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염복 따위의 수트를 입고, 안면 마스크로 얼굴을 둘러싸맨 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매케한 연기를 뚫고 들어와서는 움직이지 않는 팔목을 쥐고 동공의 초점을 확인한 후.


 >휘적휘적


 ( " 크윽, 크흐. 하아, 하아. 허억 ··· " )


 두 눈이 게을러지기라도 한 양, 검붉은 연기밖에 없었던 곳에 흰 색의 벽이 드러났습니다. 


 ( " 제발, 너무. 아파ㅡ " )


 + 실험체에게 자정 모듈의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됨. 프로젝트 폐기. 


 + 상태는 어때, 아직 해봐야 될 게 많이 남았다고.


 + 그리 좋지 않습니다. 


 + 하여간, 말도 안 되는 스펙을 요구한다니까. 빌어쳐먹을 문서주의는 인류가 망해야 망하려나.

( " 얼마나 더 남은거야 ..? " )

 + 잡담은 나중에 하시죠, 팀장님. 다음 실험은 ?

( " 아픈 건 싫어 .. " )

 + 걔 상태 별로라매, 내일 해 내일. 염병할 기준치, 어차피 해봤자 못 채울 게 뻔하다. 죽는 게 훨신 골치아프니까.


 + 금일 테스트 종료. 수고하셨습니다 티아멧 양.

( " 날 두고 가지 마 .. " )


Ω


 앗, 하고 발이 바닥으로 숙 빠지면서 몸이 일으켜졌습니다. 흰색의 침대 위에 흰색의 빳빳한 이불. 온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어서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이미, 몸 뉘였던 곳에는 물자욱이 낙인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 꿈이었나요 .. 어찌 그리도 지독한 연기가 고작ㅡ "


 고삐를 쥐고 흔들자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 꿈에 불과할 수 있죠. " 


 조금은 마음에 든 잠옷을 입은 채로, 한겨울보다 시린 물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사령관님께서 주신 것이었습니다.


----------------------


 " 티아멧 ? 방에 있나요 ? "


 똑똑똑


 " 티아멧 ? "


 .. 미래를 들여다 보는 부관. 참모.


" 아, 방에 있었네요. 사령관님께서 부르셨으니까, 공방으로 바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


 " 저 .. 저는. " 


 " 무슨 일 있었나요 ? "


 "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나중은 안 될까요 ? "


 " 음ㅡ 사실은 그 문제때문에 오라고 하신 거라. 사령관님이 많이 걱정하시니까 꼭 가보세요. 쭉 기다리겠다고 하셨으니. "


 ...


 문 앞에 서자, 안에서 청량한 기계음들이 부던하게 귀를 찢고 있었다. 그리고


 닥터, 그냥 기용하지 않으면 안 될까 ? 

 안 돼, 오빠. 그러면 기한에 맞추지 못 할 거라고.

 그래도 ..

 안 되는 건 안 돼. 공격을 해야 되는 경우에서의 그녀는, 우리 전력의 사실상 30퍼센트는 되는 유닛이야.

 

..

 매번 상처와 함께 돌아오잖아, 생화학 무기에 내성도 없고. 그녀에게 너무 의존할 순 없어.

 그래서 <"자정 모듈">을 달아주려고 하는 거잖아. 

 그건 절대로 안 하려고 하잖아. 분명 이유가 있ㅡ

 

 !          

( " 얼마나 더 남은거야 ..? " )

 아, 안 돼.

 ( " 날 두고 가지 마 .. " )

 나는, 절대 다시는ㅡ

( " 아픈 건 싫어 .. " )

돌아가지 않을거야


-------------------------------------------------


 " 티아멧 ? "


 " 아픈 건 싫어ㅡ "


 " 저기, 내 말 들려 ? "


 "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아픈 건 싫어 " 


 " 닥터, 상태가 안 좋은데 ? 설마 내 지시도 없이 뭘 한 건 아니지 ? "


 " 아무것도 안 했어, 오빠. 설령 했더라도 해가 될 만한 건 절대ㅡ "


 그녀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시야는 닥터와 나 사이 어딘가. 어쩌면 그보다도 더욱 먼 곳을 보고 있었다. 


