쓰지 않겠습니다!
그러니...부디 그 쪽으로 명령을....."


"음..."


사령관은 속으로 '역시나 아르망은 아르망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사령관이 마지막으로 하려던 명령을 아르티세로가 '제안'으로 써먹은 것이다.

물론 사령관이 명령을 했다면 '그리폰' 정도가 아니라 더 무례한 애들한테도 신경을 끄라고 했을 것이고,
아르티세로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사령관은 이미 정해놓고도 잠시 고민을 하는 척을 하더니...


"알았어."


"아...!"


사령관을 바라보는 아르티세로의 얼굴이 밝아진다.

처음 만난 뒤로 한번도 본 적 없던 미소를 오늘에만 두번을 볼 줄이야...

이 뒤로 사령관은 그녀의 제안에 따라서 마지막 명령을 취소하고 그녀가 원하던 명령을 대신 했다.


....


"...인간, 혹시 바보야?"


"아하하..."


사령관이 또 뭔가의 이유로 그리폰에게 '바보'라는 말을 듣고 있다.
호칭도 여전히 인간'님'이 아니라 '인간'이다.

사령관의 뒤에서 휠체어에 탄 채로 그리폰을 바라보고 있는 아르티세로의 눈빛은 죽어 있지만,
더 이상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잠시 후. 휴식 중인 사령관의 개인실.


"주인님~, 제 '베개'는 마음에 드시나요?"


'이터니티 러브로드'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사령관에게 묻는다.
사령관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긍정한다.

이 때, 방문이 열리고 잠시 사령관과 떨어졌던 아르티세로가 들어온다.
사령관은 문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러브로드에게서 떨어져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주인님을 바라보던 아르티세로는 손에 들고 있는 각종 과자가 담긴 은접시를
비교적 안쪽에 있는 사령관의 책상에 올려놓는다.
주인님이 러브로드와 사랑을 나눈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돌아서 문을 향해 가던 그녀는...

주인님의 바로 옆에 멈춰섰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왼손을 들어서 검지와 엄지로 사령관의 옷자락을 잡고는


"쥬, 주인님... 저와 '단둘'이서 과자라도 드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라고 말 했다.


....


철의 성의 지하에 살아있던 생존자들이 합류한 데에 이어
시체가 회수된 개체의 복제도 이루어졌다.


"퀸 오브 발키리, 주인님께 인사드립니다."


발키리와 달리 녹색과 흰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나이는 더 어려보이는 바이오로이드가 사령관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인사를 한다.
지난 싸움에서 언덕의 뒤에서 사령관을 저격하고 스카이 나이츠의 폭격에 맞아 사망한 그 모델이다.


"어서와. 앞으로 잘 부탁해!"


"네? 아, 저야말로...!"


사령관은 언제나처럼 악수를 청했다.
퀸발이는 주인님이 내민 손을 양손으로 꼭 잡고 고개를 숙인 채로 악수했다.

사령관과 다른 이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


단 한사람, 아르티세로만이 그녀를 '하... 저거를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없고...'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또 한차례 소동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전처럼 진지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들의 전력은 크게 강화되어 앞으로 있을 싸움도 약간이지만 더 쉬워질 것이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 세계도, '다른 세계'도 끝은 좋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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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봐줘서 고맙다!!

이 소설은 여기까지야.

저렇게 하고 이제 원작의 뼈대를 따라가는 거지.

마지막 녀석이네. 설정 올리고 갈게~.


이름: 퀸 오브 발키리

외모: 녹색과 흰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원본보다 나이는 더 어려보이는 바이오로이드. 나이가 어린 만큼 키는 원본보다 작지만 가슴이 원본보다 크다.

능력: 투시, 이차원(異次元) 저격.

캐릭터 설명: 발키리의 개조품이며 그 능력이 뛰어나 발키리들의 여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얌전한 척을 하지만 상당한 변태다. 겉으로 보면 원본과 성격이 같은 것 같지만 전혀 아니라는 뜻.

원본이 그냥 조용한 성격이면 얘는 '자제'를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능력 상세설명: 투시는 말 그대로 투시다. 이 녀석은 변태라서 '주인님의 옷을 본 적이 없다'.

주인님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를 아예 모른다고.

'이차원(異次元) 저격'은 명칭은 '이차원(異次元)'이지만 그냥 평범하게 '이공간'을 이용한 기술이다.

발사된 총알을 이공간을 통해서 목표의 바로 앞까지 막힘 없이 이동시키고 목표의 바로 앞에서 꺼낸다.

사실상 미리 알고 피하거나, 누가 대신 맞아주는 수밖에 없다.

본작에서는 멀리 있는 언덕의 뒤에서 또 멀리 떨어져서 투시로 사령관의 머리를 조준하고 발포하였다.

당연히 총알은 언덕에 막히지 않고 사령관을 보호하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닿지 않았다.

공기의 저항도 없다. 이 녀석의 이공간 내부는 우주보다도 아무것도 없다.

설명이 하나 필요하겠는데, 이 녀석이 저격을 하기 직전에 언덕 방향에 있던 철충들이 굳이 길을 열어서 '아무것도 없는 언덕'을 보여준 것은

순전히 드래곤 철충의 사령관에 대한 '농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