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화

2화

3화

4화








갑작스런 비상상황에 세레스티아가 마을 밖으로 나갔고 블랙웜이 그 뒤를 따라나섰다.


"도와드릴까요?"


소년 사령관의 말에 블랙웜이 고개를 저었다. 


"...본래라면 문을 잠가야겠지만 문을 잠그지 않겠습니다."


블랙웜이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를 하자 소년 사령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십시요. 그리고 저희의 존재는 잊고 두번 다시 돌아오지 마세요.

당신은 그분과는 달리 부디 제 말을 새겨듣길 바라겠습니다..."


이해 못할 말을 마친 블랙 웜이 바깥으로 나가자 소년 사령관은 일행들과 눈빛을 나눴다. 

그들은 집 바깥으로 나가 저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평화롭던 요정 마을은 마왕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안면부에 괴상한 탈이 달린 투구를 뒤집어 쓴 마왕은 장판파의 장비마냥 폭풍처럼 마을을 휩쓸었고

그의 앞을 가로막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추풍낙엽처럼 그가 팔을 휘두를때마다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안되겠어! 던진다!"


수류탄이 없는 하이에나가 궁여지책으로 다이너마이트를 꺼내 심지에 점화했다. 

그걸 본 마왕이 몸을 굴러 샐러맨더의 워커를 피하더니 멋진 발도술로 심지를 단칼에 베어냈다.


"만월을 너의 피로 붉게 물들여줄까?"


마왕이 어디서 많이 본 카타나를 하이에나의 목에 겨누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를 살벌하게 읊자 하이에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때 어디선가 묵직한 검은 물체가 날아오더니 그 물체에 맞은 마왕은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블랙웜이 표정없는 얼굴로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고 

마왕은 아까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엉거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그가 마을 한복판에서 이렇게 모두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숨어서 틈을 노리던 써니는 재빠르게 페더의 새장이 걸려있던 나무를 재빠르게 올라탔다. 


"잠깐만 기다려봐... 이깟 자물쇠 금방 따서.... 얼레? 자물쇠가 안 잠겨있었네?"


자물쇠가 바로 째깍하고 풀어지자 써니와 페더가 황당하다는 듯 서로를 잠시 멍하니 쳐다봤다. 


"어쨌든 어서 도망가자." 


"하지만 이장님은..."


"이장님 걱정은 할 필요 없는거 알잖아. 그 녀석이 대기 중이니까."


써니의 말에 페더는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써니를 꼭 끌어안았다. 








저 멀리서 써니를 끌어안고 뽈뽈거리며 낮게 날아가는 페더를 보고 마왕이 안도의 한숨을 쉰 그 때였다. 

그의 뒤에 덩쿨식물들이 인위적으로 갑자기 성장하더니 그의 뒤를 가로막았다. 

세레스티아가 블랙웜의 호위를 받고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은 기회가 있을 때 떠나셔야 했습니다."


세레스티아가 괴로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그에게 슬프게 말했다. 


"....그런 상태에서도 날 걱정해주는거야? 감동적이구만."


마왕이 투구를 천천히 벗으면서 중얼거렸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르카호 일행은 복면 속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그 얼굴이 나오자 숨이 멎는 듯 했다.


"정체를 드러내봤자 이젠 소용없다는거 아시지 않습니까."


"알아. 그래도 혹시나 해봐서."


블랙웜이 중년 사령관한테 말하자 그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때 그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강철의 괴조가 그의 옆에 쿵하고 착지했다. 

흉부의 장갑이 파손되어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왼쪽 팔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지만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괴조의 위압감은 주위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각하, 모시러 왔습니다."


"그래. 어서 가자."


중년 사령관이 그의 어깨에 올라타자 로크는 바로 공중으로 도약해 숲속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다크 엘븐. 방금 내가 헛것을 본거 아니었지?"


"응. 헛것을 본거 아니야. 아니 헛것을 본게 맞나? 저 인간은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있는거야?"


"중요한건 방금 사령관... 음... 전임 사령관은 분명 뇌파 차단 투구를 벗었지만 저들은 여전히 그를 적대하고 있었어.

그리고 아까 로크의 상태 봤지? 역시 이 마을은 뭔가 잘못됐어... 어서 돌아가야해."


소년 사령관은 하르페이아의 말을 잠자코 들으면서 스마트폰을 매만졌다.

그가 아무리 재부팅을 해도 여전히 신호는 먹통이었다. 


"할 수 없군요. 움직이는건 위험하지만 이대로 계속 여기 죽치고 있는 것보단 낫겠죠. 

하르페이아. 주변을 정찰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대강 파악을 좀 해주세요."


그의 명령을 받은 하르페이아가 시야 확보를 위해 공중으로 날아오른 그 때였다. 

저 아래에서 갑자기 대공포들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녀에게 총알을 퍼붓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들짝 놀란 그녀는 회피기동으로 어떻게든 처음 사격은 피했지만

연이어지는 총알 세례를 계속해서 피하는건 불가능했다. 


"이건 못피하겠... 꺄아아아악!!"


"하르페이아!!!"








마을에서 신전이라고 부르던 어느 비밀 연구소 안, 

형편없이 찌그러지고 부서진 과거에 로버트였던 고철이 공허한 바닥에 을쓰년스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나더니 로버트의 잔해를 쾅하고 짓밟아 팬케이크 처럼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이 정도면 훌륭하군."


로버트는 신형 몸체의 증강된 스펙이 만족스러운 듯이 중얼거렸다. 

로크에게 한 번 파괴된 이후, 그는 로크에게서 얻은 전투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체를 제작하는데 몰두했다. 

비록 추하게 패하는 바람에 다 잡았던 인간을 놓쳤지만 그때의 패배 덕분에 그는 한 차례 진화할 수 있었고 

그의 계산에 따르면 이제 그의 전투력은 로크를 능가했다. 

뜻하지 않게 만난 호적수를 이 손으로 직접 파괴한다면 진정으로 최강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서 

쾌감이 느껴지는지 로버트의 안광에서 광기 넘치는 주황빛이 번뜩 빛났다. 


하지만 로버트는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치는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마을을 뺏긴 인간이야 오직 로크의 힘만을 믿고 저항하는거라 로크가 없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스펙업이 끝나면 그때 끝장을 낼 계획이라 지금까지 대응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 섬에 들어온 저항군이란 불청객은 이야기가 달랐다. 


로버트는 항구에 있는 cctv를 통해 오르카 호의 전력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그의 AGS 군단에겐 위험할 수 있는 상대이기에 그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깨어나라 타이런트."


비록 완벽히 복원되진 않아서 전성기에 비하면 한창 부족하지만 저 불청객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하리라

로버트의 명령 한 마디에 연구실의 격납고에 잠들어 있던 옛 세계의 최종병기 다섯 기가 눈을 떴다. 








요즘이 한창 수확기라 현생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감자 수확이 끝나서 앞으론 좀 여유가 생길거 같네요. 


지금 중년 사령관이 어느정도로 강하냐하면

일반적인 양산형 바이오로이드는 가볍게 제압하지만 고가의 전투형이 상대라면 당연히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