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은 지부에서 보여줬던 존나 멋진

아자젤과 사라카엘의 모습에 감명을 아주 깊게 받은거지


언니의 폭주를 멈추고 신념과 옳은 것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분투하는 두 대천사의 멋진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 ㅇㅇ


하지만 넘쳐흐르는 감정때문인지 지부에서는 두 천사와 베로니카에게 미처 고마운 마음과 하고 싶던 말을 못했던 거임


라미엘은 엔젤의 옆에서 방금 만난 구원자에 대한 새로운 믿음과 희망으로 의지를 되짚고 있는 중이었지 

그렇게 두근두근 시작된 오르카에서의 첫 발걸음이었지


오르카로 도착하고 기본적인 수속을 마친 뒤 엔젤은 이제 자신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빛의 무한한 축복과 아량에 대해서 감사 기도를 올리는 거임


그리고 나서 복도를 마주치며 처음 보는 자매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빛의 이름에 기대어 그녀들에게 축복을 해주는 거지


자매들의 반응은 정말로 호의적이고 친절했지


그녀들 대부분 코헤이 교단에 대한 기본적인 혹은 열성적인 이해를 갖고 있었고 모두가 코헤이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사랑과 배려라는 진리를 몸에 갖춘듯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지


엔젤은 이 또한 아자젤님의 피와 땀과 눈물이 일궈낸 성스러운 업적임이 틀림없다 생각하게 되고 

가장 낮은 곳에서 모두와 함께 가장 높은 곳을 보여주는 아자젤과 코헤이 교단의 덕성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감동을 느끼는 거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곳에

이제는 빛에 품에 머무를 꼬마천사님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 괜시리 울적해지기도 했지만


여튼 이런저런 상념에 휩쌓여 복도를 걷다보니

어느새 배정받은 숙소인 코헤이교단 숙소에 도착하게 되는 거지


라미엘님은 구원자님의 조언에 따라 공방에 가서 '대죄'의 상태를 점검받고 온다고 했으니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었고 

그렇게 되었으니 지금은 엔젤 그녀 혼자서 영광스러운 입성을 치뤄야했던 거지


+삑+


안경이 아주 잘 어울리시는 메이드분께 받은 id카드를 단말기에 대자 스윽 문이 열리게 되고 엔젤은 

마치 숙소가 성역이라도 되는양 비행을 멈추고 두 발로 숙소이 발을 내딛는


'바삭'


엉? 무엇이지 이 생경한 감각은?

.

.


감자칩??


그러고보니 어쩐지 조명도 어둡고 뭔가 공기도 꿉꿉한 느낌이 드는데..

앗 저기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ㄷ..


"아자젤. 시간이 촉박하다. 서둘러 다음을 보는 것이 어떠한가"


"사라카엘. 당신의 차오르는 진취심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하물며 작은 일에도 그 규율은 지켜져야 마땅한 법입니다"


무심코 감정 감응을 사용해 상황을 짚어본 엔젤


두 대천사님들은 교리에 대한 진솔한 토론을 하는 중이셨구나..!

아자젤님은 침착함과 꾸준함에 대한 태도를 견지중이시고

사라카엘님은 빠른 결단력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계셔


어쩜 이리 멋진 대화일까! 저 엔젤, 빛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할 수 있게 된것에 대해 다시한번 빛에 대해 감사를..


"아니! 드라마 정주행은 느긋하게 보는게 최고라고요!"


"어차피 끝난 에피소드 아니더냐! 남주는 이미 여주에게 큰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뒤에 나올 에피소드들은 안봐도 비디오! 미련한 짓이다! 어서 다음화로 넘어가야 한다!"


"아, 글쎄! 드라마를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시고 중간에 재밌는 전개가 나올게 뻔하지 않나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조금 있으면 심문관이 돌아올 시간이다!

그 전에 서둘러 전개를 확인...하는..ㄱ..."


아..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기 뭐한 껄끄러운 신실한 자들의 눈맞춤


아.. 거룩한 빛이시여


어째서 저 두 대천사분들께서 하의도 없이 티셔츠 한장으로 몸을 가리고 계시는 겁니까


어째서 찬란한 빛의 가르침을 설파할 두 분의 입에 바삭바삭 마늘 감자칩 시즈닝 200% 특별첨가판이 물려져있는 것입니까


어째서 빛의 올곧은 길을 주시할 두 분의 눈은 

이혼한 전 마누라가 대학생과 만나기 시작하자 다시 눈을 부라리며 그녀에게 추잡한 복수심과 사랑을 갈구하며 뒤쫓는 아침 드라마를 보고계시는 겁니까


빛이시여. 당신의 무한한 앎과 안배된 운명에 이치에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은 티끌만큼도 없습니다.


다만.. 다만... 저와 두 분의 길에 다시금 가르침을 내려주시며.. 저의 뒤에서 타오를 듯한 정의의 분노를 삼키고 계시는 베로니카님께 자비의 마음을...부탁드립니다...

호다닥


그렇게 엔젤은 살짝 옆으로 비켜서 베로니카에게 길을 터주었고 그 다음은 뭐..


곧이어 라미엘이 오르카 코헤이교단의 실상을 알아차리기는 그닥 멀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라미엘도 건어물 대천사가 되는 이야기 또한 딱히 그리 멀지는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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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그냥 심심해서 적은 짧은 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