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입니다, 반려. 세상에서 그 사명을 다한 자에게는 응당 그에 걸맞는 상이 주어지는 법. 우리의 빛인 당신에게 주어질 보상이 무엇일지는 저조차도 알 수 없군요.

그런가..고마워, 아자젤. 많은 도움이 되었어.

..

무슨 말씀을요. 앞으로도 그런 고민이 있을 때는 저를 불러 주시기를.

응.

..

반려..

..

뭐야, 오빠. 왜 얼굴이 그렇게 어두워?

닥터, 우리에게 삶이 끝난 뒤에 이어질 세상이 있을까..?

..

그 아자젤 언니 때문에 그러는구나.

..맞아.

그녀는 인류의 욕심에 태어나, 그 탐욕에 휘둘리다 잘못된 답을 찾고 말았지. 그리고 차마 그 잘못된 답을 바로잡을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스러졌어.

그건..솔직히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어. 만일 죽음 이후의 세상이란 게 있다면 그녀에게도 잘못된 답을 고칠 기회가 주어질까..?

..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인간, 바이오로이드 할 것 없이 모두가 후손을 번식시켜 더욱 번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체 기계. 과학에 사후세계란 건 무의미한 개념이야.

..

하지만 한 명의 과학자이기 이전에 생명으로서, 나는 사후세계를 긍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해.

..

슬프고, 힘들고, 때로는 아름답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우리의 삶이 그저 후손을 남기기 위한 프로그래밍 코드 한 줄이라면 너무하잖아?

그러니까 난 믿을래. 아름다운 죽음 후의 세상이란 게 있다는 걸 말야.

..고마워.

..

..무슨 말씀을.

...

뭐야, 사령관. 슬픈 얼굴이네?

..운디네? 

잘생긴 얼굴이 그렇게 수심으로 물들면 액면가가 안 산다구요? 자, 브이 브이하자구!

..

이번, 그 아자젤  때문이구나?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으이구, 이 바보야. 내가 멸망 전 개체란 걸 까먹은 거야?

사령관같은 얼굴을 하는 사람들, 많이 봤단 말야..

..

바이오로이드도 있었고, 인간님들도 있었어.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얼굴을 내가 잊을 리 없지.

너는..그런 사람들을 보면 뭐라고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나는 괴로워..

..

오히려 괴롭지 않다면 때렸을 거야. 그건 사람으로서 무언가 잘못되어 버렸다는 증거거든.

처음 죽음을 본 사람이 괴로워하지 않을 리가 없지.

그녀는..좋은 곳으로 갔을까?

..

물론,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운디네, 너는 믿어?

바보, 믿고 말고가 뭐가 중요해? 

..!?

죽은 뒤의 세상?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정말로 중요한 게 아냐.

죽은 뒤의 세상이 있건 없건 우리는 결국 피할 수 없는 그 때를 마주하게 되겠지.

그리고 거기서 중요한 건 존재의 유무가 아니라 만족의 유무야.

만족의..유무?

사령관, 그 아자젤. 어떤 얼굴로 죽었어?

..

만족한..얼굴이었어. 엔젤이 살아서 다행이라고, 그녀를 잘 돌보아 달라고 내게 부탁했어..

..

그렇다면, 그녀는 만족한 거야. 사후세계가 있던 없던, 그녀는 만족하면서 세상 나들이를 끝마쳤고, 그건 과정이 어떠했든 마지막에는 퍽 만족스런 것이었겠지.

그러면..나는 그녀를 위해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거기 먹혀서 당신의 삶을 파먹지 않을 정도라면, 슬퍼해 주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

어때, 이 운디네님의 말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까?

많은 도움이 되었어. 고마워, 운디네.

기쁜 이야기네~

그럼 난 이제 다시 일하러 가 봐야겠다. 나중에 따로 같이 밥이라도 먹고 싶은데, 괜찮겠어?

그렇게 훅 들어오면 나..나라도 긴장하는데?!

..하지만 좋아. 사령관의 신청, 이 운디네님이 받아들일게.

고마워. 그럼 정말 가볼게.

응.

...

..사실 사후세계는 존재하는데 말야.

사령관, 너무 착해서 그런 걸 알려주긴 너무 이르니까.

그렇죠, 미스터 프레지던트?

흥흥, 그럼 오늘은 나머지 휴가를 즐겨 보실까.

오늘 메뉴는 뭘로 해 볼까용~

..

지난번처럼 또 두부 추천하지 마세요! 진짜 화낼 거에요!

..

막걸리라..그냥 와인이랑 치즈가 나아 보이지 않아요?

아이스크림? 딱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