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어?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코에 이상한 걸 걸친 그 소녀였다. 티나한은 곧바로 쑤시는 몸을 일으켰다. 상처는 붕대가 칭칭 감겨 지혈이 끝난 지 오래였다.


소녀에게서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몇몇 인간들이 그와 원숭이 주변으로 작은 천막을 두어 개 쳤다.


"날 살린 거냐?"

"응급 수복 캡슐을 썼지만 효과는 썩 좋지 않더라. 아! 무리하면 안 돼!"

닥터의 만류에도 그는  터벅 터벅 트릭스터의 잔해에 다가갔다. 무언가에 의해 갈기갈기 찢긴 상처. 티나한이 낸 것과 전혀 닮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심장은 그 처음 보는 흔적을, 어쩐지 익숙하고 그립게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에 의해 갈기갈기 찢겼어. 보니까 그쪽이 낸 건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뭐라도 기억하는 거 있어?"

"뭐? 너희가 한 거 아니였냐? 이건 나도 모르는데."

'바람이 이상하게 분 것 까지는 기억하지만.'

***


"젠장, 일이 아주 복잡해졌군."

서로 정보를 모두 교환한 사령관과 티나한은 마침내 둘이 살던 세계가 다르단 걸 깨달았다. 티나한의 나가, 도깨비, 레콘과 사령관의 철충, 바이오로이드, ags 등등.

관심이 있든 없든 전부 꺼내고 들으니 지금 상황이 어떤지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금은... 모르겠다. 일단 돌아갈 방법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지."


그리고, 사령관은 불현듯 최고의 묘안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우리 저항군에 합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닥터가 10명만 있다면 뭔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닥터? 그 갈색 머리 꼬맹이 말하는 거냐?"

그러고보니 상당히 머리가 좋아보이긴 했는데.


"네, 이 세계에서 가장 유식한 바이오로이드죠. 10명만 있다면 시간과 공간식을 활용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이지?"

"지금까지 저항군에 합류한 닥터는 총 셋, 앞으로 일곱 명만 있으면 됩니다. 힘을 빌려주십시오. 대신 우리도 당신을 적극 지원할 겁니다."

티나한은 수염볏을 매만졌다.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은데, 왠지 얼굴이 음흉해 썩 내키지 않았다. 더욱이 계속 볼수록 익숙한 기분이 들어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으니.


"물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일대에 저항군 지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당분간 구획 정리에 도움을 주시는 동안, 우리는 가고시마에서 최대한 인력 확보에 힘을 쓰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길은 없어 보였다.


"신세 좀 지지."


1부 끝


+ 요즘 너무 귀찮아갖구 미루다가 늦게 왔네. 2부는 제목에 맞는 내용으로 돌아올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