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홋카이도 오시마진흥국 코지마 북동쪽 15km 지점 해상, 이세급 상륙지원함 야마시로 후방 격납고. 물이 들어찬 격납고에는 수십대의 상륙장갑차가 늘어서 있었다. 기하학적으로 복잡한 위장무늬가 그려진 각 장갑차 안에는 20기의 히나가 탑승하고 있었다. 그중 한 장갑차의 안, 불안한 얼굴을 하며 다리를 떨고 있는 한 히나가 있었다.

 “처음이야?”

 “네?”

 그 히나의 맞은편에 앉은 히나가 말하자 다리를 떨던 히나는 흠짓 놀라며 대답했다.

 “처음 전투냐고 물었어!”

 “다들 첫 전투 아닌가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전쟁이라도 있었어요?”

 히나의 말에 맞은편에 있는 히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전쟁? 너 배치일자 언제야?”

 “4월 7일, 1차 물량 배치에 포함되어있었습니다! 자위대의 첫 배치였죠.”

 “아냐아냐, 육자에 0차 배치 물량이 있었어. 쿠데타를 저지한 부대지. 우리는 그 부대에 있었어! 어이, 오구라! 저거 봐!”

 맞은편에 앉은 히나의 말에 오구라라 불린 히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뭔데. 오랜만에 만난 전우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1차 배치 물량이래. 쿠데타 뒤에 배치된 애들. 전투 한번 안겪어본 신병!”

 “오, 씨발, 진짜야? 신삥이야? 어이, 어디 부대에 있었어.”

 “네리마입니다.”

 “존나 꿀빠는데 있었네. 네리마면 도쿄 근방이잖아. 이쪽은 히메지. 효고에 있는 기지야. 씨발 나도 도쿄에 있었으면 남자 후리고 다니는 건데.”

 “두분은 무슨 관계입니까?”

 히나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두 히나에게 물었다. 둘은 아무래도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 같았다.

 “우리는 같은 부대에 배속되었어. 운이 좋았지. 다들 하나씩 찢어졌는데 얼마 안되는 둘씩 배속된 부대로 갔거든. 이쪽은 오구라, 나는 오노. 부대에서 우리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붙인 이름이야. 처음에 히나라고 부르면 같이 돌아봐서 서로를 구별지어 부를 필요가 있었거든. 너는 부대에서 뭐라고 불려?”

 “그냥 히나라고 불립니다. 아직 부대에 저 혼자 뿐이라 그렇습니다.”

 “히나라니, 그 때가 존나 그립네.”

 “두분은 전투 경험이 있다 하시는데 실전은 어땠습니까?”

 히나는 둘을 기대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오노는 그 기대를 배신할 수 없었다.

 “그냥 훈련이랑 다를 게 없어. 총을 쥐고 적을 조준하고 발사. 여기 오구라는 적을 둘이나 사살했어.”

 “별거 아냐.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훈련 말입니까? 저는 아직 훈련을 받지 못했습니다. 바이오로이드를 위한 훈련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면서요.”

 “요즘 애들은 훈련도 안받고 자대배치 받는 거야? 꿀군번이네. 총도 한번도 안쏴?”

 “다 머릿속에 있는 전투 모듈에 들어있어서 훈련을 안해도 전투가 가능하다 하더라고요. 전장에 가면 다 알게 될 거라면서요.”

 “하 시바 이게 말이 되나. 누군 섬에서 죽어라 굴렀는데 누구는 개꿀빨고 자대로 가네. 이거 좀 불합리한 거 아니냐?”

 “오노, 오노. 뭐 그런 일도 있는 거지.”

 오구라는 오노를 토닥이며 말했다.

 “불합리는 개뿔. 꼬우면 늦게 배치 되시던가. 그래봐야 배치 개월수 겨우 한두달 차이나는 주제에 너무 과몰입하고 계시네.”

 “씨발, 너 몇차 배치야. 말 존나 짧네?”

