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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의 일상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스틸라인내부의 안건을 확인해서 취합하고, 병사들을 격려하며, 언제나 전투에 대비한다.

 하지만, 그녀를 따르는 이들의 눈빛은 이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마리는 자신의 쾌락에 눈이 멀어 지금의 오르카호를 부술뻔했고, 그 추태는 오르카호 내의 모든이들의 귀에 들어갔다.

 그런 존재가 이끄는 스틸라인은 어디서도 껄끄럽게 느껴지는 존재이리라.

 "하아..."

 개인 행정실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져있던 마리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잘못이기에 아무런 불만없이 안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게하려 이전보다 더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느껴지기에 더욱 답답해지는 마리였다.

 유치장을 나올때 깨달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자신의 생각보다 더욱 차가웠다.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머리속에서 보이는 자비로운 리앤의 표정은 평소의 여유만만하고 상냥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다른 부대의 사람들의 표정도 머리속의 리앤의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족같은 이들마저 나를 외면하는구나...'

 무엇보다, 같은 스틸라인 동료들의 눈초리가 가장 참기 힘든 마리였다.

 브라우니들은 대놓고 수근대며 자신을 피했고, 그들을 중간에서 관리하는 레프리콘들은 수근거리는걸 막지만, 브라우니들처럼 자신을 피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 위의 노움 실키 이프리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말만 안했지 눈빛으로 자신을 욕하는듯 했다.

 간부급인 임펫, 피닉스들도 자신을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

 마리에게 있어서 가장 충격인건 부관으로서의 예의만 지킬뿐, 이전의 존경따위는 찾아 볼 수 없어진 레드후드였다.

 하지만, 이 모든게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화를 내거나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의 상관이 자신과 같은 잘못을 한다면, 자신도 그 상관을 따를 마음 따위는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그 이유였다.

 "그래..."

 마리는 마음을 굳혔다.


 다음날, 오르카에는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소집 이유는 오르카호 유일 개체 불굴의 마리 4호의 실종.

 마리의 모든 권한이 이미 레드후드에게 이양되었으며, 그녀의 무장인 주시자의 눈마저 버리고 간걸로 보아 자의적으로 오르카호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자신의 군모까지도 내려둔 채, 그녀는 오르카호를 떠났다.

 "일단 내부 조사 결과는 여기까지야 왓슨."

 조사현황을 보고하며 현황이 정리된 서류를 사령관에게 건네는 리앤의 표정이 어둡다.

 "수고했어, 가서 쉬어도 좋아."

 지금의 오르카호는 요안나 아일랜드에 정박중이고, 마리는 모든것을 버려둔 채 걸어서 오르카호를 벗어난 상황.

 스카이 나이츠, 둠 브링어등 모든 기동형 병력들을 동원한다면 그녀를 찾는것은 몇 시간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찾는데 협조하려 하지않았다.

 지금 서류를 건네는 리앤마저도 그저 업무로서 조사에 임했을 뿐, 마리를 찾으려 하는 사령관에게 표정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기, 왓슨.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그녀를 찾는거야? 그녀가 알아서 여기를 떠나준 좋은 기회..."

 사령관은 손짓으로 리앤의 말을 막아섰다.

 "그녀가 지은 죄가 크다는건 나도 알아. 나도 아직 소년 소체만 보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니까."

 사령관은 그때 일을 생각만해도 트라우마가 도지는지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식으로 그녀에게 모든 짐을 지우는 건 내 방식이 아닐 뿐이야."

 모여있던 지휘관 기체들은 지휘관의 진지한 태도에 반박하려던 말을 삼켰다.

 그들이 알고 있던 지휘관 그 자체로서 진심이 담긴 말이기에, 아무리 마음에 들지않는 상황이라 해서 무작정 부정할 수 없었다.

 "사령관, 그럼 하나만 질문하겠어."

 그때, 철혈의 레오나가 나섰다.

 "마리를 찾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지난번 일도 사령관의 부탁으로 넘어갔지만, 이런 상황까지 오게되면 유야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보는데?"

 레오나는 마리를 베이스로 다른 성향을 가지게 만들어진 후속기종이기에 이번일에 대해 더욱 깐깐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마리로 인해 알게 모르게 평판등에 피해를 입고있던 쪽이기에 이번 마리의 실종마저도 고깝게 보고있었다.

 레오나의 입장에서 마리는 죄를 짊어질 생각마저 없이 모든걸 내팽개친 도망자일 뿐이었다.

 "...더더욱 굴려줘야지, 자신의 불굴이라는 이명마저 내려놓을 정도로 지친 정신이 깨어날정도로 말이야."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해 다 무너져가는, 요안나 아일랜드 어딘가에 서있는 폐공항의 건물의 회의실로 쓰이던 곳에서, 마리는 말 없이 의자에 걸터앉아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온 그녀였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많은 걸 지켜온 그녀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걸 잃어온 그녀였다.

 오랜 옛날에 함께하던 동료들은 떠나갔고, 자신에게 명령하던 인간들도 불귀의 객이 되었으며, 이번에는 순전히 자신의 실책으로 오르카호 모든 존재들의 희망인 사령관마저 잃을 뻔했다.

 많은 걸 잃어가면서도 배우지 못한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오랜시간을 고독하게 살아온 그녀에게 처음 다가온 달콤한 꿈은 너무나 달았기에, 종국에는 그녀에게 독이 되었다.

 너무나 많은 걸 탐 한 이에게 내려진 형벌은 모든것을 잃게되는 것이었다.

 모든걸 잃은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리, 거기있소?"

 그 순간, 입구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안나 아일랜드의 수장인 프레스터 요안나가 마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 여기있으셨구려."

 의자에 걸터앉아있는 마리를 발견한 요안나가 마리에게 다가왔다.