 " 목표 확인. " 


 " 이런, 이 공방에서 망가지면 안 될 만한 건 ? "


 " 당연히 전부 다지 ! 쓸모 없는 건 이 곳에 없는걸 ! "


 " 그럼, 고생좀 하겠는데. " 


 아, 




 ---------------------------------------




  3분, 아니면 4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갔다. 티아멧이 무언가를 찢어놓으려고 하는 탓에, 벽걸이 시계가 반토막이 나서 그 이후로는 정확히 몇 분 지났는 지 알 수 없었다. 닥터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걱정과 호기심이 섞인 듯 보여서. 그녀의 무차별적인 학구열이 조금은 미웠다, 그 냉철한 재능에 몇 번이고 우리는 구원받았지만서도. 


 날붙이의 잔상들을 좇고 있었다. 지켜보니 지나치게 회전적이고, 지나치게 부여잡은 손잡이. 사방으로 던져대는 더크. 끄떡도 하지 않은 참수검. 얼핏 보면 폭주지만, 내 눈에는 그녀가 무언가를 쳐내고 있다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필사적으로 몸에 닿지 않게 하려고, 빈 틈을 틀어막는 듯 보였다. 


 " 오빠 ? 뭐 하려고 그래 ! 위험해 ! " 


 나는 성큼. 성큼 다가갔다. 가까이 보니 더욱, 베는 검이 아니라 막는 검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지고 있었다. 최대한 따듯하고 다정하게, 그녀가 반응할 수 있는 정도의 익숙함을, 익숙한 구둣발을. 


 " 아, 난 몰라. 이렇게 난장판이 펼쳐졌는데 아무도 안 오다니, 다음엔 개인용 호출기라도 만들어 놔야겠어. " 


 나는 몇 발짝 뒤에 서서, 그녀가 뒤돌아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바로, 잘못 생각했음을 알아챘다.


 " 음, 다른 누구도 아닌 너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기다림 투성이를 살아온 네게. " 


 다가가서 힘껏, 팔뚝을 끌어안았다. 꼭 붙잡은 검이 갈팡질팡하다 결국 힘을 잃었다. 



 " 사랑해. "


 " .. 왜 ? 왜 나를 아프게 하는거야 ? "

 " 누구도 널 아프게 하지 않아. "



 " 아파, 너무 아파. 아픈 건 이제 그만. " 

 " 괴로운 아침은 이제 오지 않아. "

 


 " 정말 ? "

 " 정말이야. " 



 " ... "

 " 믿어달라니까. " 



 " 부족한ㅡ "

 " 넌 완벽해. 부족한 부분은 없어."



 " .. "

 " 교체할 것도, 부착할 것도 없어. "


 폭,


 " 잘 돌아왔어. 티아멧. "

 


--------------------------------------------------------------------------------



 " ㅡ까지가 방금 있었던 일이야. 좋든 싫든, 수습을 좀 도와줘야겠어. 공방은 핵심 설비니까. "


 " .. 전혀 기억이 없어요. " 


 " 안심해, 몇 번이고 다시 붙잡아 줄테니까. "


 제복의 남자가 꼭, 안심되는 갑갑함과 함께 끌어안아 왔습니다. 들꽃향이 나는 가슴팍. 


 " 얼씨구, 결국 아무 진전도 없었다는 것도 알아둬 오빠. 계획을 수정해야 겠어 .. "


 " 미안, 닥터.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해서. 회의때는 내가 잘 수습해볼게. "




 "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사령관님. " 


 " 둘이 있을 땐, 그렇게 말 하지 말라고 했지. " 


 " .. 고마워요, 사령관님. " 


 " 그리고 ? " 





 " 으. " 


 " 똑바로 말 안 해주면 모른다 ? " 






 " 사랑해요. 사령관님. "