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의 권유로 너무나도 오랫동안 바다 아래에 있는 건 사령관에 몸에 좋지 않다는 말에, 부상한 오르카 호의 갑판 위에서 사령관은 안락의자에 눕듯이 앉아 서류를 보고 있다. 갑판 위에 올라온 다른 부대원들은 사령관이 자신들과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무표정하게 사령관의 곁을 지키고 있는 블랙웜이 신경 쓰여서 그저 갑판에서 자신들만의 휴식을 갖게 되었다. 블랙웜은 휴식의 시간에도, 그저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사령관이 안쓰러워 물에 적신 수건을 가지고 땀을 닦아주는데, 그런 그녀를 밀치듯 탈론 페더가 다가왔다.


 “아, 미안합니다.”


 “…”


 “…괜찮다면 사령관님과 대화를 해도 될까요?”


 블랙웜은 페더를 노려보는 것 같더니, 이내 몸을 비켜주자 페더는 간단한 목례를 하고 사령관에게 패드를 보여준다.


 “사령관님, 이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사령관은 힐끔 보고 다시 업무를 하려고 하는데, 방금 본 무언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며, 얼굴을 돌려 패드에 다시 집중한다. 패드에는 사진이 찍혀 있는데, 평범해야 할 풍경의 사진에 커다란 철의 탑이 보였다.


 “이게 언제 생긴거지? 어디에 있는 거고?”


 “스카이 나이츠와 함께 탐색 팀이 오는 걸 호위하면서 찍었어요. 아직 거리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여기서 육안이나 망원경으로는 확인하지는 못 할 거리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는 게 문제지만요.”


 “블랙웜, 비상 알림을 울리고 각 지휘관들에게 긴급 소집을 알려줘. 페더는 스카이 나이츠와 둠브링어에게 언제든 출격할 준비를 해달라고 해주고 탐색 팀에게도 뭘 봤는지 물어봐 줘.”


 “알겠습니다.”


 둘은 동시에 대답하고 흩어지자 사령관도 대충 문서를 정리해 자리서 일어선다. 잠항을 알리는 기적의 소리가 들리자 사령관은 허겁지겁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실로 들어간다. 지휘관들이 정복을 입고 금방금방 회의실로 들어오고, 사령관은 오드리가 ‘재미’로 만들었다는 알로하 복장에 얼굴이 붉어진다.


 “그대가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소관의 의견에 모두가 동조해 주었소. 그대는 당당해도 되오.”


 “아니 그래도 너무 풀어진 것 같은 기분이라-.”


 “각하, 긴급소집 아니었습니까?”


 “아 그래, 미안… 먼저 화면을 봐줘.”


 회의실의 화면에 탈론 페더가 찍은 사진을 올려주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유심히 철로 된 탑을 바라본다.


 “방금 탐색조가 돌아올 때 찍힌 사진이야. 새로운 철의 탑 같지만 규모로 본다면 소규모 인 거 같으니 새로운 탐색조를 짜볼까 아니면 이대로 무너뜨리는 게 좋을까 의견을 듣고 싶어서 소집했어.”


 사령관과 지휘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탑의 처리에 대해 의견을 한창 나누고 있는데 탈론 페더와 에키드나, 그리고 네오딤이 안으로 들어온다. 페더는 칸의 곁으로 가는 게 아닌, 사령관의 곁으로 와 귀에다가 소곤소곤 말을 걸었다.


 “저기, 사령관님? 이번 탐색팀이 버뮤타 팀이었는데요…”


 “버뮤다 팀 인원만 보낸 건 오랜만이긴 하지. 왜?”


 “그게 저 탑… 네오딤씨하고 에키드나씨가 재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순간 사령관은 이해가 할 수 없다는 듯 페더를 바라보자, 그녀는 그저 어색한 미소만 보여주고 자리를 떠나 칸의 옆으로 갔다. 사령관은 민트파이를 먹고 있는 에키드나와 멍하게 강철 조각을 가지고 노는 네오딤을 보고는, 그제야 이 둘의 능력이 무엇인지 깨닫고 한숨을 내쉰다.


