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야구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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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 혹시 멸망 전의 야구라는 스포츠를 아나?"


 "야구....?"/ "그래, 야구."


 "들어본 적은 있네만.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로 공을 주고 받고 하며 점수를 내는 스포츠 아닌가?"


 "비슷해. 공을 던지는 사람, 공을 치는 사람, 공을 잡는 사람,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 모두가 하나를 이뤄 게임을 만들어 내지."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멸망 전 야구의 취급을 알까 모르겠네."


 "어쨌는데? 바보 스포츠 취급이라도 받았나?"/ "모든 야구가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일부 게임들은 그런 취급을 받았네."


 "그럼,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우리는 그 선수들과 같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새삼 존경스러워."


 "존경....? 아까 바보 같은 스포츠라고 했잖나.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지금 우리의 처지를 잘 생각해 보게.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인간을 찾아서, 매일매일을 죽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움으로 채워가고 있지 않은가?"


 "그건....."/ "반박할 순 없잖은가."


 "자네는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된다만.... 우리 대원들은, 적어도 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된다만."


 "그래, 그런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 어제도 부하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어. 뭐, 이제 100년이 넘으니 처음 때와 같은 감흥이 들진 않는다만, 지휘관씩이나 되어서 신체나이 17세의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걸 봐야 하는 느낌이란...."


 "고통스럽지. 나도 어느 정도는 아네."


 "오늘만 브라우니 4명, 레프리콘 1명이 전사했어. 자네와 캐노니어의 화력지원이 없었다면 저들뿐만 아니라 나도 이미 끝났을 테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네."


 "....칭찬이 아니지 않나. 말에서 무언의 경멸이 느껴진다만?"/ "착각이네. 난 자네에게 정말 감사해."


 "그래, 야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또 뭔가? 아까 존경한다고도 했었고, 하고 싶은 말이 뭐냔 말일세."


 "잘 들어보게. 아까 야구는 바보같은 스포츠라 했지? 또 모든 야구가 그런 건 아니라고 했고. 바로 그거일세. 지금 이뤄지지 못할 미래를 내다보고는 고통을 일상에 녹여내는 우리가 그들과 다를 게 도대체 뭔가? 전쟁도, 야구도, 바보가 한다는 건 같아. 어쩌면 더 멍청할 수도 있지. 인간이란 게 정말 있긴 한 걸까, 과연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자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생각 따위는 하고 있지 않네. 저항군의 수장인 라비아타, 총사령관인 나, 전략 총책임자인 레오나, 화력강화대의 자네.... 모두 같아. 바보들."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가끔은 낙관적이어질 필요가 있어, 자네는."


 "맞는 말이지 않나. 인간이 멸종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진심으로?"


 "낙관적이어지고 싶다 뿐이야."


 "말이 너무 길어졌군. 어찌 되었든, 우리는 지금 밀리고 있고, 라비아타 통령이 인간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우리는 곧 죽을 운명 아닌가. 당장 내일 통령이 인간 따윈 없다고 나오면 어찌할 건가? 그때도 의미없는 전투를 계속할 텐가?"


 "그건....."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네. 다만, 한번쯤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전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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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써본 1500자짜리 수필. 인간이 발견되기 직전의 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