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멸망의 메이가 처음으로 성교를 하는 날이다.

사령관과 약속을 잡은 날이다.

멸망의 메이가 사령관과 약속을 잡고 성교를 하는 날.

부관과 부하들이 더 이상 대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찾아온다.

나이트 앤젤은 

얼굴을 붉히고 자신의 뒤에서

양갈래로 묶은 붉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채 따라오는

메이대장을 보며 생각한다.

대장의 눈치를 보는 것도,

타중대의 걱정과도 같은 비웃음을 듣는 것도,

사령관과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되면

찾아오는 정체모를 죄책감도,

오늘로써 전부 해방이라고.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얼굴로 나이트 앤잴은

어서 빨리 가자며,

부끄러워 하는 메이를 재촉한다


ㅡ 나앤....

하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나앤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메이는 제복 스커트의 끝을 양손으로 잡고

오늘 어떻냐는 듯이 천천히 빙글 돌고 있었다.


ㅡ 좀 더 예쁜 옷을 입는게 좋지 않았을까?


작은 대장의 칭얼거림에 나이트 앤잴은

미소를 가득 담은 얼굴로 허리를 숙여

메이에게 귓속말을 속삭인다.

ㅡ 대장님, 이거 제가 들은 특급 정보인데요, 사령관님은 제복을 가장 좋아한데요.

ㅡ 정말?

눈을 반짝이면서 되묻는 메이에게 

나이트 앤젤은 활짝 웃으면서 네라고 답한다.

탈론 페더의 카메라가 찍은

사령관과 타부대 대장들의 첫 섹스 영상에서

타부대 대장들은 모두 제복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은
 
꾹 삼킨채.

그래도 메이는 부끄럽다며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정리 하려한다.

나이트 앤잴은 보련에게 맡겨놓은 머리가

헝클어질까봐 기겁을 하며 메이를 막는다.

ㅡ 대장님은 지금 충분히 예뻐보여요. 사령관도 오늘의 대장님을 보면 한 눈에 반할 걸요?

ㅡ 정말?

하고 또 묻는 말에

나앤은 턱끝까지 차오른 한숨을

삼키며 다시 웃는 얼굴로

그리고 활기차게 네라고 답한다.

그런식의 대화가 여섯번쯤 오간 후에야,

메이는 

ㅡ 이제 사령관 방으로 가자, 늦겠어.

라며 나이트 앤젤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나이트 앤젤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만큼

화끈 거리는 속을 억누르며

다시 메이의 손을 잡고 사령관실로 향했다.

그렇게 열걸음도 채 떼지 않았는데

메이는 겁에 질린 아이처럼 

다시 나이트 앤젤 뒤로 숨어버렸다.

그런 메이를 보며

어쩌면 오늘도 틀린게 아닐까,

자신의 군생활에는 메이 대장에 대한 죄책감 없는 섹스는 없는 게 아닐까하고,

나이트 앤젤은 속으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렇게 옥신각신한 끝에 둘은 사령관실에 도착했다.

나이트 앤젤은 메이에게 빨리 방문을 두드리라고 재촉했지만,

메이는 여전히 나이트 앤젤 뒤에 숨어 있을 뿐이었다.

ㅡ 그치만 부끄럽단말야...

라며 말을 흐리면서.

나이트 앤젤은 머릿속에서 딸각하는 소리가 들었지만,

아주 느린 호흡으로 쾅쾅 뛰는 심장을 진정시킨 후,

안압 때문에 터질 것 같은 눈을 메이로부터 간신히 때내고,

사령관실 문 앞에서 섰다.

메이는 쪼르르 달려와 나이트 앤젤의 허리에 매달리듯이 붙었다.

ㅡ 사령관이 키스를 하려고 하면 어떡하지.... 눈을 감고 입술을... 아니야... 우선은 볼에...

메이는 나이트 앤젤의 허리에 얼굴을 비비며 사전준비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이트 앤젤은 

홧병을 장작삼아 끓어오르는 자신의 머리를

벽에 냅다 박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사령관실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올렸다.

그 순간

나이트 앤젤은

어떤 소리를 들었다.

남자 혼자 있는 방에서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

살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하지만, 소리는 살과 살이 부딪힌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거칠어서 문에 귀들 대고 있지 않아도 들릴 정도였다.

나이트 앤젤은 자신의 허리에 거의 매달리다 시피 붙어있던 탓에

스텝이 꼬여 넘어질 뻔한 메이를 한 손으로 지탱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틀림없이 메이와 사령관이 약속을 한 시간이다.

그런데 방안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무엇인가?

자위라고 하기에도

다른 바이오로이드와의 성교라고 하기에도

살이 부딪히는 비정상적으로 컸다. 

나이트 앤젤은 다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는 메이 대장과 사령관이 약속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이트 앤젤은 한 손으로 허리에 달라붙은 메이를

살짝 누른 후,

만약 사령관이 메이 대장과의 약속을 잊고

자신이 상상하는 어떤 행위를 다른 바이오로이드와 하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이 가장 먼저 한 방 먹여주겠다고 주먹을 쥔채 다짐하며,

사령관실의 문을 소리가 나지않게

아주 살짝 열었다.


