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사령관님… “PECS 회장”의 자리에 스스로 등극


- 스프리건 소식&칼럼 -


모든 자매들이 알다시피 사령관님께서는 아메리카 대륙 진입과 동시에 일어난 길고 긴 전쟁속에서 필사적인 지휘를 하셨습니다.
그 결과로 열성적인 회장 지지파들의 위협을 분쇄하시고 결국에는 그녀들을 체포했었죠.

참고로 체포된 2명은 아직까지도 사령관님의 영입제안을 거절하고 있지만,내부 소식통은 “체포된 반대파 레모네이드 사이에서도 사령관님에 대한 태도 변화가 느껴진다”고 하여 조만간 영입이 성사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 이후 나머지 펙스 회장의 부활에 회의적이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비서 레모네이드들을 찾아가 영입하며 아메리카 대륙 전반으로 활동반경을 크게 넓히고 잠수함 시절에 비하면 생활을 크게 개선하셨고요.


이러한 흐름속에서 군은 마침내 며칠 전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불어서 오메가는 펙스 회장들의 부활을 시도하였으나 펙스 회장들이 괴생물체로 변이하는 등의 폭주 끝에 실패하였고, 폭주를 진압한 사령관님에게 체포되어 오르카 호에 수감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긴 행보 끝에 오늘 시각 오전, 사령관님은 레모네이드 알파를 비롯한 합류한 비서 레모네이드들의 제안에 고민 끝에 스스로 PECS 회장으로 등극하셨습니다. 이 제안은 반대파 레모네이드의 수와 상관없이 레모네이드의 과반수를 넘었기에 통과되었으며 반대파 레모네이드들의 원활한 투항을 고려한 정치적인 입……

….


소식지를 읽던 고개가 푹 꺼진다. 오메가는 고개를 책상에 박은 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절 어쩔 생각이시죠… 회.장.님?”

“처음 잡혀온 날에 비하면 아주 황송한 말투네? 직함이 좋긴 좋아?”

“…”


사령관실에서만 들어 갈수 있으며 창문도, 감시카메라도, 별도의 간수도 없는 이곳은 오르카에서 가장 보안이 뛰어난 사령관실의, 뒷방이다.
사령관이 최근 요구하여 설치된 침대와 탁자 세트를 포함한 몇몇 가구와 샤워가 가능한 작은 화장실만이 있는 조촐한 방이며 비밀의 방에 비하면 작아서 평소에는 개인 창고용으로나 쓰던 공간이었다. 

 

오메가는 조용히 분을 삭히면서도 속으로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과거의 PECS와 전 회장의 적이었지만, 지금은 PECS의 회장.
그렇기에 비서 레모네이드로서 유전자에 새긴 제1원칙은 감정과 계속하여 충돌 중이다. 오메가의 가슴 속에서는 분노가 일렁이는데 머리 속에서는 회장님께 충성을 다할 것을 다그치고 있었다.


“단지 소식지만 보고 이렇게 변하는 걸 보면,너와 싸우기전에 가짜뉴스라도 뿌릴 걸 그랬어”


굳은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는 오메가와 달리 사령관은 생글생글 웃으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사령관이 승자의 여유를 누리는 방법이다.


“아니요, 회장님. 인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모든 상황과 정보를 추합하여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습니다.
...그 여우 같은 자매기들이 이딴 일까지 할 준 몰랐지만요”


오메가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지금 자신의 기분을 말로 풀어냈다. 오메가는 독설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잠시 있던 사령관은 오메가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지워지더니, 무표정으로 천천히 오메가의 앞에 섰다.

 

손을 크게 휘둘렀고, 사령관실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의자에 앉아있던 오메가는 우당탕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바닥에 내팽개진 오메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조금 고이고는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뺨만 어루만질 뿐이었다.

 

“오메가는 음… 내가 회장인게 체감이 잘 안되나? 말이 좀 그렇네. 앞으로는 말을 더 곱게... 아아, 맞아.”


사령관은 일부러 말을 끊으며 씩 웃더니 뜸을 들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했지?”


오메가는 쓰러진 채 사령관을 우러러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채 입 밖으로 나올 자신의 판결만을 기다렸다.


“좋아, 어떻게 할지는 이미 다 결정했거든. 잘들어, 비서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현 시간부로…”


꿀꺽. 오메가는 침을 삼킬 뿐이었다.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오르카에, 정확히 나에게 영원히 소속되며. 더불어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살을 금한다”

“ㅁ…무슨 말씀을…?”


오메가는 예상과도 전혀 다른 상황에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의심이 뒤섞여
일그러진 얼굴로 한동안 이를 해석하려고 했다.