 “…그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끊어서 미안해. 그냥 부수는 걸로 하자.”


 사령관이 머리를 감싸며 말하는 것을 본 지휘관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지만, 어쩐지 묻지 말아달라는 모습 같아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둠브링어 출격 준비하고 있었지? 그냥 그대로 출격해서 부셔줘.”


 “한 줌도 안 남겨주도록 하지.”


 “이걸로 긴급회의는 끝내도록 하자… 오르카 호 재부상은 내일 정오로 하자. 이상. 그리고 에키드나와 네오딤은 업무실로 가줘.”


 모두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사령관은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천천히 업무실로 들어간다. 블랙웜은 방에서 빈둥빈둥 쉬고 있는 에키드나와 네오딤의 뒤에 서 있었다. 네오딤은 사령관이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은 표정이었고, 에키드나도 사령관이 재미있는 무언가를 또 찾아준 게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업무실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던 아르망은 사령관이 들어온 것을 확인을 하곤, 서류작업을 대충 정리하며 블랙웜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잠시 폐하와 두도록 합시다… 혼나는 것을 옆에서 보는 건 좋은 게 아니랍니다.”


 블랙웜은 아르망이 어떤 예지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웃고 있지 않는 모습에서 사령관을 신경 쓰게 만든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차릴 수가 있어서 그녀에게 끌려 함께 밖으로 나간다. 사령관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둘을 보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그… 탐색은 어땠어?”


 “버뮤다 팀 전체가 나간 건 오랜만이라서 좋았어. 레이시 언니도 좋아했고.”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밖이라서 심심하더군. 다음엔 놀거리도 챙기는 게 좋겠어.”


 “그래… 혹시 팬텀과 쉐이드는 별 말 없었고?”


 “팬텀은 원래 말이 없잖아.”


 “쉐이드도 AGS라 별 말이 없지.”


 사령관은 스카디를 탐색팀에 맡기지 않았다는 걸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짧게 신음 소리를 내자 둘은 뭐가 잘못한 건가 싶어 머리를 갸우뚱거린다.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며 아까의 사진을 보여준다.


 “아 이거!”


 “내가 심심해서 네오딤에게 ‘젠가’를 하자고 제의했지.”


 “젠가?”


 “그 나무막대기를 넣는 놀이가 있어서 그걸 따라해봤지. 이왕이면 크면 좋을 것 같아서 주위의 강철 따위로 쌓아봤지.”


 “그러니까… 이건 에키드나가 심심해서 네오딤보고 같이 젠가하자고 만들어진 강철 탑이란 거지?”


 “그렇지!”


 의기양양해 보이는 에키드나의 모습에 사령관은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네오딤이야 평상시에도 말을 잘 들으니 괜찮다고 하지만 에키드나의 ‘쾌락’우선주의는 어떻게 해야할지 영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나중에 또 부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돌아가줘.”


 사령관의 말에 둘은 업무실을 나가고, 그에 맞춰 아르망과 블랙웜이 들어온다. 둘은 사령관과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인지 사령관의 앞에 서서 말을 했다.


 “폐하, 징계를 내리실 생각인가요?”


 “악의가 있던 건 아니니까 중징계를 내리진 않을 거야. 게다가 ‘징계’란 걸 내린다고 에키드나는 들을 것 같지도 않고…”


 “주인님, 네오딤 양은 아직 생각이 짧기 때문에 계속된 교육이 있다면 제대로 된 행실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네오딤은 알렉산드라한테 보내는 걸로 하고… 에키드나를 어쩌지?”


 셋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지만, 사령관의 머리를 다듬어 주기 위해 도착한 보련에 의해 분위기가 바뀐다.


 “오빠, 머리 할 시간이야~.”


 “벌써 그런 시간이구나. 다들 잠깐 쉬고 있어.”


 사령관의 말에 아르망과 블랙웜이 나가려고 하는데, 문득 아르망은 무슨 생각이 난 것인지 걸음을 멈춘다.


 “폐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응?”


 “’직업 체험’을 시켜주는 건 어떨까요?”


 “네 예지로 좋은 결과가 나온 거야?”