 “씨발은 개발. 특별추가 배치 2차분. 6월 29일 배치. 뭐, 꼬워? 어차피 자대 돌아가면 인간분들 밑에서 존나 굴러야 할 주제에 여기 히나밖에 없다고 한번 기 좀 세워보려는 거지. 틀렸어? 전투 꼴랑 해본게 뭐가 자랑이야. 그래봐야 변변한 무장도 없는 해자대 제압한게 다 아니야? 그리고 당신들이 좆뺑이친 훈련 데이터는 여기 다 들어있어. 당신들은 프로토타입으로 구르고 배치 받는 거야.”

 히나는 오노와 오구라를 비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말 한번 존나 좆같이 말하는데 씨발!”

 그렇게 외치며 오노가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전원 주목.

 모든 히나가 찬 이어피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말에 오노는 분을 삭히며 자리에 앉았다.

 -본 작전의 지휘를 맡게 된 타케다 겐이라고 한다. 본관은 귀관들이 탑승한 배에 합승하고 있지 않지만 도쿄에서 원격으로 지휘를 맡고 있다. 귀관들의 목표는 오시마라는 이름의 섬이다. 현재 그 섬은 북조선 인민군의 점령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3명으로 예상되는 인질이 잡혀있다. 다행히 선발투입된 특작팀의 성과로 인질은 전원 무사히 구조되어 현재 오시마 모처에서 본대를 기다리는 중이다.

 “본대. 우리를 말하는 거야.”

 히나들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장갑차의 엔진소리가 들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륙장갑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부터 히나로 구성된 본대는 야마시로함을 출발, 오시마로 상륙할 것이다. 히나들 중에는 실전을 겪어본 히나도 있을 것이고, 이번이 첫 실전인 히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투는 귀관들이 겪어본 전투와는 다를 것이다. 적의 규모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어떤 화기의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 육자대, 해자대는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이지만 전투의 주역은 그대들이다. 전투는 3개 부대로 나뉘어져 이뤄지게 된다. 가장 중앙에 있는 1진은 중앙을 돌파, 오시마섬 칸포다케 정상을 점령한다. 한편 2진과 3진은 좌우로 갈라져 섬 해변을 따라 진격, 섬 반대편에서 모여 후퇴하는 북조선 인민군을 격파한다. 아마도 많은 손실이 있을 것이다. 적은 전원 블랙리버제 T-1 고블린으로 추정되며 고블린과의 전투는 인간과의 전투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히나는 고블린보다 강하게 만들어졌다. 본관은 귀관들이 이번 전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 그대들 대부분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씨발, 그래.”

 히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전의 갈등은 모두 잊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곳 일어날 전투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오는 것이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 그것이 바로 히나들이 만들어진 이유였다.

 “ETA 3분전! 전원 장비 점검!”

 장갑차 운전을 맡은 히나의 말이었다. 그말에 히나들은 각자의 소총의 약실을 확인하고 탄창을 보고 방탄조끼의 결속등을 확인했다.

 “씨발. 드디어 전투야. 북조선 새끼들 때려잡고 팔다리 멀쩡히 돌아간다!”

 오노의 외침에 히나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히나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순간의 실수, 아니 그저 운이 없는 것만으로도 죽을 수 있는 것이 전장이었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도,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두려움이 없다 해도 이 히나는 두려움을 아직 벗어낼 수 없었다.

 ‘콰앙!’

 폭음이 장갑차에 울려퍼졌다. 히나들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걱정마! 우리가 공격받은게 아냐! 함대의 지원사격이야! ETA 2분전! 전원 전투 준비!”

 폭음이 점점 잦아지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장갑차를 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총탄이 날아온 것이었다. 그 소리에 히나는 자신이 쥔 총은 꼭 붙잡았다. 어째서 자신은 겁이 많은 것인가. 육전형 바이오로이드인 히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멀리서 총성마저 들려왔다.

 “동축기관포 발사!”

 이제는 장갑차에서도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 물러날 수 없었다. 전투는 눈앞까지 몰아닥쳤다.

 “해변 10미터 앞! 5미터! 상륙!”

 “전원 하차! 하차!”

 “하차!”

 장갑차가 멈추자 뒷문이 열렸고 그 문을 향해 히나들은 달려나갔다. 두려움에 떨던 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바깥으로 나가자 비린내나는 바다향이 그녀의 코를 찔렀다. 그리고 검은색의 모래 해변, 총성, 폭음, 그것을 가리는 갈색 연막탄이 그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장갑차 뒤에 엄폐해 전방의 고지를 향해 사격했다.