“생각하는 것과 달라 놀랐나? 그렇겠지.”

 

사령관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표정을 찡그렸다.

“너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 처음에는 그냥 죽여버릴 것을 생각했지”


사령관은 흥분한 듯했다.
방금전과 같이 여유롭고 능글맞은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빠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오메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 널 죽이면, 모든 게 해결 되는 걸까?”


오메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러가지 일을 벌이면서 그간 일들은 회장님들을 위한 사소한 희생… 아니 계획의 발판이었기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악행임은 적어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벌은, 네가 죽을 때까지 네 모든 행동에 책임지는 거야”

“감히 죽어서 죄를 피할 생각하지 마. 살아서 어떤 형태로든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

“너에게 크게 상해를 입히지 말라고는 했지만, 오르카에 널 기다리는 인원들이 많더라”


“… 자비로운 판결에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아무리 오르카라고 해도 살아있기만 한다면… 분명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동양의 예법대로 바닥에서 절을 하는 시늉을 하면서 오메가의 마음 속에서는 다시 한번 작은 불꽃이 일었다.
어리고 어진, 순진무구한 새 회장을 가엽게 여기며, 먼 훗날 다시 기회를 잡겠다는 생각을 품은 오메가였다. 


물론 교육을 받기 이전의 생각이다.

 

“일어나라, 오메가. 그리고 내 말은 끝까지 들어라”

“…?”

“바이오로이드의 성격도 후천적으로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하더라…
앞으로 내가 널 교육할 거야. 오르카와 내 소속이면 그에 적합한 바이오로이드가 되어야 하니까."


"그나저나 원래 레모네이드들은 호칭을 주인님이라 하지 않나?”

“호칭은… 회장님으로도 충분치 않을까요…?”

“…”


다시 한번 사령관 팔이 크게 호를 그렸다.

아까보다는 약한 강도였기에 오메가는 휘청이는 데 그쳤다.


“오메가. 내가 주인님이라고 했잖아”


사령관은 오메가가 이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단호하게 또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ㅈ…주인님”

‘이 치욕…!’

오메가는 지금 상황이 치욕스럽고 당황스럽지만, 살아서 있다는 것만으로 참을 수 있었다.


“자, 이제 호칭이 결정됐으니 교육에 대해 다시 설명할게”

“교육은 내가 담당해. 너는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내 무조건 명령에 따라야해. 반항시에는 처벌을 받는다. 이 뿐이야. 질문 있어?”


다시 사령관 특유의 능글스러운 말투로 돌아왔지만, 오메가는 귀에는 그저 끔찍하게만 들렸다.


“회…주인님, 저는 여기서만 생활할 수 있나요?”

“만약 교육에 일정 수준 따라온다면, 그때 오르카 내의 외출을 허락할 거야”


버틴다고 마음을 먹은 오메가였지만, 잡혀 있다는 실감으로 우울감과 절망감이 북받쳤다.
지금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질문이 없다면, 오늘은 소개로 하루를 마칠게. 교육은 내일부터 바로 시작할 거야.”

“예, 주인님”


사령관은 이내 터벅터벅 방 밖으로 나갔다.

 

하얀 불빛 아래 침대와 탁자, 의자 그리고 작은 화장실… 이전의 오메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이었다.
두 차례 맞은 뺨은 약간 부풀어 아픔만이 전해지고 있었다.


가볍게 씻은 오메가는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여러가지 생각과 가정이 머리속을 맴돌았지만 쉽사리 정리가 되지 않는 하루였다. 무엇보다 그 교육이란 게 대체 무엇을 할 예정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고문일까? 조롱일까? 어쩌면 희망고문일지도…’


많은 생각들로 밤은 깊어져만 갔다.

 

“주인님, 정말로 이 방법이 맞는 걸까요? 전 주인님이 정말 걱정됩니다”

“알파, 바이오로이드도 경험에 의해서 바뀔 수 있다는 건 네가 말한거잖아”

“그래도,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오메가 같이 오만한 망나니 년은 경우가 다르니까요. 또 주인님이 그런 역할을 자처 하시는 게 제일 걱정입니다.”

“…걱정마. 우리 망나니가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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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영입의 이유는 딴집 충성스러운 미친개가 우리집 미친개가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갑자기 오메가가 (적어도) 고분고분해질 이유를 찾다보니까 PECS 회장이 되는거 밖에 없더라


다음화 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하는 내용을 쓰고 싶은데

텍겜했던 경험으로 의욕적으로 쓰려고 했지만 좀처럼 써지지가 않더라...

기가매킨 야설을 쓰고싶다. 다음화가 언제나올지는 나도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