 “제 예지로는 아무것도 장담이 되지 않습니다만, 보련양의 저 즐거운 표정을 보고 있자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서요.”


 보련은 자기의 이름이 언급된 것에 대해 눈을 크게 뜨며 사령관을 바라본다. 사령관은 그저 해맑은 그녀를 보며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아르망이 주도해서 방법을 연구해봐. 그리고 일이 진행될 때 블랙웜이 에키드나 옆에서 지켜보면서 보고 할 게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 해주고.”


 “알겠습니다.”


 사령관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면서 둘은 업무실에서 나온다. 둘은 문 앞에서 상의를 시작한다.


 “직업 체험이라고 해봤자 그 ‘에키드나’가 순순히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블랙웜 양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니 방향을 바꾸어 각 ‘부대’의 일을 경험해보는 걸로 해보지요.”


 “부대의 경험이요?”


 “쾌락주의자에게 각 부대와 함께 훈련 혹은 일을 하라고 한다면 들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경험이라고 말하자는 것이군요.”


 “즐거운 모습을 보면서 일을 하는 부대원들을 모습을 보면 그녀 스스로도 뭔가를 느끼는 것이 있지 않겠나요. 동선은 제가 짤 테니 그대는 그저 에키드나를 잘 지켜봐 주길 바랍니다.”


 아르망이 먼저 인사를 하며 자리를 뜬다. 블랙웜은 며칠 간은 사령관을 보필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속으로 삭히며 다시 업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


 오르카 호가 부상했음을 알리는 기적의 소리에 에키드나는 눈을 뜬다. 네오딤은 벌써 알렉산드라에게 간 것인지 자리에 없었고, 팬텀과 스카디는 늘 그랬던 것처럼 자리가 비어 있었다. 레이시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지만, 에키드나는 그녀의 행동에 관심이 없었기에 다시 머리를 베게 안쪽 깊게 파묻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어제 밤에 사령관님께서 아침 일찍 오라고 하지 않았어?”


 레이시는 에키드나가 깨어난 것을 안 것처럼 이야기하기에 에키드나는 머리를 베게에 여전히 파묻은 체 말했다.


 “좀 늦어도 괜찮겠지.”


 “조금 늦은 게 아닌 거 같은데…”


 레이시는 말 끝을 흐리는데, 그것과 맞춘 듯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레이시가 들어와도 된다고 말하자, 문으로 블랙웜이 들어와 아직도 누워있는 에키드나의 침상 곁으로 움직였다.


 “…”


 블랙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에키드나를 노려보았다. 레이시는 둘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그냥 평소와 같은 에키드나보다는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한 블랙웜을 보며 책을 덮고 둘을 지켜보기 시작한다. 블랙웜은 한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머리를 숙여 에키드나의 귀에 다가가 조용하게 말했다.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일어날 시간은 내가 정한다.”


 아랑곳하지 않는 에키드나의 태도에 블랙웜은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인지 이불을 들쳐내고 베게를 빼앗고는 다시 말했다.


 “지금이라도 일어나신다면 제가 대신 단장을 하는데 도움을 드리도록 하지요.”


 에키드나는 잠깐 그녀를 노려봤지만, 단장을 도와준다는 말에 미소를 내보이며 자리서 일어섰다.


 “오! 귀찮은 것을 대신해 준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적어도 옷은 입고 일어나 주시죠.”


 “갑갑한 것은 너도 싫지? 나도 그래.”


 “…나체로 자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레이시는 그 둘의 사이에서 싹트는 무언가를 느끼며, 적어도 싸움을 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에 안심을 하며 다시 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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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늦어서 ㅈㅅㅈㅅ


바빴어... 미안행 ㅎㅎ


최대한 매일 올릴 계획이지만 아직도 하는 일이 있어서 약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음.


그래도 노력해 볼게 ㅎㅎ...


뭔가 더 원하는 장면 있으면 댓글에 써주삼. 어느정도는 참고 해보겠음 ㅎㅎ


읽어줘서 고맙고, 댓글에 욕을 써도 좋고, 수정안도 좋고, 궁금한 것도 좋음!


물론 칭찬도 좋음 ㅎㅎ


내일 또 봅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