 -로켓포 착탄 직후 전원 돌격한다. 착탄 5초전, 3, 2, 1. 착탄, 지금! 돌격!

 타케다의 외침과 동시에 전방 고지에서 연달아 폭음이 일어났다. 히나들이 엄폐한 바닥까지 흔들릴정도의 거대한 폭발이었다. 그 폭발과 동시에 히나들은 달려나갔다.

 “돌격!”

 “돌격!”

 히나는 다른 히나들을 따라 달려나갔다. 연막을 벗어나자 보이는 것은 높은 산이었다. 산에는 나무 하나 자라지 않았다. 숨을 수 있는 바위도 없었다. 사실상 탁트인 평원이나 다를 바 없었다. 고지의 능선에서는 로켓포의 폭발로 인한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엄청난 폭발이었지만 여전히 적군은 응사를 하고 있었다. 총성이 울리자 히나들은 최대한 자리에 엄폐해 총성이 울리는 곳을 향해 사격했다.

 “후방 안전 확인! 무반동포 발사!”

 오노의 외침이었다. 그녀의 외침에 오구라는 자신이 들고있던 무반동포를 고지의 진지를 향해 발사했다. 폭발과 함께 고블린으로 추정되는 시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3번째 킬!”

 오구라는 웃으며 무반동총을 내리고 소총을 집어들었다.

 “돌격!”

 총성이 잦아들자 히나들은 외치며 고지를 향해 달려갔다. 칸포다케는 가팔랐지만 섬의 크기가 크지 않았기에 산의 높이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10분도 되지 않아 히나들은 대부분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한 히나들이 발견한 것은 칼데라 내부에 진지를 펼친 고블린들이었다.

 “전원 사격! 바보같은 새끼들, 낮은 지형에 진지를 펼쳤어!”

 능선뒤에 엄폐해 히나들이 사격하자 고블린 몇이 뒤로 자빠졌다. 히나 역시 방아쇠를 당겼다. 전투가 지속되자 그녀는 자신의 속에서 두려움은 사라지고 희열만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전쟁이 익숙했다. 그저 지금껏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었다.

 “좋았어!”

 그녀가 한 고블린을 맞추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신삥 잘했어!”

 오노는 히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히나 역시 엄지손가락으로 화답했다.

 “적군 침묵! 전원 확인하러 내려가자!”

 오구라의 말에 엄폐하고 있었던 히나들은 일어나 칼데라를 향해 걸어내려갔다.

 “우리 차에 탑승하고 있던 전원 무사하냐?”

 “베테랑들 한둘 쯤 죽을 줄 알았는데 전부 멀쩡하네.”

 “특추 2차, 나는 니가 죽을 줄 알았다. 다들 명줄 존나 기네. 다른 차에 있던 애들은 좀 죽은 거 같은데 운이 좋았어.”

 “이제 다 베테랑인 거야. 다 실전을 겪었잖아. 저기 신삥도 적을 잡았더만. 긴장은 좀 나아졌어?”

 “긴장은 커녕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다 이런 건가요?”

 “몰라 시발. 이걸 겪어보니까 지난 번에 겪었던 건 장난이고 진짜 전쟁같다. 야, 근데 저거 뭐냐? 특추, 신삥! 저거 확인해봐!”

 “여기서도 짬질이냐고.”

 특추라 불린 히나와 히나는 오구라가 가리킨 것을 보았다. 고블린들이 있던 기지에는 이상한 상자가 하나 있었다. 두 히나는 그 상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 상자에는 조선말로 뭐라 적혀있었지만 둘은 그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탄약상자 아닐까요?”

 히나는 그 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색 상자에 탄을 넣는 바보가 어디에 있겠어. 여기서 뭔가를 하려 했던 것 같은데...”

 특추라 불린 히나는 상자를 열었다. 그 상자를 열자 입에서는 묘한 납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둘은 그 맛보다는 상자의 내용물에 놀랐다.

 “전부 도망쳐! 이건 함정이야!”

 그 말을 들은 히나는 없었다. 그것이 만들어낸 화구는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폭탄은 단 하나였다. 그것을 100년간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열핵폭탄이라고.



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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