그 틈으로 사령관실을 였보았다.

그곳에는

하얀 침대에 

이질적인 검정색 다리가 V자로 벌려져 있었고

살구색 하반신이 그 위를 짓누루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둘 모두

머리를 문과는 반대편에 향한채 누워 있어서

얼굴을 확인 할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하반신 뿐.

그러나 검은 하반신에 들락날락 하는 남성기는

분명 사령관의 것이었다.

나이트 앤젤의 사고는 사령관이 메이대장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어겼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주먹을 꽉 쥐고 문을 벌컥 열려던 찰나

나이트 앤젤은 이상한 것을 보았다.

검은 하반신에서

여성의 질이 위치한 그곳에서

살구색 보다는 흰색에 가까운 무언가가 

사령관의 성기를 받아 들이고 있었다.

마치 질이 절반쯤 빠진 형태로, 

성기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수축하면서.

그리고 검은 하반신은 전등 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라텍스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매끄러웠고 살이 접히는 부분에서 주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검은 발은 신발을 신고 그 위에 라텍스를 입었다기에는

그 형태가 뚜렸했다.

형태가 너무 명확한 하이힐.

결정적으로 발목의 형태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저것은ㅡㅡㅡㅡ

기계의 관절이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사령관의 성기가 들락이는

그것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여성의 질이 튀어나왔다 하기에는

이질적인 색깔. 

흰색에 가까운 살구색.

그것이 수축하는 형태는 고무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자 나이트 앤젤의 머릿속에

어떤 물건 하나가 떠올랐다.

인간 남성들이 성욕을 혼자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던

자위기구.

듣고 코웃음을 쳤던 그것.

오나홀.

만약 자신의 가정이 전부 사실이라면,

자신은 기계에게 호나홀을 부착하고

피스톤 운동을 하는 인간 남성을 목격한게 아닌가.

나이트 앤젤은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잡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메이를 좀 더 힘껏 눌렀다.

대장이 눈 문틈새에 비치는 악몽을 보지 못하도록.

그럼, 저 하반신의 주인은 누구인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인간 여성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가진 AGS는

단 한기 뿐.

에이다 Type - G.

사령관은 에이다에게 

남성용 자위기구인 오나홀을 부착하고

그곳에 성기로 피스톤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분명 성교다. 저것은 섹스다. 교미다. 교접이다.

탈론페더의 영상에서 온갖 플레이를 봤고,

사령관이 어떤 플레이를 부탁한다고 해도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나이트 앤젤이지만,

눈 앞의 것에는 당황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과 성교를 하는 인간따위

들은적도 없고 본적도 없다.

자신의 눈에 비친 광경은 악몽이라 생각하며,

나이트 앤잴은 눈을 감았다 떴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살과 강철이 부딪히는

기괴한 풍경이 있을 뿐이었다.


남성은

기계에게 임신을 강요하고

기계는 

아무런 반응 없이 남성의 성기를

받아들인다.


이 무슨 끔찍한 악몽이란 말인가.

비현실 속에서 허우적 거리던 나이트 앤젤을 다시 현실로 데리고 온 것은,

걱정이 담긴 목소리였다.

ㅡ 나이트 앤젤 무슨일이야? 왜 그래?

자신을 누르는 나이트 앤젤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메이는 나이트 엔젤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ㅡ 아니에요, 대장님. 사령관님이 지금 피곤하신가 봐요. 조금 있다가 나중에 오는게 어떨까요?

나이트 앤젤은 사령관실의 문을 닫고 그 문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메이는 식은 땀을 흘리는 나이트 앤젤을 팔짱을 끼고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올려다 본다.

나이트 앤젤은 그 시선을 받을 자신이 없어서 눈을 돌리고 만다.

지금 당장 대장을 이곳에서 벗어나게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면서.

ㅡ 나이트 앤젤 비켜봐.

메이는 고개를 까닥이면서 말했다.

ㅡ 대장님, 그러니까 사령관께서는 지금 주무시고...

ㅡ 나이트 앤젤, 명령이야. 비켜.

군에서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전장에서만 보이던 메이의 명령에 나이트 앤젤은

저도 모르게 문 앞에서 물러섰다.

자신이 실수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메이는 사령관실의 문을 활짝 열어 젖혔고,


그곳에는 ㅡㅡㅡㅡ



임신해라 ㅡㅡㅡ!! 

라며 부르짓는 사령관의 목소리와

동시에 성기로 철을 뚫을 것처럼 휘어지는

사령관의 허리.

오나홀의 수용량을 초과해

에이다의 하반신에서 넘쳐흐르는 정액,


그리고 ㅡㅡㅡㅡㅡ


하으읏~♡~♡


전자음의 교성이 방안 가득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