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은 책을 읽어 본잦있어?”

“뭐?”

최근 업무와의 싸움에 지친 탓일까, 드라코의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린 사령관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되물었다.

“사령관은 책을 읽어본적 있어?”

“아아, 책.”

사령관은 얼마전 닥터에게 끌려가 책 두께의 논문을 몇개나 읽던 기억을 떠올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많이 읽었었는데, 요즘은 별로 읽고 싶지 않네.”

“에엑? 책은 유익하다구? 게다가 유행을 따지지도 않구. 굳이 읽지 않는 이유라도 있어? 설마.......”

드라코는 뭔가 의심 간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지만 진이 빠진 사령관은 그것을 캐치하지 못한 채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니, 닥터의 논문이랑 서류를 처리하는 것만으로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말이야.”

“아아, 그런 이유구나. 잠시 착각해 버렸 잦아.”

“뭐?”

또다시 드라코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잠시 착각해버렸잖아.”

드라코는 당당히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뭔가 다른 걸 생각한거야?”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드라코는 말을 돌리듯 갑자기 사령관을 칭찬했다.

“사령관은 참 젠틀한 보이루 보여.”

“뭐?”

우연의 일치일까? 또다시 드라코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참 젠틀한 boy로 보인다구.”

“하하, 마리가 이런 소년의 몸을 좋아하니까.”

사령관은 그렇게 답하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어느덧 시각은 열시. 스틸라인 생활관이 소등할 시간이다. 사령관 또한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슬슬 오늘치 원스토어 출석상황 보고, 로테이션 섹스하러 갈 시간이네.”

서류를 내려놓고 일어나려는 사령관. 그의 등 뒤로 드라코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어? 지금 보빨러가는거야?”

“뭐?”

오늘 자신은 도대체 몇 번이나 드라코에게 이 한 글자짜리 질문을 하는 것일까, 라고 사령관은 속으로만 한탄했다.

“지금 보지 빨러 가는거냐구.”

“아, 응. 커닐링구스는 대체로 다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해.”

“그러고 보면 요즘 워낙 흉흉한 일이 많았었지. 지난번 그 사건도....”

정말이지, 어딜 가든 흉흉한 일이 많은 시대다.

“그러게. 철의 왕자지....... 철의 왕자지....사건..”

“뭐?”

"그 사건 철의 왕자지?라고 말했어.”

“하하, 그래. 그거 맞아. ”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흉흉한 일들로부터 자신이 마음 깊이 사랑하는 오르카만은 지켜내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사령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