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옴니버스식이라 본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https://arca.live/b/lastorigin/3102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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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사회는 우리들에게 이상한 별명을 붙였다. 신 오렌지족이니 뭐니 하며, 노숙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구제하는 것 뿐, 인간과 바퀴벌레 사이의 생명체, 최하층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것들은 우리 도시의 경관을 헤친다.


내가 사는 도시의 평가가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싫다. 학교에선 평판이 떨어진 도시에 거주한다 소문이 나면 곧바로 무관심과 폭력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학생으로써의 생존은 조금이라도 약하면 물어뜯는 사회를 적응하는 단계일 것이다.


"주인님, 학교가실 시간입니다."


올해 고3이 됬지만, 공부엔 관심이 없다. 회장인 아버지에게 차기 회장으로써 할 일은 다 배웠는데, 공부할 필요가 있나? 어짜피 10년후에 거대한 회사가 내건데. 


선생도 그런 나에게 공부하라니 뭐니 그 어떠한 소리도 하지 않는다. 이미 부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이 성공 그자체이니까 말이다.


아버지가 경호원이라 붙어준 블랙 리리스는 마음에 들었다. 무뚝뚝하면서도 챙겨줄 건 전부 챙겨준다.


옷을 갈아입고, 오늘도 날 따라 학교까지 올 기세의 그녀를 말린다.


"오늘 친구들이랑 같이 학교에 가기로 했어. 집에서 편히 쉬고 있어."


"아, 알겠습니다."


그녀의 표정에는 아쉽다는 것이 드러나 있었다. 사실, 등교만 하는 것이라면 리리스를 데려가도 됬다. 나는 친구들과 도시 평판을 깎아내리는 것들을 방역할 겸, 용돈벌이도 할 겸 친구들과 함께 으슥한 도로로 등교한다.


오늘도 친구들이 모였고, 우리는 으슥한 도로에 가득찬 노숙자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쯧, 이딴 곳에서 구걸한다고 돈한푼 떨어지나?"


"아따, 많이도 모였네?"


야구부 한성은 방망이를 들어올리고는, 가장 가까운 노숙자에게 다가갔다. 그의 가방에는 방망이가 6개는 있었다.


"야, 나도 가져가도 되냐?"


"좋지 뭐, 돈도 더주겠네."


나를 포함한 애들이 방망이를 들고 각자의 노숙자들을 표적삼았다.


"...! 무슨 일들이야 학생?"


"본보기를 몇번이나 보여줬나, 여기에 와서 판치면 어떻게 되는지?"


"...!"


그것들이 알아차렸다 한들, 상관없다. 한성은 강한 힘으로 그자의 머리를 후렸다. 야구부 답게 머리가 심히 돌아가버렸다.


"나가, 나가라고! 우리동네 말고 저기 쓰레기촌이나 옆으로 꺼져!"


경쾌한 타격음에 온 몸에 신이 절로 난다.


모두가 방역작업에 신이나 이리저리 노숙자들을 후두려 팼다. 피가 묻었지만, 한성은 상관없다 했다. 어짜피 씻으면 사라진다니, 더더욱이 쎄게 내리쳤다. 강한 타격음에 비해, 노숙자의 고함소리는 작아졌다.


"후우, 후우..."


한성이 팬 노숙자는 그제서야 숨통이 끊어진듯 움직이지 않았다.


하나 둘, 친구들이 후려팬 노숙자들도 죽어나갔다. 총 7명의 바퀴벌레의 숨이 끊겼다.


"경찰 부르자."


나는 전화기를 꺼네 익숙한듯 112에 신고했고, 이 상황이 익숙한 듯 경찰서에서도 느긋하게 대처했다. 잠시후, 경찰차가 한대 오더니, 현금다발을 두둑히 들고 형사란 자가 빠져나온다.


우린 이미 야구배트를 씻어낸지 오래였고, 살해의 흔적을 전부 지웠지만, 형사는 우릴 보고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이 죽였니?"


"아뇨, 와보니 죽어있었어요."


"...사실대로 얘기하면 돈 더 줄게."


