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헤이 가고시마 지부에서의 사건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주말.

여느 때와 같이 주말 종교활동으로 코헤이 사원은 북적인다.

다만, 달라진 것이 어느정도 있었는데 하나는 언제나 못마땅한 표정으로 인상을 쓰고있던 사라카엘의 표정이 어느정도 누그러졌다는 것이고 하나는 교단의 새로운 천사가 둘 합류했다는 것이다.


"저런...그런 고민이  있으셨군요...그럼 저와 함께 기도할까요?"


"모두 속죄의 기도를 올립시다.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는 구원자님께..."


엔젤과 라미엘의 합류로 활동이 더욱 풍성해진 코헤이 교단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빛의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종교활동이 끝난 오후, 교단의 세 천사가 숙소로 돌아왔다.


"후, 오늘도 어린양들을 빛으로 이끄는 보람찬 일과였어요. 아자젤님, 사라카엘님, 두분 모두 수고하셨어요."


엔젤이 가고시마에선 보여주지 않던 미소를 보여주자 아자젤과 사라키엘은 내심 흐뭇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뭘요, 엔젤이야 말로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수고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아자젤의 말에 동의하지. 그나저나 베로니카와 라미엘이 보이지 않는군. 혹시 아는 바 없나?"


"베로니카는 구원자님께 보고할 것이 있다고 했었고 라미엘님은 아까 마침기도때부터...으아앗!"


"에,엔젤! 괜찮아요?"

"무슨 일인가, 엔젤!"


두 상위 천사들과 마주보고 뒷걸음질 치며 숙소로 들어가던 엔젤은 바닥에 놓인 무언가에 걸려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아야야...이...건..?"


걸친 천이 적어 더욱 아파오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자신이 걸려 넘어진 것의 정체를 확인한 엔젤은 혼란에 빠졌다.


"우물우물...늦었네요? 아 맞다. 치우는거 깜빡했네...엔젤? 그것좀 치워줄래요?"


숙소 입구에서 소리가 들리자 내부에서 세상 게으른 표정의 또다른 천사가 군것질거리를 손에 든 채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라아아아미에에에엘!!!!"


"아앗, 사라카엘! 조금만 진정해요. 라미엘이 지금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지고 살아왔는지 알잖아요..."


그와 동시에 사라키엘은 양손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숙소로 달려들려 하였고 아자젤은 간발의 차로 사라키엘을 붇들었다.


엔젤이 걸려 넘어진 것의 정체는 언제 마지막으로 가동하였는지 차갑게 식은 핵융합로와 관리하지 않아 때가 끼기 시작한 고행자의 날개였다.


"이거 놓지 못하겠나? 과거에 죄로 인해 고통받았고 이제는 구원자가 죄를 사해주었다고 할지언정 그녀는 교단의 천사다! 그런 천사가 신성한 예배를 모두 치르지도 않은채 저렇게 나태하게 구는 걸 보고만 있으란 것이냐! 모두가 불쌍히 여기니 저자의 나태함이 하늘을 찌르지 않느냐!?"


"그래도...우,우리도 바로 환복하고 쉴 생각이었잖아요, 안그래요? 라미엘은 그저 조금 일찍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 뿐이잖아요?"


"그래도 난 공과 사는 구분한단 말이다! 저자의 행실을 보고도 누가 빛의 품으로 오려 하겠나! 지금 당장...아니 아자젤! 어딜 잡아당기는 것이냐!"


"어차피 라미엘이나 저희가 휴식시간에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두 알고 있을거라구요? 좀 더...아아아앗! 라미엘!!! 그건...그건 제가 베로니카 몰래 숨겨둔 제 간식이라구요! 제가 그걸 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아 그랬던 거에요? 어? 어어어? 갑자기 달려들면..."


자신의 간식을 먹은 것에 놀란 아자젤의 사라카엘을 잡고있던 손에 힘이 풀렸고 아자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던 사라카엘은 갑작스런 해방에 아자젤과 엉킨 채 앞으로 튀어나갔다.

하지만 발앞에 놓여있던 라미엘의 나태한 흔적은 그대로 있었기에 두 천사는 그것에 걸려 공중을 가로질러 나태한 천사의 위로 엎어졌고 아자젤의 비밀 간식은 폭발하듯 허공에 흩뿌려졌다.


".....하아아아....어디서 부터 잘못된 거지?"


세 고위천사가 과자 부스러기를 뒤집어 쓴 채 한데 뒤엉켜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며 엔젤은 자신들이 오르카호에 처음 승선하였을 때를 회상하였다.


"....구원자님께서, 저의 죄를 사해주시는 건가요...?...정말인거죠...? 이제는, 혼자서 외롭게 고통을 견뎌내지 않아도...괜찮은거죠?"


"그래, 너도 더이상 남의 죄를 받아내지 않아도 돼. 구원자로서 약속할께. 넌 이제 죄를 대신 짊어지는 희생양 따위가 아니야."


"흑...흐아아아아앙...!!!"



그때 까지만 해도 이리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사령관도 몰랐을 것이다.

혼자 오랜 시간동안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지낸것에 대한 반동인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자유를 주체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라미엘은 외부 활동을 할때를 제외하고는 아자젤과 사라키엘을 합친 것 보다 더 나태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저...고행실은...네? 환복하고 마음대로 쉬라구요?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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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이거 엄청 맛있네요! 제가 이거 다 먹어도 되요? 고마워요, 아자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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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매지컬 모모 이거 재밌네...아, 엔젤? 콜라 좀 가져다 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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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늘은 종교활동 가기 귀찮은데...어차피 속죄기도 하러 오는 분들은 몇 없고...흐음..."




"......뭐 그때 보다야...행복하니까..."


어쩌면 이 모든게 빛이 내려주신 은총일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 엔젤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고위천사들을 말리기 위해 한걸음 내딛었다.


"이거 놓지 못하겠나? 옷이 쓸려서...익! 움직이지 마라! 아니? 라미엘! 그것보다 지금 입고있는 셔츠는 내 것이 아닌가!"


"제건 전부 빨래해야 되서요...아앗! 머리카락! 머리카락! 사라카엘이야 말로 가만히 있어봐요! 무슨 한여름에 정전기가!"


"그것보다 제 간식은 어쩌실 건가요? 제가 그걸 숨기느라 얼마나...히잉...반려...보고싶어요..."


하지만 몇걸음 채 내딛기도 전에 엔젤의 마음속에서 고위천사들에 대한 존경이 깎여나가는 것에 한숨을 내쉬며 입구로 돌아가 라미엘이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장비를 들어올렸다.


"베로니카에게는 뭐라고 하지...."


베로니카가 오르카호 최초로 스트레스성 위궤양으로 쓰러지고 스트레스성 탈모가 온 것은 얼마 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