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옴니버스식이라 아무 상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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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육점 (엄마의 미역국)

전편-https://arca.live/b/lastorigin/30892219



어머니가 집을 떠나신지, 인육이 팔린지 몇주가 지났다. 인간의 피에서 나는 특유의 비릿함이 정육점에 가득 찼지만, 사람들은 날 살인자로 보지 않았다.


나는 그이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제공해주는 정육점 사장일 뿐이니까.


인육이 잘 팔리며 배양육 회사는 전부 망해갔다. 그 맛없는 인공고기보다 인간은 또다른 인간의 것이라 한들 싱싱한 생고기를 원했으니까.


그렇다고 좋은 일만 있는건 아니였다. 계속 이상한 사람들이 내 정육점을 찾아왔다. 그들은 내게 이 사람, 저사람 물어보며 그이가 여깄냐 물어봤다.


귀찮다. 죽으면 죽은거지, 뭔 질문을 장사하는 사람한테 수 분동안이나 물어보는건지,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였다.


물론 그들의 심정은 이해했지만, 이건 명백히 돈이 걸린 문제였다. 자본이 우리의 벽을 막은 순간, 우리는 남남을 너머 나와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란 것을 느끼고, 동정마저 끊기게 된다.


그들을 돌려보내면 시간은 어느새 퇴근시간이였다. 브라우니와 집에 와서 보니, 인간육 값이 또 떨어진다는 뉴스가 나온다. 심각한 고용률과 전 국민의 90%가 우울증을 느끼며 자살율이 배로 늘어난다는 소식이었다.


별 상관 없다. 아니, 있나? 인간육이 더 들어올 테니말이다. 그럼 돈을 더 벌겠지.


사람을 찾으러 온 이들 중에 내게 죄책감을 느끼냐고 물어봤다.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나를 소름끼치는 눈으로 바라봤다. 나는 그들이


역겨웠다. 돈이 걸린 문제에, 죄책감? 수십년 전 바이오로이드가 탄생했을 때, 인간은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내려왔다. 이젠 이성이 아닌 본능과 자본으로 강자가 가려진다. 살아남을려면, 죄책감? 개나 주라지. 팔 시체는 넘쳐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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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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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연락이 끊긴지 몇주가 지났다.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그녀는


"돼지를 구했어! 돼지를! 키히히히..."


라며 궁시렁거리더니 통화를 끊으시더라. 그리고선 통 연락이 안닿았다. 돼지를 팔아 돈을 버니 자식을 버린 거겠지. 개새끼!


새벽에 정부 트럭이 와선 시체를 내게 넘겼다. 오늘은 20구의 시체가 왔다. 꽁꽁언 시체들을 점검하며 시체의 입, 관장, 질에 성기까지 있는 구멍에 손을 집어넣어 상태를 체크했다. 모두 상태가 좋아보였다.


그렇게, 10명정도 확인을 하다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생긴게 마치...


우리 엄마였다.


"...이건 어떻게 온 거요?"


"...그거? 몰러, 돼지 농장에 몰래 들어가서 돼지 몇마릴 훔쳤대. 주인이 화가 나서 총으로 쐈다는디, 구럴 먼도 허지. 훔쳐도 그걸 쌔벼? 나쁜년..."


시체를 다시보니, 몸통에 셋, 목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


"왜? 문제 있어?"


"이건 못 가져가겠소."


"왜?"


"총알 구멍이 있잖소. 안에 있던 피가 나와 내부까지 꽝꽝 얼어선 팔지도 못해."


"...얼마유?"


"그쪽이 시체값이라도 내게?"


"내지 뭐. 시체값이 화장값보다 더 나간댜."


"..."


트럭 기사에게 두둑하게 시체값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커다란 쇠고랑에 시체들을 먹으짐스럽게 걸어 손님을 모으는 게 으뜸이다. 하나 둘 걸다보니 우리 엄마 차례였다.


"..."


구멍난 시체를 가장 첫번째로 옮겼다. 이렇게 상태가 안좋은 시체는 가장 먼저 팔아야한다.


그녀를 부위별로 해부하고, 그릇에 담아 비닐에 담았다.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기존 값보다 몇배는 싸게 팔았다. 상관없다. 기사한테 시체값은 다 받았으니까.


"..."


자꾸 어머니의 갈비뼈에 남아있는 살점들이 보였다. 좋지 않은 고기라 두둑두둑 어설프게 해부한 나였기에, 살점이 덩글덩글 남아있었다.


문득, 나는 궁금했다. 엄마라는 것이 먹고 싶었다. 인간이 아닌, 엄마라는 존재는 특별하니까.


뼈에서 남은 고기들을 뜯어내선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놨다. 시체를 전부 팔고, 퇴근시간이 되자, 나와 브라우니는 검은 봉투에 담긴 고기를 챙기고 집에 갔다.


집에 가니, 오늘은 브라우니가 내 집에 온지 정확히 5년이 되어 있었다. 생일겸 미역국을 해줘야겠다.


간장, 미역, 소금, 마늘을 비율에 맞게 넣고 물과 함께 끓이다, 봉투에 담긴 미리 볶은 고기를 함께 넣어주면 미역국 완성이다.


브라우니는 좋아했고, 우리는 한입씩 입에 넣어봤다.


"..."


"...고기 어디검까?"


"...엄마가 보내줬어."


"......


질기지 말임다."


브라우니는 명쾌했다.


늙은이의 고기라 그런지, 질기고 육즙이 없다.


"먹을만은 해?"


"사장님이 해주셔서 맛은 있지 말임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내가 했지. 고기는 질겼지만, 미역국은 먹을만 했다. 어머니의 미역국이 계속 내 목으로 넘어왔다.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 엄마가 고기를 남기면 안된다고 했으니까, 미역국은 먹을만 하니까.







질기지만 다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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