 "...용케도 제 위치를 찾아내셨군요."

 마리는 처연하게 웃어보였다.

 평소의 당당함은 오간데 없이 세월에 지쳐 몸을 쉬고있는 노인같은 힘 없는 웃음이었다.

 "음, 뭐 이곳 요안나 아일랜드의 지리는 내가 직접 발로 뛰며 알아온 곳이니, 혹시나 해서 와본 것 뿐이라네."

 마리를 대하는 요안나의 모습은 언제나의 그녀와 같았다.

 호쾌하게 웃으며 자신을 대하는 요안나의 모습에 마리는 쓴웃음만을 지어보였다.

 "주군께서 자네를 찾고있다네."

 요안나는 방금까지와 달리 진지하게 그녀를 대하기 시작했다.


 오르카에서의 소식은 요안나 아일랜드에 주둔하던 이들에게도 전해져 들어왔다.

 그 가증스러운 마리가 모든걸 내려놓고 도망쳤다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요안나는 말 없이 마리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오르카호가 정박한 곳으로부터 꽤나 떨어진 이곳에서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마리는 이전번의 잘못으로 모든이로부터의 신뢰를 잃었다.

 자신이 아끼고 보살피던 부하들마저 그녀를 외면했다.

 그 정도로 그녀의 잘못은 크나큰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는 자신이 책임을 지려는듯 모든것을 내려놓고 오르카호를 떠났다.

 "...그래서, 마리 자네에게 한 마디 해주려 찾아왔다네."

 돌아가자는 말을 거부하려던 마리는 생각과는 다른 말에 놀란 얼굴로 요안나를 바라보았다.

 "뭐, 지금 상황에서 돌아가자 해봐야 안갈꺼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자네를 강제로 끌고가기도 무리고 말일세."

 요안나는 자연스레 마리앞에 마주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정말로 도망칠건가?"

 요안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망이라."

 이전의 마리라면 역정을 내며 부정할 말이었지만, 지금의 마리는 왠지 모르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면 남은이들은 행복할거라 자위하며 몰래 떠나온 자신을 돌이켜보자 도망자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마리는 잠깐의 고민 끝에 답을 내놓았다.

 "흠... 그런가."

 마리의 답을 들은 요안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패널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연결했다.

 "...요안나, 무슨일이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통화의 내용을 듣던 마리는 움찔거렸다.

 요안나가 전화한 상대는 다름 아닌 사령관이었다.

 "아, 주군. 지금 여기 공항에서 마리를 발견했다네."

 요안나의 보고를 들은 마리는 무심한 척 하면서도 통화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마워, 요안나. 지금 당장 거기로..."

 "주군, 제안을 하나 하고싶다네."

 요안나는 이곳으로 향하려던 사령관을 멈춰세웠다.

 "지금의 마리는 지쳐있다네."

 요안나의 말은 마리에게 의외의 말로 다가왔다.

 "주군도 알지 않은가? 모든걸 짊어지려하는 마리의 성향을, 그녀는 아무리 강인한 바이오로이드라 한들 모든걸 짊어질 수 없다는걸 모르는 무식한 자라는걸."

 요안나의 말에는 가시가 돋혀있었다.

 "어차피 지금 돌아가봐야 그녀를 반겨줄 존재는 없을 걸세, 그리고 그녀는 그 속에서 더욱더 곪아가겠지."

 요안나의 말에 마리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녀가 다시 일어 설 수 있을때까지, 요안나 아일랜드에서 쉬게끔 해주고 싶다네."

 말을 이어가던 요안나는 미소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휴식과 함께 내가 마리를 담당해 썩어빠진 근성을 고쳐주겠다네."

 마리는 미소지으며 요안나의 말을 긍정해 주었다.

 "...알겠어 요안나, 잘 부탁해."

 요안나의 속뜻을 알아차린듯한 사령관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프레스터 요안나 경."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마리가 요안나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요안나는 그에 맞춰 자신의 검을 눕혀 마리의 머리에 가져다 댐으로서 프레스터 요안나 경 으로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마리의 실종사건은 이렇게 일단락 되었다.


 며칠의 시간이 흘러 오르카호로 돌아온 마리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엄격하게 원리원칙을 고수하던 성격은 꽤나 누그러져 필요한 때가 아니라 판단되면 원리원칙을 고수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때면 당당히 고개숙여 사과하며 다시는 그런일이 없게할 것이라 맹세했다.

 자신을 피하던 스킬라인 인원들에게는 강요가 아닌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그런 마리의 행동에 오르카호의 인원들의 마음은 조금씩 풀려나가고 있었다.


 "마리, 돌아온 소감은 어때?"

 며칠이 지나 오르카호 내의 상황이 진정되자 사령관실에서는 사령관과 마리의 1대1 면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음... 다시 돌아오니 안심이 되는군요, 각하."

 마리는 담백하게 답했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여유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그래? 그럼 요안나랑 있었을때 일, 들려줄수있어?"

 사령관은 그녀의 답 한마디에 많은게 바뀌었다는걸 알 수 있었기에 많은걸 묻지 않기로했다.

 "...그녀가 말하더군요, 아무리 강대한 자라하여도 모든것을 짊어질 수 없다고."

 마리는 허울없이 웃어보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녀의 대답이 썩 만족스러웠는지 사령관은 웃어보였다.

 "그럼 그간의 일들을 말해줄 수 있겠어? 마리 대장."



 아무렇게 쓰는 망상소설.

 자위하는 미친 펙스에 이어 LEMON HOT에서 이어지는 두번째이야기야.

 급 전개에 엉성하고 교훈이나 주려는 억지투성이라 불편했으면 미안해.

 쓰다보니 그냥 이런식으로 쓰이는거 보면 내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해.

 아무튼 난잡한 소설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너희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