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그러니까 이 지역을 정찰하라고?"


사령관은 그리폰을 미안한듯이 바라보며 설명했다.


"맞아. 이번에 우리가 진입할 도시는 꽤나 내륙에 위치하고 규모가 있는 편이어서 전초기지가 필요하거든. 세부 작전사항은 출격하면서 통신으로 전달할거야."


그리폰은 뚱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째려봤다.


"아무리 간단한 정찰이라고 해도 혼자서 갈 수는 없어. 그리고 오늘은 내가 부관인데..."


"그 그게 다들 대규모 작전 준비중이라 일이 너무 바빠서... 미안해!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대신이라기엔 좀 그렇지만 갔다오면 따로 시간내서 같이 좀 도시를 둘러볼래?"


그리폰의 빵빵한 볼따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알았어.가면되잖아! 가면! 정말 어쩔수없네! 끝나고 꼭 시간 내는거야! 알았지! ...그래서 누구랑 같이 가는데?"


"나이트 앤젤"


그리폰의 볼이 다시 부풀어오르고 이번에 입술도 삐죽 튀어나왔다.


"걔는 진짜로 좀... 다른 애는 안돼? 린티라던가"


"이번기회에 좀 친해져보는 건... 안되겠네. 린티는 다른 일이.. 그러면 으음.."


사령관의 손이 작업용 패드위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면서도 짧은듯한 정적이 흐른뒤


"아마 스노우페더는 가능할거야. 근데 서로 만나거나 한적이 있어? 둘이 모르는 사이 아니야?"


"하아.. 어쩔수 없지. 뭐. 적어도 그 납작가슴보단 낫겠지."


"잘 좀 지내봐.. 어쨌건 페더한테는 내가 말해놓을께. 2시까지 잘 준비하고 출격포드에서 만나면 될거야."


"아랐써. 아얏"


혀를 씹은 그리폰은 빨개진 얼굴을 안 보이려는 듯이 빨리 문을 닫고 나갔다. 


"저럴땐 참 귀엽단 말이지..."


--------------2시--------------


그리폰은 출격포드에서 벽에 몸을 기댄 채 발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여느때와 같이 고글은 이마쪽에 위치했고 몸에 달라붙는 바디슈트 그리고 낡은 듯하지만 상당히 공을 들여 관리된 윤이 나는 비행장비도 등에 매여있었다. 다만 정찰임무였기에 한손으로만 미사일 발사대를 들고 있는,등 가벼운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번 임무만 끝나면 인간이랑 단둘이서 데이트를... 아니 뭘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거야! 그 바보니까 어차피 다른 애들이 끼어들텐데!....너무기대하지 말자.... 그래도 조금은..괜찮을지도.'


밖을 멍하니 보면서도 조금은, 아니 상당히 히쭉거리는 그리폰이었다. 그리고 곧 포드에 새하얀 날개가 나타났다. 

그 날개의 주인인 페더는 그리폰의 얼굴을 보고는 한순간 멈칫했지만 이윽고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같이 정찰임무를 맡은 스노우 페더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어. 어? 아 그래.. 이쪽이야말로 .... 봤어?"


페더는 눈을 돌렸다.


"저기... 못본걸로...아냐.."


어색한 침묵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리폰에겐 다행히도 스피커로 곧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폰, 페더. 이번 정찰임무는 해안가에 위치한 저 작은 도시를 둘러보는거야. 원래는 드론을 보내려 했는데 방해전파때문에 접근을 못하더라고. 그런데 에이다의 위성으로 도시를 관찰해 볼 때는 철충은 코빼기도 안보였거든. 닥터의 말로는 멸망전 기계가 아직도 작동하는 것 같다하고 지휘관들 대부분도 그 의견에 동의했지만 혹시 생존자가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거야. 혹시라도 위험해지면 바로 이탈하고 3시간 이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구조대를 보낼거야. 도시의 위치를 고글에 송신할께."