"아, 들켰네."


한성은 아쉽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고, 이 짓도 적당히좀 해라. 니들은 돈이 없니?"


"아저씨, 학생한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거에요. 학교에서 살아남을려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구요."


"알았다 알았어. ...총 일곱이냐?"


"예. 아저씨."


현금다발에서 초록색 종이가 70장 뽑혔다.


"이걸로 뭘 하게?"


"옹돈으로 쓰게요."


"돈도 많은 놈들이. 여깄다."


돈은 많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필요한 것을 사라고 그들의 신용카드를 내게 줬지만, 난 그분들의 돈을 뺏고싶지 않았다. 우린 우리들의 방법으로 돈을 벌고 쓴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도 용돈이 10만원이 생겼다. 기분좋게 학교에 등교했다. 한성은 내게 말했다.


"얘, 너 그거 아니?"


"무얼?"


"화장값이 생각보다 비싸다네."


"얼만데?"


"한 300은 된댜."


"허, 뭘 그리 많이 받는데?"


"몰라. 상조회사들이 미쳐 날뛰는 거겠지."


"...? 그럼 저새끼들은 어떻게 되는거야?"


"쟤네들은 국가가 시체를 한곳에 모은데. 그리고 쓰레기촌에서 전부 태우고 묻어버린데. 그래서 돈이 안드나?"


"몰라. 그나저나 넌 그 10만원으로 뭘 할거냐?"


"생각해봐야지."


오늘도 지식이 늘었다. 친구들과 걷다보니 어느새 학교 정문이다. 정겹게 수위 아저씨와 인사하고, 교실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여자애들이 한곳에 모여 쑥덕쑥덕 거렸다. 궁금한 걸 못참는 나와 한성은 곧장 그들을 쫓아가봤다.


"다들 무슨 일들이길레 그리 북적이는 거냐?"


"자살했데."


"누가?"


"전학온 가난한 년 있잖아. 고위 공무원 가족."


"응."


"걔네가 오늘 가족이 전부 동반자살했데."


"왜?"


"애비가 마약 빤거 들키고 깜빵에 가니까 수입 끊기고 학교 급식비도 못 낼 형편이니까 전부 목 건거지. 꼴 좋더라. 공무원 딸이라 제대로 건들지도 못했는데."


"그랬구나."


"어우, 얘, 너 오늘도 사람 패다 왔니?"


"...? 어떻게 아냐?"


"그새끼들한테 나는 꾸린내가 진동한다. 여기, 향수. 이거라도 뿌려."


이게 학교생활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이다.


학교생활을 잘하고, 거주하는 도시의 평판이 좋으면 친구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지만, 그와 반대는 죽어서도 우리들의 동정표도 못산다.


향수에서는 오렌지 냄세가 났다. 기분이 좋았다. 종이 울리고, 수업은 시작되는듯 했다.


수업은 지루했다. 의미있는 삶의 교훈도 없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논하고, 성공하기 위한 것들을 배운다. 난 이미 성공했는데, 배울만한게 하나도 없는 걸 느껴 나는 곧장 휴대폰을 키고서는 게임이나 했다. 


나보다도 돈을 못버는 이의 수업을 듣느니, 차라리 즐겁게 게임이나 하는 거지.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학교 대부분의 친구들이 게임에 접속해 있었다. 한성과도 몇판정도 재밌게 하니 사회시간이 끝나 있었다.


다음은 과학시간, 과학시간에는 그래도 상황이 낫다. 과학실험은 학생들의 이목이라도 끌 수 있고, 무엇보다도 염산과 황산같은 약품들을 쌔빌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을 진행하는 도중, 한성이 내 어깨를 두들겼다.


"이게 뭔지 알어?"


"...?! 염-"


"좀 작게 얘기해, 다 들릴라!"


"..."


"이거 성능실험좀 해보고 싶은데, 갈때 한번더 조질래?"


나는 침을 꾸욱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시간이 끝나면, 점심시간,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뜯고 뜯기는 시간이다. 50분만에 수십개의 루머가 생기고 해소된다.


