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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전, 총리관저 5층 총리 집무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말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오시마오시마는 뭐고 북조선이 어떻게 된 거라고?”

 일본 총리대신 쿠니키다 쿠니히로는 거친 숨을 내쉬는 방위대신 시나가와에게 말했다. 그는 주차장에서 총리관저까지 뛰어온 모양인지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홋카이도, 오시마, 허억 허억, 진흥국의, 허억 허억, 북조, 허억 허억, 인민, 허억 허억,”

 아무래도 방위대신의 말을 듣다가 하루가 지날 것 같았다. 쿠니키다 총리대신은 방위대신의 뒤에 서있는 방위대신 보좌관에게 물었다.

 “자네가 대신 설명해주겠나? 그리고 사치! 방위대신에게 물 한잔 가져다주게.”

 집무실의 사치가 유리잔에 물을 따르는 사이, 방위대신 보좌관 시미즈가 대신 대답을 했다.

 “홋카이도 오시마 진흥국의 섬인 오시마오시마를 북조선 인민군이 점령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현재 확인중입니다만, 북조선에 의한 침략행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방위대신 보좌관의 말에 쿠니키다는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게 정말인가? 어떻게 된 것이지?”

 “오늘 오전 8시, 홋카이도 대학교의 지진화산연구관측센터에서 해당지역의 자위대로 연락이 왔습니다. 무인도인 오시마오시마에 3명의 연구원이 파견되어 매일 오전 7시에 정기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기연락? 대학교에서 그런 것도 하나?”

 “오시마오시마의 미하라야마 산은 활화산이었고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화산입니다. 만일의 사태, 즉, 화산 분화가 일어나 문제가 생기는 것을 대비해 정기연락을 하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매일 정기연락을 문제없이 했지만 오늘은 정기연락이 되지 않았고 그 후로 7시 39분경, 뒤늦은 무전이 왔지만 무전으로 들린 음성은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선어로 추정한 연구센터 연락원은 한국에서 유학온 유학생에게 물었고 그는 그 음성이 북조선 말로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자위대로 연락을 한 것인가. 쿠데타에 이어 침략이라. 쿠데타 때만 해도 이보다 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건만...”

 쿠니키다가 한탄을 하는 사이, 사치가 물잔을 들고와 방위대신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물을 받은 그는 한숨에 물을 들이켰다.

 “관련부서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준비해주게. 특히 자위대에서는 가능한 작전안을 만들어 올려보내게.”

 “그게 말입니다,”

 방위대신 시나가와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조금전 덴세츠 사이언스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만일 히나의 투입을 상정하고 있다면 자신들이 도와줄 수 있다고 말이죠.”

 “덴세츠 사이언스의 히나 말인가?”

 히나. 덴세츠 사이언스에서 만들어낸 육전형 바이오로이드의 이름이었다. 아무리 개발사라 한들 일본 정부로 소유가 넘어간 이상 운용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몫이었다. 거기에 무슨 권리로 일개 회사가 관여한단 말인가.

 “아직 실전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히나고 자위대내에서는 첫 운용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덴세츠 사이언스의 관계자도 회의에 부를까요?”

 쿠니키다는 내키지 않았다. 그는 장난스러운 쿠데타의 결말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덴세츠 사이언스에 놀아난 것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일본은 덴세츠 사이언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30분 뒤, 총리관저 4층 대회의실

 “어째서 해자에서는 이 일이 일어나는 것을 감지 못한 거지? 해상감시는 당신들 몫 아닌가!”

 육자대 참모장의 외침이었다. 그 외침에 반박한 것은 해상막료부장이었다.

 “쿠데타 핑계로 이쪽의 예산을 반쪽낸 것이 누군데! 안그래도 도크에 들어가서 수리해야할 함정이 반을 넘는데 예산이 없어서 배를 고치지를 못하고 있소! 이런 실정인데 해상감시가 가능하겠소? 해자대를 탓하려면 먼저 예산부터 평년치로 돌려놓고 탓하시오!”

 “그러니까 누가 쿠데타를 하래! 만일 당신들이 쿠데타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요! 해상방위가 얕보이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소! 당신들은 지금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이오!”

 “뭐요!”

 육자대와 해자대의 갈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참다 못한 쿠니키다는 큰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의 말에 회의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의 해결에 관한 것이오. 책임은 모든 일을 끝내고 물어도 늦지 않아. 통합 참모장, 현재까지 알아낸 것은 어떠한가?”

 쿠니키다의 말에 통합막료부 참모장은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고는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현지 정찰에 따르면 북조선 인민군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인영을 발견했습니다. 총 2개 중대 정도의 규모로, 1개 중대는 산 정상의 분화구에서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었고 다른 병력들은 섬 남쪽의 연구소와 섬 동쪽의 등대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섬에 있던 3명의 연구원의 위치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으며 생사여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일 북조선 인민군이 그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한다면 섬의 남쪽의 연구소 통신센터 아니면 그에 딸린 숙소, 혹은 섬 동쪽에 등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쪽에서는 다른 연락이 없었나? 요구사항이라던가 성명이라던가 말일세.”

 쿠니키다의 질문에 외무차관이 대답했다.

 “현재 베트남의 북한 대사관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그쪽은 묵묵부답이라고 합니다. 한국쪽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장군중 하나가 독단으로 벌였다는 소문도 있다고 합니다만 아직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는 건가? 우리나라가 가진 정보력이 이거밖에 안되는 거야? 참모장, 작전 계획이 있나?”