"갈까?" "네"


그리폰과 페더는 비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바다를 지나 도시 인근에 도착했다. 그리폰은 고글을 끼고 지도의 좌표를 확인했다.


"여기서 방해전파가 나온다는 건가?"  "네?"


"아냐. 혼잣말한거야. 사령관? 들려?"


그리폰은 통신장비에 대고 물었지만 돌아오는건 치직거리는 소리뿐이었다. 


"방해전파가 심하네...아마 이쪽 방향일거야."  "알겠어요."


"정말로 철충들은 보이지도 않네. 좀 이상한걸"  "그러게요."


그리폰은 볼을 긁적거렸다. 너무 뻘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까 전의 모습을 보인 것도 그렇고, 상대가 대체 뭘 생각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 음. 생각보다 잘 나네. 부엉이 날개처럼 생겨서 그렇게 빠르진 않을것 같았는데."


페더는 순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 뭔가 잘못말했어? 왜 그래?"


"부엉이가 아니라 올빼미에요."


"둘이 뭐가 다른거야? 그런건 잘 몰라서."


"그게.. 어?"  "왜 그래?"


페더는 손으로 도시의 중심부에 있던 그나마 큰 건물을 가리켰다. 도서관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근처의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있었다. 


"..들어가자."


둘은 문을 열고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 건물안에는 너저분하게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 철충과 ags의 파편들, 먹고 버린듯한 음식 봉투들, 몇몇 책들과 담요도 눈에 띄었다. 그러다가 그리폰은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 것을 눈치챘다. 화장실이었다.


페더와 그리폰은 서로를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화장실로 접근했다. 화장실에는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수도꼭지에서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고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넘쳐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긴장이 풀린 그리폰은 물을 멈추려고 수도꼭지에 손을 가져갔다.


"왜 이게.. 끄으읅ㅇ륽가"


수도꼭지를 돌리자마자 그리폰의 온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으며 머리털이 바짝 서고 순식간에 공기중에 오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페더는 재빨리 달려가 그리폰을 날개로 밀쳤다. 수도꼭지를 만진 모습 그대로 쓰러진 그리폰의 몸에선 아직도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탄내가 나는듯했다


페더는 서둘러 그리폰의 몸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심장박동이 남아있었고, 그리폰을 밖으로 옮긴 후 날개로 둘을 감싸고 경련을 일으키는 근육을 마사지하며 풀기 시작했다.


"끄으으으.." "정신이 들어요? 아직 조심하세요."


"몸 안쪽이 타는것같아..."


"생각보다 위험했어요. 조금만 늦었으면 아마 심장이.."


"여긴 대체 뭐야? 왜 저런 게 있지?"


그리폰이 툴툴거렸다. 그리고는 다리를 움직이려 하였지만 생각보다 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바로 움직이는 건 무리에요. 일단 진통제를 주사할께요." 


페더는 응급처치키트를 꺼내 주사기를 바늘과 연결하고 그리폰의 팔에 찔러넣었다. 


"잘하네.. 고마워."


"아니에요. 저는 잠시 위층을 살펴보고 오겠어요. 잠시만 그대로 계세요." 


그 말과 함께 페더는 일어서서 2층으로 날아서 올라갔다.


페더는 위층으로 올라가 한 손에 수리검을 든채로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책장들이 책이 가지런히 꽂힌 채로 2층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창근처에 이상한 형태의 장치가 놓여있었다. 페더는 자세히 들여다보자 유미가 들고 다니는 이동형 기지국에 잔뜩 전자기기들이 붙어있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게 그.."


수리검으로 장치를 부수고 전선이 밖으로 뻗어나가있는 창가를 보자... 페더의 눈앞에 수많은 비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각 비석들에 무엇인가가 걸려있어서 그걸 확인하기 위해 페더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캉! 페더는 머리를 얻어맞고 기절했다.


슴페 대사를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