하지만, 나는 그럴 걱정이 없다. 루머를 만들려면, 루머가 만들어질 것도 감당해야지.


아버지 밑에는 수많은 댓글부대가 있다. 난 그것을 이용해 날 담그려는 한 수 밑 아이들에게 세상을 알려준다.


점심을 다 먹고, 다음 수업시간들을 확인했다.


수학, 국어, 철학. 방금 먹었던 점심이 올라올려고 했다. 아버지에게 연락해, 머리가 안좋다고 하고, 허락을 맡은 뒤에 한성에게 같이 조퇴하자 꼬드겼고, 그이도 다음 시간을 보고는 제안을 수락했다.


담임선생님께 아버지와 통화 내역을 보여드렸고, 우린 곧장 조퇴증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 밖을 빠져나와, 다시 길을 향했다. 또다시 으슥한 골목, 이번에는 대부분의 노숙자가 사라졌지만, 몇몇은 꿋꿋하게 팻말까지 만들어 구걸은 하고 있었다.


"씹새끼들이 말은 더럽게 안들어요. 여기 오지 말라고 몇명을 팼는데."


그때, 한 노숙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한성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너, 너어어!"


"뭐, 뭐야?!"


"니, 니가 우리 임씨 죽였제? 니가 우리 임씨 패죽였제?"


"이 새끼가 쳐 돌았나, 당장 더러운 손 안떼?!"


"우리 임씨가 얼마나 착한데, 니가 뭔데 죽이나!"


"야! 이새끼 죽여버려!"


60은 넘어보이는 바퀴벌레가 힘은 센지 한성에게서 떨어지질 않는다. 계속 움직이는 벌레 때문에 쉽게 방망이로 내려치질 못했다.


그러자, 한성은 주머니 속에 있던 유리병을 꺼냈다.


"죽어 이 새끼야!"


투명한 액체를 노숙자의 얼굴에 뿌린 한성, 염산이었다. 얼굴에서는 뿌연 연기가 나오며 노숙자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끄아아아아악! 아파! 아파아아아!"


"이, 이 씨발놈이, 그러게 누가 덤비라니? 씨발새끼!"


한성은 고통받는 노숙자를 발로 후려갈겼다.


그때, 도로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왔다.


"거기! 누구얏!"


아침에 들었던 경찰 아저씨의 목소리, 한성은 급히 유리병을 닦더니 노숙자의 손에 쥐어주고는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이새끼가 염산을 뿌릴려 했어요!"


곧이어, 경찰관 하나가 권총을 들고는 한성과 노숙자를 동시에 겨눴다.


"둘다 손들- 너는..."


"겨, 경찰관님! 저새끼가, 저새끼가 저한테 염산을 뿌릴려했어요!"


경찰관의 총알은 이제 한쪽으로 겨눠졌다.


"손들고 바닥에 엎드려, 이 더러운 새끼야!"


"겨, 겨알간임... 할, 할려우힙효..."


마치 살려달라는 듯 소름끼치게 녹아내리는 얼굴을 단 벌레가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오지말고 바닥에 엎드리라고!"


"할여우힙효... 어우 아흡이다..."


그리고,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귀청에 박혔다.


2번 들렸다.


4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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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의 머리는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지만, 선명한 총알구멍 4개가 박혀있다.


"허억... 허억..."


"감히 애들한테 염산테러를 할려해?! 개새끼!"


경찰관은 이미 죽은 노숙자의 몸을 마구 짓이겼다. 피날레로 침까지 툿 뱉은 경찰관은 그제서야 한성과 나를 바라봤다.


"너희들, 괜찮니?"


"ㄴ, 네... 제가 뿌리려던걸 뺏어서 휘두렸어요."


"잘했다. 이런 악마새끼들은 죽어야 마땅해. 염산테러를 했다고 했지?"


"네."


"알겠다. 너희들은 어서 가렴. 여기 시체 신고비 10만원이다. 이걸로 맛있는거라도 사먹어라."


"감사합니다!"


한성과 나는 곧장 골목을 빠져나갔다. 아직 긴장이 가시지 않은듯 숨을 헐떡이는 한성, 그와 나는 서로를 1분이 넘게 말없이 쳐다봤다.


