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님들, 이번엔 정말 심하셨습니다.


바닥에는 감자칩의 홍수, 침대에는 입고 내던진 옷들의 산, 심지어 소중한 경전은 라면받침대로 사용이라니..


이런 이단적이고 나태한 자세, 더 이상 봐드릴 수 없습니다.


에이, 베로니카. 새로 들어온 엔젤의 환영파티를 좀 한 것뿐이라구요.


사실 중간부터 파티는 어디가고 지품천사님과 심판자님이 신나게 과자를 드시기만 하셨는데..


습.


(응시)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린 천사를 자신들의 나태함을 위해 겁박하다니. 이제는 저도 더 참을 수 없습니다. 각오하십시오..!


에이, 베로니카. 금방 치울 테니까 잠시만..


그렇다. 이 포테토칩만 먹고 일하도록 하겠다.


사령관님, 보이십니까?


!!!!!!!


하아.


너희 웬만하면 봐 주려고 했는데..이건 진짜 안되겠다.


바바바바바바바반려..! 이건 사실 말이죠? 그..


엔젤 들어온 김에 화끈하게 놀고 싶어서 저질렀지?


..


그리고 사라카엘 너는 과자를 위장으로 심판하고 있었고. 


얘들아, 베로니카가 고민상담을 한 지가 벌써 거의 연 단위야. 그동안은 어찌어찌 말로 했다만..


...


이번에는 벌을 받아도 뭐라고 하지 마라. 종교행사는 그동안 엔젤 대행시킬 테니 그렇게 알아.


..


감사합니다, 구원자시여. 역시 천사님들도 구원자님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하시는군요.


헌데, 벌의 건이 남았습니다만. 무슨 벌을 주실 심산이신지?


쟤네가 글러먹은 건어물이라도 무지 똑똑한 건어물들이잖아?


그러합니다.


그러면 똑똑한 사람한테 주는 천벌을 내리면 되지.


천..벌 말입니까?


지금부터 피고 아자젤과 사라카엘을..




랩노예형에 처한다.


!!!!!!!!!


잘 알겠지만 신학대학원이 아니라 공대니까 너희는 공순이행이야. 닥터가 연구실에서 일할 조교들 필요하다고 했는데 잘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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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반려? 제발 한 번만 자비를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정말 성실하게 할게요! 늦잠도 안 자고, 방정리도 잘 하고, 보람찬 하루를 보낼게요! 그러니 랩은 제발..제발..!


ㄱ...구원자여. 교단의 심판자로서 나의 추태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니 그러한 처벌은 제발..!


그럴 거였으면 진작 베로니카 속을 그만 긁었어야지..


이젠 나도 몰라. 너희 입학원서는 이미 넣어놨으니 알아서들 해. 닥터가 2년 내에 무조건 학위 하나는 따게 해준다니까 그때까지 공부하면서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 보도록. 이상.


(충격)


자, 오빠 말 들었지? 어서 랩실로 가자, 언니들. 재미있을 거야!


안돼! 제 피가 모조리 카페인으로 치환되어 버릴 거에요...! 경전공부가 아니라 공순이라니..생각만 해도 머리가 정지하는 기분이야..!


닥터, 난 교단의 심판자다! 학문의 홍수에 시련을 받는 자가 아니야! 알고 있지 않나?!


하여간, 천사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공부를 싫어하다니..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학문의 심연에 빠뜨리는 것이야말로 지도교수의 그윽한 즐거움인 법.


잔말 말고 어서 떠나자, 언니들! 내가 오늘부터 언니들의 지도교수야! 2년 내에 모든 학문 내용을 머릿속에 때려박은 다음 그 다음 2년 내로 sci급 논문을 최소 1편은 쓰게 해줄 테니 기대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 분께 빛의 가호가 있기를.


빛..이기보다는 지옥으로 끌려들어가는 희생자들이 따로 없는데요.


그것 또한 자초한 시련이라면 이겨내야만 하는 법. 엔젤, 우리는 다음 예배를 준비하러 가도록 합시다.


예..그런데, 이번 설교 주제는 무엇으로 할까요..?


'성실함의 중요성'으로 합시다. 되도록이면 그렇지 않았을 때 받는 벌까지 열거되면 좋겠군요.


(원래 대학원이란 건 엄청 성실한 사람들만 가는 거 아니었나? 하긴, 천사님들도 원래는 엄청 성실하셨다고 하니까..)


(천사님들께 빛의 가호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