 “현재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전계획은 수룍기동단을 전개해 일시에 오시마오시마에 상륙, 섬을 점거한 북조선군을 일시에 제압하는 것입니다. 피해는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수륙기동단. 일본이 가진 유일한 상륙부대였다. 침공을 위해 만들어진 부대라는 말이 많았지만 섬이 많은 일본의 영토 구조상 적에게 점거당한 섬을 되찾기위해서는 상륙부대는 필수적이었다.

 “피해라고 한다면? 얼마 정도의 피해를 예상하는 건가?”

 “예상치입니다만 30명 정도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만일 북조선군이 참호나 비트를 파고 숨어든다면 그 수색에 있어서 더 많은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렇게나 많이 다칠 거라고?”

 “저는 사망자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공격자는 방어자의 수의 10배가 넘어야 압도적인 차이로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오시마오시마에 전개가 가능한 저희 육자대 병력은 1개 연대로 제한됩니다. 2배 정도로 추측되는 병력의 차이지만 그럼에도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아니, 전차를 투입하면 되지 않나? 아니면 공폭이라든가 좋은 방법이 많이 있지 않나.”

 쿠니키다는 믿을 수 없었다. 적국 군인을 향한 첫 방위출동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었다. 안그래도 나날이 떨어지는 지지율이었다. 이러다간 자민당에서 그가 아닌 다른 인기 후보를 내세워 그를 총리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었다.

 “오시마오시마는 화산섬이고 섬의 대부분이 경사진 언덕을 되어있습니다. 또한 섬의 면적도 작아 전차의 기동전에는 부적합합니다. 만일 적군이 대전차 화기까지 있다면 능선에서 공격해 전차의 피해도 상당하겠지요. 더욱이 적은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지금, 섣불리 공폭을 가하면 그 폭격으로 인해 인질이 사망하거나 그것을 빌미로 처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거야 물론이지. 그러면 만일 수륙기동단이 전개할 경우 어떻게 되는 거지?”

 “현재 사세보에서 열차를 타고 아오모리로 이동중입니다. 완전히 부대가 오미나토 기지에 도착하면 이세급 상륙지원함에 탑승해 인근 해역으로 이동, 그곳에서 상륙작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약 6시간 뒤, 1800에 작전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통합참모장이 보고를 하는 동안 회의실에 한 자위대원이 조용히 들어와 회의실 뒤쪽에 앉은 그보다 계급이 높은 자위대원에게 무언가 보고를 하며 건네주었다. 보고를 받은 그 자위대원은 통합참모장의 뒤에 앉은 자신보다도 더 계급이 높은 자위대원에게 건네주었고 보고를 받은 자위대원은 자신의 앞에 앉은 통합 참모장의 귀에 조용히 보고를 했다.

 “잠시만요. 방금 들어온 보고입니다. 조금전 정찰기에 찍힌 사진에 의하면 북조선군은 인간이 아닌 바이오로이드로 구성되어있다는 소식입니다. 여기 그 사진입니다.”

 참모장이 사진을 테이블에 올려놓자 회의실의 대화면에 그 사진이 떠올랐다. 희미한 사진이었지만 그 사진에 찍힌 것은 북한군 답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덩치가 컸고 무엇보다 백인과 흑인이 섞여있었다.

 “전부터 북조선이 해외를 통해 바이오로이드를 밀수하고 있다는 보고는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해외 유령기업으로 추정되는 곳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개입하기 어려운 일이라 전부 미국에게 넘겼던 일입니다만 이렇게 우리쪽으로 피해를 줄 지는 몰랐습니다.”

 내각정보실장 아오바의 말이었다. 쿠니키다에게도 몇번 올라온 보고였다. 북조선이 바이오로이드를 밀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줄거란 말인가. 한국이나 관심있을 정보였다. 만일 그들이 진작에 나섰다면 무언가가 바뀌었을까. 그것은 모르는 일이었다.

 “그보다 참모장, 바이오로이드라 가정한다면 우리 자위대의 피해는 얼마정도로 예상하는가?”

 “이런 말씀 드리긴 그렇지만 피해가 문제가 아니라 수륙기동단의 승리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인질의 생사여부를 포기하고 본격적인 자위대 전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자대의 공격헬기를 이세급으로 이송해 작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송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만, 작전성공 가능성은 더 올라갈 겁니다.”

 가능성. 조금전까지는 작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이야기였지만 적이 바이오로이드라는 말에 피해는 뒷전이고 작전의 성공가능성을 묻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그정도로 바이오로이드가 강한 존재란 말인가. 쿠니키다는 이를 악물었다.

 “정부 고관 여러분! 뭘 그리들 고심하고 계시나요?”

 그 순간이었다. 문이 활짝 열리며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들어왔다. 이곳은 총리관저지, 유곽이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모습을 한 여성이었다. 몇명의 경비가 일어나 그녀를 제지하려 하자 그녀는 손에 출입증을 꺼내들었다.

 “덴세츠 사이언스 마케팅 총괄, 아마미야 카구라입니다. 저희가 필요하시다 해서 찾아왔습니다. 이쪽은 덴세츠 사이언스 히나 전술개발 총괄인 타케다 겐입니다. 듣자하니 작은 섬 하나가 적에게 점령되었다면서요?”

 아마미야는 긴 회의실 맞은편 끝에 앉아있는 총리대신 쿠니키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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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마미야의 이름이 히나로 이름이 겹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 아마미야의 이름을 카구라로 변경했음.


그냥 놔두면 자기 이름을 바이오로이드에 붙이는 나르시스트가 될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