"...담배어때?"


자신의 교복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면서 나에게 말을 거는 한성, 하지만 담배곽엔 1개비의 담배밖에 없었다.


"씨발, 가자. 나만 필수 없지."


편의점에 들른 한성, 손쉽게 5만원을 담배값으로 줘서 성인인증을 뚫어버리곤 나에게 한개비를 주었다.


"..."


편의점 뒤 벤치에서 몽글몽글 담배구름을 내뱉으며, 잠시동안 말이 없던 한성이 입을 연다.


"...나, 목표가 생긴듯하다."


"뭔데?"


"이짓, 죽을때까지 할거야."


"..."


"생각해봐. 우리가 하는 건 방역이라고. 더럽고, 천박하고,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그런 벌레새끼들을 죽이면..."


"도시가 깨끗해지지."


"그것 뿐이겠어? 도시를 넘어, 나라가 깨끗해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너희 아버지가 뭐 만드시지?"


"바이오로이드에 사용되는 모듈."


"그럼 더 좋네! 그새끼들이 그 비싼 모듈을 사겠어? 매출에도 영향이 없겠지, 정부 지원금도 줄어들거 아냐? 걔네들은 암, 그자체야."


"..."


"우린 사회를 깨끗이 정화시키는, 청소부지."


"...너, 존나 멋있다."


"알아, 나도. 하지만, 사회는 아직 우리같이 과격한 방식은 받아들일 준비가 안됬어. 그러니까, 우린 계속 이 일을 조용히 해야되. 그래야, 나중에 우리가 더더욱이 빛날테니까."


"..."


나는 한성의 말에 감동을 느껴 아무말 없이 담배를 물고 있었다.


사회를 위한 방역이라니! 내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사회를 위해 한성이 스스로 나서 방역에 앞장서겠다니, 얼마나 아름답고 고맙고운 이인가!


"...그러니까, 오늘 일은 비밀이야."


"그럼, 평생 입다물게."


"...넌 정말 학교에서 만난 최고의 친구야."


"나야말로."


"...먼저 가볼게."


"나중에봐."


멀리 떠나가는 한성을 손인사로 보내고, 남은 담배를 다 빨아제낀 뒤, 나는 곧이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셨나요, 주인님?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응, 오늘 평생동안 만나도 후회없을 친구를 하나 만났거든."


옷을 정리하고 몸을 깨끗이 씻은 뒤, 아버지의 회사에 대한 공부를 하니, 어느새 8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곧바로 TV를 켜, 뉴스를 확인해보자. 아나운서는 첫째로 고용률 문제로 시작하겠지. 둘째로는 반바이오로이드 시위겠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부유층 자녀, 속히 '신 오렌지 족'과 노숙자들 간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에서 벌어진 '노숙자 염산테러'사건은 지금의 갈등이 거의 고점을 지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죠. 자세한 소식..."


"...리리스, 그거알아? 저 애, 내 친구다?"


"어머, 정말요?"


"응, 너도 그걸 봤어야 됬는데... 걔가 노숙자가 던짓 염산병을 촥 잡더니, 오히려 그자식 얼굴에 부어버렸다는데... 진짜 멋있다고 옆에 있던 애들이 그러더라."


"요즘 노숙자들이 계속 발악하는게 심해지네요. 주인님이 다치시진 않을지 걱정이에요..."


"걱정마. 한성이는 엄청 쎄니까."


그래, 한성이는 엄청나게 강하고, 멋있는 친구는 이세상에 없을 거다.


누구보다도 미래의 우리를 생각해서 한성이는 수많은 노숙자를 때려죽일 것이다.


"한편, 오렌지족의 노숙자 공격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갈등이 오렌지족에서 시작됬다고 하는데요..."


상관없다. 나중에는 우리의 노력을 사회가 알아주겠지. 오렌지! 이제 생각해보면 정말로 멋있는 이름이군! 나는, 우리는 오렌지족이다.












사회를 정화시키는 우리는 신성한 오렌지 족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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