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한창일 시기건만 태양은 온종일 쨍쨍하다. 여기가 덥다니 저기가 덥다니 할 것 없이 어디라고 뜨거운 이날에, 충남 보령의 이 작은 마을도 언제나 같이 무더운 하루를 맞이하는 거다.

 

“아 엄마 아침에 좀 깨워달라니까 왜 맨날 안 깨워줘!”

 

“니 장사지 내 장사여? 나이도 찼는데 은제까지 엄마가 니 깨워주고 밥맥여야 하냐?”

 

“아 미치겠다 몇시야!? 엄마 나 간다!!”

 

“야!!! 밥은 먹고 가지 저거, 에휴.. 저래서 시집은 갈랑가 모르것어.”

 

“냅둬.. 지 앞날 지가 사는 거지.”

 

“아유~~!!!! 딸래미가 누구를 닮았는지 그냥 저 아저씨를 아주!”

 

최가의 아침은 요란하게 밝는다. 올해로 스물일곱이 넘은 나연이 자격증을 따고 자기 미용실을 차린 것도 이제 3개월이 되었건만 여직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집에서 출근 하는 것이다. 그야 작은 마을에 뭐 하러 방을 더 얻나 싶냐마는, 자취라도 하다가 괜찮은 놈팽이 하나 홀리던가 상경을 해서 지 살길을 찾던가 하길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일은 열심히 하는데 뭘.”

 

이렇게 말하는 나연의 아버지도, 처음 딸이 머리를 누렇게 물들이고 왔을 때는 머리털을 쥐어뜯어 내쫓을 기세로 반대했었다. 그의 친구인 평식의 젖소농가에 가서도 얼룩덜룩한 놈들은 뭔가 이상하다며 혀를 내두르던 그가 딸의 누렇게 뜬 머리를 가만 두고 볼 리가 없었던 것이다.

 

빨개벗기고 내쫓는다는걸 아내가 한사코 말려 두 달을 싸우고 이뤄낸 극적의 평화는, 스스로 노력해서 보여주겠다는 나연의 말로 끝나 현재에 이르렀다. 주말은 허구언날 저모양이지만, 원채 늘 늦장을 부리는 딸래미가 이렇게 주말에도 열심히 출근하는걸 보니 말릴 수도 없겠다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연의 발걸음은 더위가 무색하게 가벼웠다.

원채 꾸미기를 좋아하여 뭐든 장식하고 보는 자신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손수 꾸며 뜯어고친 사랑스런 일터에 가는데 콧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있으랴.

 

문 앞에 오기까지 부산한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도 나연은 엉덩이를 촐싹대며 길거리를 걸었다. 방정맞아도 어떤가. 어차피 다 동네 사람인 것을.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든 나연이 본 것은, 가게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낯선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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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뒤는 대충



걍 순문약간 섞인 느낌으로 써봤는데 더 쓸진 모르겠음

메밀꽃 필때는 9월 초~하순이라는데 걍 생각나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