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 부모님 밑에서 용돈 받으며 살아가기엔 주변 눈치가 보여서 자취방을 구하고 알바를 시작한지 좀 되었다.

...물론 보증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오늘도 알바가 끝나고 할 것도 없어서 이렇게 멍청하게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뭔가 공허하다고 해야 하나, 일할 때는 그냥 바쁘게 움직이니까,

이런 느낌은 안 들지만 지금 같은 때에는 뭘 해도 귀찮을 것 같고 무엇보다 할 맘이 없다.

 

차라리, 술 담배를 배웠다면 그걸로 시간을 때우거나 하겠지만,

아버지도 내가 어릴 때 하치코를 데려오고서는 하치코가 싫어한다며 과감하게 끊으셨었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족 모두 술 담배를 하지 않게 되었고.

...갑자기 하치코 보고 싶네.

 

아, 하치코는 흔히 말하는 바이오로이드이다.

아무 때서나 흔하게 만나 볼 수 있는 그 자그마한 녀석들 말이다.

뭐, 하치코 자체는 조금 보기 드문 종류라고 들었지만.

 

“브!”

 

오. 마침 저기에도 하나 있네. 저건 아마 브라우니였나?

먼가 요상한 복장에 짙은 갈색의 단발에 ...엥, 야간 투시경... 인가? 저런 걸 쓰고 있었구나...

이렇게 보니까 나는 딱히 우리 집 하치코 말고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을 자세히 보진 않았구나싶었다.

 

애초에 나만 바이오로이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아니다.

조금 변명 같지만 사람들은 바이오로이드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진 않다.

물론 세상은 넓으니까 바이오로이드들을 연구하거나 보호하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비인기인지라 딱히 그럴듯한 활약은 나도 들어 본적이 없다.

 

그래도 내가 아는 걸 어느 정도 나열해 보자면...

우선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

그녀들만 나타났다는 건 아니고 AGS라고 불리는 기계생명체? 로봇? 들과 바퀴벌레를 능가하는 현대사회의 해충인 철충들과 함께 나타났다.

진짜, 철충 때문에 날려먹은 핸드폰만 몇 개인지...

 

셋 모두 다양한 종류와 모습을 가진 채 우리 인간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알렸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처음 영국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브라우니였다.

영국은 처음에 요정이 현대로 넘어와 화기로 무장을 하여 자연을 파괴한 인류에게 분노의 총알을 쏴재낄 것이라고 별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을 펼쳤지만,

당연히 그런 건 없었다.

 

오히려 인간에게 매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고 인류의 언어를 이해하기도 해서 어떻게 완만하게 잘 해결되었다고 한다. 결정적인 부분은 철충들 하고는 천적 관계라는 것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철충은 정말 개 같은 해충이다.

전자 기기만 보면 달라붙어 고장 내고, 사람만 보면 툭툭 치고 빠지면서 귀찮게 꼬이기도 하고...

밟는다고 죽을 리가 없는 해충이었기에 천적인 바이오로이드와 AGS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브...? 브!”

 

아까 발견한 브라우니가 나를 발견하곤 뭔가 기쁜 듯 손을 흔들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은 낯선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오니까 뭐 흔한 일이다.

뭐, 나도 집에서 하치코를 데리고 있었으니까, 바이오로이드들은 딱히 싫어하거나 하진 않지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온 이상 뭐라도 줘야 되지 않을까 싶어 주머니를 뒤져 보았더니 홍삼캔디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게 왜 내 주머니에 있는 거지?

 

“자아, 지금은 이거 밖에 없어.”

 

어쨌든 내 앞의 작은 바이오로이드를 위해 포장을 뜯고 그녀에게 내밀어 보였다.

 

 

“...? 브!”

 

브라우니도 이게 무엇인지 대강 눈치 챘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양손으로 사탕을 들고 서서 핥기 시작했다.

 

 

“...브에엑.”

 

방금까지 환한 미소를 짓던 브라우니는 홍삼캔디를 한번 맛보고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양손으로 들고 있던 사탕을 떨구고는 부르르 떨었다.

입맛에 안 맞았나... 이거 괜히 미안한걸.

 

 

“브으으, 브...?”

 

조금의 여운을 남긴 채 어느 정도 회복한 브라우니는 내 시선 끝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브라우니는 짧은 시간 동안 멍한 얼굴을 보여주곤 이내 고개를 숙여 방금 자신이 떨어트린 사탕을 보았다.

 

 

“븟! 브, 브읏! 브!”

 

브라우니는 놀라 당황한 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듯 자그마한 양팔을 크게 허우적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그 모습에 괜히 이쪽이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괜찮아, 사탕 좀 떨굴 수 있지.”

 

“브, 브으으...”

 

일단 진정하라고 말해 뒀지만 미안한 마음은 여전한 건지 브라우니는 고갤 푹 숙이고 검지를 서로 맞댄 채 우물쭈물 거리며 풀이 죽어 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별거 아닌 일로 크게 혼날까봐 걱정하는 꼬맹이 같아서 그녀를 위해서라도 빨리 자리를 뜨기로 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브라우니는 조용했다. 그저 여전히 쭈뼛거리고 있을 뿐.

그런 그녀를 위해서라도 발을 돌려 돌아기로 했다.

기운 차렸으면 좋겠네.

 

 

“브!”

 

브라우니에게서 제법 멀어졌다고 생각할 무렵, 등 뒤에서 제법 큰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아까까지 우물쭈물 거리던 브라우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라 했지만, 솔직히 너무 빨리 회복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기운차게 손을 흔들어 주니까, 나 역시 거기에 응해줘야겠지.

 

“그래, 조만간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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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브라우니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걸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집의 하치코를 제외하고는 아마 유심히 지켜본 바이오로이드이지 않나 싶다.

지켜보는 것 그러니까 관찰이라고 해야 하나,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사람을 관찰하거나 하면 그건 그거대로 아웃이지만,

새나 곤충을 관찰하는 것도 취미로 있기도 하고,

아직 우리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도 하니...

 

“바이오로이드 관찰. 해 볼까.”

 

어릴 적엔 파브르 곤충기니, 시튼 동물기니 하는 것들도 재밌게 읽었으니,

까짓 거 해보자.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인데.

관찰일지 정도는 초등학생 때 여러 번 써봤으니까 말이지.

 

“…….”

 

...오늘은 일단 돌아가 쉬고 내일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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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피보고 쓴 거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